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68화 (168/332)

# 168

‘이게 대체?’

갑작스레 벌어진 난데없는 상황에 레온은 어안이 벙벙해하고 있었다.

한데 어느 누구든 놀라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갑자기 지니고 있던 알이 해괴한 형태로 변해 버리지를 않나.

그 괴상한 것이 지면에 박아 두었던 검과 하나로 합쳐지지를 않나.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난 또 알 안에서 뭐라도 태어날 줄 알았더니. ……그냥 달걀귀신이었다니.’

그후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거태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때 레온 또한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며 제정신을 차렸다.

눈앞에 떠올라 있던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에고와 히든 퀘스트라.’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뚜둑 소리를 내며 손 관절을 풀고는, 곧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쑤욱.

처척.

그가 지면에 꽂혀 있던 흑염룡의 거태도를 높이 뽑아 들었다.

“흐음.”

그런 뒤, 두 눈을 좁게 뜨며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확실히 뭔가 좀 변하긴 했네.’

곧이어 거태도에 외형적인 변화가 살짝 생긴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칼날은 스며든 알의 그것처럼 은은한 주홍빛을 띠고 있었으며.

손잡이와 날의 중간 부분에 전에는 보지 못했던 구슬 하나가 떡하니 박혀 있었던 것이었다.

쐐애액!

촤아악!

이윽고 레온이 두어 번 허공에 검을 휘둘러 보았다.

‘별게 없는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슬며시 검에 말을 건넸다.

“어이, 에고?”

하지만 침묵이 이어졌다.

레온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에고라는 것은 자신이 알기로 분명 아이템에 자아가 생겼다는 것일 터.

한데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이름을 불러 보아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쩝, 뭐 지가 나올 때가 되면 나오겠지.’

그에 레온은 빠르게 포기하고 곧장 다음 항목으로 넘어갔다.

레온이 획득한 히든 퀘스트의 상세 내용을 펼쳐 보았다.

[마몬의 힘을 독식하라 / (히든)]

악신 마몬은 7인의 사도들에게 각기 다른 자신의 힘이 깃든 무기들을 수여하였다.

그 전용 무기들은 오로지 해당하는 사도만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신은 놀랍게도 그 제약을 극복하고, 다른 사도의 무기를 취하여 사용하였다.

더욱 강력해진 마몬의 힘이 당신의 온몸을 휘감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멈출 수 없다.

다른 모든 사도들의 전용 무기를 빼앗아 마몬의 힘을 홀로 독식하라.

-현재 획득한 사도 전용 아이템 1/7

퀘스트 난이도 : SSSS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명성 100,000

‘아!’

레온은 짧은 감탄성을 터뜨렸다.

이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감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히든 퀘스트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크으! 역시 갓 칭호! 경배해!’

한계를 돌파한 자 칭호가 가지고 있던 최초 특성인 ‘모든 아이템의 직업 제한 해제’가 생각지 않은 히든피스를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다시 말해 아이템에 붙어 있는 직업의 제약을 해방시키는 칭호의 특성이 흑염룡의 거태도에까지 미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레온은 다른 사도들의 무기까지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의 진행을 알게 된 순간.

레온의 눈빛은 줄곧 떠올라 있던 의아함은 싹 사라지고, 어느새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그것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순간 그가 입술에 침을 살짝 바르며 생각했다.

‘이건 대박인데?’

마몬의 사도는 총 일곱 명이었다.

마신의 대장장이, 마몬의 검투사.

자기 자신과 쓰러뜨린 그리아몰을 둘을 제외해도 아직 다섯 명이나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말인즉.

‘흐흐, 최소한 다섯 개의 영웅 등급 아이템이 내 손아귀에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

게다가 자신은 인장으로 직업을 얻었기에, 마신의 대장장이의 전용 아이템도 없는 상황.

정확히는 여섯 개의 영웅 등급 아이템을 더 획득할 수 있으리라.

레온의 눈이 오랜만에 달러화 모양으로 변화하였다.

게임으로 로또를 터뜨릴 일이 이제 정말 머지않은 것 같았다.

“헤헤.”

그렇게 레온이 희희낙락하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때.

멈칫.

‘……어라? 잠깐만.’

너무 기쁜 나머지 잠시 놓쳤던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는 행동을 멈추었다.

그가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어, 이거 근데 다른 사도들을 어떻게 찾으라는 거지?’

그랬다. 퀘스트의 어디에도 아무런 단서가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레온과 그리아몰이 만나게 된 것은 정말로 희박한 확률로 일어난 우연의 일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레온이 만일 샤먼이 되어야 하지 않았다면 두 마몬의 사도는 절대 마주칠 일이 없었을 것이 아닌가.

이런 행운이 다시금 생긴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찾을 방도가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하지.’

떠오르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레온은 깊은 고민이 차올랐다.

“끄응.”

탁탁.

심적으로 갑갑했던 탓일까.

무의식적으로 들고 있던 거태도의 끝부분을 연달아 땅바닥에 툭툭 쳐 대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레온은 신경질적으로 그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탁탁탁!

탁탁탁탁!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이어지던 그때.

파아앗!

“으아!”

갑자기 레온이 비명을 내지르며 검을 놓쳐 버렸다.

그러곤 레온이 쥐고 있던 손을 요란하게 흔들어 댔다.

“앗, 뜨거!”

그는 손을 타고 오르는 뜨거운 열기에 놀라 식겁하며 검을 놓쳐 버린 것이었다.

그가 어리둥절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검에 시선을 돌렸다.

화르르르르!

흑염룡의 거태도가 맹렬하게 타오르는 검은 불꽃에 휘감겨 있었다.

이 무슨 거지 같은 일이란 말인가.

레온의 분노가 뒷목을 타고 팍 솟아오르던 그때.

우웅!

우우웅!

‘저건……!’

그는 이어지며 펼쳐지는 새로운 광경을 보며 자신의 끓어 넘치는 분노를 잠시 킵 해 둘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어쩔 수 없었다.

흑염룡의 거태도가 거친 진동음을 만들며 허공에 붕붕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쿠아아아!

콰르르르!

그러면서 거태도를 감싼 검은 불꽃이 점차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그 모양은 마치.

‘……흑염룡이라더니, 저것도 용이잖아?’

지금 한편에서 완성이 되어 가고 있는 본 드래곤과 같은 드래곤이었다.

그 순간, 레온은 직감적으로 저것이 바로 거태도에 부여되었다는 ‘에고’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파앗!

그때 검의 손잡이에 달려 있던 구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눈꺼풀처럼 끔뻑이더니,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러자 파충류의 그것과 같은 누런 눈알이 나타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누구인가!

공간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완전한 형상을 갖춘 흑염룡이 내뱉는 말이었다.

사극에서 많이 들었던 어조의 목소리였다.

‘뭐야, 이 뜬금없는 중저음 드래곤은.’

레온이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지그시 녀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러던 그때, 흑염룡의 말이 이어졌다.

-본룡이 누구냐고 물었다! 어느 하찮은 종자가 감히 본룡의 깊은 잠을 방해하였는가.

“…….”

순간 조용히 있던 레온에게 녀석이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자 레온 또한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녀석을 노려보았다.

흑염룡이 더욱 강렬하게 자신의 화기를 뿜어내며 말을 이었다.

-딱 보아도 바로 네놈이구나! 감히 조용히 자고 있던 본룡을 깨우다니, 실성한 것이 분명하도다!

결국 참지 못하고 레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이건 또 무슨 캐릭터야.

그는 이미 파크와 마루라는 캐릭터 강한 부하들을 벌써 둘이나 갖고 있었다.

한데 그 컬렉션에 이 사극에서 튀어나온 까만 도마뱀이 추가될 것을 직감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 올 지경이었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의 깊은 한숨에 발끈한 흑염룡이 말을 꺼냈고.

-허어, 누가 감히 한숨 소리를 내었느냐.

레온이 가볍게 응수해 주었다.

“나다, 이 도마뱀 새끼야.”

그러자 흑염룡의 형체가 부들부들 떨리더니, 분노의 음성을 토해 냈다.

-이, 이! 건방진 인간 종자! 본룡의 다크 플레임으로 잿더미 신세로 만들어 주리라!

‘참나, 이제 칼이랑도 싸워야 하다니.’

어처구니없어 하며 레온이 새로운 전투를 벌이려던 그때.

띠링.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무언가에 레온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라, 또 퀘스트?’

새로운 퀘스트가 또 하나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연계 퀘스트 ‘흑염룡을 굴복시켜라’를 획득하였습니다.

[흑염룡을 굴복시켜라 / (히든)]

마신의 알에 담겨 있던 힘을 전해 받고 흑염룡의 거태도에 잠들어 있던 에고가 깨어났다.

이는 결코 당신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흑염룡은 오로지 자신이 주인으로 인정한 자만을 따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패배한다면 곧바로 에고는 다시금 영원히 잠들 것이다.

흑염룡은 아무리 먼 거리에 떨어져 있더라도 마몬의 힘을 정확히 감지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만일 당신이 흑염룡과의 싸움에서 승자가 된다면 그 힘을 손에 넣게 되리라.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보상 : 흑염룡의 ‘사도 추적’ 특성 개방

‘호오.’

퀘스트 보상을 확인한 레온이 흥미로워 죽겠다는 반응을 만들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저 흑염룡이라는 녀석이 바로 다른 사도들에게 자신을 인도할 ‘내비게이션’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씨익.

순간 레온이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흑염룡이 움찔하는 반응을 만들었다.

레온이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압도적인 힘으로 굴복시켜 주지.’

라고 말이었다.

“레이즈 스켈레톤, 마루.”

-역시 나약한 놈은 부하들을 부르는구나.

“레이즈 스켈레톤, 너클즈.”

-그래, 얼마든지 불러 보거라! 본룡이 모두 쓰러뜨려 줄 터이니.

레온의 폭풍 소환이 시작되었다.

그의 스켈레톤들이 공터에 연이어 소환되기 시작하였다.

“레이즈 스켈레톤, 포바. 휴우.”

포바까지 소환한 이후, 레온이 슬며시 숨을 골랐다.

그러자 흑염용이 비꼬듯 말을 건넸다.

-흥, 이제 끝인가 보군.

하지만 레온이 말을 꺼내었다.

“아니, 마지막 하나 남았어.”

그러던 그때.

레온의 눈앞에 한 과정의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현재 진행도 100%

-본 드래곤에 영령 ‘파크’의 강령이 완료되었습니다.

-본 드래곤(제한)이 소환수 목록에 삽입됩니다.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위이이잉-!

콰아아아아아!

음험하기 짝이 없는 보랏빛 기운이 본 드래곤의 전신에서 순간 솟구쳐 올랐다.

마치 어둠의 기둥과 같은 모양새였다.

흑염룡이 겁에 질린 듯한 반응을 토해 냈다.

-저, 저건 무엇이란 말인가. 본룡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도다.

그럴 만도 했다.

상대할 수 없는 격의 차이를 느낀 것이리라.

촤아아아아!

솟구쳤던 빛이 모두 사라지고 나자.

무생물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전과 달리.

다른 스켈레톤처럼 동공에 도깨비불 같은 푸른 기운을 품고 있는 본 드래곤의 형상이 드러났다.

숨 막히게 하는 위압감이 공간을 짓눌렀다.

그리고 그것은.

쿠우우!

쿠쿠웅!

본 드래곤이 서서히 제 몸을 움직이자 수 배는 더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이네.’

레온은 아직 본 드래곤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본 드래곤의 압도적인 강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헤헤, 주인아.

그 경이로운 존재감을 지닌 본 드래곤에게서 갑작스레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온은 자연스레 대답했다.

“맘에 드나 보네, 파크야.”

-웅, 생각보다 포근하다, 새 주인아. 종종 들어와야겠다.

“맘에 드니 다행이네.”

그렇게 레온과 파크가 말을 주고받던 그때.

-응? 근데 저 도마뱀은 뭐냐, 주인아?

파크가 흑염룡을 확인하고는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아……. 본룡…… 아니 저는.

흑염룡의 당황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

“응, 이제부터 네가 먼지 나게 패 줘야 할 똥 막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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