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
잠시 후, 결국 레온은 참지 못하고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와, 이건…….”
‘너무 개똥 같은 것들이잖아, 이 자식들아!’라고 말을 잇고 싶었지만.
뒤에서 병사가 듣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레온이 힘겹게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러곤 부들부들 제 몸을 떨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고작 1차 예선전을 통과한 거긴 하지만 이거 너무한 것 아냐?’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이곳 보상의 방에 있는 물품들이 네크로폴리스의 보상의 방에 있던 아이템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조잡한 것들뿐이었던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이러했다.
[혼탁정화의 해골바가지]
분류 : 잡화
등급 : 일반
내구도 : 파괴 불가
수많은 몬스터 신도들을 이끌었던 영험한 제사장 몬스터의 두개골. 바가지처럼 반이 잘려 있다.
정수(淨水) 기능이 있어, 어떠한 썩은 물을 담아 놓아도 금세 깨끗한 물로 정화시켜 준다고 한다.
-두개골 안에 물을 담으면, 어떠한 오수라도 식음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준다.
[정체불명의 드레스]
분류 : 의류
등급 : 희귀
내구도 : 984/1,200
방어력 : 25
옆이 터진 형태의 원피스. 왠지 모를 기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딘 가의 전통 복장인 듯하다.
하지만 대륙의 어느 곳에서 유래가 된 것인지 아직도 찾지 못하여, 아직도 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여성이 장착 시, 매력도 +100
-남성이 장착 시, 매력도 -300
‘뭐지, 왜 드레스를 남자도 입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거야?’
레온은 마지막 아이템의 효과를 보다가 어이없어 하였다.
그러고 난 뒤, 아이템들을 전체적으로 한 번 훑어보고는 이내 자신의 추측을 떠올렸다.
그건 바로.
‘……이거 아무래도 제에시의 창고에서 처치 곤란인 물품들을 깡그리 모아 온 것 같은데?’
라는 것이었다.
창고 안에서 썩고 있던 것들을 꺼내 온 것이 아닌 이상에야 이런 저퀄리티는 설명이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심지어 쓸 수도 없는 괴상한 재료 템이나 잡템들도 보상이랍시고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보상을 준다고 마음을 흔들지나 말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그런 레온의 불만을 짐작하기라도 한 듯이 병사가 나지막하게 한마디 말을 전해 왔다.
“혹시 필요한 물품이 없으시다면 활력 포션과 소정의 골드로도 드리고 있습니다.”
자기들도 너무했다는 것은 아는 모양이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레온은 솔깃한 반응을 내보였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답도 없는 아이템들뿐이지 않던가.
그러자 그냥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약간의 돈이나 받고 나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것이었다.
‘에휴, 그래.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곧이어 한숨을 푹 내쉰 레온이 아이템들을 살피던 것을 멈추곤 병사에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생각뿐이었다.
그는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도 제자리에 있었다.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를 않았던 탓이었다.
그가 작게 신음성을 흘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 중에 그래도 뭔가 쓸 만한 게 하나는 있을 것 같긴 한데.’
네크로폴리스의 보상의 방에서 전 주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본 드래곤의 유해를 얻었었던 전력이 그의 발길을 떨어지지 않게 했다.
게다가 생각해 보니 상위 대전을 승리하여 갈수록, 보상 품목들 또한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 같았다.
만일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물품들을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끄응,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있는 물건들은 한 번씩 다 살펴보고 떠나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일지 모르나, 무언가 이래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그 후로 레온은 2시간이 넘게 진땀을 흘려 가며, 늘어져 있는 온갖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평가해 나가기 시작했다.
“쓰레기. 쓰레기. 똥쓰레기. 개쓰레기.”
쓰레기라는 단어를 질릴 만큼 내뱉으면서 말이었다.
척-.
처척-.
하지만 그의 그런 노력에도, 선별되는 아이템 중에 특별한 무언가는 나오지를 않고 있었다.
점차 확인할 보상 아이템들의 목록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에라이, 이번에는 그냥 내 촉이 잘못됐나 보다.’
그러자 레온 또한 속으로 반쯤 포기를 한 상태가 되었다.
한데 그때였다.
스윽.
또 하나의 쓰레기 아이템을 등 뒤로 휙 던져 버린 후, 다음 아이템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은 찰나.
‘이건!’
무슨 이유에선가 레온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한데 그가 그렇게 놀랄 만도 해 보였다.
우우웅!
갑작스레 진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오오! 뭐야, 이거 인장이 진동하고 있어!’
아이템에 손이 닿은 순간부터 오른팔의 인장이 떨려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 모른다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은 그의 집념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데 일순간 레온이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뭐 이렇게 진동이 약하지?’
여태껏 인장이 진동과 빛을 발했을 때는 그 진동이 격해도 너무 격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미세하기 짝이 없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의아해했던 것도 잠시, 레온은 탐욕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지어 보였다.
‘흐흐, 진동이 강하든 약하든 뭐 어떠냐. 뭐가 됐든 떨리기만 하면 됐지.’
그렇게 생각하며 레온이 고개를 내려 손바닥 안을 쳐다보았다.
그의 손에 작은 태엽 조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잡템 중에 하나였다.
순간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렇게 인장의 진동이 생겨난 경우, 거의 모두 전 주인의 흔적이 남은 물건들이었어. ……그렇다면 이것도 혹시!’
“아이템 상세 정보.”
레온은 곧장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의문의 태엽 조각]
분류 : 재료
등급 : 희귀
정교한 기계장치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파편. 쓰임새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희미한 마력이 깃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레온이 생각보다 단출한 정보를 읽어 내려간 후, 무언가 조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어라? 상세 정보를 확인했는데도 왜 별다른 변화가 없지?’
지금까지는 인장이 이끄는 아이템을 확인하는 즉시 전 주인이 남긴 메시지나 기억 같은 것이 떠오르곤 했는데, 이건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작게 침음을 삼키며 속으로 다른 추축을 떠올렸다.
‘흐음, 그럼 전 주인이 가졌던 직업과 관련된 것은 아닌 건가?’
아무래도 지금까지와는 이 태엽 조각은 다른 형태로 연관이 있는 듯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의문점이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고 솟구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금 당장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을 좀 길게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레온은 인장을 믿어 보자 속으로 생각하며, 태엽 조각을 꼭 쥐었다.
분명 언젠가 분명 크게 쓰일 일이 있으리라.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곤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성큼성큼 병사에게 이동해 갔다.
“이걸로 할게요.”
드디어 레온이 보상 아이템의 선택을 마친 후, 콜로세움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잠시 후.
“으헤헤.”
누군가의 탐욕에 가득 찬 웃음소리가 제에의 길거리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그저 그를 미친 사람을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웃고 있는지를 아는 몇몇 사람들은 부러움에 찬 눈빛을 보내며 배아파 하고 있었다.
‘대박이군! 대박이야!’
행복에 겨워 하고 있는 이의 정체는 바로 레온이었다.
그가 그렇게 기뻐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지금 막 도박장에서 자신에게 베팅하고 획득한 막대한 배당금을 얻고 문밖으로 나온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레온이 인벤토리 창에서 자신이 획득한 골드의 자릿수를 세며, 현금화를 했을 때 얼마인지 계산을 해 보기 시작했다.
결과가 계산되자, 레온이 혀를 내둘렀다.
‘……와, 이거 신형 캡슐 산다고 큰돈을 써 버려서 속이 쓰렸는데, 한 방에 그만큼을 벌어 버렸잖아?’
그의 웃음꽃이 더욱 활짝 피어났다.
역시 사람은 돈을 왕창 쓸어 담을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법인 것 같았다.
보상의 방에서 태엽 조각을 획득한 기쁨보다 더 큰 희열이 레온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짜릿해! 늘 새로워! 황금님이 갑이십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금전적 이득이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예선전과 본선은 몇 회전이나 더 남아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점차 배당률은 확실히 떨어지기는 할 것이지만, 그래도 최소 몇 번 이상은 오늘처럼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들떠 있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후우, 릴렉스, 릴렉스.’
어느새 진정이 된 레온이 눈을 빛내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가 볼까!”
다음 순간, 그는 도박장 앞에서 몸을 돌려 제에의 여러 상가들이 모여 있는 번화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티켓을 얻었던 여관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 혈석 토너먼트에 참가했던 다른 유저들이, 길을 따라 있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으하하하! 내가 쏜다! 마시고 죽자!”
“……에휴, 괜히 나가 가지고. 술이나 마시자.”
승자들은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있었고, 패자들은 쓰린 패배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의 목적은 그들과 달랐다.
여관에서 쉬는 것도,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순간 레온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머릿속으로 목표를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분명 커티스라고 했었지? 이 아저씨는 또 어디에 있으려나.’
그랬다. 그는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알케믹 소드맨의 직업 퀘스트를 해결하는 데 쓰기 위해 번화가로 향했던 것이었다.
삼인조를 처치한 던전부터 연이은 강행군이 지속되고 있었음에도, 레온은 전혀 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물론 그도 사람이었기에 축적된 피곤함과 졸음은 계속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잠은 캡슐에서 강제로 로그아웃시킬 때만 자면 되는 거지!’
라는 강인한 폐인 정신으로 버텨 내고 있을 뿐이었다.
커뮤니티를 미리 뒤져 본 결과, 제에의 연금술사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경우 방법은 하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흐음. 쟈켄 아저씨를 찾을 때처럼, 여기에 있는 모든 NPC들을 찾아다니며 수소문해 보면 되겠지.’
이와 상당히 비슷했던 본 네크로맨서 직업 퀘스트를 떠올리며, 레온은 이 퀘스트도 그렇게 술술 풀리리라 가볍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잠시 후.
그런 그의 예상과 달리 퀘스트는 묘하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