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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19화 (219/332)

# 219

레온은 사냥개의 후각처럼 여신의 말에서 히든 퀘스트의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을 맡아 내었다.

그때 레온이 이어 말을 꺼냈다.

“흠, 저 따위가 여신님이 원하시는 바를 충족시켜 드릴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제가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말씀해 주시지요.”

-오오, 지금까지 보아 왔던 용사 중에 이렇게 예의가 바른 이는 없었거늘. 그대야말로 진정한 용사의 귀감이 되는군요.

한데 그때였다.

레온은 여신의 대답 중에 한 곳이 귀에 꽂히듯 들려왔다.

순간 레온이 그 부분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용사라고?’

여신은 분명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앞서 그녀는 과거의 전설을 계승하거나, 새로이 전설을 창조한 자들을 용사라고 부른다고 했었다.

그 말인즉 레온처럼 레전드리 등급의 직업을 얻은 이들을 용사라고 부른다는 뜻일 터였다.

……한데 그 말 앞에 ‘지금까지 보아 왔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은 단 한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나 말고도 레전드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같은데.’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대한민국 게임계에 떠도는 명언이 떠올랐다.

‘……역시 세상은 넓고, 폐인은 많군.’

순간 레온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그조차 인장이라는 최강의 히든피스를 얻고도 레전드리 직업을 얻는 데에 엄청난 시간이 소모되지 않았던가.

한데 그런 그보다 앞서 레전드리 직업 혹은 그 이상의 것을 얻은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은 레온을 놀래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평범한 이였다면, 순간적으로 허탈해질 수도 있을 법한 사실이었으나.

이어진 레온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후후, 재밌겠어. 아주.’

도리어 레온은 그 사실에 몸이 뜨겁게 달아오를 뿐이었다.

‘그래, 쉬운 길은 재미없잖아.’

레온은 그러면서 최근에 다시금 설정한 자신의 목표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전에 세웠던 게임으로 먹고살자는 최초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지 오래였기에, 새롭게 목표를 세운 것이었다.

‘업계 최고가 되는 길이 이 정도는 빡세 줘야지.’

그랬다. 그의 새로운 목표란 바로 판테라 내에서 최강의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 레온이 슬며시 제 주먹을 꽉 움켜쥐며 속으로 생각했다.

‘다 박살 내 주지. 최후의 승자는 나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여신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제가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악신 마몬에 관한 것입니다.

레온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흠, 역시 마몬인가.’

예상 범주 안에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대륙의 많은 국가들이 그 속에 심상치 않은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태에 저희 천신들이 신안(神眼)으로 살펴본 결과,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여신의 말은 그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모든 내분은 마몬이 과거처럼 사도들을 선별하여 침투시킨 후, 조장시켰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또한 그들 사도들을 통해 현세에 다시금 강림하려는 사악한 계획까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여신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레온이 살짝 시선을 내려 피했다.

가슴이 침으로 찔린 듯, 따끔따끔 거려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이유야 당연히 그녀 앞에 있는 자신이 바로 그 사도 중에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꿀꺽.

순간 레온이 목구멍으로 침을 삼키며, 초조한 얼굴로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거 내가 사도라는 사실을 들키면 당장 죽이려고 들겠는데?’

그렇게 될 경우 이길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신이었다.

온몸에서 흐르는 압도적인 기세는 레온의 전의를 상실시키게 하고 있었다.

‘후우, 안 들키면 되지. 릴렉스, 릴렉스.’

하지만 그녀도 어차피 설정된 프로그램 중에 하나.

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과 같은 행위까지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었다.

레온은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동요하지 않은 척 연기를 시작하였다.

그러던 그때.

여신의 마지막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악신 마몬을 따르는 사도들의 사악한 계획을 저지해 달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암흑성국을 무너뜨려 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여신의 말이 끝이 나고 나자.

“그렇군요.”

레온은 표정에 평온함을 유지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그에 여신의 표정에 놀란 기색이 엿보였다.

‘이런 엄청난 일을 부탁했는데 낯빛 하나 바뀌지 않다니. 역시 이자는 다른 용사들과 무언가 달라.’

레온은 자신이 사도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연기를 한 것을 여유가 넘치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이어 여신이 레온에게 다시금 말을 건네 왔다.

-힘든 일이란 건 알지만 제 부탁을 들어줄 수 있나요? 당신의 선택에 수많은 대륙의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그 순간,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여신의 부탁을 따르겠습니까?

-(Y) or (N)

레온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이 메시지가 떴다는 건 들키지 않았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저에게만 맡겨 주십시오. 사악한 마몬의 사도들과 암흑성국 모두 제가 박살을 내 드리겠습니다.”

빰빠빠밤!

레온의 말에 여신이 탄성을 내질렀고, 뒤에 있던 아기 천사들이 흥겨운 연주를 시작하였다.

띠링.

띠링.

띠링.

그리고 그 음악 소리에 또 다른 효과음이 뒤섞이고 있었다.

레온의 눈앞에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칭호 ‘여신의 대행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여신 퀘스트 ‘마몬의 사도들을 처치하라’를 획득하였습니다.

-여신 퀘스트 ‘암흑성국을 붕괴시켜라’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몬의 사도들을 처치하라 / 여신 퀘스트]

현세에 강림한 여신은 당신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바로 대륙의 여러 국가에 마몬의 힘을 이어받은 사도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몬을 강림시키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천신이 직접 현세에 간섭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여신은 전설의 힘을 지니고 있는 모험가인 당신에게 그 계획을 막아 달라고 부탁을 하였던 것이다.

당신은 모습을 숨기고 있는 마몬의 사도들을 모두 처단하고, 끝내는 마몬을 강림시키려는 계획을 저지해야 한다.

퀘스트 난이도 : SSSSS

퀘스트 목표 : 모든 마몬의 사도들 처치

퀘스트 보상 : 1인당 명성 100,000, 알 수 없음

-한 명의 사도를 처치할 때마다, 퀘스트 보상을 획득합니다.

-여러 명의 사도를 처치하면 추가 퀘스트 보상을 획득합니다.

[암흑성국을 붕괴시켜라 / 여신 퀘스트]

악신 마몬과 암흑성국은 대륙을 다시금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지게 하고 있다.

그들의 사악한 계획을 막지 못하고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모든 피해는 평범한 백성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그 끔찍한 결과를 막기 위해, 당신은 여신의 대행자가 되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다른 여신의 대행자들과 힘을 합쳐 어떻게든 암흑성국을 무너뜨려야 한다.

퀘스트 난이도 : SSSSSS

퀘스트 목표 :

1. 암흑성국 교황 ‘라스푸틴’ 처치

2. 암흑성국 멸망

퀘스트 보상 : 본인이 소속된 영지에 영구히 천신의 가호 부여, 명성 1,000,000, 칭호 ‘대륙의 구세주’, 알 수 없음.

퀘스트의 내용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레온은.

‘헉!’

보상 목록 중에서 한 가지를 확인하고는 경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영지에 영구히 천신의 가호를 부여받는다고?’

천신의 가호.

모르는 이가 듣는다면 단순한 지역 버프 효과인가 하고 넘길 테지만.

사실 이것은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효과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예를 들자면 이러했다.

영지의 모든 자원 생산량이 세 배 이상으로 급상승.

영지 주변의 모든 사냥터의 경험치량이 항시 두 배로 상승.

그리고 그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천신의 가호를 입은 영지를 침공하는 순간, 해당 국가는 천신의 분노를 사게 된 다는 것이었다.

천신의 분노를 사게 되면 해당 왕국은 레온이 가지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들을 전부 거꾸로 한 것과 같은 저주를 받게 되었다.

그 말인즉 어느 누구도 섣불리 레온에게 싸움을 걸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이 같은 가호를 지니고 있는 것은 현 대륙에는 서쪽의 제국밖에는 없다고 알고 있었다.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건 엄청난 기회야. 메르엠에 여신의 가호가 깃든다면 왕국까지 단숨에 도약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레온이 흥분을 하고 있던 그때.

띠링.

띠링.

또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오르고 있었다.

-마신의 사도, 그리아몰을 처치하였습니다.

-‘마신의 사도들을 처치하라’ 퀘스트의 일부를 해결하였습니다.

-천신 나이샤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오오!’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이전에 처치한 것은 카운트가 되지 않나 싶었는데, 이게 웬걸, 곧바로 사도 한 명을 처치한 사실을 바로 인정해 준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나이샤가 레온이 이미 사도를 처치하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놀란 반응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맙소사, 이미 벌써 한 명의 사도를 처치한 상태였다니. 역시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군요.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마신의 사도들을 처치하라’ 퀘스트를 해결하여 보상을 획득합니다.

-……를 획득하였습니다.

레온은 사도 퀘스트의 부분 보상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보상들을 확인한 레온은.

‘……이건!’

무슨 이유에선가 깜짝 놀란 반응을 지어내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로부터 나흘이란 시간이 지난 후.

제에의 콜로세움.

만석이 된 경기장은 가득 찬 관중들로 움직이기기 조차 쉽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 표정에는 기대감이 잔뜩 어려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감질나게 몇 판 치러지면 금세 끝이 나던 이전의 혈석 토너먼트와는 달리 오늘부터는 16강전에서 결승전까지 연이어서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관중들은 각자가 뽑은 결승전에 갈 인물들을 서로에게 침을 튀겨 가며 떠들어 대고 있었다.

수많은 유저들의 이름들이 오르내렸지만, 그중에 가장 화제인 것은 한 사람이었다.

“이야, 그놈이 운빨이 아니었다니. 진짜, 대반전이다.”

“그러니까 말야. 입을 하도 오래 쩍 벌리고 있느라 턱이 얼얼하더라니까.”

그건 바로 다름 아닌 레온이었다.

저번 경기에서 자신의 힘을 드러낸 것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화젯거리였던 것이었다.

“크윽, 그놈에게 돈을 걸었으면 이놈의 지긋지긋한 흙수저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는데…….”

“배당률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러면 너 오늘은 녀석에게 걸은 거야?”

“야, 미쳤냐. 놈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어떻게 쿠단을 이겨.”

“크크, 잘했다. 나도 알고 한 말이야.”

그러던 그때였다.

두두두둥!

콜로세움에 커다란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시끄럽게 떠들던 관중들이 경기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 시작한다는 신호였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사회자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16강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아아아아!

순간 관객들의 귀청이 떨어질 듯이 커다란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분위기가 충분히 돋워졌다고 생각한 사회자가 첫 경기를 치를 선수들을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흙수저의 반란? 사실은 내가 바로 히든 직업의 소유자! 홍 코너, 사신 리오오오온!”

그렇게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어느새 ‘리온’으로 변신한 상태의 레온이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경기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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