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
판테라의 개발사인 NT사의 상황실.
위잉!
쉼 없이 돌아가고 있는 스크린들이 모니터링 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둘은 큰 차이가 있었다.
상황실은 모니터링 팀에서 선별한 게임 내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1천 명의 인원들만을 비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와, 진짜 저놈 골 때리네.”
기획 팀장 노진구는 혀를 내두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에 한 화면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화면을 보고 있는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이야, 결과가 저번에 들어왔던 보고와는 전혀 다르지 않아?”
“그니까 4개월간 달의 마을에서 퀘스트를 진행했던 마몬의 사도가 일곱 명의 사도 중에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점쳐졌었는데.”
“근데 그걸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저 녀석이 다 엎어 버렸네.”
노진구의 아래에 있는 기획 팀의 인원들도 모여 연신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화면에는 그리아몰을 처치하는 레온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
“캬아, 한 번 더 볼까?”
“그럴까?”
“야야, 적당히 해라. 몇 번을 다시 보는 거야. 다들 놀러 왔냐.”
레온의 플레이에 매료되어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 보는 팀원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노진구가 말을 꺼냈다.
한데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그는 옆에 선 무 대리에게 슬쩍 질문 하나를 건넸다.
“쯧, 근데 무 대리.”
“네, 팀장님.”
“저 패배한 마몬의 사도는 그 후에 어떻게 됐어?”
“이후로 쭉 접속 기록이 없기에 찾아봤는데, 캐릭터 정보가 사라졌습니다.”
캐릭터 정보가 사라졌다는 무 대리의 말에 노진구가 깜짝 놀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뭐? 그럼 아예 접었다는 거야?”
“……네, 아무래도 전용 아이템을 빼앗긴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당황에 차 있던 그의 표정은 점차 ‘그래, 그럴 만도 하지’라는 마음을 표출하게 변화하였다.
‘불쌍한 녀석.’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최악의 결과이긴 하지 않은가.
영웅 등급 아이템을 강제로 빼앗기다니 말이었다.
“레온이라고 했나? 저 유저는 그럼 지금 뭐 하고 있어?”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노진구의 말에 무 대리가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꺼내었다.
곧이어 태블릿 PC에 커다란 공터에서 무언가 의식을 치르고 있는 듯한 유저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 대리가 말을 꺼냈다.
“네, 지금 본 드래곤을 제작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팀원들이 다시 한 번 술렁이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본 드래곤?”
“하다 하다 이젠 전설 등급 소환수까지 얻는 거야?”
그만큼 본 드래곤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파급력은 대단하였다.
한데 그때였다.
“어라? 팀장님.”
무언가를 확인한 무 대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노진구를 찾았다.
“뭐야, 왜 그래.”
“이거 뭔가 이상한데요?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 대리가 태블릿 PC의 화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순간 그의 뒷목이 뻐근해져 왔다.
한눈에도 무슨 일이 또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또 뭘 얻은 거야, 이 인간.’
무 대리가 가져온 태블릿 PC의 화면에 떠올라 있는 레온의 상세 정보들을 살피던 노진구의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저건?’
레온이 현재 진행 중인 퀘스트의 목록에 또다시 예상치 못한 제목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규 퀘스트 ‘마몬의 힘을 독식하라(에픽)(히든)’
* * *
그로부터 잠시 전.
달의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공터.
“이렇게 부탁할게, 응?”
-싫다. 흥, 주인은 항상 이런 식이야.
그곳에서 레온은 자신의 영령, 파크와 연인과의 사랑싸움처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파크는 레온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었고, 반대로 레온은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사정을 하고 있었다.
그때, 레온의 말이 이어졌다.
“끄응, 험악하게 생겼지만 생각보다 이 안이 안락하다니까. 속는 셈 치고 들어가 봐, 파크야.”
간곡한 레온의 말에 파크는 마음이 약해졌는지, 볼에 바람을 넣은 채 레온이 ‘들어가’라고 말한 물건의 주변을 가볍게 맴돌았다.
그것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저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공할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건 바로, 레온이 그림자 아공간에서 꺼내 놓은 ‘본 드래곤의 유해’였다.
백골 형태의 드래곤을 이리저리 살피던 파크가 레온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을 꺼냈다.
-……진짜 안락하냐, 주인아?
“그으럼! 당연하지,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것 봤어?”
물론 그런 경우야 수두룩하게 많았지만, 파크는 속는 셈치자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휴, 됐다!’
그에 레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금까지 본 드래곤이 흉측하게 생겨 들어가기 싫다는 파크를 설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은 환해진 얼굴로 말을 꺼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한다?”
파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령!”
레온은 곧바로 획득한 강령 스킬을 사용하였다.
완성된 초점사약결에서 전 주인의 목소리가 모두 끝나고 나자, 바로 강령 스킬이 자동으로 배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슈아아!
순간 영험한 순백색 기운이 같은 것이 레온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강령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강령에 사용할 영혼 혹은 영령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레온은 명령어를 내뱉었다.
“영령, 파크.”
그가 영혼이 아닌 영령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강령]
샤먼의 왕이라 불렸던 하오의 최대의 비기.
영혼 혹은 영령을 격이 높은 존재에 불어 넣을 수 있습니다.
영혼은 영구적으로 이지가 부여가 되며, 영령은 한시적으로 이지가 부여됩니다.
-영혼을 강령 시, 6성 이상의 영혼이 필요합니다.
-영령을 강령 시, 지속 시간의 제한이 발생합니다.
‘휴, 파크가 싫다고 고집을 피우는 통에 큰일 날 뻔했네. 무슨 6성 영혼이나 필요해. 아직 5성도 없구먼.’
바로 영령이 아닌 영혼을 부여하려고 할 시, 6성 등급의 영혼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읽어 보면 6성 영혼을 강령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령을 강령시켜 움직이면 제한 시간이 발생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6성을 뽑기에는 소울코인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
‘일단 이거라도 되는 게 어디냐.’
레온은 어차피 차차 얻게 될 일, 지금은 이것으로 만족하자고 생각했다.
순간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령을 시킬 존재를 선택해 주십시오.
“본 드래곤의 유해.”
우우웅!
그리고 그렇게 레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르륵!
촤아아아!
파크가 몸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며, 본 드래곤의 유해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오오!’
순간 레온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그럴 만도 했다.
‘조금씩 움직인다아!’
축 늘어져 있던 본 드래곤이 꿈틀거리며 미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어 레온의 눈앞에 감동적인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본 드래곤에 영령 ‘파크’의 강령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진행도 8%.
강령은 빠르게 진행이 되지는 않는 듯했다.
진행도의 퍼센트는 느리게 상승해 갔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의 표정은 행복에 가득 차올라 있었다.
‘으헤헤, 느려도 괜찮으니 성공만 해 다오.’
본 드래곤을 얻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투자했던가.
이 정도의 기다림은 그에게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냥 가만히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조금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레온은.
‘그럼 시간이 난 김에 이번에 새롭게 얻은 것들이나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
스윽.
이 시간을 조금 더 유익하게 사용해 보려는 목적으로, 일전에 획득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해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예상도 하지 못한 채 말이었다.
“크으.”
레온이 감탄성을 토해 냈다.
어느새 그의 손에 거대한 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그리아몰에게서 빼앗은 마몬의 검투사의 전용 무기인 흑염룡의 거태도였다.
[흑염룡의 거태도]
분류 : 대검
등급 : 영웅 / 성장형
공격력 : 1,660
내구도 : 파괴 불가
착용 제한 : 마몬의 검투사
-유저, 인간형 몬스터 공격 시 30%의 추가 피해 부여
-크리티컬 확률 50% 증가
-30% 확률로 화상 상태 이상 부여
-같은 대상에게 공격을 중첩할수록 1회에 10%씩, 공격력 최대 300%까지 증가
-공격 시, 현재 체력의 15%에 해당하는 추가 피해를 부여
-귀속 스킬 ‘흑염 강신’ 사용 가능
쐐애액!
레온이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자, 가볍게 휘둘렀음에도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레온이 헤벌쭉한 표정으로 속으로 생각했다.
‘영웅 등급인데 성장형 아이템이라니! 이건 절대로 안 판다.’
콰드득.
“이건 이렇게 성능을 한 번에 알아보기 쉬운데 말이지…….”
그러곤 곧이어 지면에 검을 꽂아 넣은 채, 레온은 품속에서 다른 물건을 꺼내었다.
“……이건 대체 정체가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의 손에 자그마한 알이 담겨 있었다.
마몬의 사도 퀘스트를 깨고 난 후, 악명과 함께 손에 넣었던 의문의 물건이었다.
진홍빛을 띠고 있는 그 알은 무언가 등줄기에 소름이 돋게 하는 섬뜩함을 느껴지게 만들었다.
‘결코 평범한 물건은 아닌데.’
한데 그때였다.
“어라?”
우우우웅!
전혀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하였다.
레온이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에 알을 쥔 채로 지면에 꽂아둔 흑염룡의 거태도에 가까이 다가갔는데.
갑자기 알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같이 꺼내 놓는 게 해방의 조건이었나?’
생각하여 보니, 두 물건을 동시에 꺼내 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싶었다.
뭔가 흥미롭게 전개되는 상황에 레온이 역시 ‘될 놈은 되는구나!’ 하며 미소를 지으려던 그때.
“으아! 시발, 뭐야 이거.”
이내 레온이 경악한 표정으로 쥐고 있던 알을 떨어뜨렸다.
끼에에에!
바닥에 떨어진 알이 갑자기 비명을 토해 냈다.
‘부,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분명히 달걀처럼 밋밋했던 알에 눈코입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알의 눈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레온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본 드래곤을 제작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드드득!
촤르르르!
“어어!”
레온이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신음성을 내뱉었다.
순간 갑자기 바닥에 떨어졌던 진홍빛 알이 산산이 깨어지더니, 그 안에서 쏟아진 기운이 거태도를 휘감은 것이었다.
그가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펼쳐진 일이었다.
그러자 곧이어 흑염룡의 거태도가 엄청난 기운을 쏟아 내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고 난 후.
띠링.
띠링.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레온을 의문에 빠뜨리는 내용의 시스템 메시지들이 눈앞에 떠오르고 있었다.
-흑염룡의 거태도에 ‘에고’가 부여되었습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마몬의 힘을 독식하라’를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