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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69화 (169/332)

# 169

그로부터 잠시 후.

레온이 자리하던 공터에는 예상치 못한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싸아아-.

휘이이-.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화창했던 공터에 뜬금없이 새하얀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눈바람과 함께 공터가 완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빙하기가 도래한 것 같은 참상이었다.

그러던 그때.

“어우, 추워.”

그 현장 속에서 레온이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획 하고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누군가를 향해 질책하듯 말을 이었다.

“팍씨, 내가 추운 걸 얼마나 질색하는데. 너 때문에 이게 뭐야.”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그가 상대하고 있던 흑염룡의 거태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전히 허공에 둥둥 떠올라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화기를 내뿜던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모닥불처럼 미약하기 짝이 없는 화력이었다.

아무튼 그때 레온의 말이 끝나자, 곧이어 녀석의 답변이 들려왔다.

한데 그 탈바꿈한 모습과 마찬가지로 녀석의 말본새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아이고, 추우십니까요. 헤헤, 제가 얼른 따~뜻하게 몸을 녹여 드리겠사옵니다요.

안대 낀 폭군을 연상케 했던 녀석의 말투는 이제는 내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공손해져 있었다.

“진작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인마.”

-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요.

그런데 레온은 녀석의 180도 달라진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혀를 차며 생각했다.

‘쯔쯔, 얘도 졸지에 꽁꽁 언 하드 신세가 되고 싶지는 않겠지.’

라고 말이었다.

흑염룡이 이렇듯 납작 엎드린 이유는 간단했다.

본 드래곤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했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설원 속에서 거대한 뼈 날개를 움직이며, 눈을 빛내고 있는 본 드래곤을 향해 말을 꺼냈다.

“이건 너무 격했던 것 같아, 파크야.”

그러자 파크가 미안해 죽겠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 새 주인아. 나도 내가 이렇게 셀 줄 몰랐다.

그랬다, 예상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상황은 본 드래곤이 사용한 스킬이 초래한 결과였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듯 필드의 자연 환경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 스킬을 고작 1레벨이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말이었다.

순간 레온이 다시 한 번 주위를 슬쩍 살피곤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감상을 떠올렸다.

‘캬, 진짜 놀랐다니까. 참나, 어떻게 블리자드 스킬이 1레벨 소환수의 보유 스킬 목록에 떡하니 있다니 말이야.’

필드에 눈 폭풍을 소환하는 블리자드 스킬은 현재 최고위 빙계 마법사들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격 마법이었다.

한데 그런 마법이 떡하니 1레벨의 본 드래곤에게 달려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사용을 해 본 스킬의 위력은 그들의 일반적인 스킬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단언컨대 본 드래곤이 지니고 있는 힘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건 녀석의 스텟 수치를 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 파크]

레벨 1 / 본 드래곤 / 한계 레벨 ∞

분류 : 언데드

등급 : 전설 / 성장형

힘 830 민첩 970

지혜 820 체력 905

생명력 143,400 마력 131,380

모든 본 네크로맨서들의 궁극의 목표.

죽은 드래곤의 시체에서 변화되었다는 점에서 종종 마기에 휩싸여 변화한 좀비 드래곤과 착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사실 그런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본 드래곤은 차원이 다른 위력을 지니고 있다.

좀비 드래곤은 생전의 모든 마력을 잃은 채 오로지 근접 전투만을 발휘할 수 있는데 반해, 본 드래곤은 생전의 드래곤이 지녔던 힘을 약간의 손실을 제외하면 고스란히 지니고 있거니와, 동시에 언데드의 고유한 특성들 또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최강의 언데드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환수 중의 하나이다.

보유 스킬

1. 블리자드

2. 마력 반발(패시브)

3. 아이스 에이지

4. 아이스 버스트

5. 데스 윙

6. (…….)

(……중략……)

-강령 지속 시간이 3시간 36분 남았습니다.

-지속 가능 시간이 모두 소요될 시, 자동으로 소환이 해제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2시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스텟 지수였다.

전설 등급은 전설 등급이라는 것일까.

레벨 차이가 현저하게 나는 현재 마루의 스텟 지수와 비교해도 그다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놀랄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한계 레벨이 없다니, 대박이다 정말.’

한계 레벨에 무한대 표시가 적혀 있었다.

최초로 한계 레벨이 존재하지 않는 소환수를 획득한 것이었다.

본 드래곤은 거의 끝날 때까지 사용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순간 레온의 눈에 최하단에 있는 항목들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강령 지속 시간이 3시간 36분 남았습니다.

-지속 가능 시간이 모두 소요될 시, 자동으로 소환이 해제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2시간.

총 소환 가능시간은 4시간.

이후 다시 소환하려면 재사용 대기시간 12시간이 필요했다.

일전에 강령 스킬을 사용할 때 알아낸 것처럼, 영령을 강령시켰을 때에는 제한 시간으로 제약이 나타나는 듯했다.

4시간도 적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휴, 얼른 6성 영혼을 얻기는 해야겠군.’

어쩔 수 없었다.

6성 영혼을 강령시키면 마력이 가능한 한 계속하여 소환하고 있을 수 있었으니까.

최대한 빠르게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막대한 소울코인을 얻어야 하기에 결코 쉽지는 않은 과정이 될 터였다.

그러던 그때.

‘흠, 슬슬 뜰 때가 된 것 같은데…….’

라고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때마침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띠링.

띠링.

‘예스!’

그리고 곧이어 효과음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의 내용에 레온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흑염룡을 굴복시켜라’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흑염룡의 ‘사도 추적’ 특성이 개방되었습니다.

레온은 흑염룡이 나타나며 떠올랐던 퀘스트가 해결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도 추적.

레온의 두 눈은 그 단어에 완전히 꽂혀 있었다.

그는 곧장 흑염룡의 거태도의 아이템 설명에 추가된 효과의 내용을 바로 확인하여 보았다.

[사도 추적]

흑염룡이 지닌 탐지의 힘을 사용하여, 마몬의 사도 중 한 명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파악에 성공한 사도의 위치는 전체 맵에 표시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24시간.

-추적이 성공한 사도를 쓰러뜨리기 전까지, 다른 사도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빠르게 내용을 읽어 내려간 레온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가 정말 다른 사도 녀석들의 행방을 찾아 줄 수 있다는 말이지?”

그러자 흑염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넵. 하지만 여러 명을 동시에는 파악이 불가능합니다요. 그리고 위치를 파악한 사도를 쓰러뜨리기 전에는 다른 이를 찾을 수 없습니다요.

모두 스킬의 설명에 적혀 있던 내용들이었다.

그렇기에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온이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 명, 한 명씩 찾아가 격파하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보이는 듯했다.

“자, 알았으니까 바로 해 보자.”

-알겠습니다요! 우오오옷!

그러곤 곧바로 레온이 사도 추적의 특성을 사용하였다.

우우우웅!

촤아아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흑염룡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였다.

‘호오?’

한데 그때, 켜지도 않았건만 눈앞에 대륙의 전체 맵 창이 불쑥 떠오르자 레온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데 놀라운 현상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맵 위로 검은 용의 형상을 자그마한 아이콘이 떠오르더니, 이내 꿈틀거리며 한 방향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런 식이라면!’

레온은 자연스럽게 저 아이콘이 이동을 멈춘 곳이 그의 제물이 될 다음 마몬의 사도가 있는 장소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용 아이콘은 처음 그들이 있는 서쪽 끝에서 떠올랐다가, 동쪽을 향해 계속해서 이동해 갔다.

한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던 레온의 표정이 점점 다이나믹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 어?’

그리고 곧이어 아이콘이 한 곳에 완전히 멈추었다.

레온이 한눈에 보아도 복잡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는……?”

아이콘은 동쪽 끝에 있는 한 도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제에’.

판테라 속의 라스베이거스 혹은 마카오로 불리는 곳이었다.

도박과 향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온갖 성인을 위한 콘텐츠들이 즐비하여 있었다.

‘하아, 이거 에반데…….’

하지만 그런 것들이 레온을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도시가 속해 있는 나라가 문제일 뿐.

떠올라 있는 전체 맵에 제에가 포함되어 있는 왕국의 이름이 깜빡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점멸하고 있는 그 이름은 바로…….

“……암흑성국이라고?”

마몬교의 본거지인 암흑성국이었다.

순간 레온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제 발로 호랑이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말인가.’

순간 레온은 아무래도 꽤나 복잡하고 긴 여정이 될 것 같은 예감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 * *

이튿날 밤.

북부 영지, 메르엠.

“으하하!”

“호호호!”

언제나 전투 소리만이 끊이지 않던 메르엠에 정말 오랜만에 행복에 겨워하는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시고 죽자아!”

“난 이미 코가 삐뚤어져 버렸고!”

“미츠가 좋아하는 무작위 놀이!”

마을에 커다란 잔치가 벌어진 것이었다.

본 네크로맨서, 암살자, 자경대 등등 메르엠에 속해 있는 이들 중 어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고루 참석하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메르엠을 이끌고 있는 아슬란 길드원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후후, 다들 엄청 기뻐 보이네. 역시 한 번쯤 이런 이벤트 정도는 해 줘야지.’

순간 상석에 앉아 있던 브룩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마을에 완전히 결계가 복구된 기념으로 약간의 지출이 나갈 것을 각오하고 잔치를 벌인 것이었다.

브룩은 주민들을 게임 속 NPC들이라고 절대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어느새 영지민들에게 정도 듬뿍 들어 있는 그였다.

그러던 그때.

“브룩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밍시아가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건넸다.

브룩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한데 그때, 밍시아가 우물쭈물하다가 슬쩍 말을 이었다.

“저, 근데 브룩 님.”

그러자 브룩이 씨익 하고 웃어 보이더니 말을 가로챘다.

“네, 영주님 언제 오시느냐는 거지요? 출발했다고 연락을 들었으니 곧 올 겁니다.”

밍시아가 여태껏 이런 식으로 레온의 현황을 물어본 것이 대여섯 번은 넘었던지라 브룩이 미리 선수를 친 것이었다.

“……아, 네.”

그러자 밍시아가 속을 들킨 것이 민망한지 볼을 발그레하게 붉혔다.

그러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불쑥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더듬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저, 저렇게 결계가 또렷한데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그러자 브룩이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똑같이 시선을 돌리며 말을 꺼냈다.

“허허, 그러니까요. 며칠 전만 하더라도 저렇게 커다란 무언가가 날아오곤 했……?”

순간 브룩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그의 시선이 닿은 하늘 위에 갑자기 엄청나게 거대한 형상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에 브룩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곧이어 잔치를 즐기고 있는 영지민들 또한 하늘을 확인하고는 마을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몬스터가 결계를 뚫고 들어왔다!”

“드, 드래곤이다!”

“도, 도망쳐!”

하지만 그들이 채 행동을 완료하기도 전에.

휘이이잉!

쐐애애액!

드래곤이 파공성을 내며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그러곤 육중한 착륙음을 내며 그들의 눈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싸아아-.

정적이 감도는 그 순간.

처척.

본 드래곤의 머리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나타냈다.

당연하게도 그건 바로.

“내가 돌아왔다.”

위풍당당한 태도의 레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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