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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63화 (163/332)

# 163

‘……언제 봐도 당황스럽긴 하네.’

레온이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형상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 생각이었다.

-돌리고, 돌리고~.

그의 눈앞에 슬롯머신과 삐에로를 섞어 놓은 듯한 괴상망측한 존재가 떠올라 있었다.

놀랍게도 이것이 바로 레온이 사용한 소울 슬롯 스킬의 정체였다.

슬롯머신이란, 화면에 있는 무늬가 돌아가며 만약 같은 무늬가 일렬로 나오면 돈을 획득하는 도박이었다.

대체적으로 그 화면은 세 개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삐에로의 눈도 세 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던 그때.

-으악! 뜨겁다낭! 이놈 너무 세다, 주인아!

끼, 끼루!

훨씬 더 많은 숫자로 에워싸고 있음에도 우는소리가 터져 나오는 아군의 비명이 들려왔다.

‘서둘러야겠군!’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마루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강력한 대미지가 필요했다.

‘……지금은 3번이 좋겠군!’

알 수 없는 생각을 하며 레온은 바로 삐에로의 레버를 당겼다.

띠링.

-잇츠 갬블 타임!

그러자 삐에로의 세 눈이 핑그르르 돌아가기 시작했다.

1에서 7까지의 숫자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내용을 확인한 순간 레온이 미간을 좁히며 속으로 불평을 토해 냈다.

한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소울 슬롯을 발동하였습니다.

-1,000 소울코인을 소모합니다.

‘아니, 스킬을 사용하는데 무슨 소울코인을 뺏어 가, 이 양아치 게임사 놈들아!’

소울 갬블러의 스킬은 마력뿐만이 아니라 일정량의 소울코인까지 필요로 했던 것이었다.

마치 게임사가 레온에게 ‘도박사에게 당연히 판돈은 필수 아니겠어?’ 하고 말을 거는 듯했다.

그러나 그때에도 슬롯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레온이 매의 눈으로 보다가.

또링.

또링.

또링.

세 번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연이어 들려오는 효과음과 함께 그 결과가 나타났다.

[3 / 3 / 3]

삐에로의 눈은 모두 숫자 3으로 일치되어 있었다.

‘좋았어!’

그 모습을 본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축하합니다. 번호를 일치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3번 지정 스킬, ‘소울 솔리드’가 발동됩니다.

메시지가 끝남과 동시에.

슈웅!

순간 레온의 손에 들려 있던 정령왕의 바람살에 검푸른 기운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빛나던 정령왕의 바람살이 순식간에 검푸르게 물들더니 음험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활에서 엄청난 냉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자연스레 나오는 자신의 입김을 보며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불은 얼음으로 꺼 줘야 제 맛이지!’

[소울 솔리드(Soul Solid)]

보유하고 있는 영혼 하나를 소모하여, 일시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에 유계의 냉기를 불어 넣습니다.

공격 시, 적에게 냉기 추가 피해와 효과를 부여합니다.

-공격이 적중한 상대의 공격 속도를 크게 하락시킵니다.

-상대를 빙결시켜 적중한 상대의 이동속도를 크게 감소시킵니다.

-높은 등급의 영혼일수록 효과가 증대됩니다.

“크윽, 지정 ‘푸른 자객, 조한’.”

레온은 피눈물을 쏟는 심정으로 자신이 뽑았던 3성 영혼들 중 하나를 선택해 소모시켰다.

키에에에!

순간 귀곡성이 울려 퍼지며, 선택되었던 3성 영혼이 산산이 부서지더니 그대로 그의 활에 깃들었다.

‘망할, 구리기만 해 봐라!’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활시위를 세차게 당기기 시작하였다.

활과 마찬가지로 검푸른 빛을 띠고 있는 화살이 그리아몰에게로 날아들었다.

한데 그 순간, 레온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끼에에!

끄아아!

캬아아!

바람을 찢는 파공성 대신에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던 탓이었다.

영혼을 갈아 넣은 것 때문인 것 같았다.

화살은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으로 그리아몰을 덮쳤다.

그리아몰은 검으로 화살을 튕겨 내려 했지만.

“뭐, 뭐야. 이거?”

의지를 가진 듯이 검을 타고 피해 버리는 화살에 당황에 찬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화살은 그대로 그의 사방에 꽂혔다.

그러자 그는 이전에 쏟아졌던 공격의 반응과는 확실히 달랐다.

“크억!”

처음으로 고통에 찬 커다란 신음성을 토해 냈던 것이었다.

-‘그리아몰’에게 냉기 추가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리아몰’이 빙결되어 이동속도가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소울 솔리드의 효과로 ‘그리아몰’의 공격 속도가 크게 하락하였습니다.

-오오, 주인! 이놈 아파 한다낭!

마루가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

순간 레온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영혼 하나가 소모되는 건 아깝지만, 위력은 확실하군!’

그리고 공격이 먹힌다는 것은 지금 뽕을 뽑아야 한다는 뜻!

레온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리아몰에게 미친 듯이 연사하기 시작하였다.

[소울 슬롯]

유계의 미친 어릿광대, 크레이지 슬롯을 소환하여 슬롯을 회전시킵니다.

레버를 당겨 한 눈동자마다 일곱 개의 숫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세 개의 눈동자에 나열된 숫자가 하나로 일치하면 지정된 스킬이 발동됩니다.

-세 개의 숫자가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을 시 꽝으로 간주되며, 아무런 스킬도 발동되지 않은 채 재사용 대기시간만 진행됩니다.

111 : 마시디아 래빗

222 : 아스트랄 프로젝션

333 : 소울 솔리드

444 : 다이빙 봄

555 : 소울 퍼레이드

666 : 사일런트 왈츠

777 : 조커 데스

소울 슬롯 스킬은 슬롯의 결과에 따라 스킬이 발동된다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한 가지 스킬이 여러 가지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분명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스킬 하나를 계승하면, 일곱 개의 스킬을 계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게다가 스킬들의 위력도 하나같이 뛰어났다.

하지만 이 스킬의 단점은 명확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슬롯을 정확히 맞히기가 너무나 힘들지 않은가.

……한데 그러면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지금은 3번이 좋겠군!

그는 분명 앞서 3번을 선택한다고 말한 뒤, 정확히 3번을 지정하는 데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크어어!”

이동속도와 공격 속도가 바닥까지 떨어진 그리아몰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은 레온이 속으로 통쾌해하며 소울 슬롯을 완벽하게 사용해 낸 비법을 떠올렸다.

‘후후, 내 눈에는 너무 잘 보인다고!’

그랬다. 이유는 간단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슬롯의 숫자들을 레온은 정확히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레온의 가장 뛰어난 능력이 바로 동체 시력이었다.

게다가 그 시력을 뒷받침해 줄 컨트롤이 있으니, 타이밍을 맞추어 숫자를 정확히 맞히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혼이 담긴 화살로 연신 그리아몰을 괴롭히던 그때.

‘이런 빌어먹을!’

그리아몰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분명 초반에 압도하다시피 했던 자신이 점차 핀치에 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어이가 없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망할 스켈레톤들이 왜 이렇게 잘 싸워? 미친, 그리고 네크로맨서가 왜 활을 쏘는 거야!’

한데 그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우습게 생각했던 스켈레톤들이 싸움이 길어짐과 동시에 마치 ‘학습’을 한듯, 전투 실력이 급속도로 늘고 있었던 데다가.

끼에에!

끼에에!

이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화살의 대미지가 최상위권 궁수가 쏘는 공격과 버금갈 정도로 막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철컹-.

저 멀리에 있는 레온이 자그마한 포탑에 활을 꽂아 넣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불안한 예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개틀링 보우 포탑에 활을 꽂아 넣은 레온이 기관총처럼 화살을 쏘아 내기 시작하였다.

‘시발! 저딴 말도 안 되는 포탑까지! 아니, 이건 직업을 여러 개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잖아!’

그가 그렇게 피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때.

우아아아!

절벽 아래에서 쏟아진 커다란 함성 소리가 귓전에 들려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화살과 소환수들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지만, 그는 슬며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망할!’

그러자 파르르 눈이 떨려 왔다.

달 마을의 병력에게는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크억!”

“으억!”

뒤늦게나마 최면이 풀린 후 제정신을 차린 달 마을의 군세들이 태양 샤먼들과 맞붙고 있었지만, 완전히 밀리고 있는 형국이었던 것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내분으로 인해 사기가 바닥에 수렴하고 있었던 데다가, 쏟아진 디버프 스킬로 완전히 약화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모두 죽여라!”

“만타 님과 레온 님을 위해 싸우자!”

태양 샤먼들의 놀라운 위용도 한몫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력했던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일당백의 힘을 보여 주는 전사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일전에 만타는 태양 샤먼들은 세 개 이상의 부족이 힘을 합쳤을 때 본래의 힘을 발휘한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사실이었던 듯했다.

각 부족마다 지니고 있는 버프 스킬들의 종류가 달랐는데, 이것들이 조화롭게 조합되니 배에 달하는 힘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끄득.’

그리아몰이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이를 갈았다.

단언컨대 오래지 않아, 태양 샤먼들의 승리로 마무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대열을 정비한 그들이 힘을 합쳐 자신에게 화력을 쏟아붓는다면 결코 살아남지 못하리라.

아무리 마몬의 검투사라고 한들, 말도 안 되는 격차의 쪽수에는 이길 방도가 없었다.

지난 오랜 시간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란 슬픈 예감이 감돌았다.

순간 그는 한때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위로 무작정 절벽 위로 올라온 건 수습할 수 없는 커다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오냐! 이 망할 자식들! 죄다 죽여 주마!”

이렇게 된 이상, 갈 때까지 갔다는 것일까.

그리아몰이 분노로 눈이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곤 뒤이어 자신의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였다.

“흑염 참파!”

그는 이제 아군이 휩쓸리는 것도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이 흑염 참파를 사용하였다.

잠시 전에 보았던 이글거리는 검은 불꽃이 절벽 아래의 모든 병력에게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한데 그때.

‘역시는 역시구나! 멍청한 녀석!’

흑염 참파가 떨어지면 태양 샤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였음에도, 레온은 전혀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꽈아아앙!

화르르르!

쿠가가가!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검은 불꽃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때.

오히려 레온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마르젤라의 진염(鎭炎) 포탑.”

그리고 그 말이 끝난 순간.

우드드드.

갑작스레 저 멀리서 산사태가 일어난 듯이 커다란 소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그리아몰이 당황한 표정으로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저기는?’

-본 적이 없는 지형이 있습니다.

그들이 처음 외곽 지대로 들어오며 보았던 새로운 지형이라 생각되었던 부분이었다.

그곳이 흙먼지를 내뿜으며 산산이 무너져 내리며, 숨겨져 있던 새로운 형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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