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
[빌어먹을, 이 직업도 결국 초월 클래스로 가는 단서가 되지 못했다.
다행히도 레전더리는 아니었으나, 에픽에서 또 다시 멈춰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이 대륙에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지금 이 순간 깨달은 것은 하나다.
다른 이가 갔던 길을 쫓아서는 결코 궁극의 힘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이 세계에 없던 직업을 창조해 내야 할 것 같다.
그런 심득을 얻은 것을 천천히 정리하고 있는데, 달 마을의 촉새 같은 놈이 옆에서 쉬지 않고 쫑알거린다.
짜증이 솟구친 나머지, 놈을 흠씬 두들겨 패 버리고 말았다.
휴우, 이제 깨어나면 이제 입을 좀 다물겠지.
아무튼 이제 이 대륙에 있을 이유가 모두 사라졌다.
이제 적해를 넘어 류한 대륙으로 다시 돌아가 봐야겠다.
그리고 십만대산에서 방법을 궁리해 보리라.]
‘이건……!’
레온은 내용을 찬찬히 읽으며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이번에 전 주인이 남긴 메시지에는 다음 직업에 대한 단서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정보들이 드러나 있었던 탓이었다.
그저 전 주인이 난리를 쳐 놓으며, 직업의 힌트를 따라갔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전개였다.
그는 인장의 전 주인을 쫓던 퀘스트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진입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획득할 수 있는 정보를 하나하나 분석해 봐야겠어!’
그는 매의 눈으로 샅샅이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레전더리는 아니었으나, 에픽에서 또다시 멈춰 버린 것이다.
-초월 클래스의 단서가 되지는 못했다.
처음 알아낸 것은 이후 인장으로 획득할 수 있는 직업 클래스에 대한 힌트였다.
‘일반적인 랭크 시스템의 등급을 보면 아마 예상컨대 유니크의 바로 위 등급이 레전더리일 확률이 커. 그렇다는 건…….’
[유니크-레전더리-에픽-초월]
의 순서라는 것이리라.
그리고 전 주인은 에픽의 단계까지만 성공을 한 것이고 말이었다.
순간 레온의 표정에 화색이 감돌았다.
‘유니크 위로 단 세 단계만 남아 있다는 거군!’
맨 처음 정크 등급을 손에 넣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답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한데 이제 끝 단계가 어디인지 가늠할 수 있는 곳까지 온 것이다.
‘크으, 누가 상이라도 안 주나.’
레온은 인장을 손에 넣은 후, 쉬지 않고 달려온 자신이 대견해 짧은 탄성을 토해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분석을 이어 갔다.
-다른 이가 갔던 길을 쫓아서는 궁극의 힘을 얻을 수 없다.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이 세계에 없던 직업을 창조해야 한다.
‘남이 갔던 길’이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직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리라.
현존하는 직업들을 쫓으며 궁극의 강함을 쫓았던 전 주인이 그러한 자신의 방법이 한계가 있음을 자각한 듯했다.
그리고 그런 두 문장을 보며 레온 또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곰곰이 되짚어 보니 지금까지 나 직접 생각한 직업을 만들어 본 적이 없잖아?’
라는 것이었다.
암살자, 네크로맨서, 샤먼.
지금까지 그는 직업 선택의 흐름을 전 주인이 남긴 흔적을 쫓아 답습하지 않았던가.
물론 인장 퀘스트 때문이기는 했지만, 그가 스스로 창안해 낸 직업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언젠가 ‘초월’이라는 최후의 클래스를 창조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그 한계를 돌파하여 놓아야 하리라.
그 순간, 레온이 눈을 빛내며 속으로 한 가지를 다짐했다.
‘그래, 이제 전 주인을 따라가며 얻을 힘은 거의 다 얻었어. 그러니 이제는 내가 만들어 보고 싶었던 직업을 창조해 보자!’
작지만 큰 의식의 변화였다.
그리고 다음은 그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부분이었다.
-이 대륙에 있을 이유는 모두 사라졌다.
-이제 적해를 넘어 류한 대륙으로 다시 돌아가 봐야겠다.
-그리고 십만대산에서 방법을 궁리해 보리라.
레온을 흥분과 감동으로 거칠게 뛰고 있는 심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전 주인은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놈이었어!’
현재 그가 있는 대륙의 이름은 에스토니아.
‘류한’이라는 대륙의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 것이었다.
적해는 에스토니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암흑성국의 너머에 펼쳐진 바다의 이름이었다.
레온이 적해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바다는 유저들에게 한 가지 사실로 이미 매우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배를 타고 정상적으로 항해해 본 적이 없는 곳이라는 것이지!’
곳곳에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을 지닌 수많은 소용돌이가 자리하고 있어, 여태껏 어느 누구도 통과할 엄두를 내지 못한 곳으로 유명했던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유저들 사이에서 적해를 돌파하면, 숨겨진 히든피스를 발견할 수 있다는 소문은 돌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흐흐, 이 순간 내가 최초로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아닌 정확한 팩트를 접하는구나!’
적해을 넘어가면 새로운 대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그 자신이 최초일 것이 분명하리라.
‘아마도 십만대산이라는 너무나 동양적인 이름을 지닌 이름을 보았을 때, 에스토니아 대륙과 전혀 다른 느낌의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 같군.’
여태껏 전 주인이 내비쳤던 단서들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지극히 동양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그러자 레온은 가슴속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자, 꼭 발을 딛고 싶었다.
역시 판테라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너무나 많았다.
벅찬 마음을 진정시키며 레온이 놓친 부분이 있나 되살폈다.
중요한 것은 모두 본 듯했다.
다만 마지막에는 역시나.
‘……하아, 근데 전 주인 이 녀석. 쓰레기 인성은 어디 가지 않는구나.’
전 주인의 쓰레기 같은 인간성의 재확인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전 주인이 왜 갑자기 달 마을의 제사장 후보를 공격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한데 의문이 풀려 있었다.
시끄럽게 굴어서.
단지 그 이유였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슬쩍 만타를 살폈다.
그는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에게 전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 올 리는 없으니, 갑자기 말이 없어진 레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자 레온이 안타까운 눈빛을 띠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쩝, 진짜 만타가 이 사실을 알면 어처구니가 없겠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마을이 그 오랜 시간을 철천지원수가 되어 지금껏 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레온이 조그맣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때.
띠링.
띠링.
‘오옷!’
갑작스레 레온의 귓전에 경쾌한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바로.
-퀘스트, ‘?’의 흔적을 쫓아 보자 Ⅲ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한계를 돌파한 자’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연계 퀘스트, ‘?’의 흔적을 쫓아 보자 Ⅳ으로 이어집니다.
-신규 퀘스트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다!’
새로운 퀘스트의 갱신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레온은 곧바로 다시금 시선을 퀘스트들의 상세 설명 창에 돌렸다.
[‘?’의 흔적을 쫓아 보자 Ⅳ / 계승]
당신은 에스토니아 대륙에 남겨진 전 주인의 마지막 흔적을 발견하였다.
그는 자신의 깨달음을 모두 남겨 놓은 후.
적해 너머에 있는 신대륙으로 향하였다.
이제 그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대륙을 이동하여야 한다.
그러나 신대륙으로 가는 건 분명히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여태껏 에스토니아 대륙의 어느 누구도 적해의 와류를 견뎌 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피할 수 없다.
어떻게든 적해를 건너갈 방법을 찾아내어, 신대륙에 상륙하자.
난이도 : SSSS
보상 : 알 수 없음
[캐치 미 이프 유 캔 / 계승]
류한 대륙으로 떠나기 위해선 만반의 준비와 실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어떻게든 인장을 통해 에픽 등급의 직업을 만들어 보자.
혹시 아는가.
당신이 실력을 갖춘다면 전 주인이 남긴 단서를 획득하게 될지 말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S
보상 : 신대륙 항해 일지
‘흐음.’
퀘스트의 내용을 읽어 보고 난 후, 레온은 침음을 흘렸다.
잔뜩 들뜨기만 했던 마음이 조금씩 차분히 진정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한데 상황이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에픽 등급이라.’
적해를 건너기 위해서는 무려 에픽 등급의 직업을 창조해 내야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에픽 직업을 얻으면 받게 되는 ‘신대륙 항해 일지’라는 저 보상 아이템이 적해를 건너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데 말이 쉽지, 에픽 등급을 만드는 일은 결코 빠르게 해결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순간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쩝, 아직 레전더리도 못 만든걸.’
그의 말처럼 아직 레온은 에픽의 아래 등급인 레전더리 등급의 직업도 만들지 못했지 않았던가.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겠군.’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퀘스트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레온이 다시금 직업을 획득하기 위한 열의를 불태웠다.
‘좋아, 일단 레전더리부터 획득하자고.’
순간 레온은 소울 갬블러를 획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다음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성급한 것이 아니었다.
유니크 등급 직업의 한계 레벨은 200.
한데 놀랍게도 레온은 이미 그것의 달성이 머지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연이은 대규모 전쟁을 통해 다른 이들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폭풍 레벨 업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수많은 유저들이 나누어 먹는 대규모 전쟁 퀘스트를 홀로 독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정말 막대한 경험치를 쓸어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사냥을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주인에 대한 정보와 새로운 퀘스트들 모두 파악이 끝났고, 그럼 이제…….’
레온은 다음 순간 이제 당장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해 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생각이 드는 것은 자신의 영지로 돌아간 후에 영주로서 진행할 것들과, 급상승해 버린 악명을 깎을 방법이었다.
사실 전자의 것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였던 결계가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해결되었으면 영지를 운영하는 일에 이제 큰 어려움은 없을 터였다
게다가 자신이 돌아가면 이제 영지 국경의 방비는 신경 쓸 필요도 없어질 것이었다.
‘포탑들을 설치해 주면 되니까.’
그는 포탑이라는 힘을 얻었으니까 말이었다.
그러나 후자가 문제였다.
‘악명을 어떻게 없앤다…….’
이렇게 막대한 악명이 쌓여 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나 막막하였다.
자신의 영지가 아니면 어떤 도시도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엄청난 문제였다.
레온은 저 혼자 고심을 하다가.
‘안 되겠다, 나가서 찾아봐야겠다.’
이내 이 부분은 접속을 종료하고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찾아보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레온은 곧바로 종료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딱 한 가지만 끝내고 말이지.’
순간 레온이 무슨 이유에선가 그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만타에게 불쑥 말을 건넸다.
“만타 님.”
“네?”
만타가 대답했다.
그러자 레온이 씨익 웃으며 한마디 말을 꺼냈다.
“여기 근처에 무너져도 되는 넓은 공터가 있을까요?”
“……?”
만타가 레온의 뚱딴지 같은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자, 이제 본 드래곤을 꺼내러 가 보실까.’
라고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