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
-연계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내부의 적이 가장 두려운 법’을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생각지도 않은 급전개에 레온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거태도의 진동과 함께 획득할 수 있는 연계 퀘스트라면, 머릿속에 하나밖에는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마몬의 사도 퀘스트인가!’
순간 그 사실을 떠올리자 레온의 가슴이 격하게 요동쳤다.
거태도에 이어 다른 사도가 지니고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빼앗을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었다.
에고에게 솟구쳐 있던 짜증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흐흐, 한번 봐 보실까.’
그는 다른 이들에게 감정의 동요를 들키지 않게, 진정시키며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였다.
[내부의 적이 가장 두려운 법 (히든) / (연계)]
당신은 흑염룡의 거태도에 깃든 에고를 활용해 또 다른 마몬의 사도를 확인해 내었다.
그는 바로 암흑성국의 기사단 중 하나인 흑암기사단의 단장 ‘클라리우’였다.
당신은 그를 알아냈지만 그는 당신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당신은 어떻게든 그의 기사단에 첩자로 잠입하여 그와 독대를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둘만이 남게 된 순간, 그를 처치하고 그가 지니고 있는 성물을 빼앗아야 한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사도 전용 아이템. 명성 50,000. 알 수 없음.
그의 예상이 맞아떨어져 있었다.
일전에 획득했던 다른 마몬의 사도를 처치하는 퀘스트의 연장선이었던 것이었다.
거태도가 요동을 쳤던 것은 사도 탐지의 기능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리라.
한데 그때, 레온의 표정은 앞서 기대에 벅차 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그는 당황에 차 있었다.
‘하아,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 한 번 내용을 훑어 내려갔다.
하지만 내용은 변함이 없이 그대로였다.
순간 레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쩝, 오랜만에 또 미친 퀘스트가 등장했구나.’
라고 말이었다.
한데 그럴 법도 할 만한 내용이었다.
다른 사도의 수하로 몰래 잠입해 들어가 암약하다가 적의 목줄을 따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끄응, 가능하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잘 가늠이 되지를 않았다.
그러자 순간 레온은 울컥하는 심정을 참지 못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아니, 뭔 놈의 게임이 잠입을 이렇게 좋아해!’
이전에 네크로맨서의 마탑에 몰래 잠입하라고 제안을 하는 것부터, 지금까지 너무 무리한 내용을 유저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이 정도면 내가 아니라 골판지 상자를 좋아하는 아저씨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레온은 속으로 한참을 투덜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서글프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에휴,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까라면 깔 수밖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 전용 아이템은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곤 창가 쪽으로 슬며시 걸어간 레온은 매의 눈으로 기사단을 쳐다보기 시작하였다.
그의 시선에 잘 정돈된 기사단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잘 벼려진 칼처럼, 한 사람 한 사람들이 모두 잘 훈련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행렬의 정 가운데에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레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저자인가?’
다른 기사단원들보다 1.5배는 큰 것 같은 군마와 더욱 화려하고 견고해 보이는 갑옷.
한눈에 보아도 그가 퀘스트 내용에 적혀 있던 목표 대상인 ‘클라리우’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꽤 나이가 있는데?’
다른 기사단원들과 달리 그는 홀로 투구를 벗고 있었다.
흰 머리가 나 있는 것을 보아 나이대가 꽤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그때.
“얼레? 그쪽도 흑암기사단에 관심이 있어?”
레온이 클라리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옆에서 체비가 말을 꺼냈다.
레온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슬쩍 질문을 건넸다.
“저 기사단장 유명한가?”
그러자 그가 생각지 못한 내용의 말을 꺼냈다.
“클라리우? 유명하다마다. 개쩌는 실력의 NPC잖아. 레벨이 250이 넘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NPC? 250?’
레온은 화들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다른 마몬의 사도 중에 NPC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상대의 엄청난 격차를 지닌 레벨까지 듣게 되자, 레온은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런 레온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체비가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흠, 자세한 건 모르지만 저기 들어가려면 충분하게 지명도를 올린 다음 도시 중심에 있는 모병관에게 가 보도록 하라고. 그럼 난 이만.”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다음 암흑무투전을 진행하기 위해 떠났다.
그를 시작으로 한 사람씩 대기실을 떠나갔다.
곧 텅 비어 버린 대기실에는 레온만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던 레온은.
‘……일단 당장은 실력을 쌓는 것이 최우선이겠군.’
곧이어 그런 결론을 내리고는 보급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보급관이 바로 질문을 건넸다.
“자네도 이어 암흑무투전을 진행할 텐가?”
그러나 레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전 개인 정비를 좀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 보급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수하를 시켜 콜로세움 내에 구비되어 있는 개인 휴게실로 그를 안내했다.
암흑무투전은 각 플레이어에 개인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였다.
이윽고 잠시 후.
방 안에 홀로 있게 된 레온은 뚜둑, 하고 손 관절에서 뼈 소리를 내며 손을 풀었다.
그러곤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자, 이제 그럼 해 보실까.”
그의 눈앞에 인장의 상태 창이 떠올라 있었다.
[창생의 인장]
티어 0 / 경험치 100%
상태 창을 확인한 레온이 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불멸자의 협곡에서 했던 그의 예상처럼 인장의 경험치가 완전히 가득 채워져 있었다.
‘협곡에서의 전투 좋은 선택이었어!’
과연 어떤 직업이 탄생하게 될지 레온은 부푼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은 곧바로 인장을 사용하였다.
“인장 티어 상승!”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용할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티어 0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은 하나뿐이었다.
“창조.”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인장이 있는 오른팔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띠링.
띠링.
곧이어 그의 귓전에 경쾌한 효과음이 들여왔다.
동시에 레온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탄성을 내뱉었다.
“오호!”
만족스러운 결과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인장 티어가 4로 상승하셨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알케믹 소드맨’으로 전직하였습니다.
내용을 확인한 레온이 펄쩍 뛰며 기뻐했다.
“좋았어! 레어 등급 검사다!”
‘소드맨’이라는 이름과 ‘4티어’라는 등급에서, 그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검사 직업을 간절히 원했었던 만큼 레온이 그렇게 기뻐할 만도 해 보였다.
‘자 이제 봐 볼까.’
그리고 레온은 곧바로 새롭게 전직한 알케믹 소드맨의 상세 정보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창생의 인장]
티어 4 / 경험치 0%
개방 특성(4/?)
직업 총람(14/?)
[알케믹 소드맨]
연금술사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궁극의 진리를 탐구하는 이들입니다.
그 연구 과정 속에서 수많은 이기들을 탄생시켰기에, 과거 대륙의 수많은 이들은 연금술사들을 그들을 세상의 현자들로 부르며 추앙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그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고, 무지한 이들은 그들을 단순히 포션 조제가 정도로 생각할 따름입니다.
알케믹 소드맨은 그런 상황 속에서 연금술사의 강력한 힘을 대륙에 알렸던 연금술사이자 검술의 대가의 직업입니다.
그는 연금술과 검술을 접목하여 더욱 강력한 힘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하였고, 연금술사를 무시했던 많은 이들이 경의를 표하게 만들었습니다.
클래스 랭크 : 레어 / 진화 가능
클래스 특성 : 단일
직업의 내용을 모두 읽어 내려간 레온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케믹이라는 것이 연금술사를 이야기하는 거였구나!’
불멸자의 협곡에서 영약을 이용하고, 실린더를 이용해 포션을 조제하였던 것 때문인지 검사와 연금술사가 합쳐져 있었다.
그것을 보며 레온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흠, 지금까지 만들었던 직업들을 살펴보면, 그냥 검사만 존재하는 것보다 이게 더 나을 수도 있겠어.’
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네크로맨서와 대장장이.
샤먼과 건설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직업의 특성이 합쳐지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일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스킬을 살펴보자!’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알케믹 소드맨의 스킬을 확인하여 보기 시작했다.
보유 스킬
패시브 스킬
1. 우로보로스의 순환.
-연금술의 경지가 오를수록, 검술 스킬들의 위력이 배가됩니다.
2. 케미컬 라이프 LV. 1
-모든 물약의 효과를 2회 중첩하여 적용받습니다.
-모든 물약의 지속시간이 두 배가 됩니다.
3. 양손 검 마스터리 LV. 1
4. 연금술 마스터리 LV. 1
-각종 물약의 조제와 골렘의 연성 성공률이 상승합니다.
액티브 스킬
<연금 검술>
1. 초신속
2. 리턴 브레이커
3. 그랜드 크로스
4. 오러 블레이즈
5. 강제 변환
(……중략……)
<연금술>
1. 아이템 각성
-연금술의 비의를 사용하여 아이템의 잠재된 성능을 끌어냅니다. 숨은 옵션을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아이템의 내구력이 영구히 감소합니다.
2. 형태 변화
3. 성질 변화
4. 케미컬 레이지
5. 케미컬 프로텍션 웨폰
6. 방호벽 연성
7. 히트 실린더
(……중략……)
<포션 조제>
1. 포션 조제
<골렘 연성>
1. 골렘 연성
2. 골렘 개조
3. 콜 골렘
그렇게 스킬들을 모두 읽어 내려간 이후 레온이 내린 총평은.
‘……와, 이거 진짜 대박인데?’였다.
레온은 정말 완벽하게 만족을 하고 있었다.
일단 연금술사와 검사가 완벽에 가깝게 조화가 되어 있었다.
‘연금술의 경지가 오르면 검사 스킬의 힘이 강력해진다니. 연금술에 집중해야 할 때도 검사에 소홀해지는 걸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어!’
게다가 그뿐이 아니었다.
딱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검술 스킬들과, 심지어 연금술 스킬들도 근접 전투에서 사용하여 효력을 발휘할 것들이 수두룩하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건 바로.
‘으아! 빨리 써 보고 싶다!’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삐비비빅!
그의 바람은 조금 미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으응?”
그때, 레온의 귓전에 시끄럽게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레온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이건 분명히…….’
분명히 일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 경고음이었다.
이건 현실의 집에 불청객이 들이닥쳤을 때 발생하는 소음이었다.
레온이 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오, 유희 이 녀석, 정말 연락 좀 하고 오라니까.’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며, 레온은 정말 오랜만에 로그아웃을 하고 있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