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94화 (194/332)

# 194

지금 이 시각.

레온의 경기를 보고 있던 관중들의 총체적인 반응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건 바로 황당무계일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관중들은 연신 두 눈을 껌뻑껌뻑하고만 있었다.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한데 그런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들의 눈앞에는 레온의 검에 꼬치구이처럼 꿰뚫려 있는 라돈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라돈은 재수도 없게 크리티컬이 제대로 터졌는지, 어느새 회색빛의 시체로 화해 있었다.

어느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한 대반전의 결과였다.

한데 그때.

“우하하하! 이겼다!”

레온이 변신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방정맞게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어 대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실력으로 이겼다는 이미지를 관중들에게 주지 않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 꼴사나운 모습이 이어지자.

그제야 관중들이 서서히 정신을 차리곤 헛웃음을 지으며 닫혀 있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어진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에계, 이게 끝이야?”

“허참, 저놈 무도가 맞아? 뭐 저리 방어력이 낮대. 완전 유리 몸이네, 유리 몸.”

“……와, 발이 미끄러져서 황동 등급 유저한테 칼 맞고 죽다니. 나였으면 쪽팔려서 얼굴 들고 못 다니겠다.”

황동 등급에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라돈을 깎아내리며 비웃는 반응과.

“와, 이거 핵쩌는 역배인데?”

“으아아! 저놈한테 걸걸!”

“응, 안 돼. 이미 지나갔고.”

말도 안 되는 배당률이 터져 버린 레온에게 베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도박 중독자들의 흔한 반응이었다.

기뻐하는 척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관중들을 두루 살피던 레온이 속으로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좋아. 다들 잘 속아 넘어간 것 같군.’

그의 연기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관중들 중 어느 누구 하나 레온이 실력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 어린 눈초리를 보내는 이가 없었던 탓이었다.

순간 그가 내심 쾌재를 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로써 두 번째 예선전에서도 제대로 돈을 당길 수 있겠구나!’

그리고 그렇게 레온의 두 눈에 달러 기호가 그려지려던 찰나.

띠링.

띠링.

그의 귓전에 드디어 효과음이 들려오며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1차 예선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자동으로 2차 예선전에 참전됩니다.

-참전을 포기할 시, 페널티를 입게 됩니다.

‘흠, 중도 포기가 안 된다는 말이 진짜였네. 이거 진짜 죽기 전까지 달려야 하는 건가?’

자동으로 2차 예선전에 참가가 되며 포기할 시 페널티를 얻게 된다는 내용을 확인하자, 레온의 얼굴에 일순간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건 정말 순간이었다.

‘뭐, 올라갈 때까지 올라가면 페널티보다 더 얻는 게 많지 않겠어?’라고 이내 긍정적으로 생각해 버리는 레온이었다.

띠링.

띠링.

그러던 그때 기쁜 소식이 더 이어졌다.

‘오오!’

추가로 떠오른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레온이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혈석 토너먼트 예선전 승리 보상으로 지명도 3,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상대와의 등급 격차 보너스 추가 지명도 2,000을 획득합니다.

전혀 과장된 행동이 아니었다.

보상 결과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이거 대박인데?’

획득한 지명도는 무려 5,000.

불멸자의 협곡에서 승리하고 난 후 얻었던 지명도보다 무려 10배나 더 많은 지명도를 한 번에 손에 넣었던 것이었다.

아직 1차 예선을 통과한 것에 불과한데 말이었다.

순간 레온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8강만 들어가도 기사단에 들어갈 만큼 충분한 지명도를 얻을 수 있을 거라던 NPC의 말. 거짓이 아니겠어!’

순간 그는 8강이라는 목표를 다시금 되새겼다.

그러고 난 후에는.

‘헤헤, 이제 얼른 나의 꿀 같은 배당금 찾으러 가 볼까?’

라고 생각하며 말려 올라가 아직까지 내려오지를 않고 있는 자신의 입꼬리를 양 검지로 어루만졌다.

처척.

그가 그렇게 서있던 결투장에서 내려가려 하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쿠콰아앙!

갑작스레 레온의 지근거리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려오더니 검은 연기가 레온을 덮쳤다.

‘뭐, 뭐야!’

그에 마음을 풀어져 있던 레온이 화들짝 놀라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곤 곧장 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워우, 심각한데?’

그러자 그의 시야에 처참할 정도로 박살이 나 있는 결투장의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앞서 쿠션인가, 뭐라고 했던 유저가 난리를 쳐 놓았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였다.

레온은 결투를 벌인 당사자들을 찾아내었다.

일단 먼저 장외에 나가떨어진 채,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는 패배한 유저의 처참한 몰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결투장 위에서 광오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한 유저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가면?’

그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하얀 가면과 거대한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바람이 들어간 듯 잔뜩 부풀어 있는 로브 때문에 덩치가 엄청나게 거대해 보였다.

순간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카이? 저놈도 백금 등급이군.’

결투장의 허공에 떠올라 있는 유저의 이름과 등급을 살펴보니, 의문의 가면인은 혈석 토너먼트에 총 세 명이 있다던 백금 등급 유저 중 하나였던 것이었다.

‘흠, 소환술사인가?’

이어진 순간, 레온이 카이의 직업을 소환술사라고 짐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키에에.

쿠르.

그의 곁에 어릿광대의 형상을 한 몬스터와 도끼를 들고 있는 악마 몬스터 하나가 호위하듯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휘이익!

후우!

그러던 그때, 카이의 로브가 바람에 나부끼듯 펄럭였고 두 몬스터들에게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용이 끝난 몬스터들을 회수하려는 듯했다.

한데 카이의 그 행동 속에서 무언가를 포착한 레온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어라? 저건 분명……?’

그가 놀란 이유는 하나였다.

‘……듀얼 머시기라 했던 유희의 직업 전용 아이템인데?’

그건 바로 카이의 로브 자락 틈새로 유희가 항상 장착하고 다니는 반달 형태의 듀얼리스트 전용 아이템이 보였던 것이었다.

슈웅!

아니나 다를까 빛을 뿜어 대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카드의 형태로 화하더니, 로브 속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저 전용 아이템 속으로 회수되는 것이리라.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레온은 무심결에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듀얼리스트?”

자신도 모르게 그런 한마디 말을 중얼거려 버린 것이었다.

자그맣게 혼잣말을 한 것이었으나.

휘익!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이의 고개가 레온을 향해 돌아갔다.

‘헉!’

안타깝게도 그는 정확히 들은 모양이었다.

그 순간, 레온은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히든 직업의 당사자 앞에서 바보같이 그 직업의 이름을 당당히 말해 버린 것이었다.

찌릿.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 눈빛이 느껴질 정도로 카이의 노골적인 시선이 레온에게 꽂히고 있었다.

‘크, 큰일인데.’

그 시선이 끝나지 않고 꽤나 오래 지속되자, 레온은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그때.

우우웅!

구세주는 뜻밖의 곳에서 나타났다.

진동음과 함께 레온의 몸이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레온 또한 이 괴현상에 어리둥절해하던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승리 후, 결투장에 있을 수 있는 지속 시간을 초과하였습니다.

-다음 결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보상의 방으로 자동 이동됩니다.

결투장에 너무 오랜 시간 대기하고 있자, 강제적으로 이동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타이밍 좋게 벌어진 일에 레온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슈우웅!

그리고 곧이어 레온은 빛줄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게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저자…….’

카이는 오묘한 눈빛으로 레온이 사라진 곳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 * *

그리고 잠시 후.

“워우씨! 넋 놓고 있다가 큰 실수했네.”

이동이 완료된 공간에서 레온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자신이 잠깐 정신이 나갔었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다니 말이었다.

‘쩝, 너무 들떠 있었어.’

아무래도 지명도를 얻은 것과 막대한 배당금을 얻을 일에 기분이 잔뜩 들떠 있었던 탓인 것 같았다.

레온은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가볍게 찰싹찰싹 두들겼다.

그러곤 잠시간 자신의 실수를 돌이키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내 어느 정도 멘탈을 회복하자, 레온이 고개를 살며시 가로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튼 이미 벌어진 일, 더 생각하지 말자. 뭐, 다음번에 녀석을 만나면 조금 더 긴장하고 상대하면 되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난 후.

레온은 스윽, 하고 주위를 살피며 다음 행동을 시작하였다.

‘흠, 저 녀석에게 가면 되겠군.’

그러곤 한편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병사 하나를 발견하고는 곧장 그에게 성큼성큼 이동했다.

곧 지근거리까지 다가서자, 병사가 기다렸다는 듯 레온에게 말을 건네 왔다.

“첫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이곳은 승자에게 보상을 드리기 위해 마련된 보상의 방입니다. 이곳에 마련된 갖가지 품목 중 본인이 선택한 보상 한 가지를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방에 있는 물품 중 선택한 것을 준다는 병사의 말에 레온의 얼굴에 일순간 화색이 감돌았다.

‘흐흐, 보상의 방이라기에 혹시나 했는데 좋군, 좋아.’

사실 레온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상의 방으로 이동된다는 메시지를 보고서도 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암흑투기장에서 승리 보상까지 챙겨 준다는 건 처음 들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혈석 토너먼트만의 특별 보상 같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일단 이것부터 받아 주십시오.”

스윽.

순간 병사가 조그마한 티켓 하나를 레온에게 건네었다.

‘이건 뭐지?’

레온이 티켓을 받아 들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이븐 테일’ 여관 1일 숙박권을 획득하였습니다.

병사가 갑자기 제에에 있는 여관 숙박권을 주자, 레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어진 병사의 대답에 레온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혈석 토너먼트는 참가자가 워낙 많은 탓에 인원이 추려지기 전까지는 하루에 한 번씩 예선전이 치러질 겁니다. 오늘 경기는 끝이 났으니, 보상을 받은 후 여관에서 하룻밤 푹 쉬시고 내일 다시 콜로세움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2차 예선전을 치르는 데 하루의 기간이 또 필요했던 것이었다.

‘호오, 하루라. 딱 좋은데?’

다른 이들은 빠르게 진행하고 싶어 짜증을 냈을 터였지만, 레온의 반응은 잘됐다는 방향이었다.

그는 토너먼트 말고도 도시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이곳에서 나가면 진행할 계획을 가볍게 짜던 찰나.

“자, 그럼 이제 보상을 고른 후 저에게 돌아와 주십시오.”

보상 물품을 가져오라는 병사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자 레온이 다른 한쪽에 비치되어 있는 보상 물품들을 향해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겨 갔다.

싱글벙글 미소를 만연한 채로 말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들뜬 기분이 지속된 것은 정말 잠시뿐이었다.

보상 물품들의 면면을 확인하면 할수록, 레온의 표정에는 점차 황당함만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와, 이 자식들 진짜 인성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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