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05화 (205/332)

# 205

‘흐흐, 쉬어 가는 판이네.’

창술사 루키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상황을 보니 그럴 만도 해 보였다.

현재 그의 레벨은 무려 199.

1레벨만 더 올리면 백금 등급이었는데 반해, 적은 최하 등급인 황동 등급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정 등급 암흑투기장의 우승자 보상 퀘스트를 깨느라 레벨 업을 못 했지만 나야 백금 등급이나 마찬가지지.’

그는 스스로 백금 등급의 참가자들의 실력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 루키노가 레온을 바라보며 얼굴에 비웃음을 떠올렸다.

무표정하게 있으니 상대의 험상궂은 얼굴이 더욱 강렬해져 있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기세에 압도당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으로 보여 우스울 지경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혈석 토너먼트, 32강전! 첫 무대! 드디어 시작하겠습니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챙!

채챙!

두 사람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며 요란한 쇳소리를 만들었다.

우아아아!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의 함성이 쏟아졌다.

“루키노! 빠르게 끝내자!”

“저딴 운빨 녀석은 얼른 쓰러뜨려 버리라고!”

“그래, 저 자식 때문에 날린 돈만 생각하면 내가 죽이고 싶다고!”

하지만 대부분 응원은 루키노에게 치중되어 있었다.

지켜보는 이가 어이가 없어질 경기 내용을 보여 주었던 레온에 비해, 루키노는 매번 압도적인 실력으로 승리해 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레온이 타 팀의 홈구장에 원정 경기를 하러 온 선수가 된 것 같았다.

처척.

순간 루키노가 유일 등급을 자랑하는 자신의 창을 꼬나 쥔 채, 한 발을 앞으로 슬쩍 내밀며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관중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 약간은 흥분을 할 법도 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레온과 상대했던 다른 상대와 달리 마구잡이로 달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과 마찬가지로 전투를 치를 준비를 끝낸 레온을 위아래로 상세히 훑을 뿐이었다.

그는 일단 먼저 상대의 아이템을 파악했다.

황동 등급이라면 실력은 그저 그럴 것이 뻔할 터.

그렇다면 혹시 모를 위험성을 지닌 레어 아이템이라도 가지고 있을지 살펴보려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의심은 금세 해소되었다.

아무리 보아도 특별해 보이는 물건이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었다.

‘무기는 평범한 장검. 등급은…… 높게 쳐주어도 희귀 정도인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은 외견이 화려할수록 아이템의 등급이 높기 마련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레온의 검은 낙제점이었다.

외형이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었다.

‘쩝, 저주 캐인가? 템들이 왜 다 저 모양이야.’

하지만 그런 그의 추측은 완전히 틀려 있었다.

레온의 검은 미리 형태 변화를 걸어 놓았기 때문이었으니까.

그러던 다음 순간.

파바밧!

모든 파악을 끝낸 루키노가 빛살 같은 빠르기로 레온에게 달려들었다.

그에 레온은 가만히 자리에 선 채,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키노가 코웃음을 치며 크게 소리쳤다.

“너 따위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쐐애액!

촤아악!

몇 걸음 뛰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의 창날이 파공성을 만들며 레온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루키노의 창이 사정거리가 매우 길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채챙! 챙!

엄청난 빠르기의 맹공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레온은 검을 들어 공격들을 겨우겨우 간발의 차로 막아 내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완전히 루키노가 레온을 몰아붙이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러자 루키노가 혀를 차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무리 살펴도 별 볼 일 없는 놈이군. 쯔쯔, 전에 상대했던 놈들은 얼마나 방심을 했었던 거야.’

라고 말이었다.

공세가 이어지자, 레온의 몸에 생채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한데 그 이상한 점이 있었다.

멍한 눈빛의 레온이 무언가 전투에 영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차지드 스피어!”

우우웅!

두두두!

루키노가 한 방에 끝내 버리겠다는 기세로 스킬을 시전하였다.

그가 두 손으로 창을 꽉 움켜쥔 채, 벌리고 있던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맹수처럼 레온에게 돌격하고 있었다.

그러자 레온이 조그맣게 입을 달싹였다.

“성질 변화, 유리.”

미끄덩.

‘이건?’

이어진 다음 순간, 루키노가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발이 미끄러지며 몸이 휘청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관중이 제 이마를 짚으며 화를 쏟아 내었다.

“아, 또야!”

“아니, 저놈을 상대하는 놈들은 죄다 신발에 기름칠이라도 하고 들어가는 거야?”

……하지만.

그 이후에 펼쳐진 루키노의 대처는 이전에 상대했던 이들과 전혀 달랐다.

핑그르르!

오히려 미끄러진 힘을 한껏 활용하여, 도리어 창에 회전력을 가미해 레온에게 쏟아부은 것이었다.

강렬한 위력을 담은 창날이 레온을 향했다.

촤아악!

푸우욱!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창날이 레온의 어깨를 깊숙이 찌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관중의 함성이 다시금 쏟아졌다.

“오오!”

“여윽시 루키노다!”

한데 공격을 성공해 낸 그는 공격을 이어 가지 않고, 뒤로 몸을 빼었다.

스윽.

그러곤 슬며시 자신이 미끄러졌던 바닥을 발로 비벼 보았다.

그렇게 바닥이 이상하게 변화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레온에게 경멸의 어조로 말을 꺼내었다.

“이런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던 거였나. 비겁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군. 꼭, 실력이 없는 놈들이 이런 개수작에 의존하지.”

그러나 레온은 그런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공격이 적중당한 어깨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흐리멍덩하던 것에서 어느새 평상시의 냉철함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던 그때, 그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하, 안 되겠다. 빨리 끝내고 얼른 작업하러 가야겠어. 도저히 집중이 안 되네.”

그랬다. 레온이 지금까지 무표정에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호문클루스를 만들 작업에 모든 신경이 쏟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의 황당한 말을 들은 루키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라는 거야, 저 자식.’

하지만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은 빠르게 끝낸다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려는 듯, 한 가지 스킬을 사용하였다.

“소울 슬롯.”

띠로롱.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경쾌한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그의 눈앞에 반투명한 삐에로가 나타났다.

-소울 슬롯을 발동하였습니다.

-1,000 소울코인을 소모합니다.

루키노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다다다!

“허튼수작 마라!”

그러자 그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레온에게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레온은 재빨리 삐에로의 레버를 당겼다.

띠링.

띠링.

띠링.

-축하합니다. 번호를 일치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6번 지정 스킬, ‘사일런트 왈츠’가 발동됩니다.

슈우웅!

순식간에 레온의 검이 루키노의 창만큼이나 거대한 대낫의 형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루키노뿐 아니라, 관중도 놀란 반응을 쏟아 내었다.

“어어! 무기를 바꿨다.”

“어라? 내가 잘못 본 건가? 검이 변화되는 거 같던데.”

“맞아, 나도 봤어. 와, 변신이 되는 검이라니. 딱 봐도 등급이 엄청날 거 같은데.”

“……운빨 다음은 템빨이야?”

그러던 그때.

무쇠 창과 사신의 낫이 맞부딪쳤다.

쨍, 하며 푸른 불똥이 높게 튀어 올랐다.

방어에 치중하던 것과 달리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크윽!”

루키노가 신음성을 토해 내며, 뒷걸음질을 쳤던 것이었다.

오히려 루키노가 밀리는 상황이 펼쳐지자, 관중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실화야?”

“……아니.”

“아, 안 돼, 전 재산 베팅했다고!”

“낫 하나 꺼낸 걸로 난리 치긴. 봐 봐, 이제 루키노가 가볍게 제압할 테니까.”

“그, 그렇지?”

하지만 그런 관중의 예상과 달리 루키노의 두 팔은 후들후들 떨려 오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그는 자신이 감당하기에 힘겨울 정도로 묵직한 상대의 힘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다.

한데 그가 그렇게 느낄 만도 하였다.

-본래 무기의 450%에 해당하는 공격력이 적용됩니다.

사일런트 왈츠 스킬의 효과로 인해, 흑염룡의 거태도의 공격력이 엄청나게 배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염룡의 거태도의 본래 공격력은 1,660이었다.

한데 그것의 450퍼센트였으니, 무려 7,470이라는 무지막지한 공격력이 적용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투콰아아!

째쟁!

순간 루키노가 이를 악물며 속으로 생각했다.

‘으윽, 내 착각인가. 버티면 버틸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는데…….’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유저, 인간형 몬스터 공격 시 30%의 추가 피해 부여.

-같은 대상에게 공격을 중첩할수록 1회에 10%씩, 공격력 최대 300%까지 증가.

이번에는 흑염룡의 거태도가 지니고 있는 고유 능력이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공방이 반복될수록, 레온의 공격력이 끝을 모르고 증대되고 있었다.

어느새 루키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등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이대로는 답도 없어.’

“……파공섬전창!”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그가 백금 등급의 유저를 상대할 때 선보이려 하였던 자신의 비장의 스킬을 시전하였다.

쿠과가가!

엄청난 기운이 창날 끝에 회오리처럼 감돌기 시작하였다.

“흐아아앗!”

딱 보아도 엄청난 파괴력을 담고 있는 창이 레온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레온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이 그저 똑같이 반격을 가할 뿐이었다.

쐐애애액!

그의 대낫이 횡자로 길게 베어지며, 참격을 쏟아 내었다.

그렇게 두 스킬이 맞부딪쳤고.

쿠콰아아앙!

콰가강!

경기장에 고막을 울리는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충격에 경기장 바닥이 폭발하며 엄청난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싸아-.

먼지 구름이 걷히고 난 뒤, 콜로세움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관중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결과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었다.

경기장 위에는 오로지 레온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루키노는 스킬의 위력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스윽.

그 정적 속에서 레온이 슬며시 사회자를 바라보았다.

얼른 결과 선언을 안 하느냐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헙.”

그러자 어리둥절하고 있던 사회자가 헛바람을 들이켰다가, 이내 결과 선언을 이어 갔다.

“추, 축하합니다! 32강전의 승자는 리온 님입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레온의 귓전에 연이어 효과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호오.”

나이저는 어느새 자리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레온의 경기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사회자가 레온의 승리를 알리자, 그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속으로 생각했다.

‘무기의 힘이라고 해도 전투 센스가 상당히 뛰어나. 괜찮은 재목인데.’

스윽.

그가 옆에 두었던 종이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왔다.

그러곤 펜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은 이러했다.

[영입 인재 보고서]

1. 리온

-타고난 격투 센스.

-자신의 힘을 숨길 줄 아는 현명함.

-32강전부터 눈에 띠는 활약을 보여 줌, 16강전을 주목해 보아야 할 듯.

사실 16강전에 들어온다고 해서 모두가 기사단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레벨만 높다고 해서 모두가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저에게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된 이상, 레온이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을 확률은 더욱 높아져 있었다.

보고서의 작성을 끝마친 나이저는 레온이 보상의 방으로 이동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나이저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후후, 재밌는 녀석이군. 잘 키우기만 하면 기사단에 큰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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