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65화 (165/332)

# 165

북부 영지 메르엠의 영주관.

그곳에 브룩이 의자에 앉은 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엔 깊은 시름이 내려앉아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끄응.”

순간 브룩이 침음을 흘렸다.

그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는 하나뿐일 듯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야.’

그건 역시나 구멍 뚫린 결계 속으로 날아드는 몬스터 무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가 안타까워하며 속으로 이어 생각했다.

‘복구조차 안 되는 구멍이 너무 많아. 휴우, 감당이 안 돼.’

지금의 결계는 그야말로 구멍이 숭숭 뚫린 에멘탈치즈가 연상될 정도의 처참한 수준이었다.

플레이 시간을 모두 높여 가며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이제 정말 한계였다.

그렇게 그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투다다다!

바깥 복도에서 누군가의 요란한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영주관에서 저렇게 호들갑을 떨 녀석은 영지에서 단 한 명뿐이었다.

‘유우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브룩은 고개를 갸웃하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오빠!”

문이 벌컥 열리며 잔뜩 상기된 표정의 유우가 등장했다.

“……왜 이래, 무슨 일인, 크억!”

유우가 속도를 멈추지 않은 채, 갑자기 달려들어 자신의 멱살을 잡는 통에 브룩이 깜짝 놀라 신음성을 질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유우의 말이 이어졌다.

“봤어? 오빠? 봤냐고?”

“뭐, 뭘 봐.”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브룩이 유우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그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떨려 왔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내가 가끔 얼굴을 훔쳐본 게 티가 났나?’

라고 말이었다.

유우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자연스레 눈이 가곤 했다.

무언가 감추고 싶은 비밀을 들킨 듯한 기분에 브룩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한데 그때, 유우가 의아한 말을 꺼냈다.

“아이 참, 아직도 못 봤어? 얼른 이리 와!”

“으응?”

그러곤 그의 손을 잡고 집무실의 한편에 나 있는 창가로 데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봐 봐!”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하며, 브룩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하늘을 쳐다보았고.

“오오!”

곧이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감탄을 토해 내었다.

우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바깥에서 영지민들의 환의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결계가 돌아왔다!”

“구멍이 모두 사라졌다!”

“영주님 만세! 레온 님 만만세!”

놀랍게도 그들의 말처럼, 마을에 쳐져 있던 결계가 흐릿했던 과거와 달리 너무도 선명하게 바뀌어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결계가 완전하게 복구가 되어 있었다.

“됐다!”

“나이쑤!”

브룩이 곧장 유우와 하이 파이브를 나누었다.

‘레온 이 녀석, 타이밍 한번 최고네!’

한데 그때.

띠링.

‘어라?’

갑작스레 브룩과 유우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그러곤 눈앞에 또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메르엠 영지에 샤먼 전직소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소식에 둘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 * *

그러던 그때, 달의 마을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느새 태양 마을의 병력들이 달 마을에 진군해 있었던 것이었다.

외곽 지대에서의 전투를 끝마친 후, 태양 마을에서 보급을 전해 받고 곧바로 달 마을로 진격한 것이었다.

이전에 태양 마을로 침공을 할 때 요우와 그리아몰이 거의 모든 병력들을 이끌고 왔기에, 사실상 무혈입성이나 다름없었다.

한데 놀랍게도 달 마을 주민들은 그들에게 큰 대항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왜냐하면 그리아몰이 달 마을에 과도하게 마몬교를 전파하면서, 억지로 뿌리를 내린 마몬교에 대한 저항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원흉인 마을에 세워진 마몬교 신전에 만타와 레온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슈우우웅-.

파하아앗!

“휴우…….”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신비한 말과 동작을 반복하면서 한참 동안 구슬땀을 흘리던 만타가 레온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지금 만타는 마을과 숲에 쳐진 결계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제 해결이 되었을 겁니다, 레온 님.”

신전 안 말뚝을 뽑아내는 동시에 그것이 끝난 듯했다.

레온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를 더욱 기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띠로리링-.

바로 눈앞에 떠오른 달콤한 보상 창이었다.

-퀘스트 ‘결계 복구’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영지 ‘메르엠’의 결계가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메르엠 영지의 행복도가 30만큼 상승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명성이 6,000 증가하였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와 현재 미친 듯이 오고 있는 브룩의 연락을 보면 마을의 결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분명한 듯싶었다.

레온은 만타가 뽑아낸 커다란 말뚝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보호막이 약해지고 있었던 것이 그리아몰의 농간이었구나.’

신전이 세워진 부지는 옛날부터 달 마을의 성소로 불리던 곳이었다.

그곳에 마몬의 악한 기운이 담긴 저 말뚝을 박아 넣은 탓에 점점 결계의 힘이 줄어들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가 이런 짓을 벌일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암흑성국의 세력을 이곳에 손쉽게 들이기 위함일 것이었다.

아마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영지 메르엠이나 샤먼들이 겪을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일 터였다.

‘쩝, 더 밟아 줬어야 했는데.’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찌 되었건 자신이 이겼으니 된 일이었다.

그러곤 레온은 웃음꽃을 피워 보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흐흐, 아무튼 이걸로 또 하나의 퀘스트를 해결했군. 자, 그럼 또 다음 퀘스트로 가 보실까?’

라고 말이었다.

지금까지 레온은 승리를 이뤄 낸 후, 콧노래를 부르며 산더미처럼 쌓였던 퀘스트들을 완료해 낸 보상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해결한 퀘스트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자면 이러했다.

첫 번째는 ‘마몬의 사도 경쟁’ 퀘스트였다.

-‘마몬의 사도 경쟁’ 퀘스트를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마신의 검투사 ‘그리아몰’의 직업 전용 아이템의 소유권을 강제로 이전받습니다.

-보상으로 ‘흑염룡의 거태도’를 획득하였습니다.

‘흐흐, 설마 상대방에게서 강제로 아이템을 드롭시키다니. 개꿀이구먼.’

그는 영웅 등급에 해당하는 그리아몰의 검을 빼앗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해결한 퀘스트는 ‘샤먼을 널리 이롭게 하라’ 퀘스트였다.

-‘샤먼을 널리 이롭게 하라’ 퀘스트를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명성이 30,000 증가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이제부터 유저 ‘레온’의 영지 ‘메르엠’에 ‘샤먼 전직소’를 건설할 수 있게 됩니다.

-소울코인 10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브룩과 유우가 보고 놀랐던 바로 그것이었다.

전투를 승리한 후, 만타에게 태양 마을의 샤먼들 중 일부를 자신의 영지로 이동시키는 것을 허락받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지금 완료한 결계를 복구하는 일이었다.

‘후후, 이제 대망의 마지막이다.’

이제 네 번째로 할 일은 아끼고 아껴 두었던 메인 디시였다.

순간 레온이 만타에게 말을 꺼내었다.

“이제 그를 불러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만타는 고개를 끄덕인 후, 병사를 시켜 생포해 두었던 한 남자를 불러들였다.

그러자 잠시 뒤에 완전히 포박된 상태의 ‘전’ 제사장 요우가 묶인 채로 끌려왔다.

잠시간 정적이 흐르다가, 레온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자, 우리가 뭘 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지? 어디 있어, 빨리 말해.”

당연하게도 레온이 말하는 것은 초점사약결 하권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흥, 모른다.”

요우는 끝까지 뻣뻣하게 버텼다.

너무나 당당한 모습에 모르는 이는 진짜 없나 하고 착각할 법도 했다.

그러나 레온은 물러서지 않았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레온은 그가 현재 초점사약결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

‘내 펜던트가 이렇게 요란하게 진동하고 있는데 어디서 구라를 쳐, 이 녀석아.’

지금껏 영주관과 달 마을의 곳곳을 뒤져도 반응이 오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반응의 차이였다.

순간 레온이 요우의 한 부분에 손을 뻗었다.

“무, 무슨 짓이냐?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쓰읍, 가만있어.”

그러더니 그의 손은 목덜미로 이동하여 그가 차고 있던 펜던트를 잡아챘다.

투툭-.

끈이 끊어지며 펜던트가 부서졌다.

“무, 무슨 짓을! 네 이놈!”

요우의 비정상적인 반응.

레온은 그것만으로도 이 펜던트.

더 정확하게 말하면 펜던트의 중앙에 박혀 있는 이 보석이 자신이 찾던 물건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아예 다른 형상으로 변환시켜 놨을 줄이야.’

우우웅!

레온의 손에 펜던트가 쥐여지자, 보석은 영롱한 빛을 발하며 본래의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이런.”

레온이 잔뜩 놀란 표정이 된 요우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띠링.

효과음과 함께 이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초점사약결 하권을 획득하였습니다.

획득한 서책을 흔들며 레온이 놀리듯 요우에게 말했다.

“고마워. 잘 쓸게?”

요우는 이제 모든 것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병사들은 요우를 다시금 포박해 끌고 나갔다.

그러자 레온은 곧장 품에서 일전에 만타에게서 받았던 초점사약결 상권을 꺼내 들었다.

우웅!

벌써부터 두 서책은 서로를 바라보며 엄청난 진동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N극과 S극의 자석처럼 서로를 강력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망설일 필요가 뭐 있어? 합체 가즈아!’

레온이 그 힘의 흐름에 두 서책을 맡겨 보았다.

그러자 곧이어.

파아앗!

창연한 빛줄기와 함께 상권과 하권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잠시 후.

오묘한 기운을 내뿜는 책자가 레온의 손에 담겨 있었다.

“오오, 레온 님.”

만타가 옆에서 감동에 찬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령, 그 오묘한 힘에 대하여’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초점사약결 원본’을 획득하였습니다.

꿀꺽.

레온이 메시지를 보며 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드디어 완전본을 얻은 순간이었다.

이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본 드래곤을 움직일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한데 그렇게 그가 단꿈에 부풀어 있던 순간.

띠링.

띠링.

‘어라?’

갑작스레 귓전에 또 다른 효과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청객이었다.

‘아씨, 뭐야!’

내용을 확인한 레온의 이마에 선명하게 혈관 마크가 떠올랐다.

-‘강림을 위한 매개체를 찾아라’를 해결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악명 30,000을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을 획득하였습니다.

그제야 레온은 그가 마몬의 사도 퀘스트에 대해 잠시 까먹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매개체를 획득하는 퀘스트를 깨면 보상으로 악명을 무려 30,000이나 얻는다는 것이었다.

초점사약결이 동시에 마몬의 ‘매개체’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마몬의 사도 퀘스트까지 해결이 되어 버린 탓이었다.

그는 머리가 아파 왔다.

‘미친, 이 정도 수치면 일반 도시에 출입도 못 할 정돈데?’

물론 자신의 영지는 명색이 영주이니만큼 출입에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영지에서는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들에게 창이나 안 맞으면 다행일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이 알은 또 뭐야.’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자그마한 알이 그의 손안에 놓여 있었다.

이후 뒷머리를 연신 긁적이던 레온은 한숨을 푹 내쉬며 좋은 일이 있으려면 나쁜 일도 있는 법이지 하며 제 마음을 다스렸다.

‘……일단 받아 버린 악명은 어떻게든 다음에 해결하도록 하고, 책이나 확인해 보자.’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레온이 손에 들고 있던 초점사약결 원본의 책장을 펼쳐 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

촤르르.

바람이 분 것처럼 책장이 자동으로 넘어가며, 또 한 번 엄청난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때.

레온의 귓가에 또렷이 전 주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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