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77화 (177/332)

# 177

-‘몬스터 장의사’가 클래스 트리에 저장됩니다.

-저장된 직업의 스킬은 초기화 전까지 사용가능합니다.

-새로운 직업 ‘몬스터 장의사’를 획득하였습니다.

……바로 ‘몬스터 장의사’라는 괴상망측한 이름의 직업이었다.

그 동안에 샤먼과 소울 갬블러 등 영혼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너무 많은 몬스터들을 잡았던 탓일까.

전혀 예상치 못한 일명 ‘폐급’ 직업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었다.

사실 이름이 이상하더라도 지닌 능력만 좋다면야,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만.

스킬 등과 같은 상세 정보를 살펴보아도 몬스터 장의사가 답도 없는 최악의 직업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 듯했다.

[창생의 인장]

티어 5/-

개방 특성(4/?)

직업 총람(13/?)

[몬스터 장의사]

클래스 랭크 : 유니크 / 진화 불가

클래스 특성 : 단일

온갖 몬스터들을 학살하며 희열을 느끼던 몬스터 헌터가 그동안의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면서 얻게 된 직업이다.

모든 몬스터들에게 깊은 연민과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전투, 보조, 생산 그 어느 것도 아닌 오로지 진심을 다해 몬스터들의 장례를 치르는 데에 특화된 직업이다.

보유 스킬

패시브 스킬

1. 언더테이커스 룸.

자신의 주변 반경 5m 이내에 있는 몬스터의 시체 한 구를 지정합니다.

15분간 그 공간 내에서는 몬스터에게 선공을 받지 않습니다.

-보스 몬스터에게는 해당되지 않음.

액티브 스킬

1. 클리닝 바디 : 몬스터의 시체에 생긴 상처와 더럽혀진 부분들을 깨끗하게 복원합니다.

2. 툼 워크 : 몬스터의 시체를 땅속에 묻어 영면에 취하게 합니다.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게 되는 대신 몬스터의 시체가 스며든 지대의 곡식 생산량이 크게 증가합니다.

3. 데드맨 워킹 : 염습을 끝마친 몬스터들의 시체를 일시적으로 되살립니다. 하지만 전투 능력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자리에서 이동할 수 없습니다.

-보스 몬스터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4. 레스트 인 피스 : 영혼류의 몬스터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시전하는 동안 적에게 받는 공격 대미지가 200%~350%로 적용받습니다.

공격을 30분간 버티면 적이 감화되어 전장을 이탈합니다.

-보스 몬스터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5. …….

(……중략……)

직업 설명부터 황당할 따름이었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 수없이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RPG게임에서, 녀석들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런 까닭에 순간적으로.

‘……설마, 하는 말이겠지.’

라고 생각했던 그는 곧이어 자신이 완전히 잘못 짚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어진 다음 순간.

스윽.

레온이 피르호크의 등 위에서 옆을 날아다니는 다른 거대한 대머리 독수리 몬스터를 쳐다보았다.

뭉클.

그러자 순간 레온은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거참, 새끼, 겁나 측은해 보이네.’

그러자 마치 카메라 어플에서 쓰이는 보정이 들어간 것처럼, 레온의 눈에 몬스터의 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워 보일 수가 없게 바뀌어 보이고 있었다.

‘저 녀석도 자기 아이를 위해 먹잇감을 찾는 거겠지……. 불쌍한 가장 독수리. 게다가 대머리야…….’

정말 전직을 하였더니, 시스템이 눈에 비치는 몬스터들의 모습을 처량하고 불쌍하게 보이게끔 조정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안 돼!’

그러던 그때, 레온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차게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마터면 이 직업의 저주에 빠질 뻔한 순간이었다.

이런 상태로 있다가 전투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제대로 상대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쩝, 진짜 간만에 얻은 쓰레기 직업이네.’

이 정도까지 등급이 올라가면 허수아비 검사나 비겁자 같은 이상한 직업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똥 같은 직업들은 언제, 어느 등급에서나 산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곧바로 초기화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더 결정했다.

그건 바로.

‘이번에 초기화를 하면서는 이 직업의 스킬은 하나도 선택을 안 해야겠어.’

라는 것이었다.

유니크 직업의 스킬을 계승할 수 있는 개수는 이전과 동일하게 단 12개.

그 소중한 지정 스킬들에 이런 쓰레기 직업의 시답잖은 스킬들을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버릴 때는 확실히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인장 초기화.”

그렇게 레온은 초기화를 단행하였고, 곧이어 스킬들의 지정까지도 끝마칠 수 있었다.

그가 선택한 12개의 스킬들의 종류는 이러했다.

-태양 샤먼 : ‘선조의 지혜’, ‘독수리의 시야’.

-터렛 샤먼 : ‘건축자재 조달’, ‘포탑 설계’ ‘포탑 건설’, ‘토템 터렛 제작’, ‘토템 터렛 소환’.

-소울 갬블러 : ‘도박꾼의 극의’, ‘소울 슬롯’, ‘소울 다이스’. ‘골드 쓰레쉬’, ‘소울 룰렛’.

한데 이 중에 놀랍게도 그의 최중요 스킬이나 다름없는 ‘영혼 뽑기’와 ‘강령’ 스킬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퀘스트 혹은 스킬 북으로 배운 스킬은 초기화를 하여도 그대로 계승되었기 때문이었다.

계승을 하려 해도 아예 클릭이 되지 않는 통에 유추해 낸 사실이었다.

초기화를 통해 새롭게 얻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띠링.

띠링.

-히든 조건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를 세 개 이상 창조하라’를 만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신규 특성, ‘클래스 렌탈’을 획득하였습니다.

‘클래스 렌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레온은 곧장 특성의 내용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곧이어.

‘호오.’

하고 탄성을 흘리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나타내었다.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은 새로운 특성이 눈앞에 등장하여 있었다.

* * *

그리고 시간을 조금 되돌아가, 레온이 보패의 재료가 될 두 개의 전설급 재료를 손에 넣은 시점.

NT의 콘텐츠 관리 팀과 모니터링 팀은 또다시 비상이 걸려 있었다.

“보패? 동대륙 콘텐츠가 벌써 나왔다고?”

“아니, 말이 돼? 예상보다 너무 빠르잖아.”

“그러니까 아직 다른 유저들은 영지 콘텐츠에 매달리고 있는데, 왜 이놈만 몇 발을 앞서 가는 거야…….”

“크윽, 요계 콘텐츠 아직 완성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또 야근인가.”

레온은 어느새 NT의 직원들에게 최악의 ‘야근 요정’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두 남자가 서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콘텐츠 관리 팀장인 남도경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하아, 이제 샤먼 파트가 끝나서 저놈한테 벗어나나 했더니, 고새 또 다른 메인 시나리오의 중요 캐릭터가 되셨구먼.”

그러자 마주하고 있던 허 주임이 허탈한 듯 웃으며 말했다.

“허허, 이번 것도 정말 우연이에요.”

그에 울컥한 듯 남도경이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아니, 무슨 저놈은 운명의 신이 어깨 위에 올라타기라도 한 거야?”

“혹시 알고 보니 꿀의 신을 따르는 사제가 아닐까요? 저렇게 꿀을 쪽쪽 빨아먹는 걸 보니.”

“……으응? 판테라에 꿀의 신이 있나?”

“아뇨, 없죠.”

스트레스 때문인지 몰라도, 이제는 무슨 바보들의 행진처럼 변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그때.

‘쯔쯔.’

멀리서 저들끼리 쿵짝을 맞춰 가며 바보짓을 하고 있는 그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모니터링 팀장 주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의 얼굴에 한심함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곤 다시금 커다란 화면에 떠올라 있는 레온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이런 성장 속도면 머지않아서 회사 쪽에서 콘택트(contact)를 해야 할 필요가 있겠어. 미리 준비해 놓아야겠군.’

그리고 곧이어 그런 그녀의 등 뒤로 NT의 전 직원들이 하나둘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일에 다시금 매진하기 시작하였다.

* * *

그로부터 사흘 후.

암흑성국 최대의 향락 도시, 제에.

“오빠, 놀다 가.”

“형님들, 게임 한 판 따고 가시죠. 판돈 장난 없습니다.”

남자를 향해 유혹의 손짓을 날리는 여인과 대놓고 도박을 하고 가라고 제안하는 남자들.

다른 지역의 왕국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광경들이었다.

한데 확실히 암흑성국은 암흑성국이라는 것일까.

저런 짓들을 해도, 심지어 대놓고 PK가 이루어져도 경비병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들이 출동하는 것은 한 가지밖에는 없었다.

이교도가 등장할 때, 그때뿐이었다.

같은 판테라의 세계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퇴폐적인 감성이 적극 반영되어 있는 도시였다.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따라 도시는 평상시보다 더욱 소란스러웠다.

도시에서 가장 화려하게 꾸며진 초대형 콜로세움에 플래카드처럼 걸려 있는 한마디 문장이 말을 해 주고 있었다.

[암흑무투전 정기 신청 / 마지막 날]

그랬다. 오늘이 바로 암흑무투전에 참가 신청서를 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던 것이었다.

악명을 없애고자 하는 수많은 험상궂은 얼굴의 유저들이 잔뜩 현장을 채우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그 순간.

수많은 인파의 유저들의 생각은 공통된 하나였다.

그건 바로.

‘뿌득, 저놈이랑 붙게 되면 박살을 내 주겠어.’

라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암흑가의 두목과 같은 포스를 내뿜고 있는 이가 연신 고개를 갸웃하며 무슨 게임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참가 신청서를 받고 있는 경비병도 참지 못하고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고를 작정인가! 뒤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안 보이나!”

사람들의 공통된 불만은 그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그 남자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 좀 기다려 봐. 출전하고 싶은 게임의 종류가 너무 많은데 어떡하라고.’

라고 말이었다.

그는 바로 다른 이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레온이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고민하던 레온이 한 가지 게임을 결정하였다.

‘에잇, 그래. 결정했다. 이게 제일 낫겠어!’

“이걸로 하겠소.”

레온이 손가락으로 게임의 종류를 짚자, 경비병이 말을 꺼냈다.

“휴우, 알겠소. 저기 공간 이동진으로 가서 서시오.”

수정구가 빛을 발하며, 화면에 문구가 떠오르고 있었다.

-유저 ‘암살자, 리오’가 암흑무투전 중 5 대 5 팀 대전, ‘불멸자의 협곡’을 선택하였습니다.

‘역시 내가 제일 잘하는 게임으로 정하는 것이 낫겠지.’

그가 선택한 암흑무투전은 바로 ‘AOS’의 룰로 진행되는 불멸자의 협곡이었다.

레온이 경비병이 인도한 공간 이동진으로 향하자, 불빛과 함께 레온의 모습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자동으로 대기실로 이동됩니다.

-3.

-2.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