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21화 (221/332)

# 221

쿠단의 룸 오브 미스트 스킬이 완전히 시전되고 나자, 관중과 사회자가 당황한 반응을 쏟아 내고 있었다.

“아씨, 뭐야, 이거?”

“안개 때문에 경기장 안이 보이지를 않잖아?”

“이, 이게 무슨 일일까요! 경기장이 안개로 뒤덮였습니다!”

그랬다. 룸 오브 미스트는 안개의 공간이라는 뜻풀이처럼 일순간 경기장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로 뒤덮어 버린 것이었다.

어떻게든 경기장 안쪽의 진행 상황을 살피기 위해 모두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떠 보았지만, 실루엣조차 보이지를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허공의 곳곳에 떠올라 있는 방송국의 수정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안개가 방해 전파라도 내뿜는 듯이 수정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먹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에 경기 영상을 녹화, 송출하고 있는 방송국 직원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야!”

현재 시청률이 상당히 잘 뽑히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들은 분노에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짜증 섞인 포효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쿠단은 그저 안개 속에서 레온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쿠단이 대치를 하고 있는 레온에게 슬며시 조롱의 말을 건넸다.

“설마 쫀 거야? 에이, 벌써부터 왜 그래. 재미없게시리.”

“……뭐냐, 이건 대체.”

레온은 어느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잔뜩 졸아붙은 어린양을 연기하고 있었다.

쿠단은 룸 오브 미스트 스킬이 시전된 순간, 레온의 얼굴에 잠시나마 스쳐 지나간 미소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여유가 물씬 묻어나는 모습으로 레온에게 룸 오브 미스트 스킬의 효력을 떠벌리기 시작하였다.

“후후, 이 안개는 사람이건 사물이건 모든 것들의 시야를 원천 봉쇄해 버리는 아주 특별한 스킬이지.”

그에 레온이 경악했다는 얼굴로 쿠단에게 질문을 건넸다.

“시, 시야를 가렸다니. 수정구의 영상 녹화까지도 막아 버린다는 거야?”

쿠단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상황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흐흐, 정확히 알고 있구먼. 효과는 장담하지, 내가 지금껏 수십 차례 이 스킬로 증거 하나 안 남긴 채 수많은 유저들을 학살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지.”

쿠단의 말에 레온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안개 밀실이라는 건가.”

침울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레온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잔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쿠단이 흥분한 톤으로 대답했다.

“낄낄, 그래. 넌 곧이어 밀실 살인의 피해자가 될 테고 말이야.”

쿠단이 말을 끝마친 순간, 레온의 어깨가 축 처졌고, 고개가 푹 숙여졌다.

레온이 진이 빠진 목소리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이런 짓을 벌이다니. 그럼 여기서 무슨 짓을 하건 아무런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거잖아.”

쿠단에게 왠지 모를 여운이 남는 말이었다.

한데 그 다음 순간.

움찔.

쿠단은 당황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 녀석?’

씨익.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 레온의 표정이 마치 중국의 변검처럼 어느새 확 바뀌어 있었던 것이었다.

겁에 질리고 침통해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원인 모를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그런 쿠단에게 눈을 맞추며 한마디를 건네었다.

“어쩜 이리도 고마울 수가.”

라고 말이었다.

그리고 그때.

콰강!

파바바밧!

바깥의 관중들은 눈치채지 못하였지만, 안개 속에서 두 사람의 전투가 재개되었다.

레온은 지면을 박차며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녀석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자, 쿠단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곤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레온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치며 속으로 생각했다.

‘허접쓰레기 같은 녀석이, 허세는!’

갑작스레 레온의 분위기가 급변한 탓에 살짝 놀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레온에게 겁을 먹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은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니까.

“뷰트 디스트링거!”

순간 그는 또 다른 미스트 룰러의 스킬을 사용하며, 레온에게 달려들었다.

슈우우욱!

스르릉!

그의 양쪽 손에 안개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손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단순한 손톱이 아닌 어쌔신의 클로와 같은 예리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한데 그때, 안개 손톱을 척추에 꽂아 줄 기세로 맹렬히 달려들던 쿠단의 귓전에 레온이 새로운 스킬을 시전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드.”

‘뭐?’

그런데 그는 레온의 스킬명을 분명히 정확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풀 오러 블레이드.

레온이 꺼낸 스킬 명이 너무 얼토당토않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풀 오러 블레이드라고?’

풀 오러 블레이드가 무엇이던가.

현재 검사 랭킹의 3위권 내에 드는 극소수의 유저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최상위의 공격 스킬이 아니던가.

오러 블레이즈가 검면에 푸른 오러를 감싸는 정도라면, 풀 오러 블레이드는 검 위로 또 다른 오러의 검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어떤 이들은 무협 소설의 용어와 빗대어 오러 블레이즈를 ‘검기’, 풀 오러 블레이드는 ‘검강’으로 칭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쿠단은 코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결론지은 것이었다.

‘흥, 너 따위가 어떻…… 헉!’

하지만 다음 순간.

쿠가가가가!

우우우우웅!

콰르르릉!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파공성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보고, 그는 경악스런 반응을 쏟아 낼 수밖에 없었다.

레온의 검 위로 1.5미터는 될 법한 엄청난 크기의 풀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올라 있었다.

그의 판단이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

그가 정말로 풀 오러 블레이드 스킬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쿠단은 등줄기가 오싹해져 왔다.

‘이, 이건 안 돼! 전력으로 부딪치다간 골로 간다!’

풀 오러 블레이드의 파괴력은 오러 블레이즈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허할 정도로 강력하다고 들었다.

뷰트 디스트링거로는 절대 맞상대가 되지 않을 터였다.

끼이익!

타닷!

순간 쿠단이 정면으로 달려들던 것을 억지로 비틀어 방향을 바꾸었다.

하지만 레온은 그것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듯.

“어딜!”

풀 오러 블레이드를 쿠단이 몸을 날린 방향으로 그대로 휘둘렀다.

쐐애애액!

콰가가!

순간 레온의 풀 오러 블레이드가 쿠단의 가슴팍을 훑고 지나갔다.

“크아악!”

쿠단의 커다란 비명이 쏟아졌다.

완벽하게 공격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쿠단의 흉부 갑옷은 넝마처럼 찢어발겨져 있었다.

[풀 오러 블레이드]

검에 축적시키는 오러의 양과 순도를 더욱 높여, 결국에는 오러를 새로운 검의 형태로 유형화시킨다.

오러 블레이즈보다 상승의 경지로 파괴력과 절삭력이 크게 증가한다.

-풀 오러 블레이드가 발동 중일 시, 적에게 가하는 물리 공격은 상대방의 방어력을 85% 관통합니다.

-풀 오러 블레이드가 발동 중일 시, 적에게 본래의 공격력의 950%에 해당하는 추가 대미지가 부여됩니다.

-추가 마력을 소모하면, 풀 오러 블레이드의 크기를 더욱 거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풀 오러 블레이드의 대미지 이하의 모든 마법 공격을 무효화시킬 수 있습니다.

‘크으, 이건 언제 보아도 위력이 엄청나단 말이지.’

순간 공격을 끝마친 레온이 뿌듯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되살아난 본 아리스를 잡으며 몇 번이고 사용했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었다.

레온은 그저 쿠단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짜식이, 알아서 레전드리 클래스를 사용하라고 판을 깔아 주네?’

룸 오브 미스트를 사용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레온은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 맞았다.

소울 갬블러 말고 자신이 쥐고 있는 다른 패를 공개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컸던 것은 경기를 보고 있는 기사단원에게 괜히 너무 강한 존재로 각인이 되면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던 탓이었다.

차후에 그 사실이 기사단장을 암살하려고 할 때, 무언가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었다.

한데 그것을 저 멍청한 녀석이 ‘자, 그럼 들키지 않게 스킬을 시전하세요.’라고 말하듯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였다.

“끄으윽, 이 개자식.”

풀 오러 블레이드의 충격에 경기장 저편에 나가떨어져 있던 쿠단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레온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 한껏 조소를 띠며 말을 꺼내었다.

“어쭈? 용케 일어나셨네? 제법이야, 아주?”

이제는 완전히 둘의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크윽, 어떻게 저 스킬을 저딴 녀석이? 획득한 히든 직업이 레어가 아니라 유니크였단 말인가?’

레전드리 직업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채, 쿠단이 연신 비틀거리며서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쿠단이 섣불리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하며 긴장한 표정만 짓고 있자 레온이 조롱하듯 말을 꺼냈다.

“에이, 뭘 이거 가지고 난리야. 아직 놀라기엔 한참 이른데.”

까득.

그러자 쿠단이 소리가 나게 이를 깨물었다.

‘건방진 놈! 그걸 사용하는 수밖에 없겠어. 젠장, 결승전에서 쓰려고 아껴 두었던 것을 여기서 사용하게 되다니.’

그러곤 흥분으로 눈이 돌아간 그는 결승전까지 아껴 두었던 스킬을 사용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 사용한다면 24시간이라는 재사용 대기시간 때문에 결승전에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마음에 계속 걸렸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듯했다.

분노에 이끌려 충동적인 선택을 한 면도 있었지만, 사실 이것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레온을 이길 가능성이 없어 보였으니까.

이어진 다음 순간, 쿠단이 스킬을 시전하였다.

“소환, 미스트 도플갱어!”

츄아아아!

파바밧!

레온의 귓전에 귀곡성과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가 쏟아졌다.

‘저건?’

슈아아아!

쿠단의 근처에 있던 안개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그 소용돌이는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은 인간의 형상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완성이 된 그것들은 쿠단의 외형과 굉장히 흡사했다.

-끄어어!

-쉬이익!

-크에에!

미스트 도플갱어들이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쿠단이 다시금 기세등등해진 채, 레온에게 말을 꺼내었다.

“흐흐, 넌 이제 끝났다. 이 미스트 도플갱어들은 내 능력치의 70%를 지니고 있지. 완전히 짓밟아 주마!”

하지만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은 조금의 긴장감도 없어보였다.

레온이 한쪽 검지로 귀를 파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호오, 쪽수로 이겨 보려고 소환수를 뽑으셨겠다?”

그리고 다음 이어진 말에 쿠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흠, 그럼 나도 질 수 없지.”

‘뭐, 뭣?’

갑자기 자신도 소환수를 뽑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었다.

그리고 물론 그것은 조금도 거짓이 아니었다.

“오토마톤 소환, 마루.”

“오토마톤 소환, 슬레이프닐.”

슈우웅!

우우웅!

경기장의 지면에 소환진이 연속해서 발생하였다.

레온은 본 드래곤을 제외하고 소환수들을 쉬지 않고 뽑아대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경기장이 스켈레톤과 강철 골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쿠단에게 레온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자, 소환수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자신의 소환수들에게 말을 꺼냈다.

“얘들아.”

모든 소환수들이 슬며시 고개를 돌려 레온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레온이 씨익, 하고 악마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명령을 하달했다.

“다 죽여.”

-알았다낭!

-명령, 입력, 완료. 목표 대상, 척살.

따닥!

우우웅!

쿠과가가!

이어진 다음 순간, 미스트 도플갱어들과 쿠단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환수들의 말도 안 되는 공세를 겨우겨우 막아 내고만 있었다.

“끄으윽!”

반격을 가할 조금의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던 그때.

“장착, 스키르니르.”

레온은 마지막으로 스키르니를 제 몸에 장착하고 있었다.

그러곤 쿠단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자, 아주 박살을 내 줄게?”

라고 말이었다.

‘히익!’

쿠단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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