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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91화 (191/332)

# 191

레온이 스킬을 시전함과 동시에 그의 검을 영롱한 푸른빛의 기운이 휘감았다.

스르르릉!

화르르르!

열기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검날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꽃처럼 타들어 가고 있는 그 기운, ‘오러’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삼면의 벽에 숨은 채, 쉬지 않고 촉수를 날리고 있던 삼인조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뭐, 뭐야?’

‘……칼날에 웬 불꽃이?’

‘망할, 저거 위험해 보이는데.’

당당하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완전히 사라진 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온이 사용한 스킬이 한눈에 보아도 결코 평범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촤아악!

쐐애애액!

“차앗!”

레온이 회피에 치중하던 것을 멈추고 날아드는 수많은 그림자 촉수들을 가차 없이 썰어 버리기 시작하였다.

서거걱!

서걱!

원래부터도 거대한 대검 위로 오러가 더해지자, 공격 범위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있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서너 개의 촉수들이 한꺼번에 잘려 나갔다.

[오러 블레이즈]

체내에 축적한 순도 높은 마나를 변형한 기운인 오러를 검에 둘러 파괴력과 절삭력을 크게 증가시킨다.

-오러 블레이즈가 발동 중일 시, 적에게 가하는 물리 공격은 상대방의 방어력을 70% 관통합니다.

-오러 블레이즈가 발동 중일 시, 적에게 본래 공격력의 550%에 해당하는 추가 대미지가 부여됩니다.

-추가 마력을 소모하면, 적에게 참격으로 방출할 수 있습니다.

-방출 시, 검을 떠난 오러 블레이즈는 위력이 20% 감소합니다.

벽 속에 숨어 있어 다행히 레온에게 표정은 들키지 않았지만.

이 순간, 삼인조의 얼굴에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꽤나 길게 이어지다가.

파상 공세로 이루어지던 촉수들의 공격이 거짓말처럼 멈추어 있었다.

꾸에에에에!

뒤편에서 파크에게 요리되고 있는 크라켄이 내는 처절한 비명 소리만이 을씨년스럽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씨익.

레온의 사악한 미소가 이어졌다.

그는 삼인조의 현 상태에 대해 무언가를 직감한 듯한 표정이었다.

스윽.

그가 그들이 숨어 있는 삼면의 벽을 훑어보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에이, 너희들 설마 벌써 마나를 전부 써 버린 건 아니지?”

“…….”

레온의 말에 삼인조의 대답은 없었지만, 레온의 그 추측은 정답이었다.

그때 삼인조는 벽에 숨어든 상태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는 마나만을 보유한 채였던 것이었다.

‘마, 망했다.’

‘흥분해서 너무 마구잡이로 써 대서 마나가 하나도 안 남았어.’

‘……설마 마지막 방법까지 실패할 줄이야.’

너무나도 절망적인 상황에 삼인조의 낯빛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때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 뭐, 대답이 없으면 맞힌 걸로 생각할게?”

그러곤 어깨를 으쓱해 보인 레온은 자기가 크게 인심 썼다는 말투로 섬뜩하기 그지없는 말을 꺼냈다.

“자, 셋 셀 테니까 알아서 기어 나와. 그러면 형이 까알~끔하게 죽이기만 해 줄게.”

그 후로 곧장 레온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지만, 세 사람은 벌벌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있었다.

순간 그들은 각자 속으로 생각했다.

‘흥, 어느 벽에 있는 줄 알고 잡을 거야.’

‘여기서 이렇게 잠자코 조금 더 버티다가…….’

‘마나가 회복되는 대로 크라켄에 가까이 있는 벽으로 이동해서 수거한 뒤에 줄행랑을 쳐야겠다.’

……라고 말이었다.

크라켄과 본 드래곤이 격투를 벌일 수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곳 지형은 꽤나 넓었다.

그렇기에 숨어 있는 자신들을 레온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 삼인조였다.

하지만 그때.

레온이 카운트다운을 끝마치고는 살벌한 분위기로 말을 꺼냈다.

“쯔쯔,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너희들 설마 내가 못 찾아낼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파바밧!

갑자기 레온이 선 곳에서 발을 굴러 높이 뛰어 올랐다.

‘……니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으면!’

그러더니 마치 공중 곡예를 하는 것처럼 제 몸을 엄청난 속도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화르르르!

스르릉!

물론 오러가 깃든 대검은 그대로 움켜쥐고 있는 채였다.

그 속에서 독기 오른 짐승과 같은 레온의 눈빛이 번뜩였다.

‘……있을 만한 모든 곳을 죄다 부숴 버리면 그만이야!’

“흐아아아!”

그리고 다음 순간.

벽에 숨어 있던 세 사람이 이어지는 광경에 침묵을 깨고 육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히익!”

“저, 저 미친놈!”

“으아아아아!”

한데 그럴 수밖에 없어 보였다.

위이이잉!

쐐애애액!

콰가가가!

레온의 기합 소리와 함께 그들이 숨어 있는 삼면의 벽을 향해, 검에서 쏟아져 나온 오러 파편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날아들기 시작하였으니까.

-추가 마력을 소모하면, 적에게 참격으로 방출할 수 있습니다.

오러 블레이즈는 추가 마나를 소모하면, 검에만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닌 이렇듯 방출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쿠과가가가!

콰가가강!

퍼퍼펑!

수없이 많은 참격들이 삼인조가 숨어든 벽을 강타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견고해 보였던 벽면이 너무나 손쉽게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차별적으로 난사되는 눈 먼 참격에 삼인조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다급하게 소리를 질러 댔다.

이러다가 벽이 죄다 무너져 구조물에 깔려 죽을 신세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크어어억! 야, 이 미친놈아!”

“이러다가 다 무너져, 인마!”

“크어억!”

“하하하! 내가 바로 너희들의 최악의 악몽이다!”

하지만 레온은 전혀 멈출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 광폭한 모습에 그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아니, 왜 우리가 또 지고 있는 거야.’

그들은 아직까지도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고 있었다.

스윽.

그러던 그때, 세 사람이 동시에 시선을 크라켄에게로 돌렸다.

혹시나 크라켄은 싸움에서 승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볶음을 한다더니, 냉동 오징어를 만들었네?’

꽁꽁 얼어붙어 있는 거대 오징어의 얼음 기둥만이 보이고 있었다.

‘진짜 X 됐다…….’

세 사람은 속으로 동시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이윽고 잠시 후.

“이 자식! 결코 가만두지 않을……!”

제압된 상태의 루친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린 파반과 말롱 옆에서 레온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적거리며 말을 끊을 뿐이었다.

“쯔쯔, 좀 독창적인 말 없냐? 어떻게 된 게 죄다 똑같은 소리만 반복해 대냐. 읏차!”

그러고 난 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녀석에게 대검을 휘둘렀다.

“크억!”

서걱!

비명과 함께 섬뜩한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띠링.

띠링.

그러곤 이어 그와 상반되는 경쾌한 효과음이 귓전에 들려왔다.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플레이어 ‘루친’, ‘파반’, ‘말롱’이 사망했습니다.

-결투에서 ‘레온’이 승리하였습니다.

“좋았어!”

레온은 꽤나 기분이 상승하여 있었다.

암흑투기장에서의 전투 전에 제대로 된 실전 연습을 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레벨 격차가 엄청났던 삼인조를 가뿐히 삼 대 일로 격파하고 나자, 암흑투기장에 대해 남아 있던 한 줌의 걱정마저 싹 사라질 수 있었다.

게다가 기쁨의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흐흐, 아이템 수거하러 가야지.’

PK범들이 드롭한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핸드벨이랑 반지는 꼭 있으면 좋겠는데…….’

흉물스럽게 죽어 있는 놈들의 시체 앞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레온이 그들이 드롭한 아이템을 루팅하기 시작하였다.

띠링.

띠링.

그리고 곧이어.

“오오!”

탄성과 함께 레온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의 눈앞에 아이템 창이 떠올라 있었다.

[사악한 최면의 핸드벨]

분류 : 액세서리

등급 : 영웅

내구도 : 34,130 / 45,000

착용 제한 : 레벨 140

옵션 :

-착용 시, 소환수 ‘세뇌된 크라켄’ 소환 가능

-마력 +43,000

알 수 없는 사악한 기운에 사로잡힌 크라켄이 봉인되어 있는 핸드벨.

핸드벨을 흔들면 나는 소리로 크라켄을 조종할 수 있는 듯하다.

[그림자 사신의 반지]

분류 : 반지

등급 : 영웅

내구도 : 파괴 불가

착용 제한 : 섀도우 워커 / 레벨 110

옵션 :

-착용 시, 스킬 ‘투영환신’ 사용 가능.

-착용 시, 민첩 +84

-착용 시, 어둠 속성 마법 저항력 +80

섀도우 워커 교관에게 인정받은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반지.

이 반지를 얻는 이는 당당히 섀도우 워커의 일원임을 증명 받은 것이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이 물건을 잃어버릴 시 모든 섀도우 워커들에게 무시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흐흐, 딱딱 나와 주는 구나!’

레온은 자신이 원했던 두 아이템이 알맞게 출현하여 있자,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상세 설명을 읽어 보니, 그가 그렇게 기뻐할 만도 해 보였다.

먼저 두 아이템은 등급부터가 남달랐다. 둘 다 무려 영웅 등급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사악한 최면의 핸드벨은 물이라는 지형만 갖춰지면 마루와 비견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크라켄이 봉인되어 있었다.

‘언제가 있을지 모를 수중전을 감당할 수 있게 된 거지.’

게다가 그림자뿐만 아니라 건물의 벽 속으로 숨어들 수 있는 스킬인 투영환신이 깃들어 있는 그림자 사신의 반지는 현재 레온의 상황에 정말 필요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

‘투기장이 끝나고 기사단 내부로 잠입을 하게 되면, 그림자 은신 스킬만으로는 정보 수집에 부족할 수 있었는데. 후후, 이게 웬 떡이냐.’

첩보 능력과 암살 능력을 치솟게 해 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자, 그럼 대망의 마지막은 뭔가요!”

그렇게 레온이 들뜬 마음으로 마지막 세 번째 아이템을 확인해 보았다.

“……어라?”

하지만 마지막 한 녀석이 드롭한 아이템은 레온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코르부스 길드 증표]

분류 : 악세사리

등급 : 無

내구도 : 파괴 불가

팔뚝에 걸 수 있는 완장으로, 착용자가 코르부스 길드에 소속이 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증표이다.

세 번째 아이템은 그들이 속해 있던 길드 ‘코르부스’의 소속임을 말해 주는 완장이었다.

아슬란에는 이 같은 ‘길드 증표’가 없지만, 대부분의 길드들은 이처럼 액세서리 아이템 중 하나를 골라 증표를 만들고는 하였다.

“끄응.”

완장을 손에 집고 이리저리 살피던 레온이 신음성을 흘렸다.

마지막 아이템은 앞서 얻었던 것들에 비해 영 쓸모가 없어 보였던 것이었다.

‘쩝, 그냥 버리고 갈까?’

그렇게 곧이어 레온이 손에서 아이템을 바닥에 떨구려던 찰나.

멈칫.

레온이 갑자기 자신의 행동을 멈추었다.

“……아니지, 잠깐만.”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계략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레온은.

‘……만약 그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이걸 생각보다 요긴하게 쓸 수도 있겠어.’

스윽.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버리려 생각했던 길드 증표를 인벤토리 깊숙이 넣어 놓았다.

그렇게 아이템을 모두 획득한 레온이 곧장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암흑투기장 시작까지 5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오호, 좋아. 여유롭네.”

돌아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꽤나 시간이 넉넉하게 있었다.

순간 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좋아, 도시로 가서 늦기 전에 ‘그 일’부터 해야겠다.”

암흑투기장의 첫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자, 이제 도시로 돌아가 볼까!’

처척!

레온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제에를 향해 발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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