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89화 (189/332)

# 189

입구로 들어온 레온은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는 삼인조의 존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스윽.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코를 손으로 막은 채 코맹맹이 소리로 말을 꺼냈다.

“왜 출구가 안 보이지?”

던전의 구조를 살펴보는데, 어디에도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조사한바로는 분명 이곳이 끝이 아니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슬며시 구정물이 고여 있는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식겁한 표정이 되었다.

‘……설마?’

아무래도 가운데에 가득 고여 있는 구정물 안으로 들어가 기계 장치를 건드려, 고여 있는 물을 해방시켜야 던전의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출구가 나타나는 듯했던 것이다.

그러나 레온은 물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온 세상 깨끗한 물들에게 미안해지는 똥색의 오수를 보고는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욱, 절대 못 해. 아무리 그래도 이런 똥물에서 수영하고 싶지 않아…….”

아무리 게임 속이라지만, 저 속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잠시 후, 레온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휴우,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조금 수준이 낮은 던전으로라도 옮길 수밖에.”

그리고 그렇게 구정물에 굴복하고 만 레온이 들어왔던 입구로 다시 몸을 돌린 찰나.

슈우욱!

스르륵!

갑자기 레온의 발밑에서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들이 스멀스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곤 다음 순간!

파아아아!

촤아아악!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느새 형체를 갖춘 검은 아지랑이들이 레온의 사지를 꽉 붙들었다.

“윽!”

레온이 깜짝 놀라 신음성을 내뱉었다.

순식간에 사슬에 묶인 것 같은 꼴이 되어 버렸다.

‘뭐야 이건?’

그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위태로운 몸짓으로 힘겹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붙잡은 의문의 무언가에 시선을 돌렸다.

‘촉수? 그림자?’

그림자로 이루어진 촉수들이 그의 양손 양발을 붙잡고 있었다.

순간 그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띠링.

띠링.

-플레이어 ‘루친’, ‘파반’, ‘말롱’이 공격을 해 옵니다.

-선전포고 없는 공격을 당했습니다. 전투 시 명성을 잃지 않습니다.

-정당방위. 결투 시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귓전에 효과음이 울려 퍼지며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오르고 있었다.

‘PK범들인가!’

레온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때 공간에 범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이다! 라켄!”

딸랑딸랑!

동시에 갑작스레 종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촤아아아!

가득 고여 있던 구정물이 폭발하듯 치솟아 올랐다.

물의 안쪽에서 거대하기 짝이 없는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뀌이이이!

바다의 폭군이라 불리는 몬스터, 크라켄이 위용을 내뿜고 있었다.

빨판이 달린 10개의 다리가 흉물스럽게 꿀렁이고 있었다.

레온은 등장한 크라켄에게서 눈을 고정한 채, 녀석을 파악하였다.

‘크기로 보아 다행히 성체는 아니야. 한데 유저가 크라켄을 다룰 수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었는데?’

그러던 그때.

스윽!

처척!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 뒤에서 이 함정을 계획한 삼인조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에게로 눈을 돌린 레온은 그제야 자신의 의문이 조금은 풀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아이템의 힘인가?’

삼인조 중 한 놈이 손잡이에 작은 종이 달려 있는 핸드벨을 연신 흔들어 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아이템의 힘으로 크라켄을 조종하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것을 증명이라도 해 주려는 듯 루친이 핸드벨을 딸랑이며 크라켄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저놈을 붙잡아!”

촤아아악!

이번에는 빨판이 달린 매끈한 진짜 촉수들이 레온을 덮쳐 왔다.

“크윽!”

그리고 조금은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레온은 그 공격에 작은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붙잡히고 말았다.

순식간에 자신의 몸을 휘감은 오만 가지 촉수들에 레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그가 옴짝달싹 못하고 있던 그때.

대롱대롱 달려 있는 레온을 올려다보며 루친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뿌득, 참 오랜만이구나! 이 망할 놈의 자식아.”

그러자 눈을 마주친 레온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하였다.

“네놈들은……!”

하지만 그 후로 꽤나 오랜 시간.

“…….”

다음 말이 이어지지 않은 채, 침묵이 계속되었다.

“……?”

삼인조가 어리둥절해하던 그때.

오징어의 촉수에 매달린 채로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꺼냈다.

“……누구시더라?”

그 말에 삼인조의 어리둥절함은 황당함으로 변화하였다.

설마 농담인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의 말은 진심인 듯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보았을 때의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런 망할 놈을 보았나!’

‘허참, 가해자는 싹 잊어버린다더니!’

애초에 자신들이 PK를 하려다가 반격을 당한 사실은 잊고, 레온의 그 같은 반응에 잔뜩 열이 받은 삼인조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말을 꺼냈다.

“이잇! 파반이다! 기억 안 나냐! 네놈이 우리를 정화조에 넣어 놓고 단검을 던져 댔잖아!”

파반이 악을 쓰며 말했다.

하지만 레온은 영 기억이 안 나는지, 촉수에 묶인 곳에서 삐죽 나온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을 꺼냈다.

“정화조? 단검? 에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악독한 짓을 하겠어.”

레온의 말이 너무도 당당하자, 도리어 파반과 말롱이 당황하여 서로 말을 나누었다.

“……어라? 저놈이 아닌가?”

“아닌데, 맞는데…….”

그렇게 바보들의 행진을 찍고 있자, 루친이 그들에게 버럭 하고 화를 내며 말을 꺼냈다.

“야, 이 바보들아! 저놈이 또 우리를 놀리는 거잖아!”

파반과 말롱이 루친의 말을 듣고 아, 하며 레온을 바라보자.

레온은 어느새 썩소를 지은 채, 그런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혀를 차며 비아냥거렸다.

“쯔쯔, 답이 없다. 답이 없어. 여전히 순도 100% 멍청이들이야.”

빠직.

세 사람의 이마에 선명한 혈관 자국이 올라왔다.

놀림을 당한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파반과 말롱이 붉어진 얼굴로 분노를 쏟아 내었다.

“이잇! 저놈 당장 죽여 버리겠어!”

“망할 놈! 사람 열 받게 하는 건 전혀 안 변했군!”

그렇게 한참을 씩씩거리던 그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곤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자신들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레온이 원하는 것이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다음 순간, 진정이 된 말롱이 레온에게 코웃음을 치며 말을 꺼냈다.

“흥! 하지만 어쩔 거냐. 이번에는 함정에 걸린 건 네놈이라고!”

“촉수의 제물로 삼아 주지!”

그의 말처럼 크라켄의 촉수와 그림자 촉수가 레온의 전신을 사로잡고 있었다.

흉악하고 망측하기 짝이 없는 그 광경 속에서 짐짓 모른 체하며 레온이 슬쩍 말을 꺼냈다.

“……그림자로 된 촉수라니. 히든 직업이라도 얻었나 보지?”

그러자 콧대를 높이며 파반과 말롱이 대답을 하였다.

“후후, 놀라운 광경이겠지.”

“그래, 이게 우리들 셋을 길드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준 히든 직업 ‘섀도우 워커’의 힘이다!”

순간 레온의 눈이 놈들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만 반짝였다.

그러면서 레온은 자신의 예측이 맞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섀도우 워커였어.’

그들은 자신이 암살자 이후에 획득했었던 노멀 직업인 섀도우 워커로 전직을 했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레온과 달리 섀도우 워커를 얻는 정식 루트를 통해 얻은 모양이었다.

‘……그러면 혹시 섀도우 워커의 직업 아이템 같은 것도 갖고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레온은 또다시 얼굴에 비웃음을 띄우며 도발을 날렸다.

“호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구먼?”

딸랑딸랑!

분노한 루친이 핸드벨을 거칠게 흔들며, 다시금 크라켄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저 자식이! 뭐 해, 라켄! 더 세게 조여!”

루친이 크게 소리치자, 크라켄의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녀석의 눈빛은 감히 누구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냐고 말하는 듯했다. 호감도가 아예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끄드득!

이윽고 크라켄이 레온을 움켜쥐고 있던 촉수의 힘의 강도를 높였다.

“크윽!”

그러자 레온이 고통에 찬 신음을 쏟아 내었다.

“흐헤헤, 저놈 표정 보소.”

“아오, 속이 다 후련하다.”

“후후, 길드에서 이걸 안 받아 왔으면 어쩔 뻔했어.”

길드라는 말에 몸을 꿈틀거리던 레온이 힘겹게 질문을 건넸다.

“으윽, 길드에 들어간 거냐?”

그러자 파반과 말롱이 잔뜩 기세등등한 태도로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흐흐, 들어는 봤냐? 코르부스라고.”

“너 같은 놈은 생각도 못할 곳이지.”

순간 레온이 머릿속에 생각을 정리했다.

‘코르부스라…….’

TV에서 들었던 이름이었다.

사중(四中)이라 불리는 길드 중의 하나였었다.

신생 길드였기에 섣불리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저딴 PK범들까지 받아들일 정도면 보나마나 완전 쓰레기 길드겠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구성원을 저런 녀석으로 채울 정도라면, 보나마나였다.

“야 야,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해.”

순간 루친이 두 사람을 다그쳤다.

한데 그때였다.

레온이 마치 체념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푹하고 숙였다.

그렇게 그가 패배자처럼 자신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자, 겁을 먹은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세 사람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흐흐, 왜 그리 말이 없어지셨나?”

“겁이라도 먹으셨쎄요?”

그런데 그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레온이 획하고 고개를 들었다.

움찔.

그러자 세 사람이 자신들의 상황을 잊고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뭐, 뭐야…….’

‘저 자식 왜…….’

‘……웃고 있는 거지?’

갑자기 고개를 든 레온이 상황과 전혀 맞지 않게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그 웃는 모습 그대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을 꺼냈다.

“잠자코 들어 줬더니 수도꼭지처럼 정보들을 쏟아 내 주는구나, 너희들?”

슈우우웅!

우우우웅!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작스레 크라켄이 자리하고 있는 물 위에 거대한 소환진이 펼쳐지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레온은 레이즈 스켈레톤 스킬을 사용하였던 것이었다.

“주, 죽여 버려! 라켄!”

그 기현상을 확인한 삼인조는 상황이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황급히 크라켄에게 레온을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꽈드드득!

크라켄이 본래 주고 있던 힘보다 더 강력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이번에 신음성을 내뱉는 쪽은 레온이 아니었다.

꾸이이이이?

크라켄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울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자신의 촉수에 가공할 힘이 가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레온이 포효를 하며 자신을 휘감고 있는 촉수에 힘을 쏟아 내었다.

“하아앗!”

퍼펑!

콰가가가!

그러자 레온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레온을 휘감고 있던 촉수가 폭발하듯 터지며 나가떨어졌다.

꾸이이이이!

고통에 찬 크라켄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처척.

그러곤 레온은 사뿐히 지면에 발을 디딘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툭툭 털어 내고 있었다.

삼인조는 그림자 촉수로 다시금 공격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경악에 찬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스윽.

그리고 곧이어 레온의 눈이 그런 그들에게 닿았다.

넋이 나간 듯한 적들에게 레온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건넸다.

“뭘 그리 놀라? 설마 내가 정말로 이까짓 오징어한테 정말로 쩔쩔맬 줄 안 거야?”

그랬다. 레온은 처음부터 가볍게 탈출할 수 있었지만, 정보를 캐내기 위해 제압당한 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이 개자식이!”

“젠장, 우릴 속인 거였다니!”

“망할 놈, 연기력 보소!”

부들부들.

그 사실을 깨달은 삼인조가 분노에 제 몸을 떨었다.

레온의 말은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뭐 최강의 소환수? 풉, 이따위 한낱 오징어를 가지고?”

그 말에 더 참지 못하고 삼인조가 소리를 지르며 레온에게 공격을 쏟아 내었다.

“저 자식 당장 죽여 버려!”

“그림자 촉수!”

“그림자 속박!”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레온은 단지 조그맣게 입을 달싹일 뿐이었다.

“……그 이름에 제대로 부합하는 녀석을 보여 주지.”

라고 말이었다.

그러던 그때!

투콰아아아!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물 밑의 소환진에서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라켄이 등장했을 때보다 배는 더 커다란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으악!”

“뭐, 뭐야!”

그러자 스킬을 시전하던 것도 멈춘 채,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삼인조는 각자의 팔목으로 눈을 가렸다.

그러곤 곧이어 튀긴 구정물을 뱉으며 눈앞을 확인한 삼인조는…….

“카악, 퉤.”

“젠장, 대체 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넘어 터질 듯이 팽창되었다.

“뜨어어어.”

“끄에, 끄어.”

파반과 말롱은 너무 놀란 나머지 제대로 된 단어조차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그나마 성격이 냉철한 루친조차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촤아아악!

모습을 드러낸 존재가 뼈로 이루어진 강대한 두 날개를 펼쳐 내었다.

휘이이잉!

쐐애애애!

그것만으로 폭풍 같은 바람이 던전 내부에 휘몰아쳤다.

덜덜.

그 크라켄조차 그 압도적인 패기에 짓눌려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쿠어어어어!

쿠르르르르!

꽈르르르르!

압도적인 기운을 담고 있는 드래곤 피어가 하수도 전체를 공명시켰다.

본 드래곤이 던전에 강림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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