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02화 (202/332)

# 202

“조, 조수라니. 제가 말입니까?”

“그럼 여기에 케인이 자네 말고 또 있나?”

케인이 당혹스러워했다.

고위 연금술사를 초보 연금술사가 조수로서 도우며 배우는 일은 있어도, 이렇게 역할이 반전되는 경우는 없었던 것이었다.

“레온이 원하는 일은 어떤 것이든 돕게.”

게다가 조수는 연구를 할 때 돕는 것이 기본적인 반해 커티스가 원하는 것은 거의 몸종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는 듯했다.

케인이 어버버, 하며 한마디 말을 못 한 채, 그저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커티스의 말은 더욱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레온에게서 조금이라도 자네가 허투루 가르친다던가, 자네의 태도가 불편하다는 말이 나온다면 내 친히 자네를 엄벌하겠네.”

그의 말에 일순간 케인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레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송구하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연기에 지나지 않았다.

‘호오. 이게 웬 떡이야?’

숙여진 보이지 않는 얼굴에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레온이 흡사 악마의 그것과 같은 눈빛을 일렁이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직까지 골렘에게 맞은 부위가 욱신거린다, 이 자식아. 맹세하건대 눈물도 안 나올 때까지 단물을 쪽쪽 빨아 주마.’

케인, 그에게 지옥문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그렇게 뜻밖에 자신 전용의 노예, 아니 조수를 얻게 된 레온이 사악한 계획을 머릿속에서 짜고 있던 그때.

띠링.

띠링.

좋은 일은 몰려서 온다고 했던가.

그의 귓전에 새로운 메시지의 등장을 알리는 경쾌한 효과음이 또다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와, 이거 무슨 오늘 날인가?’

그러자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내용을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획득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칭호 ‘고결한 연금술사’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 대한 커티스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고결한 연금술사]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오로지 동료들을 위해 희생을 자처한 연금술사만이 얻을 수 있다는 칭호.

이 칭호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연금술사들은 당신의 등 뒤에 후광이 감도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장착 시, 연금술사 NPC의 호감도 150% 상승

-장착 시, 모든 연금술 스킬의 숙련도 30% 추가 상승

-장착 시, 모든 연금술 재료 획득 확률 10% 증가

‘좋았어!’

레온은 제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오로지 세 치 혀의 힘으로 숨겨져 있던 획득 조건을 달성하여, 오랜만에 상당히 뛰어난 칭호를 손에 넣게 된 것이었다.

순간 크게 만족한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흐흐, 이런 면에서 보면 진짜 게임성이 대단하단 말이야.’

다른 연금술사들에게 암흑성국의 내부 정보를 내어주기 위해, 사지로 걸어 들어간다.

짧은 순간에 생각해 낸 생각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꽤나 괜찮은 스토리였다.

커티스는 레온이 스승의 유언을 받들어 그들의 원수인 기사단에 들어가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하자, 엄청나게 감동한 표정이었다.

한데 그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왜냐하면 사실 레온이 하겠다는 일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이었으니까 말이었다.

기사단원 혹은 이단 심문관에게 걸리면, 그 즉시 즉결 사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온은 별로 아무렇지 않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물론 사망 페널티는 뼈아프긴 하지만 어차피 그는 마몬의 사도 퀘스트를 위해 기사단에 들어가야 하지 않던가.

‘어차피 해야 되는 일로 생색을 낼 수 있으니, 나야 좋은 일이지.’

한데 그때였다.

영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케인을 노려보고 있던 커티스가 정반대의 온화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레온 군.”

어느새 그는 레온을 부를 때, ‘군’을 붙이고 있었다.

그에 레온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 네, 커티스 님. 말씀하세요.”

그러자 커티스가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흠, 지금껏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자네에게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네.”

‘뭐지?’

순간 레온은 속으로 의문이 차올랐다.

“……제안이라면 어떤?”

“자네가 그렇게 막중한 임무를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해내려 하고 있는데. 같은 연금술의 길을 걷는 동지로서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나는 우리가 뒤에서 자네를 확실히 서포트를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오호.’

뒤에서 확실하게 서포트를 해 준다.

커티스의 그 말에 레온의 눈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생각지도 않은 큰 도움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었다.

다음 순간, 커티스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데빌즈 네스트는 나의 사적인 단체가 아니네. 그래서 외부인을 돕는 데에는 그 한계가 따를 수 있네.”

‘으응? 이거 혹시?’

거기까지 말을 하고 난 커티스가 잠시 말을 아꼈다.

한데 그 순간, 레온의 두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 흐름은 한 가지를 예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저, 혹시 그 말씀은?”

레온이 슬며시 말을 꺼낸 그때.

그가 기대하던 말이 커티스의 입에서 들려왔다.

“레온 군, 우리 데빌즈 네스트에 들어오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리고 커티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레온의 눈앞에 선택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비밀 결사, ‘데빌즈 네스트’의 입단을 권유받았습니다.

-입단하시겠습니까?

-(Y) or (N)

두 선택지를 지그시 바라보던 레온이 이내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서 선택은 하나뿐이지.’

라고 말이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네! 좋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지 고민하던 것이 상대방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니, 이게 웬 떡인가 싶은 레온이었다.

-비밀 결사, ‘데빌즈 네스트’의 정식 일원이 되었습니다.

-명성이 15,000 증가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증가하였습니다.

-‘데빌즈 네스트의 표식’을 획득하였습니다.

레온이 흔쾌히 그들의 일원이 되기로 결정하자, 커티스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오, 잘 생각했네.”

“생각할 것도 없지요. 제가 어떻게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를 거부하겠습니까.”

감격하여 가슴이 벅차 하는 연기를 하며, 레온이 커티스에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커티스가 대답하였다.

“참으로 좋은 선택을 한 걸세, 레온 군. 자네가 이후 기사단에 성공적으로 잠입할 수 있도록. 또한 잠입하고 나서도 그 속에서 안전하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네.”

‘크으.’

그의 예뻐 죽겠는 내용의 말에 레온은 커티스의 얼굴에 대고 두 엄지를 치켜세우고 싶은 충동이 차올랐지만 겨우 참아 내었다.

커티스의 말이 이어졌다.

“흠, 그런데 혹시 자네의 스승님께 우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들었는가?”

있지도 않은 스승이 어떻게 말을 해 주었다고 해야 할까, 살짝 당황한 레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딱 그것을 말하려던 때에 돌아가셔서. 크흑.”

“아이고, 그랬는가. 미안하네.”

이내 잘 수습하여 넘겼다.

“흠, 그럼 내가 간단히 설명을 해 주겠네.”

그러자 커티스의 데빌즈 네스트에 대한 일장 연설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레온은 이 단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따위의 내용들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네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꽤나 오랜 시간 그런 행동이 반복되다가, 마침내 마지막 주제에 도달하였다.

“……그럼 이제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최종목표만 일러 주면 되겠군.”

레온이 순간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생각했다.

‘뭔 놈의 단체장 NPC들은 죄다 설명충인 거야.’

한데 그때였다.

커티스는 단번에 말을 않고 뜸을 들였다.

그에 레온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무게를 잡아.’

라고 생각했지만.

마침내 커티스가 내뱉은 말을 들은 레온은 그가 어째서 쉽사리 자신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레온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미, 미친 거 아냐, 이놈들?’

……커티스가 한 말은 이러했다.

“우리의 목표는 최고위 이단 심문관 모즈구스를 처단하고, 제에의 종교재판소를 불태우는 것이네.”

[복수는 우리의 것 / (직업)]

모즈구스가 최고위 이단 심문관의 자리에 오르자 연금술사들의 피해는 더욱 막심해졌다.

그가 연금술사들을 가장 최악의 이교도라고 선언한 후, 더욱 잔인하게 박해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연금술사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처참한 꼴을 당해야 했다.

그런 끔찍한 참상이 계속되자, 데빌즈 네스트의 일원들은 함께 목숨을 걸고 이룰 목표를 정하였다.

그건 바로 가만히 있던 자신들을 괴롭히고, 가족들까지 빼앗아 간 모즈구스를 처단하고, 종교재판소를 파괴하는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조건 : 데빌즈 네스트의 일원

퀘스트 보상 : 데빌즈 네스트의 차기 수장, 알 수 없음

-직업 퀘스트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까지도 설마 했던 레온이었지만, 이내 퀘스트 창에 정확하게 활자로 커티스의 말이 적혀 나오자 그제야 체념을 하고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고위 이단 심문관이란 모든 이단 심문관들의 총책임자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 자를 해치우고, 도시 내부에 떡하니 있는 종교재판소를 파괴하라니.

이건 정말 차원이 다른 난이도의 퀘스트이지 않은가.

순간 레온은 머리가 하얗게 되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럼 기사단장도 죽이고 동시에 이단 심문관도 죽여야 하는 거야?’

어쩌다보니 제에에 자리하고 있는 암흑성국의 두 우두머리들을 처치해야 될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모든 암흑성국의 병력이 그를 척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레온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 진 것을 눈치챈 커티스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이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게. 무대포로 달려들려는 것이 아니니.”

‘그래, 뭐라도 있는 거지?’

레온은 무언가 계획이 있어 보이는 듯한 내용의 말에 솔깃하여 질문을 던졌다.

“어떤 계획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커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격을 가할 비장의 무기를 만들고 있다네.”

‘비장의 무기? 골렘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레온은 만일 골렘이라면, 회의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측했다.

그가 전투를 해 본 결과, 확실히 강력하기는 했지만 제에에 있는 암흑성국의 세력과 전면전을 치를 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골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레온이 슬쩍 질문을 던지자, 커티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행히도 레온의 예상과 달리 연금술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골렘이 아니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커티스가 눈에 이채를 띤 채, 한마디 말을 꺼내었다.

“우리는 호문클루스를 만들고 있다네.”

‘호문클루스?’

자신이 보유한 연금술 스킬 목록의 어느 곳에도 적혀 있지 않은 새로운 단어 등장에, 레온의 얼굴에 흥미롭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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