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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75화 (175/332)

# 175

레온이 그렇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의문의 남자를 구하기 위해 참전한 그때.

띠링.

띠링.

‘응?’

레온의 귓전에 익숙한 효과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히든 퀘스트, ‘모든 기연은 구출로부터’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기연은 구출로부터]

당신은 던전 안에서 대륙의 것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의복을 입고 있는 의문의 남자를 발견했다.

이럴 때에는 그냥 지나치는 것이 정답이지만, 애타게 당신을 원하는 남자가 답례를 하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해 왔다.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일.

얼른 그를 구해 주고 보상을 챙겨 보자.

보상 : 알 수 없음

쐐애액!

휘익!

레온은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휘갈기는 니들 카우들의 공격을 여유 넘치게 피해 내는 동시에,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빠르게 살폈다.

레온은 자신의 짐작이 적중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NPC였나.’

자신의 뒤에 있는 의문의 남자는 NPC라는 사실을 말이었다.

이렇게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NPC는 머리 위로 NPC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아, 유저와 쉽게 구별이 되지 않았다.

한데 그가 그의 정체를 NPC로 유추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이렇듯 자신보다 앞쪽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면, 레온이 던전을 클리어해 가며 그가 남긴 전투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어야 했다.

한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스 몬스터를 잡고서야 들어올 수 있는 이렇게 깊숙한 곳에서 툭 튀어나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남자의 정체가 NPC라는 것을 알게 되자, 몬스터를 썰어 버리고 있는 레온의 입꼬리가 살며시 위로 올라갔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흐흐, NPC면 보상이 떼먹히는 일은 없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저일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상황이 끝이 나고 나면 배 째라 식으로 나오는 이들이 부기지수였던 것이었다.

뭐, 물론 그렇게 되면 그는 당당히 배를 째 주면 되기는 하지만, 남는 것도 없고 귀찮지 않은가.

한데 NPC의 경우 그럴 일이 없으니, 기뻐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꾸에에에!

마지막 몬스터의 비명 소리와 함께 전장이 정리되어 있었다.

-‘니들 카우의 외뿔’을 모두 수집하였습니다.

-‘니들 카우의 외뿔 수집’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일석이조로 남겨져 있던 마지막 하나의 퀘스트도 완전히 해결이 되었다.

레온이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에 상당히 만족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그러곤 따뜻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레온의 표정은 고객을 볼 때처럼, 입가에 미소가 만연하여 있었다.

레온의 상냥한 태도에 남자는 이제 완전히 마음이 놓인 듯, 감동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정말 고맙네, 자네가 나의 생명의 은인일세.”

“허허, 별말씀을요. 눈앞에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구하고 봐야죠.”

……물론 레온은 전혀 그런 위인이 아니었지만, 레온의 정상인 코스프레는 잘 먹혀 들어간 듯 보였다.

“오오,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올바르게 정신 수양이 된 친구구먼.”

그러던 그때.

-히든 퀘스트, ‘모든 기연은 구출로부터’ 퀘스트를 성공하였습니다.

레온의 눈앞에 성공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자 그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생각보다 되게 시시하게 끝났네.’

무언가 너무나 매끄럽게 순순히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잘된 일임에도, 레온은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생겨나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여태껏 겪은 다수의 경험상, 판테라라는 게임이 이렇듯 호락호락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 아니, 잠깐만.”

레온이 걱정했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남자가 갑작스레 자신의 바지춤을 양손으로 만지며 허둥지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럴수록 레온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

그때, 레온의 뒷목을 뻣뻣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내 전낭(錢囊)이 어디로 갔지?”

전낭.

돈주머니.

풀이하면 지갑이 되시겠다.

순간 레온이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후우, 그러면 그렇지. NPC라고 마음을 놓은 내가 바보지.’

그러곤 혹시 모르니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말을 건넸다.

“허허, 나이도 지긋하신 분께서 사기를 치시다니요.”

그러자 남자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말을 버벅이며 대답했다.

“저, 젊은이, 그게 아닐세, 태을이라는 내 도호를 걸겠네, 정말일세. 정말로 분명히 여기 붙어 있던 내 전낭이…….”

그러자 레온이 씨도 안 먹힌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네네,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요새 돈주머니에 발이 생겨 도망가는 게 유행하고 있는 질병이라고 하더라고요.”

레온의 말에 연신 뒷머리를 긁적이던 남자가 침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끄응, 이 일을 어찌한다. 도움을 받고도 아무런 보답을 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 일.”

한데 그때.

한동안 그렇게 고심을 하던 남자가 레온이 전혀 예상치 못한 한마디 말을 건넸다.

그건 바로.

“옳지! 이건 어떤가, 자네 혹시 ‘도사’의 길을 걸어 볼 생각이 없는가?”

라는 것이었다.

‘도사?’

순식간에 레온이 당황에 가득 찬 표정이 되었다.

-‘도사’로의 전직을 제안받으셨습니다.

-‘들어는 보았나, 도사’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들어는 보았나, 도사]

당신은 우연하게 도사 ‘태을’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먼 옛날 동대륙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도사의 후예이다.

그는 생명의 은인인 당신에게 큰 감동을 하였고, 도사의 직업을 선사해 주는 것까지 바라고 있다.

그의 제안을 수락하면, 히든 직업 ‘도사’로 전직할 수 있다.

난이도 : -

보상 : 도사로 전직.

*제안을 수락할 시, 기존의 직업은 사라지게 됩니다.

갑작스레 히든 직업으로의 전직 기회를 획득하였던 것이었다.

‘도사라…….’

전 주인이 넘어온 것이 확실한 동대륙의 비밀을 품고 있는 도사라는 히든 직업은 레온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할 터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태을이 당황하여 ‘이 친구 왜 이리 표정이 안 좋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 말에 레온은 뚱한 표정이었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창생의 인장’의 소지로 인해, 인장을 이용하여 창조하는 것 외의 방법으로 직업을 가지실 수 없습니다.

-전직 퀘스트는 자동으로 거절됩니다.

그의 눈앞에서 시스템 메시지가 자동으로 거절을 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지니고 있는 창생의 인장의 페널티인 오로지 인장의 작동으로만 직업을 얻을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에혀.’

레온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른 이었다면 분명히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였을 히든 직업의 획득이지만, 자신에게는 하등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태을이 작게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꺼냈다.

“흐음, 자네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신념이 그렇게 확고하다면 내가 더 말할 수는 없겠군.”

그에 레온은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크윽, 결국 아무런 보상도 없는 건가……?’

그러나 의지의 아재, 태을은 답례를 주고자 하는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흐음, 그래도 빈손으로 가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 일. 무엇을 줄꼬…….”

이제는 레온이 감동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정도쯤 되었으면 그냥 안 준다고 할 법도 한데, 꿋꿋이 뭔가를 챙겨 주려 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흐음.”

고민이 되는지, 신음성을 내뱉으며 곰곰이 생각하던 태을이 이내 결정을 지었다.

스윽.

“자, 받게나.”

그가 자신의 도포 속에서 무엇인가를 하나 꺼내더니, 그대로 레온에게 건네었다.

“넵,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레온은 기다렸다는 듯 넙죽 물건을 받았다.

그러곤 티 나지 않게, 하지만 면밀히 물건의 이모저모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어진 레온의 반응이 무언가 살짝 묘했다.

‘……이게 뭐야?’

도무지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던 탓이었다.

‘아니, 무슨 대뜸 나무 쪼가리를 주지?’

그랬다. 아무리 보아도 그가 보기에는 그 물건은 그냥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잘린 나뭇조각으로 보이고 있었던 것.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 대충 낌새를 눈치챈 태을이 씨익 하고 웃어 보이며 그에게 부연 설명을 시작하였다.

“그것의 이름은 봉신목(封神木)일세.”

‘봉신목?’

레온은 조용히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건 바로 선인들이 사용하는 법보, 즉 보패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물건일세.”

‘오오!’

선인과 보패.

순간 훅하고 들어온 새로운 용어의 등장에 레온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 되었다.

그러곤 자신의 손바닥에 놓인 나뭇조각을 다시 쳐다보았다.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보이고 있었다.

‘이게 보패라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이라 이거지!’

아직 아무런 정보조차 풀리지 않은 아이템의 존재를 확인한 것도 모자라, 그것을 제작할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을 손에 얻었다.

이보다 들뜰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레온의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태을이 말을 이었다.

“하나만 있는 지금은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훗날 요긴하게 쓰일……?”

그러나 태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뭐, 뭐야.’

우우우웅!

갑작스레 레온에게서 거센 진동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으읏!”

피융!

순간 레온의 인벤토리에서 갑자기 무언가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허공으로 떠올랐다.

한데 그것뿐이 아니었다.

레온의 손에 있던 봉신목도 함께 떠올라 빙글빙글 맴돌고 있었다.

그 물건의 형상을 확인한 태을이 깜짝 놀란 반응을 만들었다.

“저, 저건, 자네가 어떻게 저 물건을?”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레온도 물건을 확인하였다.

‘……저건 분명?’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나뭇조각과 함께 부유하고 있었다.

저건 바로 일전에 그가 마루를 본 스켈레톤화 하는 와중에 획득하였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돌’이었다.

지금껏 아무런 정보도 알아내지 못해서 그냥 인벤토리 안에만 고이고이 간직하고만 있었는데, 이 순간 갑자기 봉신목이라는 것과 함께 허공에 떠올라 공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꽈지직-!

콰드득-!

그때, 거센 공명과 빛줄기를 쏟아 내던 부드러운 돌이 쩍쩍 금이 생겨나며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한데 산산이 조각나는 것이 아니라, 껍질이 벗겨지며 감추어져 있던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돌’이 ‘요마의 영석’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요마의 영석?’

이름이 바뀐 아이템을 확인하는 레온의 눈빛이 어느새 이채를 띠고 있었다.

순간 놀란 기색이 역력한 태을의 말이 이어졌다.

“……말도 안 되는군. 역시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어, 자네는. 영석을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그러나 그 말을 뒤로한 채, 레온은 아이템의 상세 정보를 눈앞에 띄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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