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78화 (178/332)

# 178

-‘리오’님이 대기실에 입장하였습니다.

-청(靑)군의 플레이어들이 대기실에 모두 입장 완료하였습니다.

슈웅!

푸른빛의 이펙트와 함께 레온이 대기실이라는 곳으로 이동되었다.

곧이어 그가 슬쩍 감고 있던 눈을 뜨자,

‘여긴?’

웬 넓은 방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외관상으로 보아 아무래도 밖에서 보았던 콜로세움 안에 마련되어 있는 공간인 듯싶었다.

스윽.

그때 레온이 그대로 시선을 돌려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곤 이내 속으로 생각했다.

‘꽤나 북적북적하는구먼.’

생각보다 꽤 많은 인원이 대기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처척.

일단 흑색의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암흑성국의 병사들과 그들의 상관으로 보이는 한 NPC가 자리하고 있었고.

‘……내 얼굴에 꿀이라도 발라 놨나, 뭘 저리 쳐다본데.’

다른 네 명의 참가 플레이어들이 가늘게 뜬 눈초리로 연신 그를 위아래로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불멸자의 협곡은 5 대 5의 팀 게임으로 진행이 되었다.

한데 저들의 눈빛은 같은 동료를 바라보는 것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흡사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들 같은 모습이랄까.

레온은 그것을 보며 속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팀 플레이는 개뿔, 혼자서 다 해 먹자고 말이었다.

만약 다른 곳에서였다면, 팀 게임에 앞서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는 것이냐 하였으리라.

하지만 이곳은 암흑성국.

그리고 암흑무투전은 악인들끼리의 전장.

일반적인 상식을 떠올려서는 안 됐다.

‘아무도 믿어선 안 돼, 저놈들 중에 선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자신과 같이 어쩔 수 없게 악명이 쌓인 이가 존재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봐도 무방했다.

저놈들은 하나같이 PK 따위의 범죄를 저질러 쌓인 악명을 없애러 온 녀석들이리라.

자신이 조금만 부주의하면 바로 자신의 등 뒤에 칼을 꼽을 이들이었다.

‘바보같이 저런 자들을 믿느니, 모두를 의심하는 편이 낫지.’

그렇게 레온이 내부의 적들을 향해 날카롭게 견제를 하던 그때.

“마지막 참가자가 도착한 것 같군.”

조용히 그런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상관 NPC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그러자 레온을 포함한 다섯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그런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상관의 말이 이어졌다.

“본인은 자네들 청군의 보급을 맡고 있는 라듐이다. 이후로 보급관님이라 부르도록.”

레온은 조용히 보급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데 그 순간.

플레이어 중 수염을 지저분하게 길러 산적처럼 보이는 녀석이 위협하듯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을 꺼냈다.

“보급관? 뭐야, 줄 게 있으면 빨리 내놓고 꺼……!”

채챙!

그러자 병사들이 동시에 날카로운 창날을 녀석의 목에 들이밀었다.

보급관이 흡사 벌레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쯔쯔, 모험가 놈들이란 역시 무례하기 그지없군. 설명이 끝나기 전까지 그 냄새나는 입은 닫고 있도록.”

보급관의 말에 레온을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들의 비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 이 NPC 새끼가.”

자신을 향해 비웃음이 쏟아지자, 눈이 돌아간 남자가 허리춤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자신의 검을 뽑아 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목적은 이뤄지지 못했다.

“어라? 뭐야, 내 칼 어디 갔어!”

분명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 있어야 할 무기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허둥지둥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레온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저 멍청한 녀석은 정말 전장에 대해 하나도 모른 채로 들어온 건가?’

그때 산적남의 가까이에 있던 족제비처럼 생긴 자그마한 체구의 플레이어가 산적남에게 말을 건넸다.

“이봐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오른쪽 상단에 떠올라 있는 메시지나 확인해 봐요. 거기에 다 적혀 있으니까.”

‘뭐래는 거야.’라고 하며 씩씩거리던 산적남은 그가 말한 곳에 시선을 돌렸다.

“……뭐야, 이거?”

거기에는 그가 생각지도 못한 내용의 메시지들이 주르륵 적혀 있었다.

-장착한 모든 장비가 착용 해제되었습니다.

-인벤토리의 오픈이 제한됩니다.

-불멸자의 협곡 안에서는 소유 아이템의 사용이 불가합니다.

-불멸자의 협곡 안에 존재하는 ‘전쟁 상점’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장착하고 있던 모든 아이템들이 강제로 해제되어있었던 것이었다.

메시지는 불멸자의 협곡 안에 존재한다는 ‘전쟁 상점’이라는 곳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만을 장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한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확인한 산적남의 낯빛이 단번에 어두워졌다.

“……빌어먹을, 레벨은 또 왜 이래?”

-대기실에 입장한 모든 유저의 레벨이 1로 재설정되었습니다.

그랬다. 모두의 레벨 또한 1로 떨어졌던 탓이었다.

그걸 보며 레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로 속으로 생각했다.

‘뭐, 나는 원래부터 1이었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자신의 레벨이 1로 떨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 산적남의 모습을 확인한 보급관이 말을 이어 갔다.

“흠, 설명이 간편해지겠군. 보았듯 그대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장비와 무기 들은 강제적으로 봉인이 된 상태이며, 그대들의 레벨 또한 강제로 하락된 상태다. 하지만 협곡의 전투가 끝나고 나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올 것이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보급관은 진행되는 게임의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 번 더 들어 볼까.’

그에 레온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셈치고 집중하여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룰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이러했다.

1. 암흑무투전 ‘불멸자의 협곡’은 각각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2. 협곡은 상단, 중단, 하단의 세 라인으로 길이 나 있으며, 각 라인마다 1차 포탑, 2차 포탑, 결계 포탑이 막아서고 있다.

3. 하나의 결계 포탑이라도 부수면 각 군의 진영 끝에 있는 신전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먼저 상대편의 신전을 파괴하는 쪽이 승리한다.

각 라인의 포탑을 깨부수고, 신전을 터뜨리면 승리한다.

‘……그리고 그렇게 전투에서 승리하면 나의 악명을 상대에게 전가할 수 있고 말이지!’

간단명료하게 목표를 정리한 레온이 속으로 최종 보상을 떠올렸다.

그러던 그때, 이제 마지막 준비 과정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자, 이제 그대들이 협곡 내에서 사용할 스킬들을 지정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호명하는 모험가부터 한 명씩 앞으로 나오도록.”

AOS 게임들은 모두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존재하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단 네 가지의 스킬만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한데 판테라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약간 독특한 시스템을 가미한 듯싶었다.

한 사람씩 호명이 되어 가며 진행되는 과정들을 살피며 레온이 또다시 정리해 갔다.

-불멸자의 협곡 안에서는 스킬을 단 네 개만 사용이 가능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스킬은 무작위로 배정이 된다.

-세 번째 스킬은 보급관이 제공하는 스킬북 목록 중에서 한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그리고 마지막 궁극기 스킬은 플레이어가 보유한 스킬 중 하나를 지정할 수 있다.

“플레이어 리오는 앞으로 나오시게.”

곧이어 레온의 차례가 돌아왔고, 무작위로 받는 레온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스킬이 정해졌다.

[강제 희생양]

자신의 공격으로 아군 병사를 처치할 수 있습니다.

-아군 병사 처치 시에는 경험치와 코인 모두 습득이 불가능합니다.

[약물 중독]

포션 사용 시, 그 효율을 배가시킵니다.

병사 처치 시, 적은 확률로 무작위의 효과를 지닌 포션을 습득합니다.

‘……이거 꽤나 재밌는 스킬들을 받았네.’

무작위로 받은 두 개의 스킬을 확인하고는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뒤, 레온은 그에 맞춰 보급관이 제시한 스킬북 중 하나를 골라 세 번째 스킬을 결정하였고.

뒤이어 자신의 궁극기 스킬까지 모두 정하였다.

그렇게 레온을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들 5인의 스킬 배정이 끝났다,

그러자 각자 만들어진 스킬 구성을 보고는 역할군을 정하기 시작했다.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제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보니 라인의 결정은 빠르게 정해졌다.

AOS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조합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족제비남 / 힐러(하단 / 서포터)

산적남 / 딜러(하단 / 원거리 딜러)

반대머리남 / 메이지(중단)

타투남 / 사냥꾼(정글)

레온이 가게 된 곳은 바로,

‘난 상단 라인에 근접 딜러인가.’

사나이들의 일대일 전투가 많이 벌어지는 상단 라인이었다.

* * *

잠시 후.

다시금 방 안에 있던 공간 이동진을 사용하여 전장으로 이동한 그들은 놀란 반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콜로세움 안에서 진행되는 거 아니었어?”

“이야, 아예 다른 곳으로 와 버렸잖아?”

그들이 놀랄 만도 했다.

그들은 예상했던 콜로세움이 아닌 완전히 다른 풍광이 펼쳐진 공간으로 이동하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협곡이라는 이름처럼 광대한 맵이 펼쳐져 있었던 것.

그러나 다른 이들이 놀란 것과 달리 레온은 그들의 등 뒤에 세워진 한 건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신전인가.’

그들이 지켜야 하는 그리고 적들의 것은 무너뜨려야 하는 신전을 눈에 담고 있었던 것이었다.

신전의 위에 커다랗게 체력 바가 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레온은 전의를 가다듬었다.

‘상대편의 신전 빠르게 박살 내 주겠어!’

그러던 그때, 플레이어들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불멸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5분 후, 전투가 시작됩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모두 500코인이 주어집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전쟁 상인으로부터 필요한 아이템을 미리 구매하십시오.

‘500코인인가.’

메시지가 끝남과 동시에 레온은 여섯 칸으로 구성된 자신의 아이템 창 밑에 조그맣게 500이라는 숫자가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온을 포함한 플레이어들 모두 곧장 상점으로 이동하였다.

상점은 신전의 바로 옆에 존재하여 있었다.

상점 주인이 모두에게 말을 건네 왔다.

“어서 오게 젊은이들,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촤라라락.

30가지가 넘는 아이템들의 카탈로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레온은 완성 아이템들을 하나둘 살펴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나의 완성 아이템 아래에 조합으로 쓰일 하위 아이템들이 있는 것도 모두 똑같구나.’

그렇게 상점에 아이템들은 정말 많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살 수 있는 아이템은 한정적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수중에 알다시피 단 500코인밖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스윽.

“오호, 이게 좋겠군.”

“……쳇, 방패나 들고 버텨야겠다.”

순간 레온이 옆을 바라보자, 남은 네 명은 잠깐의 고민도 없이 덥석 덥석 아이템들을 골라 갔다.

검, 반지, 방패 등등.

초반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그런 그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쯔쯔, 캐리하려면 그런 일반적인 걸로는 안 되지.’

덥석.

순간 레온이 한 가지 물건을 선택하고는 상점 주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거 주세요.”

한데 이상하게도 주인은 선뜻 그 물건을 내어주지 않았다.

주인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을 꺼냈다.

“……흐음? 정말 이걸 사도 괜찮겠는가? 참고로 우리 가게에 환불은 없다네.”

하지만 레온은 시간이 없다는 듯 손짓을 하며, 얼른 달라고 재촉할 뿐이었다.

“그거 맞아요. 알았으니 얼른 주세요.”

“아, 알았네.”

대답하는 상점 주인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간 레온이 바로 자신이 떠날 상단 라인의 시작 지점에 섰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친 산적남이 불쑥 말을 꺼냈다.

“너 리오라고 했나? 생긴 건 쓸 만한 것 같다만, 부탁인데 발목 잡지 마라.”

그의 눈에는 레온이 영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뭐야, 이 참신한 머저리는.’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가뿐하게 무시해 줄 뿐이었다.

‘이 자식이!’

그에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놈이 쌍심지를 켜며 레온에게 윽박을 지르려다가.

‘……어라?’

레온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이상한 것을 발견한 듯 말을 꺼냈다.

“이 새끼, 너 왜 빈손이야?”

그랬다. 그의 눈에는 레온이 아무런 시작 아이템을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떠한 검도, 지팡이도, 장신구도, 신발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산적남의 머릿속에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려지고 있었다.

그가 흥분하여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려 하고 있었다.

“이 자식, 벌써 트롤을 하려고 하……!”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한마디 말을 꺼내려던 찰나.

띠링!

띠링!

-전투가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전투가 끝날 때까지, 모든 플레이어들은 판테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양 진영의 ‘불멸자의 신전’에서 병사들이 소환되기 시작합니다.

-병사들을 따라 외곽 포탑이 있는 곳까지 이동하여, 적 병사들과 플레이어들을 무찌르고 ‘신전’을 파괴하십시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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