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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62화 (162/332)

# 162

쿠웅!

콰가앙!

그리아몰의 발이 닿는 곳마다 거친 소음과 함께 파편이 터져 나왔다.

그가 시전한 흑염보 스킬은 단순한 이동기 스킬이 아닌 듯했다.

담겨 있는 강렬한 위력에, 절벽의 닿은 곳마다 발자국이 깊게 새겨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파바밧!

파밧!

그는 깎아지른 듯한 외곽 지대의 가파른 절벽을 산보하듯 손쉽게 이동해 가고 있었다.

“뭐, 뭐야.”

“마, 말도 안 돼.”

태양 샤먼들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놀란 반응들을 토해 냈다.

그러곤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될 태양 샤먼들부터 발동 중이던 리버스 포탑을 허둥지둥 취소하고는 이내 전투를 치를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레온의 책략대로 척척 진행이 되어 가자, 순간적으로 방심을 하고 있었던 터라 그 과정들이 신속하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런!’

순간 위치상 가장 멀리에 떨어져 있는 레온이 안타까움에 탄성을 내질렀다.

처척!

이윽고 결국 그들의 준비보다도 더 빠르게 그리아몰이 절벽 위로 올라오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스윽.

이윽고 절벽 위에 도착한 그리아몰은 살기등등한 눈빛을 쏘아 내며, 잔뜩 깔려 있는 적들을 살펴보았다.

한데 그는 그의 예상보다 분명히 많은 수의 병력이 있었을 텐데도, 전혀 겁을 집어먹은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먹잇감을 바라보는 짐승과 같은 기세로 잘되었다는 듯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스릉.

그런 그의 오른손에 들린,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검이 예기를 내뿜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데.’

절로 풍기는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레온이 아군을 뒤로 물리려 했다.

그들이 감당하기 힘든 상대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잠……!”

한데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그의 말보다 한발 앞서 한 마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겁먹지 마라! 상대는 한 명뿐이다! 공격하라!”

부족장 중 한 명이 자신의 수하들에게 공격을 명령한 것이었다.

‘이런!’

그러자 순간 레온은 안타까움이 차올랐다.

부족장의 저런 대사는 너무나 정확하게 패배 플래그를 세우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아아아!

그때 태양 샤먼들이 자신들의 몸에 깃든 수많은 버프 스킬들을 믿으며.

또한 적에게 쏟아졌을 리버스 포탑의 디버프 스킬들을 믿으며 호기롭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크아아!”

“크헉!”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그리아몰이 아닌 태양 샤먼들의 비명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이 송사리 같은 놈들이!”

온몸에서 흑염의 투기를 발산하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그리아몰이 그들에게 격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휘우웅!

쐐애액!

검에서 귀를 먹먹하게 하는 파공성과 함께 태양 샤먼들을 향해 파괴적인 위력의 참격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샤먼들은 전혀 그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원 사격을 하고 있던 포탑들의 공격도 전혀 그리아몰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추풍낙엽처럼 휩쓸리고 있었다.

그에 레온이 놀란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순간 레온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저자, 단언컨대 지금까지 맞붙었던 상대 중에 가장 강하겠어.’

명실상부 그리아몰이 여태껏 상대했던 모든 이들 중 가장 강력한 상대일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의 힘은 너무나 파괴적이었다.

유니크 직업의 위엄을 선보이고 있었다.

레온은 아직 그가 어떤 이름의 마몬의 사도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근접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직업이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제 세상을 만났다는 듯이 활약하고 있는 저 모습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그다음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마신의 대장장이보다 두 수는 더 위의 직업이겠는데?’

마몬의 사도 직업들 사이에도 급의 차이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마신의 대장장이도 분명 뛰어난 힘을 지녔지만, 사용해 본 결과 저자처럼 완전히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여포처럼 패기를 내뿜던 그리아몰이 포효하며 말했다.

“얼마든지 덤벼라, 다 죽여 주마!”

그러자 겁에 질린 샤먼들이 멈칫하더니 머뭇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레온은 속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안 되겠어, 여기서 아군을 더 희생시키는 건 손해야.’

그리고 다음 순간.

레온은 곁에 있던 만타에게 말을 건넸다.

“만타 님, 이제 모든 샤먼들을 데리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적들을 공격하십시오.”

말을 들은 만타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

“네? 하지만 그러면…….”

그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전 병력을 데리고라는 말은 저 괴물 같은 자를 레온이 홀로 상대하겠다는 뜻이 아니던가.

그러나 레온은 단호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만타에게 말을 꺼냈다.

“이제 곧 적들의 최면이 풀릴 겁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가십시오!”

그 순간.

‘거치적거리니까, 얼른 내려가!’ 라는 것이 레온의 속마음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모두에게는.

‘저자는 제가 목숨을 걸고 상대하고 있겠습니다.’

레온의 값진 희생정신으로 보이고 있었다.

만타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눈에 감동의 빛이 차오르고 있었다.

“……만타 님, 가시죠.”

순간 안나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만타가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목소리로 전장에 명령을 하달했다.

“전군! 저자는 무시하고 달 마을의 병력을 총공격하라!”

그렇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메아리치자.

투다다다!

우아아아!

“저놈은 무시하라신다!”

“내려가자!”

그리아몰과 전투를 벌이던 모든 샤먼들이 순식간에 제정신을 차리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절벽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잘 상대하고 있던 그리아몰은 의외의 사태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갑자기 적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더니, 단체로 절벽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버퍼링이 걸린 듯 순간적으로 버벅이던 그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렇게 둘 것 같냐!”

화르륵!

그의 칼이 다시금 검은 불꽃을 머금었다.

그가 절벽을 타고 내려가고 있는 병력에게 스킬을 쏟아 내려던 찰나.

-크와앙!

끼루!

따닥!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자신을 공격해 오는 의문의 무리에 그리아몰이 신음성을 내질렀다.

“크윽!”

하지만 이내 쏟아지는 공격들을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러 막아 내었다.

그러면서 방해꾼들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스켈레톤?’

생전 처음 보는 스켈레톤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있었다.

순간 그리아몰의 미간이 좁혀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떻게 네크로맨서의 기술을 사용하는 거지?’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마몬의 사도로 전직을 하는 순간, 이전 직업들의 스킬은 모두 사라졌었다.

한데 저자는 네크로맨서의 힘을 사용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가 마몬의 사도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레온이 달의 마을에 있는 다른 사도를 처치하라는 퀘스트를 받았던 그때.

그 또한 레온을 처치하라는 퀘스트를 얻었었기 때문이었다.

네크로맨서만이 부릴 수 있는 스켈레톤들에.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절벽을 가득 매운 포탑들을 세우는 데다가.

자신과 같은 마몬의 사도의 힘까지 지니고 있다.

그는 이 모든 항목들에 레온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계속 차올랐다.

어느새 자신과 레온 둘만이 남아 버린 상황에서 그는 레온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너 이 자식, 대체 정체가 뭐냐.”

그러자 레온이 자신의 길쭉한 토끼 귀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건넸다.

“보면 몰라? 지나가던 평범한 토끼 귀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남자잖아.”

“…….”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그리아몰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참지 못하였다.

“끄득, 말을 안 하려면 됐다. 어차피 네놈도 ‘매개체’가 목적이겠지.”

‘매개체? 아아.’

순간 갸웃하던 레온의 머릿속에 마몬의 소환 의식을 위해 필요하다던 강대한 마력을 지닌 물건이라고 적혀 있던 설명이 떠올랐다.

레온의 눈이 빛났다.

‘그렇다면 초점사약결이 그 매개체라는 거겠군.’

자신은 본 드래곤을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 필요하였지만, 저자는 마몬을 강림시키게 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었다.

‘……어라? 잠깐 이 매개체를 얻는 퀘스트, 분명 뭔가 설명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레온에게 잊고 있는 무언가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오르려던 찰나, 아쉽게도 그리아몰의 말이 이어졌고.

“하지만 꿈 깨는 게 좋을 거다! 네놈 따위에게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투다다다!

다시 한 번 미친 듯이 돌진해 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금세 그 생각은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쩝, 뭐 별것 아니겠지.’

“모두 진형을 갖추면서 상대해!”

그러곤 레온은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알았다낭!

따닥!

끼루!

레온의 말에 소환수들의 대답이 들려왔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전투는 세 개 조로 나뉘었다.

최전방에서 퓨어 탱커 역할을 하는 단단이, 너클즈.

중간에서 민첩성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마루와 포바.

레온과 같이 최후방에서 원거리 사격을 내뿜는 피르호크와 땅땅이.

이제는 틈이 없어 보이는 견고한 진형이었다.

……하지만 이후의 상황은 이전까지 승승장구했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팅!

티팅!

그리아몰이 이글거리는 자신의 검으로 후방에서 날아드는 레온의 화살을 비롯한 모든 투사체들을 가볍게 막아 내고는.

파바밧!

자신을 막고 있는 탱커들에게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따닥!

순간 단단이가 양팔을 십자로 교차시키며, 쏟아질 공격을 막아 내려 시도했다.

“네까짓 놈이 날 막으려 해?”

그러자 그리아몰은 일도양단의 기세로 검을 정수리에서부터 그대로 내리그어 버렸다.

스거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소환수, 단단이가 치명적인 일격을 받았습니다.

-소환수, 단단이가 역소환됩니다.

단단이는 단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리타이어되고 말았다.

‘이런! 한 방을 못 견디다니.’

단단이가 그의 소환수 중 가장 약하기는 하나, 이렇게 한 방에 역소환되었던 적은 처음이기에, 레온은 긴장감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끼에에!

단단이의 모습이 사라지자, 너클즈가 거칠게 날뛰며 달려들었다.

“흥! 그래 봐야 두더지!”

그러자 또다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아몰이 달려든 너클즈를 힘으로 번쩍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던져 버린 것이었다.

휘유융!

쿠웅!

너클즈는 큰 소음을 내며 볼썽사납게 나가떨어졌다.

순간 레온이 어이가 없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미친놈 저거. 도대체 힘 스텟이 어떻기에?’

그는 순간적으로 흑뢰 강림을 사용할까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흑뢰 강림은 무차별적인 광역기였던지라, 포탑들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그것에 피해가 가면 안 돼. 그렇다면…….’

순간 그는 눈에 이채를 띠며 속으로 생각했다.

‘새로운 직업의 힘을 사용하는 수밖에!’

하지만 그의 눈에 약간 불안함이 떠올라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잘돼야 할 텐데.’

아직 소울 갬블러의 스킬들에 익숙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직업을 얻는 즉시 분석과 더불어 몸에 숙달시키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하는 그였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쉬지 않고 포탑을 지어야 했던 데다가, 할 일이 너무 많았던 탓에 완벽하게 가다듬지 못했던 것.

‘하지만 이게 최선의 선택이야!’

그럼에도 이 순간에 적에게 타격을 제대로 줄 만한 것은 소울 갬블러의 스킬들밖에는 없을 듯싶었다.

그가 곧이어 스킬을 발동했다.

“소울 슬롯.”

띠로롱.

그러자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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