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8
“됐다아아아!”
레온이 방 안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는 그의 표정이 환희에 가득 차올라 있었다.
한데 그렇게 기뻐할 만도 해 보였다.
‘레전드리다! 레전드리!’
그렇게나 얻고 싶어 하던 레전드리 직업을 손에 넣은 순간이었으니까 말이었다.
새롭게 얻은 직업 ‘연금검제’는 그 이름부터 등급에 어울리게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옆방에서는 아직까지도 연금술사들의 비명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레온은 더없는 행복감과 온화함이 풍겨나고 있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간이었으나, 전혀 다른 분위기가 교차하고 있었다.
그때, 레온이 가슴에 살짝 손을 얹으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후우, 후. 진정하자, 진정해.’
그러곤 곧이어 잘게 떨려 오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인장.”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레온의 눈앞에 상세 정보가 적힌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창생의 인장]
티어 6 / 경험치 0%
개방 특성 (4/?)
직업 총람 (15/?)
[연금검제(鍊金劍帝) / 알케믹 소드 마스터]
클래스 랭크 : 최초 / 레전드리 / 진화 불가
클래스 특성 : 단일
연금술과 검술 두 가지 모두를 극의에 이른 자인 모험가 ‘레온’이 도달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클래스이다.
고위 연금술사의 소환수인 오토마톤과 호문클루스를 다루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검사로서의 가공할 검술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레온’이 아직 어떠한 행보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연금검제의 이명은 대륙의 사람들에게 더욱 회자될 것이다.
-최초의 전설의 직업 설명은 본인의 행보에 따라 주기적으로 수정, 업데이트됩니다.
‘호오!’
레온이 탄성을 흘렸다. 일단 직업 설명부터 레온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던 것이다.
직업의 설명에 떡하니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었다.
‘클래스 랭크에 적힌 최초라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레온은 순간 무언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만일 한참 뒤에 어떤 이가 히든피스를 얻어 연금검제로 전직한다고 해도,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설명을 보게 될 것이란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어느새 자신이 게임의 시스템상에 이름 석 자를 남긴 것에 대해 뿌듯해하며, 레온이 손가락으로 코밑을 훔쳤다.
그러고 난 뒤, 이어 연금검제가 지니고 있는 스킬을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보유 스킬]
패시브 스킬
1. 진리를 엿본 자
-소유한 모든 기어 골렘, 오토마톤, 호문클루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30% 상승합니다.
-모든 기어 골렘, 오토마톤, 호문클루스의 최대 소환 지속 시간이 두 배 증가하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1/3만큼 줄어듭니다.
-전투 중에 기어 골렘, 오토마톤, 호문클루스를 소환하고 있는 동안 자신의 공격력이 200%만큼 추가로 상승하고, 연금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액티브 스킬
<소드 오브 브레드레이>
1. 풀 오러 블레이드
2. 아스트랄 바디
3. 오버 플로우
4. 그랜드 크로스 / 연쇄격
5. 오러 브레이크
(……중략……)
레전드리 직업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 주려는 것처럼 모든 스킬들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핵심 패시브 스킬 ‘진리를 엿본 자’였다.
레온은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아니, 그냥 기본 패시브 스킬로 모든 소환수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30%나 상승한다고?’
게다가 그뿐이 아니었다.
소환수들의 최대 소환 지속 시간의 증가, 재사용 대기시간의 감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환수들을 꺼내고 있을 동안 본인의 공격력과 스킬 피해량 증가까지 있었던 것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연금술사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때려 박은 수준인데?’
레온의 말려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다음으로 검술 스킬들의 상세 설명도 살펴보았다.
그러자 또다시 탄성이 흘러나왔다.
단언컨대 현재 평범한 검사 랭커가 지니고 있는 스킬보다도 훨씬 높은 경지의 스킬들임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후후, 사용해 볼 때가 정말 기대되는군!’
그런 후, 레온은 마지막으로 ‘오의’라는 명칭이 추가된 연금술 스킬의 항목까지도 살펴보았다.
<연금술 오의>
1. 인피니티 이그나이트
2. 완전 분해 / 절대 용해
3. 키메라틱 파츠
4. 탄소 경화
5. 강제 폭주
6. 우로보로스 룸
“으흐흐.”
직업의 상세 정보를 모두 확인한 레온이 음흉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만족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부분을 보아도 역대급의 직업이 나타나 있었으니까.
순간 레온이 당당하게 어깨를 피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기사단장이고 이단 재판관이고 나발이고. 이제 다 죽었어.’
사실 어쩔 수 없이 마음 한편에 퀘스트를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완전히 해소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데 그때, 레온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아니, 근데 레전드리가 이 정도면……. 에픽과 그다음 직업들은 얼마나 강력하다는 거야?’
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떠올리자, 레온은 자신이 정말 말도 안 되는 히든 피스를 손에 넣은 것임을 다시 한 번 자각할 수 있었다.
띠링.
띠링.
그런데 그 순간, 갑작스레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예쓰! 좋아, 이런 경우 나올 건 뻔하지.’
여태까지의 경험상 이 타이밍의 효과음은 무언가 보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부푼 마음으로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레온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역시는 역시지!”
그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 들어가 있었다.
-히든 조건, ‘레전드리 직업을 창조하라’를 만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한계를 돌파한 자’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신규 스텟 세 개를 획득합니다.
-신규 스텟 ‘통솔력’, ‘정치력’, ‘항마력’을 획득하였습니다.
‘좋았어!’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모든 스텟 수치의 절대값을 상승시켜 주는 한계를 돌파한 자 칭호의 레벨이 때마침 올랐던 것이었다.
게다가 정말 오랜 만에 신규 스텟을 얻을 수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말이었다.
랜덤으로 부여된 세 개 중 레온이 효과에 대해 아는 것은 통솔력밖에 없었다.
통솔력은 수치가 오르면 오를수록, 지니고 있는 소환수들의 전반적인 모든 능력치들이 상승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 말인 즉, 지금의 나한테 딱 알맞은 스텟이라는 거지.’
하지만 정치력과 항마력 스텟은 아예 처음 보는 스텟들이었다.
그에 한 번 상세 설명을 봐 보려던 레온이었지만, 그 일은 잠시 뒤로 미루어졌다.
시스템 메시지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뭐, 뭐야?”
……무언가 전혀 상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최초의 전설로 전직하셨습니다.
-칭호 ‘전설을 창조한 자’를 손에 넣으셨습니다.
-보상으로 명성 20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여, 공간에 알 수 없는 존재가 강림합니다.
레온은 막대한 명성과 새로운 칭호를 손에 넣었지만, 그것을 기뻐할 겨를이 없었다.
우우우웅!
콰가가가!
‘이게 웬 뚱딴지같은 폭풍이야!’
갑작스레 레온이 있는 방 안에 거센 폭풍이 발생하여 있었던 것이었다.
곧이어 레온은 이 모든 것이 마지막 메시지의 내용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존재가 강림한다고? 그게 누군데.’
레온이 당황하고 있던 그때.
촤아아앗!
파아아앗!
갑자기 폭풍 속에서 이번에는 찬란한 빛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레온이 파고드는 섬광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완벽히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슈아아앗!
그러나 그의 걱정과는 달리 위급한 상황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쏟아지던 빛줄기와 거센 폭풍은 차차 가라앉고 있었다.
단지 그 가라앉은 폭풍의 눈에서.
‘……!’
유유한 발걸음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 법한 복장에 월계관을 쓰고 있는, 엄청난 미모를 지닌 여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을 뿐이었다.
뿌우우우!
뿌우!
그녀의 양옆에는 아리스와 달리 순백의 하얀 날개를 펄럭거리는 어린 천사가 나팔을 불고 있었다.
그녀는 주변에 엄청난 오오라를 발산하며, 레온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제야 레온은 그녀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천신인 건가?’
천신.
그들은 마몬과 같은 마신들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였다.
한데 레온은 도통 이해가 되지를 않고 있었다.
자꾸만 마음속으로 한 가지 의문이 치솟아 올랐다.
그건 바로.
‘전설 등급의 직업을 만든 거랑 천신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라는 것이었다.
레온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여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받아 내었다.
그러자 여신이 이내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레온을 또다시 의아하게 만드는 말을 건네었다.
-또 새로이 나타난 전설의 용사여,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용사?’
레온은 당황스러울 따름이었지만, 일단 급한 것은 이 분위기에 자신의 행동을 맞추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곤 뽑아 들었던 검을 회수하며, 지면에 한쪽 무릎을 가져다 대어 앉았다.
“여신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모험가 레온이라고 합니다.”
-레온 님이시군요. 전 천신 나이샤라고 합니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그녀의 정체는 천신이 맞았다.
레온이 조용히 말을 아끼자, 나이샤가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놀라셨나 보군요.
그러자 레온은 이때다 싶어 하며, 그녀를 잔뜩 띄워 주는 동시에 자신이 묻고 싶은 사실을 은연중에 물어보았다.
“네. 사실 나이샤 님이 나타나신 것이 꿈만 같습니다. ……어째서 저같이 하찮은 존재에게 직접 행차하신 것인지, 또 저를 용사라고 부르는 연유가 무엇인지. 저로선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군요.”
나이샤의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레온의 극진한 태도와 말투가 상당히 맘에 들은 모양이었다.
띠링.
-천신, 나이샤의 호감도가 소량 상승하였습니다.
효과음과 함께 호감도가 상승하였다는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여신까지도 말로 사로잡는 레온이었다.
나이샤는 묵묵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레온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인간 중에 과거의 전설을 계승하거나, 새로이 전설을 창조한 이들을 저희들은 용사라 부른답니다. ……그리고 제가 당신을 만나기 위해 온 까닭은 한 가지 부탁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부탁?’
순간 여신의 말을 듣던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천신이 직접 부탁을 해 온다는 것이 놀라웠던 것이었다.
그의 가슴이 직업을 창조하였을 때처럼,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하였다.
레온의 머릿속에는 이 상황이 한 가지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고 있었다.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분명히 새로운 히든 퀘스트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레온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던 레온 전담 모니터링 팀은 난리가 나 있었다.
막내를 제외한 팀원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각기 다른 부서의 직원들과 바쁘게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계승한 게 아니라 유저 최초로 창조했다니까요.”
“그게 이 시점에 가능하냐고요? 아니, 그게 가능한지를 그쪽 부서에서 저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합니까.”
레온이 레전드리 직업을 창조한 것 때문에 난리가 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막내 직원은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순간 막내 직원이 헛웃음을 지으며 이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 하. 레전드리 직업. 88시간 노가다. 자, 장난이겠지?”
한데 그때, 그 목소리를 들은 허 주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런 막내를 불렀다.
“막내야.”
“네, 네?”
허 주임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잔인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말을 건넸다.
“헛소리 말고 가서 커피에 핫세븐이나 섞어 타 와. ……이 순간부로 우리에게 잠은 없으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막내 직원의 얼굴이 뭉크의 절규처럼 일그러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