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22화 (222/332)

# 222

“아오, 미치겠네!”

“대체 안개 안에서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레온과 쿠단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은 안개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투콰아아앙!

콰가가강!

끄아아악!

안개 속에서 바깥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 엄청난 폭음과 신음성이 그들의 궁금증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의 생각은 모두 한결같았다.

‘저 볼썽사나운 신음을 내는 것은 둘 중에 과연 누구일까?’ 라는 것이었다.

“누가 이기고 있는 걸까?”

“글쎄다. 이런 엄청난 스킬을 사용할 정도인데, 당연히 쿠단이 이기고 있지 않겠어?”

“흐흐, 이번 경기로 그동안의 손해를 복구하겠어.”

그리고 지켜보는 관중의 대부분은 그 신음성의 주인공을 레온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모두들 쿠단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완벽히 엇나간 추측이었지만, 지금까지 보아 온 지난 경기들을 떠올린다면 그렇게 예상할 수밖에 없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이 안개 속에 가려진 경기장의 정확한 판세를 읽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저건 대체?’

관중과 달리 황금빛의 눈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

바로 카이였다.

그 순간 마스크 안에 가려진 그녀의 표정은 경악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눈에는 안개 안이 어렴풋이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그녀가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시전하여 두었던 스킬.

‘디 아이 오브 트루’의 효과 덕분이었다.

사실 그녀가 본래 이 스킬을 사용하였던 목적은 시력을 극도로 상승시켜 더욱 자세하게 그들의 전투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쿠단이 생각지 않게 룸 오브 미스트를 사용하며, 또 다른 부가 효과인 장막류의 스킬을 파훼할 수 있는 기능이 발휘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어렴풋이’라고 말했듯 그 파훼가 완전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룸 오브 미스트가 디 아이 오브 트루보다 상위 등급의 스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에 안개 속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흐릿한 실루엣으로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카이의 전신에 소름이 돋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이제 끝났거니 했는데…….’

잠시 전, 그녀는 쿠단이 네 명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이제 리온의 패배로 끝나겠구나 생각했다.

길드의 정보망을 통해 쿠단의 비장의 스킬인 미스트 도플갱어를 알아 놓았었기에, 그것이 발휘되자 레온의 패배를 예상한 것이었다.

스킬의 한계로 레온의 검의 풀 오러 블레이드까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기에 내린 추측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갑자기 리온 저자가 수많은 소환수들을 소환하는 것인가.

그림자처럼 보이는 실루엣이었지만, 그 소환수들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잠시 후, 사실로 드러났다.

수많은 리온의 소환수들이 도플갱어들을 완전히 박살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반전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니, 그렇게 근접전에서 강력한 힘을 보여 주더니. 진짜 정체는 소환술사라고?’

그리고 마지막 레온의 검이 분신의 가슴을 꿰뚫었을 때, 동시에 소환수들이 그 모습을 모두 감추고 있었다.

등줄기로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여태껏 힘을 숨긴 거였어. ……도대체 저자 정체가 뭐야?’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을 완벽히 속여 냈다는 것을 떠올리자, 그녀는 새삼 상대가 정말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저자가 다음번의 자신의 상대라는 사실을 자각하자,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몸을 감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쉽게 생각했는데.’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스르르.

샤아아아.

“오오! 안개가 걷힌다!”

“누가 이겼냐!”

“당연히 쿠단이겠죠!”

드디어 경기장을 잠식하고 있던 안개가 점차 걷혀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희뿌연 안개의 장막이 사라지고 경기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

“……!”

모든 관중은 턱이 빠질 듯이 제 입을 쩍하고 벌리고 있었다.

모두의 눈에 보인 것은 바로…….

상처투성이의 처참한 몰골로 비틀거리고 있는 쿠단과 그런 그와 비교되게 당당히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레온의 모습이었다.

처척.

레온은 어느새 풀 오러 블레이드를 거둔 채, 소울 슬롯을 사용하여 데스 사이드를 쥐고 있었다.

무기 봉인의 효과가 끝나자마자, 바로 관중을 속이기 위해 꺼내 놓았던 것이었다.

그때, 마지막 살기를 번뜩이며 쿠단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크윽. 이, 개자…….”

하지만 레온은 녀석이 편안하게 말을 끝마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파바밧!

“흐아아앗!”

이어진 다음 순간, 호쾌한 기합 소리와 함께 레온이 쿠단에게 달려들었다.

부우웅!

서거걱!

그러곤 그대로 데스 사이드를 가로로 휘두르며, 놈에게 참격을 꽂아 넣었다.

그에 섬뜩한 절삭음이 터져 나왔다.

쿠단은 여태까지 쏟아진 엄청난 대미지 누적으로 인해, 어떠한 회피 동작도 행하지 못하였다.

털썩.

쿠쿵.

그렇게 쿠단은 단말마의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장 바닥에 허물어졌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가 벌어져 있었다.

싸아-.

순간 경기장이 정적이 감돌았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이 지나자.

우아아아!

와아아아아!

그 정적은 열화와 같은 함성 소리로 부서지고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변한 관객들의 흥분에 찬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미쳤다, 리온!”

“저게 리온이라는 괴물인가!”

“……마, 말 도 안 돼.”

쿠단에게 모든 재산을 베팅했던 관객 하나가 그대로 흰자위를 보이며 뒤로 넘어가던 그때.

“대이변의 서막인가아아! 리온 선수가 우승 후보 쿠단을 꺾고 16강전의 첫 승리를 가져갑니다아아.”

레온의 승리를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저 아저씨 목청 한 번 기가 막히네.’

사회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레온은 혀를 내둘렀다.

깝죽거리던 쿠단을 말끔하게 해치운 레온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레온은 자신을 향해 환호성을 쏟아 내는 관중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한데 그때였다.

띠링.

띠링.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기다리던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16강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8강전에 참전하시겠습니까?

-(Y) or (N)

레온은 망설임 없이 Y 선택지를 클릭하였다.

‘오오!’

그리고 난 후, 그는 뒤따르는 메시지의 내용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혈석 토너먼트 16강전 승리 보상으로 지명도 105,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상대와의 등급 격차 보너스 추가 지명도 60,000을 획득합니다.

15만이 넘는 지명도를 한 번에 얻어 낸 것이었다.

쿠단이 백금 등급이었기 때문에, 등급 격차 보너스가 32강전에 받았던 승리 보상보다 높은 수치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을 보며 레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바로.

‘이거 저번 경기에도 그렇고, 등급 격차 보너스가 은근히 꿀이네. 일반 사람은 8강까지 가야 쌓을 수 있는 지명도는 벌써 쌓았겠는데?’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순간 레온의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 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암흑투기장 단계별 보상 품목 중 16강 보상을 획득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다음의 보상 품목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16강전 승리 보상 품목]

1. ‘비셔스 클로’ (상세히 보기)

2. ‘무한돌격의 스피어’ (상세히 보기)

3. ‘두억시니의 어금니’ (상세히 보기)

(……중략……)

그가 그렇게 눈을 빛낼 만도 해 보였다.

일전에 들었던 것처럼 16강전을 승리하자, 곧장 보상 품목을 선택할 기회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보상 품목에는 수많은 아이템의 종류가 적혀 있었다.

리스트 안에 있는 아이템들은 무엇 하나 빠지는 것들이 없었다.

각기 모두 상당한 값어치를 뽐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떤 이라도 선택에 신중함을 요하게 만들고 있었다.

스윽.

……하지만 레온은 예외인 듯했다.

그는 고민이 없었다.

딸칵.

레온은 리스트를 보자마자, 손을 뻗어 한 가지 아이템을 클릭하였다.

이전에 보상 품목을 확인하였을 때부터, 결정해 놓은 물건이 있었던 것이었다.

-16강 보상 품목, ‘금오석’을 획득하였습니다.

-‘금오석’이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좋았어!’

레온은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의 선택은 어느 누구든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가졌으리라.

그는 무기나 방어구가 아닌 한낱 재료 아이템을 선택하였으니까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잔뜩 상기된 된 채, 선택의 결과를 되짚어 보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여기서 보패 재료를 얻다니 말이야! 흐흐, 술술 풀리는구먼!’

그의 눈앞에 획득한 재료 아이템의 상세 설명이 떠올라 있었다.

[금오석(金鰲石)]

종류 : 재료

등급 : 전설

지질학적으로 대륙의 어느 곳에서도 근원지를 찾을 수 없었던 의문의 돌.

수많은 학자들이 근원지를 조사를 해 보려 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밝혀낸 바가 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그랬다. 그가 이전에 16강 보상 품목을 보며 놀랐던 이유는 그 리스트에 보패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느닷없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띠링.

띠링.

-보패의 재료, ‘금오석’을 획득하였습니다.

-‘보패를 제작하라 1’ 퀘스트의 일부를 성공하였습니다.

‘이제 다섯 개인가.’

보패를 만드는 데에 총 여덟 개의 재료가 필요했다.

이제 이로써 다섯 개만이 남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도사 퀘스트 또한 성공한 까닭에 레온이 싱글벙글해하던 그때.

“자, 승자는 이쪽으로 내려와 주십시오.”

퇴장을 부탁하는 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니다 가요. 거참, 급하기는.’

그에 레온은 인도에 따라 경기장에서 내려가려 했다.

멈칫.

한데 그때, 레온이 갑자기 그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런 그의 시선이 어딘가 한 곳에 꽂혀 있었다.

‘어라? 저게 왜?’

그건 바로 처참한 꼴이 되어 있는 쿠단의 시체였다.

무언가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처치된 시체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어야 하건만, 아직도 온전한 상태로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레온의 머릿속에 잠깐 잊고 있었던 한 가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아! 설마 그것 때문인가.’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오르고 있었다.

뚜벅뚜벅.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레온이 시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 녀석 정도면 그걸 써 볼 만하지.’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이었다.

처척.

쿠단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간 레온이 조그맣게 입술을 달싹였다.

슈우우웅.

스사사사.

그러자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사라지지 않고 있던 쿠단의 시체가 그제야 일반적인 것처럼 회색빛의 모래 먼지로 사라졌던 것이었다.

그때, 무슨 이유에선가 레온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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