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
그 순간, 좌중의 침묵은 단번에 깨어졌다.
우아아아!
그들은 목이 터져라 환영의 함성을 내질렀다.
당연하게도 오랜 시간 영지를 비웠던 영주의 깜짝 등장 때문이었다.
그들은 정말 진심으로 레온을 반기고 있는 듯 보였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레온이 왜 자리를 비웠는지, 영지민들이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바로 그들을 위해 결계를 보강하러 간 것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영지민들에게만큼은, 이미 레온은 성군도 이런 성군이 없었다.
그런 그의 극적인 등장은 장 내의 분위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영지민들이 쏟아 내는 흥분한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와아! 영주님이시다!”
“영주님이 용을 타고 돌아오셨다!”
“전설의 드래곤 나이츠다!”
“만세!”
“레온 만만세!”
마을 주민들은 레온을 용기사라고 칭하며, 기뻐 날뛰기 시작했다.
“허허, 다들 너무 과분한 말씀을…….”
그에 레온은 손사래를 치며 영지민들에게 그만하라며 점잔을 떨었지만.
그의 입꼬리는 헬륨을 불어 넣은 풍선처럼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오랜 친구인 브룩은 그 모습을 보며.
‘저놈의 자식, 저거 겁나 즐기고 있네.’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그를 말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만큼은 레온이 저렇게 행동할 만도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와 씨, 젠장, 더럽게 부럽네.’
브룩은 레온이 타고 있는 본 드래곤을 보며 탐욕의 눈빛을 흘렸다.
‘나도 나중에 한번 태워 달라고 해야지. ……동영상도 찍어서 남겨 놓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때, 본 드래곤에서 내려온 레온이 브룩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저벅저벅 걸어왔다.
스윽.
브룩은 저도 모르게 찔끔했다.
‘이 자식, 설마 내 마음을 읽은 건 아니겠지?’
다행히 아니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레온은 그가 없는 동안 영지를 제대로 관리해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알면 이제 더 잘해, 이 자식아.”
“오키.”
그때였다.
-주인아.
“으응?”
본 드래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기가 무서워한다.
그 말에 레온이 호들갑을 떨며 대답했다.
“아이고, 내 정신이야! 그걸 잊고 있었네.”
아차 한 레온은 곧장 본 드래곤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애기?’
순간 브룩은 고개를 갸웃했다.
샤먼 숲에서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레온이 쓰러지듯 누워 있는 아이 한 명을 일으켜 세웠다.
“만타야, 괜찮아?”
그 아이는 바로 만타였다.
패치 숲을 떠나올 때, 레온의 영지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고 청한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레온이 직접 데리고 온 것이었다.
한데 그때, 이어진 만타의 말이 놀라웠다.
“혀, 형님, 속이 좀 안 좋네요.”
“에고, 하늘을 나는 게 좀 충격적인 경험일 수 있겠다. 편하게 쉬고 있어.”
“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뭘 이런 걸로.”
그런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브룩이 슬쩍 질문을 건넸다.
“……그 사람은 누구야? 누군데 너랑 같이 본 드래곤을 타고 왔어?”
“아, 태양 마을의 제사장을 맡고 있는 만타 님이야.”
그 말을 들은 주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태양 마을……?”
“제사장……?”
“헉! 서, 설마 샤먼들의 제사장님이십니까!”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메르엠의 주민들은 샤먼들을 종교적 존재로서 믿고 따르며 그동안 함께해 온 몸.
그런 샤먼들의 수장인 만타의 등장에, 영지민들은 경악한 반응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더욱 놀란 것은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말도 안 돼, 샤먼들의 제사장이 영주님께 형이라고 부르다니.’
‘대체 레온 님은…….’
샤먼들의 제사장이 자신들의 영주를 형이라고 칭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과 만타가 호형호제를 하기로 한 것은 마을을 떠나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만타가 레온에 대한 호감도가 극에 달했는지, 먼저 제안을 한 것이었다.
레온의 입장에서 거절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기에, 바로 넙죽 받아들였고 말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있던 그때.
“흐으으, 흐어어엉……! 끅, 끄윽……!”
갑자기 이번에는 뒤편에서 누군가의 꺼이꺼이 슬프게 우는 곡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시선을 돌리자.
넋을 놓은 채, 본 드래곤을 바라보던 본 네크로맨서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끄허엉, 내 생애 이런 날이 오고야 마는구나.”
“울지 마십시오, 클라크 님, 크허어엉!”
본 네크로맨서들은 모두 살아 움직이는 본 드래곤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려 댔다.
감회가 남다를 만도 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마탑에서 불명예를 뒤집어쓴 채 추방된 지 얼마나 지났던가.
그런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눈앞에 위풍당당한 본 드래곤이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들의 심경 변화를 반영하듯, 레온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완전한 본 드래곤을 완성시켜, 본 네크로맨서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본 네크로맨서들의 충성도가 최대치를 달성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당신을 따를 것입니다.
한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띠링-.
추가적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워메.’
그리고 그걸 본 레온의 표정이 당황에 가득 찬 표정이 되었다.
그것은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순간 브룩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거 오늘부터라도 통나무집들을 추가로 지어야겠는데.”
그가 그렇게 말을 꺼낸 이유는 간단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제 메르엠 영지에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질 것이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이윽고 이어진 본 네크로맨서들의 반응들로 밝혀지고 있었다.
처척!
처처척!
“레온 님! 오랜 숙원을 이렇게 해결해 주시다니…… 이제 저희들은 여한이 없습니다.”
“네크로폴리스도, 마탑도 필요 없습니다.”
“저희들은 오로지 레온 님의 곁에만 있고 싶습니다.”
그들 모두가 레온에게 부복하며 말을 꺼냈다.
순간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영지에 마탑도 생기겠네.’
라고 말이었다.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점멸하듯 반짝이며 아른거리고 있었다.
-보상으로 영지에 ‘본 네크로맨서의 마탑’ 시설이 건설 가능해졌습니다.
확인 도장을 찍듯 클라크의 말이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레온 님이 있는 곳이 곧 마탑입니다. 허락만 해 주신다면 저희는 이곳에 정착해 새로운 마탑을 차리겠습니다.”
* * *
털썩.
레온이 영주실의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당장에라도 자기들끼리 마탑을 세우겠다는 본 네크로맨서들을 진정시킨 뒤, 내일 이야기하자고 돌려보내고 난 후 레온은 곧장 길드 회의를 열었다.
사실 길드 회의라고 해 봐야 영주실에 네 명이 모이는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었다.
“오빠, 나 나중에 용 태워 줄 거지?”
“……형님에게 새로운 동생이 생기다니.”
그에게 애교를 부리는 유우.
그리고 뭔가 충격을 받은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네기.
그런 그들의 상대를 잠시 뒤로 미룬 채, 레온은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북방 지역의 영주가 되어 영지를 부흥시켜라 / 길드]
(……중략……)
1. 여러 시설들을 확충하여 영지의 규모를 ‘도시’급으로 상승시켜라.
영지 : 메르엠
규모 : 촌락(승급 가능)
개발도 : 100%
인구 수 : 1,641명
-복속 영지 : 0개
(복속 영지가 많을 시, 조공으로 도시 규모를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2. 영지민들의 만족도, 치안도, 충성도 등등을 50포인트 이상으로 상승시켜라.
영지 : 메르엠
치안도 : 95 / 문을 열고 자도 안전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행복도 : 100 / 가가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충성도 : 100 / 영주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풍요도 : 79 / 삼시 세끼 풍족한 밥상을 차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3. 영지 근처 필드의 몬스터들을 처치하라.
영지 : 메르엠
1. 그레이트 피죤 100/100
2. 자이언트 골뱃츠 100/100
3. 레드훅 오우거 100/100
4. 빅풋 운골리안트 100/100
5. 블랙혼 스카라바 100/100
퀘스트 창은 딱 봐도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영지의 각종 수치는 50을 훌쩍 넘어 최대치인 100이 두 개나 있을 정도.
조건으로 제시된 몬스터들도 모두 처치가 끝나 있었다.
이제 메르엠을 촌락에서 도시로 승급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결정이니만큼, 그러기 전에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했다.
레온이 그렇게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브룩이 레온에게 질문을 건네 왔다.
“야, 뭐 좀 묻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메르엠을 도시로 승급시키는 것 자체는 분명히 좋은 일이야.”
“그래, 그건 그렇지.”
“그렇지만…….”
그러자 브룩이 고민이 많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렇게 되면 꽤나 많은 유저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향하게 될 거야.”
그가 걱정하는 여파란 간단했다.
앞서 말했듯 수많은 유저들이 자신들의 영지를 찾는 것 때문이었다.
현 시점에서 도시가 된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영지를 도시로 승급시키는 데에 성공한 길드는 단 두 개에 불과했다.
여기서 메르엠이 도시가 되면 세 번째로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한데 메르엠이 지니고 있는 화제성은 그뿐이 아니었다.
“샤먼 전직소에 본 네크로맨서의 마탑까지……. 두 개의 직업 전직소라는 이슈는 분명히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거야. 그렇다는 건 더 이상 숨어서 힘을 키울 수 없다는 거지.”
두 개의 새로운 전직소라는 특징까지 있으니, 분명히 엄청난 화제가 되리라.
그리고 그 말은 처음 레온이 이곳 영지를 택한 이유인 ‘조용히 힘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브룩은 이제 우리 영지가 낱낱이 밝혀져도 되겠느냐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레온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알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이제 우리는 강하니까.”
그의 생각에, 길드는 이제 충분한 힘을 갖췄다.
길드원들과 영지의 전투원들의 레벨은 그동안 쉬지 않고 이어진 몬스터 웨이브의 처리 덕분에 폭풍 상승하여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내가 있으니까.’
이번에 복구한 강력한 결계와, 자신이 곧이어 영지 주변에 빼곡하게 깔아 놓을 각종 포탑들의 존재가 있다면.
웬만한 적들은 쳐들어와도 뼈도 못 추릴 것이었다.
레온은 엄숙하게 선언했다.
“자, 이제 얼른 도시로 승급하고 문을 열자.”
레온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눈빛이 부푼 기대감으로 인해 반짝이기 시작했다.
* * *
오늘 판트라넷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가열이 되어 있었다.
게시판의 글 리젠 속도가 평상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드디어 북부 영지 콘텐츠의 세 번째 ‘도시’로 승급한 곳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곳은 놀랍게도 북부 대륙의 중간 지역에 자리를 잡은 순위권에 속한 길드들이 접수한 영지가 아니었다.
서쪽 끝의 변방에 위치한 생각지도 않았던 영지라는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과 탐구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들은 놀라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최초로 영지를 획득하여 많은 유저들을 놀라게 했던 바로 그 ‘아슬란’ 길드의 영지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와, 진심 미친 것 같음. 거기 영주 개능력자인 듯!
-그쪽 동네는 몬스터들만 넘쳐나지, 뭐 아무것도 없는 동네 아닌가?
-ㅇㅇ 맞음. 근데 거기서 세 번째 도시가 나온 거임. 레알 상상도 못 했음.
-페가수스처럼 딱 봐도 금수저일 듯.
-돈을 얼마나 쏟아부은 거야…….
척박하기 짝이 없는 북부 영지를 도시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유저들이 아슬란이 엄청나게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일반적으로 그것이 아니면 믿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서부 지역의 상황은 아무리 좋게 봐도 최악 중의 최악.
도저히 영지를 도시로 승급까지 만들 밑바탕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데 파란의 영지 ‘메르엠’의 소식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어젯밤, 갑작스레 전체 메시지가 떠오르며 사람들이 얼마나 놀랬던가.
-북부 영지 메르엠에 본 네크로맨서의 마탑이 설립되었습니다.
-메르엠에서 ‘본 네크로맨서’로 전직이 가능합니다.
-북부 영지 메르엠에 샤먼 전직소가 설치되었습니다.
-메르엠에서 ‘샤먼’으로 전직이 가능합니다.
각기 ‘본 네크로맨서’와 ‘샤먼’이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전직소가 한날한시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유저들의 반응을 한결같았다.
“으아아! 얼른 늦기 전에 선점해야 해!”
“최대한 빨리 가서 전직하겠어!”
“얼른 늦기 전에 떠나자!”
새로운 직업을 원하는 수많은 유저들의 행렬이 속속들이 레온의 영지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레온이 예상한 것보다도 배는 더 많은 숫자였다.
어느새 수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레온’과 ‘아슬란’이라는 두 이름이 서서히 각인되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