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72화 (172/332)

# 172

* * *

크에에!

흐아앗!

몬스터의 비명 소리와 유저들이 만드는 전투의 함성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음들의 발원지로 향하자.

“프로텍션 실드!”

한 남자가 자신의 거대한 방패 위에 반투명한 배리어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곧이어 그 위로 몬스터들의 공격이 쏟아졌지만.

팅!

티티팅!

그 배리어는 마치 방탄유리처럼 공격들을 모두 가볍게 튕겨 내었다.

“오오, 나이쓰! 오빠!”

“와, 탱킹 실력이 보통이 아닌데요?”

그러자 곧이어 그의 주변에서 여자들의 칭찬하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칭찬은 곰도 춤을 추게 한다던가.

“헤헤, 내가 좀 잘 막는 편이긴 하지. 축구에서도 골키퍼가 내 주포야.”

방패의 주인, 브룩이 실실 웃어 가며 말을 꺼냈다.

‘뭐래는 거야, 저놈. 겁나 들떴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스켈레톤들을 소환한 채 후방에서 화살을 쏘고 있던 레온이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현재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은 브룩과 레온 그리고 새롭게 파티에 합류한 리안과 멜로니, 즉 나연과 다은이었다.

그들은 메르엠으로 들어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브라움 산맥에 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한데 이상했다.

그들은 분명 잠시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교 앞의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렇듯 네 사람이 게임 속에 있는 이유는, 레온이 자신이 메르엠의 영주라는 사실을 밝히고 난 뒤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들에 숨겨져 있었다.

“……진짜야? 유호 오빠가 메르엠의 영주라고?”

“정말이에요, 오빠?”

두 사람은 레온이 자신들이 가고자 했던 영지의 영주라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유호가 머쓱해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동석이 슬쩍 미튜브에서 레온이 찍혀 있는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혹시 장난치는 것인가 생각했던 두 사람은 완전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다은이 양손의 엄지를 척하고 세워 보이며, 말을 꺼냈다.

“와, 오빠, 거지에서 순식간에 도시의 영주라니. 벼락출세도 이런 벼락출세가 없는데?”

전혀 놀리는 것이 아닌 정말로 대단하다고 여기는 진실한 칭찬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인생역전을 한 인물처럼 유호를 동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자.

순간 입맛을 다시던 동석이 무언가 질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슬쩍 한마디 말을 꺼냈다.

“그, 그리고 내가 부영주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여성은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석이 살짝 시무룩해졌다.

그러던 그때, 다은이 말을 꺼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으응?”

레온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두 여성이 동시에 같은 말을 꺼냈다.

“우리 게임하러 가요.”

“얼른 캡슐방으로 가자.”

그녀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반짝이고 있었다.

그랬다. 두 사람 또한 레온과 브룩에 못지않은 게임광이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맥주 파티가 끝나고 난 후, 네 사람은 학교 앞에 있는 캡슐방으로 곧장 향했다.

동석은 조금 더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던 것 같았지만, 유호야 당연히 땡큐였다.

그는 술도 좋긴 했지만 게임이 훨씬 더 좋았으니까.

그러면서 순간 유호는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만약에 여자 친구랑 이렇게 게임을 같이 할 수 있다면 재밌겠는데?’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아이고, 부질없다. 지금 난 솔로인데.’

라는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 들 즈음.

네 사람은 캡슐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판테라는 과도한 음주를 한 상태에서는 접속이 불가했지만.

다행히도 다들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기에 겨우겨우 허용 수치의 끄트머리에 맞출 수 있었고, 곧이어 게임 속으로 접속할 수 있었다.

네 사람은 게임 속에서 금세 만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멜로니와 리안이 메르엠으로 들어오기 위해, 근방에 위치한 마을에서 브라움산맥으로 들어올 채비를 맞춰 놓았었기 때문이었다.

레온과 브룩이 피르호크를 타고서 마중을 나가 두 사람을 만났고.

기왕 이렇게 된 것 피르호크를 타고 이동하지 말고 메르엠까지 같이 사냥이나 하면서 들어가자는 제안이 나오면서, 지금 이렇게 전투를 치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환수를 타고 편하게 마을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네 사람이 사냥을 하며 가기로 한 이유는 간단했다.

네 사람 다 서로의 히든 직업에 정체에 대해 궁금함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한데 이렇게 자신의 히든 직업들을 공개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술도 한 잔 걸쳤던 데다가 같은 학교라는 사실, 그리고 서로에게 베풀었던 호의가 뒤섞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분위기가 형성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 전부 깔 수는 없지.’

그 와중에도 레온만은 자신의 히든피스에 대해 전부 밝히지는 않았다.

약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의 히든 직업에 비해서 자신의 히든피스는 알려질 시 훨씬 큰 반향을 몰고 올 수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살짝 죄책감이 드는 레온이었지만.

‘……뭐, 따지고 보면 본 블랙스미스도 히든 직업은 히든 직업이긴 하잖아?’

이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러던 그때.

‘근데 진짜 이미지가 정반대네, 둘 다.’

최후방에서 두 여자가 펼치고 있는 전투 내용을 바라보고 있던 레온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로엔이시여, 이곳에 당신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가디스 힐링!”

현실 속에서 발랄했던 멜로니는 이곳에서 진중한 표정으로, ‘하이 프리스트’의 힘인 뛰어난 회복 스킬과 각종 버프 스킬을 둘러 주고 있었으며.

“플라메 팡트!”

얌전하기 짝이 없던 리안은 이곳에서는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을 한 채.

‘플래시 펜서’로서 펜싱에서 쓰는 검처럼 얇고 날카로운 레이피어를 엄청난 속도로 찔러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브룩의 탱킹과 레온의 소환수들의 보조와 적재적소에 날아드는 화살들.

멜로니의 일반적인 사제들과는 격이 다른 힐링 량과 엄청난 속도로 중첩되고 있는 리안의 막대한 딜량까지.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파티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오빠!”

“오키!”

“저기에!”

“가릿!”

게다가 처음 맞춰 보는 호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 한마디에 척척 행동들이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그래! 이거지!’

속으로 브룩이 감탄을 토해 내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파티 플레이가 펼쳐지자,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분비되고 있었다.

레온과 달리 그는 이전의 길드에서는 이런 파티 플레이를 항상 해 왔으니, 더욱 감회가 남다를 것 같기는 하였다.

물론 유우나 네기와도 함께 전투를 치르기는 했으나, 둘은 포텐이 엄청나게 뛰어난 것이지 지금 당장 브룩과 동급의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리안과 멜로니 둘은 달랐다.

두 사람은 브룩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을 지닌 강자였던 것이었다.

그 순간 레온 또한 살며시 고개를 주억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실력은 진짜 괜찮군. 아직 인성까지는 확실히 보진 못했지만 나쁜 애들 같지는 않고. 길드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슬슬 길드에 새로운 인물을 영입할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의 총원이 네 명은 너무 적었으니까.

물론 하위 길드원 같은 경우는 워낙에 레온이 휘하에 NPC들을 많이 지니고 있었기에 커버가 가능했지만, 여러 일을 맡을 핵심 길드원들은 더 필요하였다.

그리고 저 두 사람은 레온이 보았을 때 적임자들인 것 같았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보자고.’

그러던 그때.

순조롭게 전투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렇게 곧이어 메르엠에 도착을 하고 난 후.

“고마워요, 오빠.”

“나중에 저희가 맛있는 거 살게요.”

레온은 둘에게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통나무집보다 더 괜찮은 숙소들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고 난 후, 네 사람은 각자 캡슐에서 나와 집으로 헤어졌다.

자취를 하는 유호와 동석과 달리 두 사람은 통학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동석은 무척이나 아쉬워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유호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시간표를 점검하고 있었다.

“흠, 일단 변경 기간에 더 바꿀 수업은 없는 것 같네.”

모니터 화면에 주르륵 나열된 신청한 수업들을 한 번씩 모두 보고 난 후, 유호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는 출석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교수님들의 수업을 죄다 택하였다.

과제나 시험 등의 결과만을 보는 분들이었다.

‘어차피 네 번 이상 빠질 것 같은데, 최대한 보험을 들어 놔야지.’

유호 자신이 모든 수업 일정에 개근할 자신이 없었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었다.

강의의 숫자 또한 최소한으로 잡았다.

부족한 학점들은 계절 학기에 들을 수 있는 동영상으로 대체할 생각이었다.

1학점당 가격대가 상당했지만, 지금 그의 수중에 있는 돈이라면 껌값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현실 속에서 최소한의 시간만을 투자하게끔 안배하여 놓은 후.

‘그럼 이제…….’

딸칵.

유호는 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판트라넷에 접속하였다.

그의 목적은 간단했다.

바로 지독하게도 쌓여 버린 악명을 없애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타닥타닥.

레온은 곧바로 Q&A 게시판에 게시글을 하나 작성하여 올렸다.

[악명 없애는 방법 아는 사람 모두 모여라]

제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대량의 악명이 쌓여 버렸습니다.

혹시 이 악명을 싹 없애는 방법 아시는 분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잠시 후.

생각보다 빠르게 레온의 게시글에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ㅈㄹ 피치 못할 사정 좋아하시네. ㄲㅈ

-PK범 OUT.

-신전 기부가 최고 편하긴 함.

-……윗님 양아치 신전들이 악명 제하는 기부금을 얼마나 부르는지 알고 있음? 부르주아심?

-ㄴㄴ 불가촉천민임. 내 일 아니기에 지껄여 봄. ㅈㅅㅈㅅ.

-(……중략……)

……그러나 수많은 댓글 중에 제대로 된 답변이 별로 없었다.

‘쩝, 어쩔 수 없나.’

유호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예상한 반응이 펼쳐져 있었다.

대부분의 악명은 PK나 NPC들에게 행하는 악행을 통해 쌓였다.

그래서 일반 유저들이 악명이 많이 쌓인 유저에 대한 시선이 좋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유호가 신전에 기부금을 내면 해결이 된다는 댓글을 확인하였다.

‘뭐 신전들이 돈 밝히는 거야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렇게나 많이 받나?’

대륙의 있는 대부분의 신전들이 악명을 없애 주는 의식들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곧이어 유호가 시중에 형성된 가격을 찾아본 결과.

“히익!”

하얗게 질린 채, 신음성을 쏟아 내었다.

금액의 자릿수를 세어 보는데, 어질어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이런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절대 안 해!’

순간 유호가 부들부들 떨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의 악명들을 다 없애려고 하다가는 통장에 엄청난 타격이 들어올 것 같았다.

써야 할 때는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지만, 그럼에도 이건 아니었다.

‘끄응, 돈 안 들이고 없앨 방법. 제발 나와라.’

드르륵.

드르륵.

이후, 몇 시간이 넘게 다른 이들의 게시글들을 모조리 읽어 내려가던 그때.

타닥.

유호의 눈동자에 들어온 한 가지 게시글이 있었다.

‘어라?’

그 게시글의 제목은 바로.

[악명 몰아주기빵, ㄱㄱ? 암흑성국 콘텐츠의 꽃! 암흑무투전에 대해 알아보자 Ver. 2.0 ]

-PS.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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