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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11화 (211/332)

# 211

제에 시의 근방에 있는 한 던전 앞.

던전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냥을 하려는 유저들을 알아서 불러 모으는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유독 대량의 유저들이 떼로 모여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자, 이제 모두 모여 주세요. 이제 곧 트라이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격대 전원 인원 체크하고 바로 진입하겠습니다!”

이곳은 솔로 혹은 3~5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파티가 아닌, 최소 30인 이상으로 구성된 공격대만이 진입할 수 있는 던전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던전들에 비해 유독 많은 수의 유저들이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기다리던 이들 모두 각자 다른 공격대에 소속이 되어 있었던 것.

그러던 그때였다.

“후우, 후. 릴렉스. 캄 다운.”

던전의 입구 쪽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긴 장발에 짙은 쌍꺼풀이 눈에 띠는 남자는 느끼함이 자르르 흐르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차우’.

일전에 레온이 네크로폴리스에서 그리핀도르 요새 함락전 임무를 수행할 때, 같은 전장에 있던 페가수스 길드 소속의 남자였다.

순간 차우는 떨리는 맘으로 조용히 속으로 한마디 말만을 읊조리고 있었다.

‘휴우,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래, 할 수 있다!’

오늘은 그에게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다.

그가 대장의 역할을 맡고, 이곳 던전을 최초로 40인 이하로 구성된 공격대로 클리어를 시도하는 날이었던 것이었다.

앞서 30인의 참가 인원이 최소 조건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곳 던전은 절대 고작 30인으로는 클리어 할 수 없었다.

레벨이 무려 230레벨인 엄청나게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곳이었으니까 말이었다.

한데 현재 차우의 레벨은 180레벨로, 아직 200레벨조차 달성하지 못하여 있었다.

냉정하게 보았을 때, 결코 이곳에 도전을 할 자격 조건이 없었고.

또 공격대 대장을 맡을 능력은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무리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순간 그가 주먹을 꽉 움켜쥐며, 속으로 한 가지 다짐을 하고 있었다.

‘오늘이다! 어떻게든 모은 이놈들로 이곳을 클리어해서 형님에게 잃은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겠어.’

그는 길드의 엄청난 자금 지원을 받고도 레온에게 밀려 함락전 임무에서 성과를 전혀 이루지 못하여.

그의 형이자 페가수스 길드의 수장인 ‘리로이’에게 완전히 눈 밖에 난 상태였다.

그래서 그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적정 레벨보다 말도 안 되게 높은 이곳에 온 것이었다.

순간 차우가 자신이 모은 공격대 인원들에게 걸어가더니,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자자, 여러분. 다들 푹 쉬셨죠? 이제 들어갈 시간이네요, 헤헤. 자, 우리가 최초로 최소 인원 40인으로 이곳을 돌파해 보자고요!”

차우가 파리처럼 양손을 비벼 대며, 사람들에게 바람을 불어 넣어 보려 갖은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쟤 뭐래는 거냐?”

“몰라, 저놈이 돈을 너무 많이 줘서 오긴 왔는데 괜히 왔나 싶은데. 내 적정 레벨보다 훨씬 낮은 곳이라 이름 박히면 오히려 쪽팔릴 것 같아.”

“쩝, 나도 그래.”

그런 그의 노력에도 공격대 인원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그들은 대장인 차우를 길가의 돌을 보듯 하며, 대놓고 무시를 하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이들은 모두 페가수스 길드의 돈을 몰래 훔쳐 가져다가 차우가 고용한 용병들에 불과하였으니까 말이었다.

그 자신의 레벨이 낮으니 차우는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230레벨의 초고레벨 유저들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돈을 쏟아부어 가며 고용하였던 것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그리고 그것 때문에, 지금 당장도 횡령한 것을 눈치챈 리로이가 그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우는 안면 몰수하고 그 연락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곤 그는 시스템 창에서 현재 시각을 한 번 살피더니,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흐흐, 어찌 됐건 히든 보상을 얻어서 형님에게 가져다주면, 이놈들을 고용하기 위해 사용한 돈도, 잃은 명성도 모두 회복될 거야!’

그랬다. 그가 막대한 돈을 횡령해 가며 이곳에 일명 ‘몰빵’을 한 까닭이 바로 그 히든 보상 때문이었었다.

그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 던전에 미리 설정되어 있는 히든 타임에 도전한 이들 중 최소 규모의 멤버로 클리어에 성공하는 자에게 엄청난 보상이 주어진다는 정보를 입수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겨우 알아낸 히든 타임은 바로.

‘좋아, 딱 이 시간이야!’

순간 기분 나쁘게 실실 웃던 차우가 이윽고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들어가 보실…….”

한데 그때였다.

“어라?”

“쟤들은 누구야?”

그가 말을 하던 시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차우 또한 그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어 차우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뭐야, 저 사람들은?’

그들의 눈에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어 있었다.

인물들이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후드가 달린 로브를 쓴 채, 입구로 성큼성큼 이동하고 있었다.

너무나 당당히 움직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차우를 포함한 유저들의 눈빛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그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들려왔다.

“……뭐지. 전부다 로브를 입고 있네. 설마 올 법사인가.”

“실화야? 탱, 힐 아무 것도 없다고?”

“그게 문제가 아냐. 하나, 둘, 셋……. 아니, 30명 정도밖에 안 되는 거 같은데? 뭐 저리 적어?”

사람들은 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 또 그런 그들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런 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는 공격대에 속한 멤버들의 역할 분배가 확실히 되어 있어야 했다.

탱커, 딜러, 힐러의 조합 말이었다.

한데 30명이 모두 법사, 즉 딜러라니.

이 정도 레벨대의 던전에서 이런 기초적인 규칙도 모른 채, 말도 안 되는 조합으로 트라이하려는 바보들을 만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유저들의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쯔쯔, 멍청한 자식들.”

“끌끌, 백 퍼 실패하겠구먼. 애들이 어쩌면 갈수록 더 못 해지냐.”

“인던이라 우리가 송장을 치워 줄 수는 없고. 몬스터들이 알아서 살펴주겠지.”

차우 또한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놈들. 고작 30명으로 뭘 어쩌겠다고.’

라고 말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그때.

그렇게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시를 아는지 모르는지.

갑작스레 나타난 30인의 인원들은 그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던전의 안으로 진입해 가고 있을 뿐이었다.

빛줄기와 함께 그들이 사라지자, 차우는 살짝 손해 본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어렵게 알아낸 히든 타임을 저들은 그냥 운이 좋아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차우가 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 저었다.

그러곤 얼른 자신의 공격대 또한 던전 안으로 서둘러 들여보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고작 저 숫자로, 또 저딴 망 조합으로 이곳을 클리어를 할 리가 없지.’

* * *

슈우웅!

우우웅!

곧이어 효과음과 함께 던전의 내부에 여러 개의 빛줄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흐릿해지며 빛은 사라졌고, 여러 사람들의 실루엣이 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모습이 드러난 이들은 차우와 유저들이 비웃던 로브를 뒤집어 쓴 30인의 무리였다.

한데 그때.

촤라락.

그들의 가장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입고 있던 로브를 벗어 던졌다.

“아오, 개 답답해.”

정체가 드러난 그는 역시나 레온이었다.

그렇게 레온을 시작으로 일제히 30개의 로브가 벗겨졌고, 이어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금술사들의 본모습이 하나둘 나타났다.

띠링.

띠링.

그리고 그 순간,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허공에 그가 입장한 던전의 이름이 떠오르고 있었다.

-경쟁 던전, ‘타락한 발할라’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지금부터 클리어 시간과 내용이 기록됩니다.

‘발할라라…….’

그제야 레온이 주위를 살피자, 지금까지 다녔던 던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둥글고 높다란 기둥들이 주르륵 솟아 있었고, 올려다 본 천장에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천장화가 그려져 있었다.

레온은 한눈에 이곳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가진 궁전의 내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아주 만족한다는 표정을 얼굴에 지어 보였다.

한데 그가 그렇게 흡족해하는 이유는 이곳이 이전의 시궁창이나 동굴들처럼 음습하거나 더럽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흐흐, 이거 아주 개꿀이야. 이 정도로 상위 클래스의 던전에 오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지!’

그는 그저 자신이 어렵사리 선정한 6성 영혼을 획득하기 위한 던전으로 최적화된 곳에 입장을 성공했다는 사실에 흡족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노예, 아니 수하로 거둔 연금술사들이 역대 그의 부하 NPC들 중 가장 고레벨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다시 생각해도 30명 중에 20명이 전부 200레벨 이상이라는 건 대박이야!’

[파티원 목록]

-데빌즈 네스트, 연금술사 ‘모룬’ / 218레벨

-데빌즈 네스트, 연금술사 ‘루터’ / 216레벨

-데빌즈 네스트, 연금술사 ‘카일’ / 215레벨

-(……중략……)

앞서 말했듯, 20명 이상이 200레벨 이상에, 남은 10명들도 최소 190레벨을 넘기고 있었다.

종교재판소를 습격하려고 한다고 하더니, 정말 최선을 다해 수련을 한 것 같았다.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야. 노력이 가상하다, 우리 노예들.’

그러던 그때였다.

순간 레온이 슬쩍 자신의 스텟 창을 활성화시키더니, 자신의 레벨을 확인해 보았다.

그들에 비하면 레온의 레벨은 현저하게 낮았다.

‘흠, 내 레벨은 107인가.’

거의 100레벨이 넘게 차이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을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 레온이 가장 강력했으니까 말이었다.

다음 순간, 레온은 자신의 다음 전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케믹 소드맨은 레어 클래스, 한계 레벨은 120이었다.

한계 레벨까지 단 13이 남아 있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어떤 인장의 특성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으로선 진화가 답인데 말이지.’

그러나 레온은 다음 순간 살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당장은 그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스윽.

레온이 날카로운 칼 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연금술사들에게 눈을 마주쳤다.

그러곤 닫혀 있던 입을 열어 명령을 하달했다.

“자, 전원 전투 준비!”

레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30명의 연금술사들이 모두 자신의 기어 골렘을 눈앞에 소환하기 시작하였다.

“골렘 소환! 기어 골렘, 에그제!”

“골렘 소환. 기어 골렘, 울트론!”

“골렘 소환! 기어 골렘, 옵티머스!”

지이이잉!

위이이잉!

신기하게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기어 골렘들은 각기 모두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소환자의 특성과 재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잠시 후.

30기의 강철 골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광경은 웅장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게임의 장르가 바뀐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소환, 슬레이프닐.”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으로 레온의 강철 페가수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 순간.

자신의 양쪽에 강렬한 위용을 내뿜고 강철 골렘 군단을 거느린 채.

“가자!”

레온이 궁전을 제압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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