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76화 (176/332)

# 176

[요마의 영석]

종류 : 재료

등급 : 전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돌’의 숨겨져 있던 본래의 형체.

내부에 기이하기 짝이 없는 사기(邪氣)와 순수한 영기(靈氣)를 동시에 품고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다면, 엄청난 효능을 발휘할 것 같다.

상세 정보를 확인한 순간 레온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다랗게 변화하였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전설 등급의 재료라고?’

그가 지금껏 아무렇게나 넣고 다니던 부드러운 돌의 정체가 무려 전설 등급의 재료 아이템이었던 까닭이었다.

순간 레온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만약 처음에 별로 중요치 않은 것이라 판단하여 무심코 챙기지 않았다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이곳에서 태을을 만나게 된 이유에 수중에 부드러운 돌을 지니고 있었던 것도 분명히 있었음을 레온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깐만, 그럼 설마?’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며 태을에게서 받은 아이템인 ‘봉신목’도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두 물건이 함께 공명을 하였던 사실을 떠올려 보니, 문득 이것도 혹시 전설 등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고 난 뒤.

‘하악.’

레온은 흥분에 겨운 나머지 입 밖으로 신음성을 뱉을 뻔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봉신목]

종류 : 재료

등급 : 전설

자신의 몸에 신조차 봉인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신수(神樹)에서 쪼개져 나온 파편.

파편으로 떨어져 나왔지만, 그 힘은 전혀 줄지 않았다.

그 어떤 힘이라도 속 안에 받아들여 그대로 저장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놀랍게도 봉신목 또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이 아저씨, 이런 걸 나한테 서슴없이 준 거야?’

순간 레온은 태을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것을 준 것인지 깨닫고는, 고마움과 황당함이 공존하는 표정을 지었다.

현실에 존재하던 수양이 뛰어난 도사처럼, 태을은 무욕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한 듯 보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태을의 혼잣말이 레온의 귓전에 들려왔다.

“……정말 생은 한 치 앞을 예견할 수가 없구나.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평생의 업을 함께 해결해 나갈 동료를 만나게 되다니.”

그러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레온에게 다가왔다.

“잠시 보아도 되겠는가?”

그러곤 레온에게 요마의 영석을 확인해 보아도 되겠느냐고 말을 꺼냈다.

당연하게도 레온은 흔쾌히 수락했다.

봉신목과 같은 물건을 자신에게 준 그에게 자연스레 믿음이 생겨나 있었다.

“오오.”

태을은 요마의 영석을 이리저리 자세히 살펴보며, 탄성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그의 얼굴에 감탄의 감정이 짙게 떠올라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효력을 지니고 있는 물건이었는가 보았다.

순간 진지한 목소리로 태을이 레온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자네 혹시 전설 속 요계라도 다녀온 겐가? 이건 영석 중에서도 상위에 꼽히는 희귀한 물건. 요계에라도 다녀오지 않는 이상 얻기 힘들 것일 터인데.”

“어디요?”

‘요계라고? 그런 곳이 있어?’

레온은 처음 듣는 차원계의 이름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태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잊으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니야, 아닐세. 다른 대륙에 속한 존재가 그곳에 갔다는 정보는 들은 바가 없으니.”

하지만 레온은 그러는 와중에 ‘요계’라는 두 단어를 머릿속으로 반복하여 되뇌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정확히 각인시켜 놓았다.

마계를 동대륙의 이름으로 치환하여 부르는 것인가 싶었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평범한 몬스터인 줄 알았던 그라울이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몬스터였던 것일까?

‘요계라면 요괴들이 사는 곳 아니야? ……그럼 마루가 요괴?’

단언컨대 이 비밀을 풀 수 있는 키는 마루가 쥐고 있으리라.

그렇게 레온은 마루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휴우.”

아직 제대로 확인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한숨을 푹 내쉬며 힘겹게 그 마음을 참아 냈다.

‘시간을 들여서 차차 확인해 봐야겠어.’

그가 그런 생각을 곰곰이 하던 그때.

“혹시 잠시만 내 얘기를 들어 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어 태을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그는 전직 퀘스트의 설명에 적혀 있었던 것처럼, 동대륙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도사의 후예라고 했다.

하지만 비밀을 하나 말해 주었는데, 그건 바로 그들의 선조가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즉 쉽게 말해 쫓겨난 것이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바로 보패를 잃어버린 죄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후 그들의 목표는 이곳에서 다시금 보패를 만들어 동대륙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후예들이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어 왔다고 했다.

대를 이어 평생을 떠돌아다니며 살며 그 오랜 시간을 투자했지만, 고작 레온의 손에 들려 있는 봉신목 하나밖에는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태을은 이 고된 삶의 여정을 자신의 선에서 마지막으로 끝을 내려고 했다고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레온에게 건넨 것이었다.

한데 레온이 생각지도 않게 또 다른 재료 중 하나를 지니고 있자, 커다란 운명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태을이 복잡한 심경을 담고 있는 깊은 눈망울로 레온을 쳐다보며 말을 꺼내었다.

“부탁이네! 우리의 평생의 위업을 대신 달성해 주게.”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보패를 제작하라 1’을 획득하였습니다.

[보패를 제작하라 1 / 히든]

오로지 보패를 만들기 위해 온 인생을 바쳐 온 태을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당신을 만났다.

그리고 어느새 그는 당신만이 이 위업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다.

보패를 만들기 위해서는 총 여덟 가지의 재료가 필요하다. 여덟 개의 재료가 품고 있는 힘을 통해, 보패는 팔괘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힘을 위해, 또한 재료를 흔쾌히 양도한 태을을 위해 보패를 제작하여야 한다.

그러니 그에 앞서 일단 재료부터 모두 모으도록 하자.

퀘스트 목표

여덟 개의 모든 재료들을 획득하자.

1. 영석 1/1

2. 봉신목 1/1

3. 원소 0/1

4. 내단 0/1

(……중략……)

퀘스트 난이도 : SSSS

보상 : 보패, 명성 120,000, 도사 ‘태을’의 절대적 충성, 칭호 ‘견습 선인’, 알 수 없음

‘보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총 여덟 개. 그중 두 개를 이미 얻었다는 거군.’

아직 여섯 개나 남아 있었고, 다른 재료들의 이름만 알 뿐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그는 전혀 걱정이 없는 표정이었다.

순간 레온이 태을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을 꺼냈다.

“태을 도사님, 저희가 이렇게 만난 것은 분명 운명일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보패를 완벽하게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크흑, 고맙습니다.”

레온은 암흑성국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하나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4S의 난이도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에 필적하는 난이도의 퀘스트들을 깨 보았지 않았던가.

그 후, 레온은 태을과 꽤나 긴 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태을은 점점 사기꾼에게 홀리는 것처럼 레온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그동안 계속해서 발전해 온 레온의 화술은 NPC 하나 구워삶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순간 레온이 그가 씁쓸해하고 있는 부분을 하나 캐치하고는 말을 꺼냈다.

“……그럼 혹시 지금 떠돌아다니면서 살고 있으신 겁니까?”

“허허, 정착하고 탐색을 하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겠는가. 하지만 이런 괴상한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이방인을 살갑게 받아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더군.”

떠돌이 신세라.

순간 먹잇감을 찾은 매의 그것처럼 레온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가 은근한 말투로 이어 말했다.

“흐음, 제가 물도 좋고, 공기도 좋은 곳을 하나 알고 있는데 거기로 가셔서 정착을 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보냈다고 하면 외지인에 대한 텃세 같은 건 전혀 없을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오, 그런 곳을 소개해 줄 수 있는가?”

태을이 환해진 얼굴로 대답하고 있었다.

“네, 바로 이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레온이 슬쩍 지도를 펼치더니, 자신의 영지인 메르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레온은 동대륙의 힌트를 지니고 있는 NPC를 자신의 영지의 일원으로 삼는 데 성공하였다.

‘후후, 또 참된 일꾼이 하나 늘었군.’

그 순간, 잔뜩 들뜬 태을은 알지 못했지만, 레온이 그를 어항 속에 넣을 물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잠시 후.

쐐애애액!

휘이이이-!

파공성과 함께 귀를 괴롭히는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만들고 있는 건 어느새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어 있는 피르호크였다.

녀석은 쉬는 시간 동안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등에 레온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을 거점으로 해서 주변을 조사하고 계세요. 패치 숲도 들어가실 수 있게 조치해 놓았으니, 조사해 보실 곳이 많을 거예요.

태을을 자신의 영지로 보낸 뒤, 묵었던 마을에 잠시 들러 퀘스트 보상을 쓸어 담고는 바로 암흑성국으로의 여정을 다시 출발한 것이었다.

한데 무언가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지금 레온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따금씩 한숨까지 내뱉고 있었다.

보패의 재료를 얻으며 잇몸 웃음을 만개하여 있었던 4시간 전의 모습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자조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후우, 영 쉽지 않네. 정말.”

그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이유는 간단하였다.

“하아, 결국 유니크의 벽을 넘지를 못 하네…….”

하늘을 이동하는 와중에 시간을 아끼자 하며, 인장을 사용해 새로이 직업을 창조하여 보았는데.

그 결과가 잔혹하게도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 버렸던 것이었다.

그가 생각한 직업을 새로이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초기화를 하여야 했다.

그리고 초기화를 하기 전에는 인장을 사용할 수 있는 최대 끝까지 사용해 보는 것이, 이전의 경험들로 알 수 있었듯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가 적었다.

소울 갬블러와 여러 직업들의 합성을 예측해 보았지만 좋은 것이 하나도 없었던 데다가.

소울 갬블러는 진화도 할 수 없었기에, 오로지 창조만이 남아 있었던 탓이었다.

진화나 합성에 비해 창조는 무엇이 나올지 전혀 예측이 되지를 않았다.

랜덤 박스를 까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결국 역시나 유니크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직업이 떠올라 있었다.

‘뭐 이런 게 나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상한 것이 말이었다.

레온이 획득한 직업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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