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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86화 (186/332)

# 186

지명도를 쌓자.

그것이 현재 레온의 가장 큰 목표였다.

이번에 퀘스트를 획득하며, 악명을 줄이자는 당초의 목적은 뒤로 밀려난 지 오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악명을 줄일 이유가 없어져 있었다.

‘오히려 쌓인 악명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지.’

순간 레온이 속으로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 그의 머릿속에 일전에 판트라넷에서 보았던 게시글의 한 단락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몬교의 신도가 된다든지, 암흑성국 소속의 병사가 되는 것이 아니면 악명은 대부분의 유저에게 최악의 페널티나 다름없음.

순간 레온이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내가 들어가야 한다는 기사단도 분명 암흑성국 소속의 병력. 악명이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 거야.’

그랬다. 어쩌다 보니 암흑성국 소속의 병사가 되어야 할 신세가 되었고.

그러자 쌓아 놓은 악명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쓰이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한동안 다른 왕국의 도시들에 들어갈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악명 제거는 천천히 생각하자고.’

예상보다 암흑성국에 체류할 시간이 꽤 길어질 듯싶었다.

당연한 예측이었다. 기사단에 들어가 단장의 암살을 노리려면,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

‘한 번 해 보니까, 날 잡고 달리면 악명 줄이는 일이야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 같고 말이지.’

그리고 암흑무투전을 한 번 경험해 보니,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악명을 줄이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다는 결론이 도출된 덕에 쌓인 악명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미 저 멀리 사라져 있었다.

그때 휴식실에서 다시 나온 레온을 확인한 보급관이 말을 건네 왔다.

“푹 잤나 보군, 생각보다 오래 걸렸구먼.”

“네, 뭐 그렇게 됐네요.”

레온의 짧은 대답이 끝나자, 보급관은 바로 질문을 건네 왔다.

“그래, 동일한 무투전에 출전할 텐가?”

하지만 레온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다른 종목에 출전하고 싶습니다.”

레온의 활약을 눈여겨보았던 보급관은 종목을 바꾼다는 레온의 선택에 살짝 놀란 반응이었다.

“으응? 다른 종목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

곧이어 레온의 대답이 들려왔다.

“전 암흑투기장에 출전하려고 합니다.”

암흑투기장.

투기장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참여한 유저들이 일대일로 전투를 벌이는 암흑무투전이었다.

개인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때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보급관의 말이 이어졌다.

“암흑투기장의 보상에는 악명을 전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네. 알고 있는가?

분명 암흑무투전은 최초에는 악명을 전가하는 것만이 목적이었지만, 이후에 시간이 흐르며 다른 보상들을 지닌 무투전들이 여럿 추가되어 있었다.

그리고 암흑투기장이 그중 하나였다.

레온이 미리 조사해 본 결과, 불멸자의 협곡은 악명을 전가하는 것이 주된 보상이라면 암흑투기장은 토너먼트의 상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막대한 지명도를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암흑투기장을 택한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고 말이었다.

……게다가 한 가지 더 독특한 보상이 있었다.

그건 바로.

“네, 지명도와 저에게 걸린 수익금의 일부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미리 알고 왔습니다.”

레온의 말처럼 수익금의 일부.

즉 자신에게 판돈을 베팅한 관중의 돈 일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흠, 미리 알고 온 것 같군. 그래, 알겠네. 그럼 바로 진행하도록 하지.”

보급관의 말을 들으며 순간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후후, 이거 잘하면 지명도를 얻으면서 돈도 짭짤하게 벌 수 있겠는데.’

그렇게 레온이 모두 알고 있는 듯하자, 보급관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곤 그를 앞으로 불렀다.

“이리로 가까이 오게.”

레온이 그의 손짓에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스윽.

그러자 보급관이 뒤편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이건.’

NPC들이 유저들의 스텟 창을 확인하는 수정구가 놓여 있었다.

“책정된 결과에 따라 참전할 암흑투기장의 등급 또한 정해지네.”

보급관의 말처럼 암흑투기장은 유저의 수준에 따라 다섯 개의 등급을 나누어 각 등급마다 따로 토너먼트가 이루어졌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10레벨과 200레벨이 같은 대진표에 배정이 되어 있다면, 말이 안 되니까 말이었다.

“흠, 자네는…….”

그러던 그때, 수정구에 레온의 스텟 창이 떠오르고 있었다.

LV. 1

종족 : 인간

직업 : 알케믹 소드맨

생산 직업 : 없음.

칭호 : 한계를 돌파한 자 / 진정한 본 네크로맨서 / 최초의 샤먼

명성 : 84,000

악명 : 42,500

힘 225(+100)

민첩 213(+100)

지혜 210(+100)

체력 202(+100)

불굴 200(+100)

손재주 228(+100)

생명력 61,200 마력 50,300

순간 자신의 화려한 스텟들과 보너스 스텟을 확인한 레온이 코를 살짝 비비며 만족한 심정을 드러내었다.

‘크으, 뿌듯하구먼.’

그동안 한계를 돌파한 자 칭호의 레벨이 계속하여 상승해 있었기에, 칭호에 붙어 있는 스텟 상승효과도 덩달아 올라 있었다.

이제는 무려 100스텟을 상승하여 주고 있었다.

게다가 마신의 대장장이에서 초기화를 하였을 때 평균 스텟들이 100 초반대 정도였던 것이 전부 200대로 급상승하여 있었다.

한데 그런 놀라운 수치들이기에.

다음 순간, 보급관의 입에서 나온 레온의 등급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보급관이 어리둥절해하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책정된 자네의 등급은 황동. 최하등급이구먼. 허어, 이거 수정구가 잘못된 건가?”

‘쩝, 어쩔 수 없나.’

그는 수정구를 이리저리 살펴 댔지만, 레온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쩝, 레벨 때문이겠지.’

초기화를 한 상태에서 아직 레벨을 올린 적이 없으니, 아직 그는 1레벨이었던 것.

그런 까닭에 최하 단계로 책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때 보급관이 약간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이걸 어쩐다. 황동 등급의 토너먼트는 이미 진행이 되고 있는 상태인데…….”

‘뭐?’

순간 레온의 표정이 굳었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그가 알기로 암흑투기장은 일주일 간격으로 다시 열렸던 까닭이었다.

‘아, 일주일이라니.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아쉬움을 참지 못하며 레온이 간절한 염원을 담아 말을 꺼냈다.

“……혹시 제가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등급의 암흑투기장은 정말 하나도 없는 겁니까?”

“끄응, 아쉽게도 그렇다네. 수준을 높여 다른 등급을 참여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네만. 남아 있는 것이 두 번째 상위 등급인 수정 등급과 최상위 등급인 백금뿐이군…….”

‘하아, 정말 안 풀리는군.’

수정은 최소 요구 레벨이 160 이상.

백금이라면 최소 레벨 요구 조건이 200 이상이었다.

160이란 레벨을 달성하려면, 일주일이란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릴 것 터였다.

레온이 시무룩해 있던 그때.

“……흐음, 하루 뒤에 열리는 새롭게 신설되는 등급의 암흑투기장이 하나 있기는 하네만.”

보급관이 난처해 보이는 레온을 바라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신설되는 암흑투기장?’

새롭게 신설된 등급의 토너먼트는 판트라넷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었기에, 레온이 지푸라기라도 짚는 심정으로 말을 건넸다.

“오, 그게 뭡니까?”

“아니, 아니야. 못 들은 걸로 하게나. 자네의 등급으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을 걸세.”

‘뭐래는 거야, 이 양반.’

레온은 알 수 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전 정말 급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지명도를 쌓아 암흑성국의 기사단이 되어야 하거든요. 자살행위일지라도 상관없습니다. 무엇인지 말씀을 해 주십시오.”

레온의 단호한 태도에 넘어간 그가 말을 이었다.

“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네, 말해 주지. 내일 새롭게 신설되는 혈석 등급의 암흑투기장을 말한 걸세. 이 암흑투기장은 모든 등급에 속하는 유저들이 자유로이 신청할 수 있다고 하네.”

‘아, 그런 거였군.’

그 순간 레온은 그가 말했던 자살행위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모든 등급에 속하는 유저들이 자유로이 신청할 수 있다.

그 말인즉, 백금 등급에 속한 유저들 또한 참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보급관은 1레벨인 레온이 절대로 상대할 수 없으리라 예상한 것이었다.

보급관의 걱정 어린 말이 이어졌다.

“게다가 듣기로 혈석 등급의 토너먼트는 중도 포기가 없다더군. 무조건 죽을 때까지 진행이 된다고 들었네. 그리고 패배 시, 상당한 페널티도 부여한다고 하고 말이야.”

패배할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사망 페널티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혈석이라는 제목처럼 콘셉트를 상당히 하드코어하게 잡은 듯했다.

“물론 수준 차이가 존재하는 탓에 8강 이상까지만 올라가더라도 지명도는 막대하게 얻을 수 있겠지만. 위험성이 너무 크네.”

마지막 말에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구조였다.

‘분명히 고렙 실력자들도 참가를 할 거야. 평상시에도 양학을 하고 싶어 하는 놈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만약에 싸운다고 하면 레벨 차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렇게 레온은 꽤나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다가.

“결정했습니다.”

이윽고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굳어있는 레온의 표정을 보고 결국 겁을 먹고 포기하였다고 생각한 보급관이 말을 이었다.

“으응? 그래, 잘 생각했네. 그럼 일주일 뒤에 오…….”

……하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나머지 말을 내뱉었다.

“혈석 등급 암흑투기장, 바로 접수 신청하겠습니다!”

* * *

그리고 잠시 후.

참가 신청서를 작성한 레온은 조금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로 콜로세움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4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 시간을 제대로 불태워야 해!’

혈석 투기장이 열리기 전 남은 24시간을 남김없이 사냥과 직업의 숙달에 할애하려는 것이었다.

레온은 몬스터가 많이 출몰하고, 그 위험도가 높은 특징에 적합한 던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바깥에 나가 판트라넷에 접속하는 시간이 아까웠던 탓에, 도시에 있는 NPC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냥터들의 정보를 획득하였다.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곳이야 알고 있지만. 자네 실력으로 감당이 안 될 텐데?”

그리고 곧이어 레온은 찾아낸 사냥터 중 한 곳으로 홀로 이동하였다.

‘저 자식은 분명……!’

‘이봐, 저놈, 그놈 맞지?’

한데 그때였다.

그런 레온의 등 뒤로 지독한 악의가 담긴 눈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그들은 이어 대화를 나누었다.

‘흐흐, 신이 주신 기회인가.’

‘그래, 제대로 갚아 줄 기회야.’

그리고 곧이어 레온이 떠난 도시의 정문 바깥으로, 그들 또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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