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위용을 내뿜고 있는 슬레이프닐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던 연금술사들이 하나둘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커티스의 목소리가 공간 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설령 임무 성공 직전이라도 포기하고 돌아오도록 전하게! 복귀는 2시간, 아니 무조건 1시간 내로 완료하도록!”
“네, 넵!”
그들은 비상 연락망을 통해 바깥에서 암살 임무를 진행하고 있는 전투 요원들을 모두 이곳으로 복귀시키고 있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며, 레온은 그저 흐뭇한 미소를 얼굴에 지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레온이 혀로 입술에 침을 바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얼른 오거라. 신입 노예들아.’
라고 말이었다.
순간 마치 마왕에게서나 느껴질 법한 사악한 오오라가 레온의 전신에서 스멀스멀 흘러넘치고 있었다.
대량의 소울코인을 얻기 위한 레온의 계획이 척척 진행되는 중이었다.
처척.
다음 순간, 레온은 자신이 창조해 낸 슬레이프닐에 가까이 다가갔다.
좀 더 가까이서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
위잉.
그가 코앞까지 다가가자, 슬레이프닐의 눈동자의 붉은 안광이 레온에게 향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강철 덮개가 씌워진 입에서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전, 투 준비 완료. 명, 령을 내려 주십시오.
“크으.”
그에 레온이 자신의 강철 페가수스를 어루만지며, 탄성을 내뱉었다.
아직 실제 전투에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슬레이프닐의 기운이 그를 놀라게 만들고 있었다.
‘오토마톤이라. 호문클루스를 얻기 전에 예상치 못한 힘을 얻었어!’
스윽.
순간 레온이 눈을 빛내며 빠르게 제 주변을 훑었다.
그는 케인을 찾고 있었다.
녀석을 한번 슬레이프닐의 연습 상대로 던져 주어 보려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열심히 두리번거리던 레온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아쉽다는 듯 쩝, 하며 입맛만을 다시고 있었다.
‘에잉, 이 자식 어디 갔지? 벌써 포션 만들러 갔나?’
어떻게 눈치를 챈 것인지, 어느새 케인이 쏙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앗, 잠깐만!’
슬레이프닐의 강철로 된 갈기 부근을 톡톡 건드리던 레온이 문득 잊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고는 깜짝 놀란 반응을 만들었다.
그러더니 다급하게 제 입을 달싹였다.
“역소환, 슬레이프닐.”
우우웅!
지이잉!
효과음과 함께 슬레이프닐이 역소환되었다.
그라자 이어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휴, 깜빡했네. 가뜩이나 짧은 최대 소환 지속 시간을 아무렇게나 소모할 뻔했어.’
그랬다. 순간적으로 슬레이프닐의 소환 가능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호들갑을 떨 만도 하였다.
아주 잠시 소환을 해 놓은 것뿐이기는 했지만, 슬레이프닐의 소환 가능 시간은 고작 3시간에 불과했으니까 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레온은 곧바로 소환수 시스템 창을 눈앞에 띄워 보았다.
한데 그러고 난 다음 순간.
‘……어라?’
내용을 확인하고 난 레온이 다른 무언가에 또다시 놀란 반응을 만들고 있었다.
[보유 소환수 목록]
1. 단단이 (상세히 보기)
2. 땅땅이 (상세히 보기)
(……중략……)
[보유 기어 골렘 목록]
-보유한 기어 골렘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보유 가능 기어 골렘 (0/1)
[보유 오토마톤 목록]
1. 슬레이프닐 / 190 / 2시간 46분
그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시스템 창에 난데없이 ‘보유 오토마톤 목록’이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레온이 얼굴에 의아함을 내비쳤다.
‘왜 기어 골렘과 오토마톤의 시스템 창이 분류가 되어 있지?’
기어 골렘 목록에 ‘토니 1’이 사라져 있는 이유는 당연히 재료로 사용하였기 때문이었기에 놀랍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스켈레톤의 보유 목록에서도 ‘피르호크’가 사라져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기어 골렘 목록에 들어가 있어야 할 슬레이프닐이 새로운 오토마톤 목록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 설마?”
그 순간, 레온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히 연금술사들은 오토마톤을 최강의 기어 골렘이라고 칭하였지만.
‘오토마톤은 기어 골렘이 아니라는 건가?’
사실 그 둘은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말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것을 설명할 바가 없었다.
레온의 탐구심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잠깐만, 그러면!’
레온은 슬레이프닐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1’이라는 숫자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레온은 두 손가락으로 딱,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발견해 낸 또 다른 추측을 떠올렸다.
그건 바로.
‘대박이다! 오토마톤은 여러 개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이었다.
-기어 골렘은 단 한 기체만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처음 기어 골렘을 만들고 확인할 수 있었던 문구였다.
기어 골렘의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오로지 단 한 기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토마톤은 그런 단점이 보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레온이 두 눈을 반짝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안 그러면 이름 앞에 숫자가 붙을 리가 없지!’
이어 그는 주위에 있던 연금술사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의 앞으로 불러들였다.
“헤이, 헤이! 이리로 콤!”
“네, 네?”
지목당한 연금술사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러자 레온이 그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거기서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당장 가서 기어 골렘 만들 재료 새로 가져와! 얼른!”
“아. 네, 넵! 죄송합니다!”
너무나 당당한 레온의 태도에 연금술사는 자신이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한달음에 재료실에 달려갔다가 헉헉거리며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후.
-축하합니다.
-기어 골렘이 완성되었습니다.
‘좋았어!’
그렇게 레온은 새로운 기어 골렘의 제작을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의 과정들도 일사천리였다.
재료가 다 갖추어져 있고, 방법도 아는데 어려울 것이 전혀 없었다.
콰직, 꾸드득.
……다만 완성되자마자 개복(開腹)되는 불쌍한 기어 골렘과, 우격다짐으로 구겨지며 내부에 파묻히는 스켈레톤만이 불쌍할 따름이었다.
이윽고 잠시 후.
“와! 두 번째 오토마톤이다!”
“마, 말도 안 돼! 오토마톤은 여러 기를 만들 수 있었던 건가!”
마침내 두 번째 오토마톤이 완성되며, 오토마톤은 여러 기를 지닐 수 있다는 레온의 추측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레온은 주변의 경악하는 반응과 달리 머리를 바쁘게 굴리고 있었다.
‘흠, 마지막은 이 녀석으로 할까? 아니, 아니야. 얘가 더 나을 것 같은데…….’
어떤 스켈레톤을 마지막 세 번째 오토마톤의 재료로 삼을지,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생각은 무언가 조금 이상했다.
한 가지 의문이 차올랐다.
오토마톤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추측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기 이상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사실 그 답은 간단했다.
그렇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는 지금 당장 사냥에 나가서, 나흘이라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전투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데 오토마톤의 단점은 짧은 최대 소환 지속 시간과 긴 재사용 대기시간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무턱대고 모든 스켈레톤을 시간제한이 있는 오토마톤으로 만들어 놓으면, 오히려 반복되는 전투에서 필요한 소환수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쩝, 그것 덕에 시간제한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짧아. 제대로 쓸 것만 하자.’
그리고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레온은 고민 끝에 결정한 스켈레톤으로 마지막 세 번째 오토마톤을 제작하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 아니, 레온 총대장님.”
“으응?”
완성한 세 번째 오토마톤을 역소환을 하던 레온의 앞에, 아까 전 그가 그토록 찾았던 케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어 있었다.
“왜 그래?”
레온이 지그시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케인이 말을 이었다.
“호출했던 연금술사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벌써?’
레온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정확히 30명의 전투 요원 연금술사들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가 새로운 오토마톤의 제작에 푹 빠져 있던 동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흘러 버렸고, 모든 연금술사들이 복귀를 마친 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레온과 그의 옆에 서 있는 오토마톤들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연금술사들을 레온을 바라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모두 레온이 무아지경으로 오토마톤의 제작을 할 때, 그 과정을 곁에서 모두 직접 지켜본 탓이었다.
“……정말이었다니.”
“눈앞에서 보고도 도저히 믿지를 못하겠어.”
“하악, 저 오토마톤은 정말……. 크고, 아름다워.”
맨 처음 그들은 불려와 놓고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곧 수다쟁이처럼 떠드는 동료 연금술사들에게 레온의 업적을 전해 들었지만,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며 나무랐다.
여태까지 그들 전부가 매달려도 해내지 못한 일이 하루아침에 뚝딱 해결이 되었다니, 단박에 믿는 것이 이상한 것이리라.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오토마톤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자 믿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러던 그때, 칼 같은 자세로 서 있는 연금술사들에게 커티스가 목청을 드높였다.
“돌아오느라 수고 많았다!”
레온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커티스를 향했다.
연금술사들은 한없이 진지한 얼굴을 한 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커티스의 말이 이어졌다.
“그대들에게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임무를 새로이 부여하겠다! 그건 바로…….”
잠시간 말을 아끼던 커티스가 이윽고 뒷말을 덧붙였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그대들은 여기 있는 레온 총대장의 직속 수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커티스의 말이 끝난 순간.
띠링.
띠링.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오오!’
-데빌즈 네스트의 ‘총대장’으로 임명이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명성 40,000이 증가합니다.
레온이 진지한 분위기에서 경망스럽게 씰룩이는 입꼬리의 끝을 힘겹게 붙잡았다.
그러곤 속으로 행복에 겨워하며 생각하였다.
‘이거 말로만 총대장이 아니었구먼! 진짜 총대장이란 직책이 있었나 보지!’
아까 총대장이라는 단어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었는데, 이제 정말 해당하는 직책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흐흐, 이렇게나 빠르게 승진을 해도 되는 것인가요?’
이어 레온은 문득 이 ‘총대장’이라는 직책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차올랐다.
한데 다행히도 계속해서 이어진 커티스의 말이 레온의 의문을 깨끗하게 해결을 해 주었다.
“알다시피 총대장은 나와 동등한 직위!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그대들 모두는 레온 총대장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항명은 결코 허락지 않겠다!”
‘헐!’
레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자신에게 주기로 했던 명령권의 힘이 이 정도로 강력한 것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탓이었다.
이 정도라면 거의 30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한데 놀라운 것은 커티스의 이러한 결정에도 그들 중에 불만을 표출하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레온은 가장 위대한 연금술사라 불리는 엘릭 형제의 비기, 오토마톤을 손에 넣은 자이자, 종교재판소와 모즈구스를 처단한다는 그들의 숙원을 이루게 해 줄 유일한 존재였으니까 말이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커티스가 연금술사들에게 할 말을 모두 끝마쳤는지 레온에게 고개를 획 하고 돌리며 말을 꺼냈다.
“자, 어디든 말만 하게. 그곳이 어디든 우리는 자네를 따르겠네!”
‘어디든이라…….’
그 말을 듣자, 레온이 슬며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곤 자신의 앞날도 모른 채,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는 연금술사들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오싹.
‘왜, 왜 갑자기 오한이 들지?’
‘……몸이 으스스하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온몸이 떨려 오는 것을 느끼는 연금술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