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7
‘나는 이제 될 놈이라네~.’
레온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장장이 천신의 찬란한 황혼의 망치의 상세 정보를 반복해서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곁의 연금술사들은 언제 또 어떻게 망치를 손에 넣은 건지 궁금해하며 연신 탄성만 내뱉고 있었다.
그들은 대장장이가 아니었기에, 망치의 세세한 진가까지는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냥 보기만 해도 어렴풋이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는 것은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흐흐, 아무리 봐도 대박이야.’
레온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사라지지를 않았다.
순간 그는 속으로 아이템 운도 상당히 좋았다며, 자축을 하였다.
‘전설급 모루를 받았으면 안타까워 죽을 뻔했겠네.’
정말 그의 말처럼 망치가 아닌 모루를 받았으면, 이렇게까지 기뻐하지 못했으리라.
스켈레톤의 강화에는 망치가 필요했으니까 말이었다.
게다가 모루가 아닌 망치를 얻음으로써 레온은 자신의 공격력이 한층 상승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순간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이제 사냥하면서 마신의 대장장이의 스킬들도 거리낌 없이 몬스터들에게 퍼부어 줄 수 있겠구먼.’
사실 레온은 꽤 오랜 시간을 마신의 대장장이 스킬들의 페널티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마신의 대장장이 스킬들이 몬스터 사냥에서 매우 뛰어난 효율을 보여 주는 광역 스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페널티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 페널티는 크게 두 가지.
악명의 상승과 망치의 내구도의 하락이었다.
더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은 물론 전자 쪽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레온이 기사단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이미 해결이 되어 있었다.
‘분명 암흑성국의 기사단에 들어가면 악명이 이점으로 쓰일 수 있다고 했었으니까.’
그랬다. 도리어 악명이 도움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이제 악명을 효율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까지 알고 있지 않던가.
그리고 바로 지금 마지막 페널티도 완전히 극복하게 된 것이었다.
레온이 상세 정보의 한 단락을 바라보며 감탄을 토해 냈다.
‘크으, 파괴 불가 오졌다.’
그의 눈에는 망치의 ‘파괴 불가’라고 떡하니 적혀 있는 망치의 내구도 칸이 보이고 있었다.
파괴 불가란 말 그대로 어떤 조건에서도 아이템의 내구도가 깎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였다.
일전에 망치에 특성을 지닌 영혼을 빙의시키는 방법으로 극복을 해 보려 했었지만, 그건 이것처럼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제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로써 이제 마신의 대장장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무서워할 이유가 전혀 없어져 있었다.
스윽.
그러던 그때, 전부 다 확인했다고 생각한 레온이 망치를 신줏단지를 모시듯 인벤토리에 망치를 조심스레 집어넣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할 일로 넘어가 볼까.’
그러곤 곧장 다음 할 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나하나 해결해 보자고 속으로 생각하며, 레온이 먼저 주변의 연금술사들을 향해 말을 꺼냈다.
“자, 모두 주목.”
처척!
처처척!
닫혀 있던 레온의 입이 열리자, 흐트러져 있던 연금술사들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레온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잘 훈련된 군인들의 그것과 같았다.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모두 수고했다. 깔끔하게 첫 전투는 승리로 끝났군. 모두 자네들 덕분이야.”
레온의 따뜻한 칭찬에 연금술사들이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모두 레온 님 덕분이죠.”
“저희가 한 게 있나요.”
“다음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모든 공을 레온에게 돌리고 있었다.
한데 그 순간, 연금술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레온의 묘한 눈빛이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찰나의 것이었기에 연금술사들은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음 순간, 레온이 보스 몬스터를 잡은 결과를 말해 주기 시작했다.
“자, 먼저 이놈을 처치하며 얻은 것은 2만 소울코인이다. 흠, 그리고 총 처치에 40분이 걸렸어.”
레온의 말에 연금술사들 모두가 오오, 하며 고개를 끄덕여댔다.
레온이 미리 말해 주기를 저번에는 5천 소울코인을 얻었었다고 했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결과를 얻었던 것이었다.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흠, 첫 전투였으니까 버벅댔던 걸 감안하면 차후에는 10분은 줄일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한 번 싸운 상대와 재차 싸울 때는 확실히 힘이 덜 드니까요!”
“좋아, 그럼 1시간에 4만 소울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군. 24시간이면 96만 소울코인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레온이 살벌하기 그지없는 계산법을 공표하고 있었다.
24시간이란 말이 레온의 입 밖으로 나오자, 연금술사들의 분위기가 살짝 술렁이기 시작했다.
‘……24시간이라고?’
‘잠은 안 자나?’
‘에이, 설마. 말만 하는 거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레온이 슬며시 시스템 창을 띄워 현재 시각을 확인하였다.
“……오늘은 20시간. 내일과 내일 모레의 48시간. 그리고 마지막 나흘째에 돌아가는 시간을 제한 20시간. 그럼 총 88시간이나 남아 있군.”
연금술사들 모두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가 말하는 88시간 속에 쉬는 시간과 자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영 감이 오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그런 그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분명 고된 시간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야. 그러니까 자네들이 힘을 좀 내 줘야겠어, 부탁할게.”
그의 말이 끝나자, 축 처져 있던 연금술사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레온에게 애써 자신감 넘치는 말들을 건네기 시작하였다.
“걱정 마십시오! 그까짓 나흘 후딱 해치우겠습니다!”
“저희에게 맡겨만 주십시오!”
“맞습니다! 이제 저희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걸요!”
“맞아요, 맞아! 이번에는 레온 님이 나설 순간도 안 나오게 해 드리겠습니다.”
치솟아 오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덮으려는 까닭일까.
레온 없이도 자신들이 보스 몬스터를 감당하겠다는 허언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레온이 고개를 주억이며 불쑥 말을 꺼냈다.
“네?”
예상치 못한 그 반응에 연금술사들이 당황에 찬 상태로 얼굴로 반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레온의 말은 간결했다.
“마침 내가 잠시 할 일이 있어서 앞으로 두어 번만 자네들에게 부탁하도록 할게.”
“……네?”
모두의 표정이 벙 찌게 변하고 있었다.
현재 레온이 할 일이란 두 가지밖에 없었다.
보스 몬스터 노가다와 직업 창조였다.
레온은 직업 창조를 하고 있을 테니, 그들끼리 보스 몬스터를 잡고 있으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레온이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간단하였다.
‘이놈들이 어디서 나로 꿀을 빨려고.’
이번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내내, 연금술사들이 영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었다.
한데 정말로 그들의 레벨과 지닌 능력에 비해 영 힘을 못 쓴 것은 사실이었다.
거의 80프로는 레온의 힘으로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앞서 연금술사들을 칭찬하던 레온의 미묘했던 눈빛은 마음에 전혀 없는 거짓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연금술사들이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큰 활약을 못한 것은 아무래도 줄곧 연구와 암살만 해 온 까닭에 이처럼 대규모로 하는 전투에 익숙지 않았던 것이기는 했지만.
레온이 그런 변명을 받아 줄 리 없었다.
순간 그가 속으로 차갑게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사람이 말이야, 제 밥값을 해야지 무임승차를 하려고 하면 안 돼요.’
레온은 그들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난 후, 한 연금술사가 말을 꺼내었다.
“……저, 레온 님. 방금 말씀인즉 저희만으로 보스 몬스터를 잡고 있어 달라는 내용이신지?”
그러자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퉁명스럽게 말을 꺼냈다.
“응? 방금 자네들이 말을 꺼내지 않았나. 나 없이 잡아 보겠다고. 뭐야, 혹시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건가?”
차갑게 가라앉는 레온의 눈빛에 겁을 먹은 연금술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건 아닌데…….”
그러자 레온이 칼같이 말을 끊어 버렸다.
“아니면 됐군. 잘 부탁하네.”
그에 모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은 분명 그렇게 했지만, 이 몬스터는 자기들끼리 상대하기에는 정말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모두의 눈빛이 빠르게 교차되고 있었다.
‘레, 레온 님 없이 가능할까?’
‘……죽지만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데.’
‘아씨, 어떤 놈이 우리끼리 할 수 있다고 씨불였냐!’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그제야 연금술사들은 자신들이 레온이 선사하는 노동 지옥에 빠진 것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은 점차 사라지려 하고 있는 아리스의 시체에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었다.
처척!
그러곤 손을 뻗고 있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뼈의 정수를 채취하기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그러자 곧이어.
레온의 눈앞에 일련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의 뼈의 정수 채취를 실패하였습니다.
-실패 페널티로 ‘타락 천사장 본 아리스’가 등장합니다.
역시나 실패였다.
우우웅!
쿠구구!
다음 순간, 엄청난 효과음이 울려 퍼지며 심상치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레온이 환한 미소를 얼굴에 띠운 채, 연금술사들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었다.
“자, 준비됐지? 부탁할게.”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기 그지없었다.
레온은 그 말을 끝으로 레온이 빠른 걸음으로 직업을 만들기 위해 조용한 공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레 , 레온 님!”
“히익!”
-키에에에!
본 스켈레톤이 된 아리스가 삼지창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거체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 * *
그리고 잠시 후.
끄아악!
으아아아!
연금술사들의 비명 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그에 레온은 악마의 미소를 머금은 채.
‘후후, 고생 좀 해 보라고.’ 하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레온은 곧이어 경건한 마음으로 인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장 티어 상승!”
띠링!
-사용할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효과음과 함께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레온이 슬며시 말을 꺼냈다.
“진화.”
그가 이번에 선택한 인장의 특성은 진화였다.
살짝 의외의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여태껏 레어 등급의 진화에서 유니크 이상의 직업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그러한 이력에도 현재 그다지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의 직업과는 쌓아 놓은 인장 경험치의 질이 다르니까.’
지금까지 ‘알케믹 소드맨’이란 직업을 지니고 해낸 뛰어난 업적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최초로 오토마톤이라는 전혀 새로운 소환수를 만드는 데에 성공한 것.
크라켄, 타락 천사장 등등 엄청난 몬스터들을 해치운 것.
암흑투기장에서 자신보다 몇 배는 레벨이 높은 유저들과 전투를 벌여 승리한 것 등등 수많은 사항들이 속속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두근두근.
그러던 그때, 레온의 심장은 세차게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어찌나 떨리는지, 레온은 눈을 꼭 감았다.
그러곤 두 손을 기도하듯 꽉 쥐며 신에게 빌었다.
‘천지신명이시여! 에픽은 안 바랍니다. 제발 레전드리만 갑시다!’
그리고 곧이어.
띠링!
띠링!
그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그에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레온은.
“헉!”
이어 식겁한 반응을 쏟아 내고 있었다.
파르르 몸을 떠는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라 있었다.
-인장 티어가 ‘6’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레전드리’ 클래스를 획득하셨습니다.
-인장 티어 상승에 성공하셨습니다.
-클래스 진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알케믹 소드맨’이 클래스 트리에 저장됩니다.
-저장된 직업의 스킬은 초기화 전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새로운 직업 ‘연금검제(鍊金劍帝) / 알케믹 소드 마스터’를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