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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208화 (208/332)

# 208

레온의 해석을 칭송하는 연금술사들의 목소리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레온을 얼싸안고 춤이라도 출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러자 레온이 그들에게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한마디 말을 꺼냈다.

“자 자, 여러분,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만 진정하시고 제 말에 다시 집중 좀 해 주세요.”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레온의 말에 연금술사들이 얼굴에 의아함을 드러내었다.

그때 커티스가 그들을 대표해 질문을 건네 왔다.

“으응? 무슨 말이 남았는가? 지금 당장 호문클루스 제작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어진 그의 말에 레온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그에 앞서 해야만 하는 일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두 가지?”

커티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다음 순간, 레온이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 시작했다.

“네, 일단 첫 번째는 제 해석을 최소한으로라도 검증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니까요.”

레온이 그렇게 말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해석이 확실한 것 같기는 했지만, 만일 틀렸다면 이후 엄청난 시간 낭비와 헛고생을 해야 할 터였기 때문이었다.

레온의 말에 연금술사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쩝, 해석이 너무 절묘해서 검증이 딱히 필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레온 님 말대로 확실히 해 두는 편이 좋기는 하지. 호문클루스는 우리에게 가장 중대한 사안인데 그걸 허투루 처리할 순 없지.”

그러던 그때, 커티스가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레온에게 질문을 건넸다.

“최소한의 검증이라……. 혹시 생각해 둔 것이 있는가?”

그의 말이 끝나자, 레온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먼저 의도적으로 하위 버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호문클루스의 하위 버전?

연금술사들의 얼굴이 동시에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단 그중 한 명, 커티스만이 레온의 의도를 깨닫고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오호! 낮은 스펙의 주재료로 다운 그레이드를 시도해 보자는 거군. 그래, 만일 자네의 추측이 맞는다면 그 실험의 결과로 호문클루스는 아니더라도 분명 특별한 반응이 일어날 테니 말일세!”

커티스의 말에 연금술사들이 모두 ‘아!’ 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에 레온은 커티스를 바라보며, ‘머리가 굴러가는 놈이 하나는 있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네, 맞습니다.”

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 커티스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고조된 톤으로 말을 꺼냈다.

“그럼 기다릴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바로 진행하도록 합세!”

커티스의 말에 모든 연금술사들이 사탕을 바라는 아이 같은 눈빛으로 레온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그러자 레온이 얼굴을 굳히며 말을 꺼내었다.

“흠, 저도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하고 싶기는 한데 말입니다…….”

레온이 말을 끝마치며 무언가 답답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기까지 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커티스가 말을 건넸다.

“으응? 왜 그러는가, 무슨 문제가 있나?”

그러자 그 찰나의 순간, 레온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감돌다가 사라졌다.

레온이 ‘휴’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꺼냈다.

“제가 제작도는 있는데 아직 수중에 제 소유의 기어 골렘이 없어서…….”

그랬다. 레온은 이 중요한 순간에 자신이 아직 기어 골렘이 없음을 연금술사들에게 어필했던 것이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남의 기어 골렘에다가 내 값진 스켈레톤과 영혼을 실험할 수는 없지, 암.’

그리고 다음 순간, 눈앞의 상황이 레온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게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곧바로 커티스가 하도 바깥이 시끌벅적하자 연구실에서 나와 본 케인에게 강렬한 눈빛을 쏘아 내며 윽박을 질러 댔다.

“케인, 자네 지금 무엇 하나! 얼른 재료실로 가서 냉큼 기어 골렘을 만들 재료들을 깡그리 준비해 오지 않고!”

“아, 아. 네! 알겠습니다.”

커티스의 불호령에 깜짝 놀란 케인은 무슨 난리인지 이해도 못 한 채, 명령에 따라 후다닥 재료실을 향해 달려갔다.

속으로 ‘이런 망할, 왜 갑자기 다들 나만 가지고 난리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흐흐, 이거 자동으로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을 넙죽넙죽 가져다주는구만.’

한데 이럴 수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일전에 포탑을 처음 만들었을 때처럼, 기어 골렘을 만드는 일도 재료를 얻는 노가다를 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퀘스트 보상으로 얻었던 ‘기어 골렘 제작도’에는 필요한 재료들이 엄청나게 많이 적혀 있었다.

한데 레온은 그 귀찮은 과정을 말 한마디로 NPC에게 전가시키며 해결해 버린 것이다.

레온은 정말 손 안 대고 코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달려왔는지 거친 호흡을 하고 있는 케인이 양팔 가득 재료들을 한아름 담은 채 돌아왔다.

“허억, 헉. 다 가져왔습니다.”

재료들을 스윽, 훑어본 레온이 커티스를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맘대로 쓰라는 것이리라.

레온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표하고는 재료 아이템들을 모두 자신의 인벤토리에 수거하였다.

“기어 골렘 제작.”

그러곤 곧바로 자신의 기어 골렘을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띠링. 띠링.

곧이어 귓전에 연달아 효과음이 들려왔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어 골렘 제작도를 사용합니다.

-필수 재료들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선택이 완료되었습니다.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기어 골렘의 제작을 시작합니다.

우우우웅-! 철컹철컹-! 철커덕! 철커덕!

온갖 기계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레온의 몸이 마치 다른 무언가가 깃든 것처럼 제 맘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의 두 손이 바쁘게 품속의 재료템들을 하나하나 조합하고 끼워 넣기 시작했다.

이윽고 잠시 후.

‘됐다!’

레온이 제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축하합니다.

-기어 골렘이 완성되었습니다.

그의 눈앞에 강대한 외견을 자랑하는 강철의 골렘이 당당히 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상세 정보!’

레온은 곧바로 자신의 기어 골렘의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기어 골렘 / (이름을 지정해 주십시오.)]

레벨 100 / 기어 골렘

힘 900 민첩 720

지혜 0 체력 1400

생명력 111,200 마력 0

보유 스킬

1. 개틀링 런쳐

2. 기간틱 대시

3. 오토 리페어(패시브)

4. 마력 저항 LV 1(패시브)

연금술사가 호신을 위해 만들어 낸 자율 행동 병기.

외형은 비슷하지만, 마법사들의 골렘과는 완전히 질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접근전에 특화되어 있으며, 마법 저항력이 특히 높아 마법사와의 전투에서 크게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처럼 머리와 몸통이 붙어 있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개조를 통해 전혀 다른 형태로 변형시킬 수도 있다.

-기어 골렘의 최초 레벨은 제작한 연금술사의 레벨에 따라 정해집니다.

-기어 골렘은 단 한 기체만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상세 정보를 훑어 내려가던 레온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처음 레벨이 100부터 시작이네?’

높은 스텟도 스텟이었지만, 시작 레벨이 1이 아닌 100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기어 골렘은 제작할 때의 내 레벨에 따라 최초 레벨이 정해지나 보군.’

곧이어 레온은 상세 설명의 가장 아래에 적혀 있는 부분을 읽어 보고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위이잉.

레온은 살갑게 들리는 기계음을 내는 자신의 기어 골렘을 손으로 매만지고는 녀석의 이름을 지정해 주었다.

“네 이름은 ‘토니 1’이다.”

그렇게 기어 골렘의 제작이 완료되고 난 후, ‘스윽’ 하고 레온이 커티스와 연금술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마치 산타클로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기대감이 잔뜩 부푼 얼굴로 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이 아재들 그만 간 떨리게 해 줘 볼까.’

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커티스가 말을 꺼내었다.

“이제 시작해 보겠나?”

그에 고개를 끄덕인 레온이 대망의 작업을 시작하였다.

“소환, 피르호크.”

그 첫걸음은 피르호크를 소환하는 것이었다.

미리 소환을 해 두었던 마루는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 주재료들의 조합이 스켈레톤에게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피르호크의 레벨이 몇이었더라?’

레온은 소환진에서 나타난 피르호크를 토니 1의 옆에 세워 놓고는 오랜만에 녀석의 레벨과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피르호크 +4]

레벨 168 / 한계 레벨 180

분류 : 언데드

등급 : 희귀

힘 620 민첩 1,320

지혜 560 체력 580

생명력 51,200 마력 43,350

보유 스킬

1. 공중날기

2. 질풍날개

3. 브레이브 버드

4. 윈드 커터

희귀 등급이라 그런지, 민첩 스텟을 제외하고는 능력치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쩝, 그래도 뭐 168이면 나쁘지 않지.’

그렇게 생각한 레온은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영혼 빙의, 흉몽마 나이트메어.”

[흉몽마(凶夢馬) 나이트메어]

등급 : 3성.

나이트메어는 인간들의 꿈속을 드나들며 그 꿈의 내용을 악몽으로 만들기 좋아하는 마물이다.

대상의 가장 끔찍한 경험을 재생시키는 힘에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어, 현실에서 죽음에 이르게까지 만든다.

보유 영력 :

1. 강제 수면 (유저 / 소환수)

-몬스터에게 사용 시, 20% 확률로 30초간 강제로 수면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반투명한 형태의 섬뜩한 염소 눈을 하고 있는 거대한 흑마가 나타났다.

그러곤 수증기처럼 변화하더니 피르호크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오, 저것이 바로.”

“대단하군, 대단해.”

그에 연금술사들의 열띤 반응들이 이어졌다.

박수를 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제 그들은 한 가지 의문만을 레온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건 바로, 이제 영혼이 빙의된 소환수와 기어 골렘을 어떻게 조합시킬 것이냐는 것이었다.

그 순간, 레온은 속으로 그 해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강철의 외투를 입을 때라고 했지. 좋아, 그 말 그대로 따라가 보자고!’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우드드득! 콰드드득!

공간에 무언가가 박살이 나는 듯한 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엇, 뭐 하는 겐가?”

“저, 저러면 기어 골렘이 완전히 힘을 잃을 터인데?”

그리고 당황에 찬 연금술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모든 것은 갑작스런 레온의 행동 때문이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후우, 다 됐다.”

레온이 기어 골렘의 흉부 파트를 완력으로 강제로 뜯어내어 버렸던 것이었다.

수술실에 개복된 환자처럼 기어 골렘이 변해 있었다.

-지이이잉, 파괴율 38%. 신체 능력이 대폭으로 하락합니다.

귓전으로 들려오는 기계음을 무시하며, 레온이 고개를 돌려 피르호크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곤 움찔하는 피르호크에게 손가락으로 기어 골렘의 열려 있는 흉부를 가리키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야, 뭐 해, 얼른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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