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06화 (206/332)

# 206

레온의 승리를 알리는 사회자의 커다란 목소리가 경기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에 그저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관중들이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곧이어 관중들이 닫혀 있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보면 몰라? 저 자식이 지금까지 감쪽같이 우리를 속이고 있었던 거지.”

“아니, 그건 아는데.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황동 등급이 수정 등급을 이기냐고. 게다가 완전 압도적으로 이겼잖아.”

“쯔쯔, 딱 보면 사이즈 나오는구먼. 둘 중 하나 아니겠어? 히든 직업을 가지고 있든가, 아니면 저 대낫이 초레어 아이템이든가 말이지.”

“……네 말대로 진짜 그렇겠네. 와, 저놈 연기력 보소. 저 정도면 칸 가야 되는 거 아니냐.”

“크윽, 두 사람 다 시끄럽고, 제에 강물 따뜻한지나 알아봐…… 나 지금 전 재산 날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간에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나자.

우와아아아!

곧이어 콜로세움 전체를 커다랗게 진동시키는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자식, 대단한데! 요태까지 나를 속인 고야?”

“콜로세움의 사신이다, 사신!”

“사신? 사과 좋아하니?”

레온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지니고 있던 대부분의 관중이 레온의 숨겨져 있던 본 실력이 드러나자, 한순간에 태세 변환이 되어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마치 영화의 결말에서 충격적인 반전을 보았을 때처럼, 레온의 압도적인 실력에 짜릿함을 느꼈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조용히 그런 관중석들을 스윽, 하고 훑어보았다.

그러곤 슬며시 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도 사람인지라 계속 야유만 들으며 싸우는 것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는데.

이제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라 예상이 되었던 것이었다.

레온이 이번 경기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낸 것은 전혀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이제 약자 코스프레로 벌 수 있는 돈은 다 벌었고, 수정 등급 이상의 유저들은 실수를 유도하는 정도로는 잡을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완전히 백 퍼센트 공개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는 스켈레톤들은 여전히 숨겨 두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아오, 쓰라려.”

레온이 창날이 뚫고 갔던 어깨의 상처에 포션을 들이부었다.

그러자 빠르게 상처가 재생이 되기 시작했다.

‘호오, 효력이 상당히 좋네.’

그가 일반 포션보다 훨씬 뛰어난 효력에 탄성을 내뱉었다.

이 포션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포션이 아니었다.

‘연금술사들이 만든 포션이 진짜 다르긴 다르네.’

그랬다. 미리 데빌즈 네스트에서 연금술사들이 직접 만든 포션 몇 개를 품에 숨겨 넣어서 왔었던 것이다.

그러던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그에게 꿀을 선사해 줄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건 바로 ‘후후, 이거 양산해서 팔면 제법 돈이 되겠는데?’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레온의 개인 노예, 케인의 작업량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었다.

‘흠, 다음 상대는 분명히 백금 등급의 유저겠지.’

아무튼 그렇게 레온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함성 소리를 즐기며 다음 상대를 예상하고 있던 그때.

띠링.

띠링.

그의 귓전에 드디어 기다리던 효과음이 들려왔다.

-축하합니다. 32강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16강전에 참전하시겠습니까?

-(Y) or (N)

‘호오?’

메시지의 내용을 바라보는 레온의 표정에 흥미롭다는 감정이 떠올랐다.

이전까지는 상대를 죽이거나 자신이 사망하지 않는 이상 중도 포기가 불가능했지만, 16강에 진출하니 그 부분에서 조정이 있었던 탓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지금 여기서 중도 하차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곧장 Y 선택지를 클릭했다.

“오오!”

그러자 이어 그의 탄성을 부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혈석 토너먼트 32강전 승리 보상으로 지명도 55,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상대와의 등급 격차 보너스 추가 지명도 30,000을 획득합니다.

내용을 보아하니, 레온이 그렇게 좋아할 만도 해 보였다.

32강전.

그가 확실히 높이 올라오기는 했는가 보았다.

‘8만 5천? 개쩐다!’

승리로 8만 5천이라는 엄청난 양의 지명도가 그의 손에 떨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순조롭게 퀘스트의 성공을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순간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며 반짝였다.

‘이제 앞으로 한 놈만 더 이기면 8강이다!’

그러던 그때, 진동음과 함께 레온의 몸이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익숙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보상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 * *

“32강전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이때까지와 마찬가지로 선택하신 품목을 저에게 가져와 주시면 됩니다.”

곧이어 보상의 방으로 이동하자, 이전과 동일한 병사 NPC가 말을 건네 왔다.

똑같은 내부 공간이었지만, 그 속에 완전히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흐흐, 대박이로구나!”

그건 바로, 놓여 있는 보상 아이템들의 질과 양이 말도 안 되게 좋아져 있다는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탐욕이 가득 차올라 있는 눈으로 아이템들을 매만지며 이어 말했다.

“와, 이거 거의 다가 유일 등급이네. 미쳤다, 미쳤어.”

제대로 골라서 경매장에 가져다 팔면 또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 더 넓은 자취방으로 옮기는 건 문제도 아니겠어.’

순간 그는 속으로 이번 암흑투기장이 정말 자신에게는 꿀 같은 콘텐츠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레온은 그 후 곧장 아이템들 전부를 샅샅이 다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장의 반응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온은 크게 안타까워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첫 예선전 말고는 인장의 반응이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레온은 곧바로 노선을 변경하였다.

‘최대한 비싸게 팔 수 있는 걸로 고르자!’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레온이 아이템의 예상 가격을 꼼꼼히 따진 후에 하나를 선정하였다.

[다크 엘프의 신비한 장궁]

분류 : 활

등급 : 유일

내구도 : 5,200/5,200

공격력 : 220

엘프들과의 전쟁으로 대륙에서 마계로 쫓겨 간 다크 엘프들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장궁.

이전에 사용했던 다크 엘프가 죽음을 맞이하며 사악한 원념을 남겨 놓아, 장궁에서 사이한 기운이 맴돌고 있다.

-원거리 공격 속도 20% 상승

-이동 속도 25% 증가

-모든 궁수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 10% 감소

-보유 시, 모든 다크 엘프의 친밀도 50 상승

“이걸로 할게.”

“네, 알겠습니다.”

아이템을 건네받은 병사가 인계 절차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온은 속으로 이후의 계획을 떠올렸다.

‘이제 얼른 가서 호문클루스 제작 작업을 제대로 진행시켜 볼까.’

한데 그때, 병사가 레온에게 전혀 생각지 않은 말을 꺼냈다.

“네,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동안 콜로세움의 영웅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16강 이후부터는 도중에 쉬는 시간이 없이 연전으로 빠르게 진행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보상의 방으로 이동이 되지 않습니다.”

보상의 방으로의 이동이 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전한 것이었다.

레온이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며 대답했다.

“……아, 정말? 보상은 이게 끝이야?”

하지만 레온의 말에 병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제 경기를 승리로 끝낼 때마다 보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곧바로 주어집니다.”

그 말을 듣자 레온은 보상이 끝이라는 소리는 아니구나, 하며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병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하나 떠올랐다.

[암흑투기장 단계별 보상 품목]

16강 : ‘비셔스 클로’, ‘무한돌격의 스피어’, (……중략……)

8강 : ‘새크리파이스 스태프’, ‘푸른 영룡, 카드’, (……중략……)

준결승 : ‘데드 사일런스, 스킬북’, ‘황혼의 목걸이’, (……중략……)

결승 : 알 수 없음

-각 경기를 승리할 시, 보상품을 선택할 기회를 부여합니다.

‘오오!’

아이템을 클릭하자, 상세 정보를 미리 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보상 아이템의 값어치는 더욱 올라가 있었다.

한데 레온이 신이 나서 아이템들을 둘러보던 그때.

“어엇!”

갑작스레 레온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는 아이템 중 하나의 이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보상 품목에 적혀 있는 것들 중에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끼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그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와, 이렇게 우연히 찾아내게 되다니. 생각도 못 했네. 흐흐, 이게 웬 떡이야. 완전 꿩 먹고 알 먹고구나.’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곤 잠시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머릿속으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건 바로.

‘……흠, 이거 이후의 토너먼트의 방향성에 조정이 불가피하겠는데.’

라는 것이었다.

* * *

그로부터 잠시 후.

보상의 방을 빠져나온 레온은 빠르게 처음 샴발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마차 대여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보상의 방에서 빠져나올 때, 병사에게 마지막으로 들었던 정보가 떠오르고 있었다.

-16강전은 나흘 후에 열립니다.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이들의 32강전이 끝날 때까지, 레온에게 나흘이란 대기 시간이 주어졌던 것이었다.

이전과 비교하면 꽤나 길어진 대기시간이었다.

아무래도 16강전부터는 연전으로 쉬는 시간 없이 이어진다고 하더니, 그 전에 마지막으로 대기시간을 상당히 길게 내어 준 것 같았다.

평상시였다면 왜 이리 길게 주냐고 불평을 털어놓았을 레온이었지만.

‘나야 고마울 따름이지.’

오히려 지금은 그 결정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나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이 시간 내에 어떻게든 호문클루스 제작 작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겠어!’

그는 데빌즈 네스트의 연금술사들과 함께 본 드래곤에 필적할지 모르는 미지의 소환수.

호문클루스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예측과 가설에 불가하기는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창조했던 직업들의 힘을 발휘한다면 분명히 가능성이 있어.’

그러던 그때, 이전에 들어갔었던 마차를 찾아낸 레온이 망설임 없이 마차 안으로 들어섰다.

슈욱.

다음 순간, 그의 몸이 마차의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데빌즈 네스트의 일원이 되며 받았던 증표가 품에 있었기에, 혼자서도 입구를 통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32강전 경기 자체도 빠르게 끝을 내 버렸기 때문에, 아직 입구가 다른 곳으로 바뀌지 않아 있었다.

처척.

그렇게 일전과 달리 자연스럽게 땅바닥에 착지한 레온은.

파바바밧!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해!’

곧이어 자신이 낼 수 있는 전속력을 발휘해, 커티스와 케인이 자리하고 있는 데빌즈 네스트의 본단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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