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85화 (185/332)

# 185

* * *

유호의 자취방이 시끌벅적했다.

“네네, 거기다가 옮겨 주시면 돼요.”

그의 지시에 따라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호가 신형 캡슐을 한 방에 지르고 난 이튿날, 설치 기사들이 방문을 한 것이었다.

‘역시 서비스도 돈에 따라 달라지는군.’

가격이 가격인 탓일까, 이전에는 구매한 후 계속 배송이 지연되었는데 이번에는 하루 만에 바로 도착을 하여 있었다.

척척.

‘크으.’

빠르게 완전한 제 모습을 갖추는 신형 캡슐의 모습에 유호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환하게 변하여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신형 캡슐의 외관은 그가 지니고 있던 보급형 모델의 그것과는 정말 차원이 달랐으니까 말이었다.

구형 모델은 투박하기 그지없었던 데에 반해 신형 모델은 유려하고 매끈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쩝, 이러다가 나 신형 캡슐이 나올 때마다 사게 되겠는데……?’

왠지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자, 유호는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유호가 불치병이라는, 속칭 장비병에 감염되어 버린 것 같던 그때.

“자, 끝났습니다.”

때마침 설치 기사가 그에게 신형 캡슐의 설치가 끝난 것을 말해 주었다.

그러곤 그들은 원래 있던 구형 모델을 가지고 그대로 떠났다.

그의 자취방은 캡슐 두 개를 동시에 놓을 만큼 크지 않았기에, 중고 시세보다 높게 보상금을 책정해 준다는 말에 바로 넘긴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자, 유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 자취방이 이렇게 작았었나? 이거 다음 신형 캡슐 크기가 더 커지면 방을 옮겨야 할 수도 있겠는데?’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그는 이제 캡슐에 맞춰 자취방을 옮기는 것까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웅.

그러던 그때, 유호는 진동음을 내며 최초 동기화를 시작한 신형 캡슐을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 부가 장비들이 추가되어서일까, 신형 모델의 크기는 구형 모델보다 더 컸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캡슐은 자취방을 집이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캡슐룸과 같은 분위기로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유호는 오히려 그 사실에 더욱 만족하고 있었다.

‘후후, 좋은데? 집이 곧 캡슐룸이 되다니, 이거 집중이 더 잘되겠어.’

역시 모든 삶의 방향이 게임에 맞추어져 있는 진성 폐인다웠다.

‘자, 그럼.’

다음 순간 유호가 동기화가 얼마나 진행이 되었나, 캡슐의 모니터를 확인해 보았다.

화면에 찍힌 것은 60퍼센트였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그에 입맛을 다시던 유호는 이내 주위를 둘러보며 리모컨을 찾기 시작했다.

“흐음, 조금 더 시간이 걸릴 테니 그동안 TV라도 볼까.”

완료되기 전에 정보라도 얻을 겸 오랜만에 게임 채널을 시청할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딸칵.

잠시 후, 불이 들어온 TV 화면에는 꽤나 오랜만에 보는 VJ 보미와 평범하게 생긴 직장인 남성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러분의 애정을 먹고사는 판테라 요정 보미입니다.

-판트라넷의 기자 박준혁입니다.

‘오, 타이밍 잘 맞췄네.’

소개 멘트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때마침 막 프로그램이 시작한 모양이었다.

기자라고 소개한 남자가 멘트를 시작했다.

-네, 오늘 이 시간에는 일주일간 판테라에 일어난 중요한 뉴스들만을 콕콕 찝어 이야기해 드리는 ‘위클리 판테라’ 시간입니다.

-자, 그럼 대망의 첫 번째 뉴스부터 바로 시작해 볼까욧!

상당히 하이 텐션인 보미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굵은 폰트로 첫 번째 토픽의 제목이 떠올랐다.

‘어라?’

그때, 제목을 확인한 유호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어 보였다.

‘……우리 영지 이야기잖아?’

그의 말처럼 첫 번째 뉴스가 바로 메르엠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판테라에 등장한 뉴 클래스, 샤먼과 본 네크로맨서 대유행 중!]

[전직을 위해 영지 메르엠에 가고자 하는 유저들의 행렬 끊이지 않고 있어]

‘호오, 내 직업들이 유행 중이라고?’

순간 유호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곤 둘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네, 역시나 첫 번째 소식은 새롭게 등장한 직업, 샤먼과 본 네크로맨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와, 두 직업이 공개된 첫날이 떠오르네요. 너무 놀란 탓에 잊을 수가 없어요. 새로운 직업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가 공개된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쵸, 기자님도 놀라셨죠?

-네, 보미 씨의 말처럼 정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타이밍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나타났으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죠.

-그쵸, 그쵸. 자, 그럼 유저님들의 반응을 한번 살펴볼까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미리 인터뷰를 해 놓은 유저들을 담은 영상이 틀어졌다.

상당히 눈에 익은 장소가 펼쳐졌다. 영상을 메르엠에서 찍었던 것.

‘흐흐, 샤먼이 최고십니다. 여러분 샤먼 두 번 하세요.’

‘나만의 스켈레톤을 만들고 싶으신 분들! 메르엠에서 본 네크로맨서의 길을 걸으세요. 이거 대박입니다! 뼛조각 수집하는 맛이 쏠쏠해요!’

‘아니, 한 영지에 새로운 직업 전직소가 두 개나 열리다니. 안 올 수 있겠어요?’

유저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 같았다.

몇 명의 인터뷰가 더 이어지다가 끝이 난 후, 영상은 메르엠의 전경을 싹 훑으며 비춰 주었는데, 레온은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거 진짜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잖아?’

자신이 떠나기 전보다 또 한걸음 더 발전된 도시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방문객들이 폭증하고 주민들이 끊이지 않고 늘어나자, 선로에 들어선 기차처럼 막힘없이 발전이 되고 있었다.

한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게다가 수많은 유저들이 메르엠에 정착을 하고 싶어 하는 동시에, 아슬란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중인데용. 아쉽게도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럴 만도 하죠. 아슬란은 아직까지 한 번도 길드원 모집을 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일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시작된 화면의 내용에 레온은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길드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다고?’

그랬다. 화면에는 구름떼처럼 모여든 유저들이 영주관 앞에서 시위를 하듯 길드에 넣어 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욕망이 절절 흐르고 있었다.

영주관 앞에 있는 경비병들이 연신 그들을 말리고 있었다.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반향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컸다.

순간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흐음, 간부급이라면 더 시간을 보고 뽑아야겠지만, 일반 길드원들이라면 슬슬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하지 않던가. 세력을 불릴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유호였다.

그렇게 유호가 게임 내에서 길드원들과 한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고 마무리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TV의 두 사람도 두 번째 뉴스로 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본 네크로맨서에 대해 네크로폴리스의 네크로맨서들은 딱히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둘의 연관성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의심을 하고 있지만, 쉽사리 답을 찾아내지는 못한 실정입니다.

-그러니까요.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 주더라고요……. 자, 그럼 두 번째 뉴스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북부 대륙 영지 쟁탈전 격화!]

[수많은 세력의 이합진산! 과연 북부 대륙의 패권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이것도 중요하지.’

북부 대륙의 영지전이 심화되고 있다는 제목을 읽은 유호가 다시금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북부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덕에 전쟁과는 동떨어져 있는 실정이기는 하나, 언제 화살이 자신들에게로 돌아갈지 몰랐다.

슬슬 돌아가는 판세를 파악하여 놓기는 했던 것이었다.

-북부 대륙의 영지 전쟁이 하루도 끊이지 않고 진행되며, 이제 점점 세력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유저들에게는 일명 ‘1강 4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순간 유호는 속으로 한 단어를 되새김질했다.

‘1강 4중이라.’

그러곤 보미의 말이 이어졌다.

-자, 여러분이 한눈에 보시기 편하시도록 저희가 미리 제작한 다섯 길드의 세력도 이미지를 보시겠습니당!

화면에 북부 대륙의 지도가 나타났다.

한데 독특한 것은 삼국지 게임에 나오는 것처럼, 지도에 각 길드마다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총 다섯 개의 길드명은 이러했다.

1강 ‘흑풍회’

4중 ‘페가수스’, ‘코르부스’, ‘블루아이즈’, ‘아랑칼’

제공되는 이미지를 보자, 왜 1강 4중이라 불리는 지 알 수 있었다.

눈에 띄게 가장 큰 땅덩어리를 지니고 있는 흑풍회.

그리고 그 절반 정도의 크기의 영토를 지니고 있는 네 개의 길드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흑풍회 길드가 아랑칼 길드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모두 아시는 이야기시죠?

-그런 와중에 페가수스 길드는 블루아이즈 길드를 잡기 위해, 코르부스 길드와 손을 잡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북부 대륙의 전쟁이 언제쯤 끝나게 될지 감이 오지 않네요.

순간 유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두 가지 의문 때문이었다.

‘흠, 코르부스는 아예 처음 들어 보는 길드 이름인데 저렇게 세력이 크네. 그리고 블루아이즈라…… 분명히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후자의 것이 무언가 생각이 나려던 그때.

띠링.

“오오!”

이윽고 신형 캡슐에서 동기화가 완료될 때 나는 소리가 들려왔고.

유호는 생각이 사라진 채, 곧장 TV를 끄고 신형 캡슐의 좌석에 몸을 눕혔다.

* * *

곧장 로그인을 한 그는 로그아웃을 했던 암흑무투전의 대기실 침대에서 눈을 떴다.

휘익.

휘익.

몸을 일으킨 레온은 바람 소리를 내며 온몸을 가볍게 움직여 보았다.

신형 캡슐을 사용하면 얻을 수 있다는 2~5% 이상의 추가 싱크로율 상승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한데 그렇게 몸을 움직여 볼수록 레온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가 잠시 후, 완전히 만족한 표정으로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와, 대박이다! 이거 고작 5%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신형 캡슐의 성능은 대만족이었다.

그냥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고 있었다.

레온과 같이 최상위권의 싱크로율을 지니고 있는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5퍼센트의 차이는 천지차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었다.

레온이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와, 진짜 괜히 비싼 캡슐을 사는 게 아니구나.’

사소하게 움직이는 것도 이러한 차이가 있는데, 전투에 들어가면 얼마나 차이가 느껴질지 감이 오질 않았다.

이제 장비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어 버리겠다 결심하는 레온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처척.

레온은 눈을 빛내며 대기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빠르게 진행해 볼까!’

그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기사단에 들어가기 위한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암흑무투전을 이용하는 것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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