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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57화 (157/332)

# 157

레온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참나 하다 하다 몬스터들에게까지 발목을 잡힐 줄이야.’

그리아몰은 검을 뽑아 들고서 그저 어이없어 하고만 있었다.

그 또한 지휘관들처럼 지금 현재의 상황을 히든 몬스터에 공격을 당한 것으로 완전히 오인하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태양 샤먼들이 이런 식육식물을 소환수로 다룬다는 이야기는 여태껏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데다가.

자신이 암흑성국의 NPC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마몬의 사도 중에 소환술사 클래스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실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고, 그리아몰은 저것들은 모두 몬스터가 확실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물론 틀린 것이었지만 말이다.

순간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속으로 불만을 토해 냈다.

‘아니, 여기에 이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이런 정보 하나가 없어서야…….’

이런 강력한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던 달 마을의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한심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죄 없는 달 마을의 인원들이 욕을 한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던 그때.

파바밧!

그리아몰이 앞으로 달려들더니.

“흑염인(黑炎刃)!”

어느새 검은 불길이 휘감고 있는 자신의 검을 뚜벅풀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촤아악-.

-쉬이이!

참격을 받아 내고 상처가 생겨난 곳에 난데없이 검은 불꽃이 옮겨붙자, 뚜벅풀이 비명을 내질렀다.

화르르!

검은 불꽃은 순식간에 퍼져 나가, 어느새 녀석의 전신을 태워 버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가 상당히 손쉽게 처치를 해내고 있었다.

여유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내 힘은 화염 속성! 풀 속성 몬스터면 땡큐지.’

불 속성의 공격이 풀 속성의 몬스터에게 추가 대미지를 입히기 때문이었다.

식육식물에게는 그가 거의 카운터나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와는 반대로.

“크억!”

“끅!”

달 마을의 다른 병력은 모두 식육식물의 강력한 위력에 완전히 휘둘리고 있었다.

그들은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이 위기 상황을 돌파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촉, 아니 덩굴을 피해! 붙잡히면 끝이다! 소중한 걸(?) 잃는다고!”

“으악! 저놈 이제 용해액을 침 뱉듯이 찍찍 쏘아 낸다! 다들 조심해!”

수 갈래의 날카로운 덩굴 팔을 흔드는 뚜벅풀과 염산 같은 용해액을 내뿜는 모다피르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

한데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허억, 허억. 대체 왜 안 죽는 거야?”

“젠장, 분명히 제대로 맞히고 있다고!”

그들이 연신 앓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그런데 그럴 만도 해 보였다.

그들의 공격에 타격을 입은 식육식물들은 그 순간만 비명을 지를 뿐.

곧이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전투를 재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레온이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후후, 한 번에 체력을 모두 날릴 대미지를 입히지 않는 이상 잡기 쉽지 않을걸!’

그가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식육식물들의 체력이 계속해서 회복되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분 흡수의 효과로 식육식물, ‘뚜벅풀 13’의 체력이 1,360 회복되었습니다.

-양분 흡수의 효과로 식육식물, ‘모다피르 16’의 체력이 1,620 회복되었습니다.

아이비의 덩굴 포탑의 효과 중 하나인 ‘양분 흡수’가 발휘되고 있었다.

[양분 흡수]

포탑의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적들의 체력을 흡수하여, 식육식물들의 체력을 지속적으로 회복시킵니다.

레온의 눈에는 초록 빛깔 이펙트로 계속해서 식육식물들이 회복되어 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동시에 적들의 비명 소리가 계속하여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진지한 표정으로 전황을 살피던 레온은 이윽고 밝아진 얼굴로 속으로 생각했다.

그건 바로.

‘……이거 그냥 식육식물만으로도 적군의 본대에 피해를 꽤나 많이 입힐 수도 있겠는데?’

라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 레온이 이곳으로 출발하며 마음속으로 정한 목표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대량의 적들을 해치울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저 아군이 준비할 시간을 좀 더 벌어 줌과 동시에 마몬의 사도에 대한 정보 탐색을 하려는 생각을 하였을 뿐이었다.

한데 지금 이 순간 목표치를 조금 상향 조정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이 녀석들이 속 편히 방심을 해 준 덕에 꽤나 뼈아픈 상처를 남겨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본대의 1할이 넘는 병력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었다.

단신으로 행동한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엄청난 결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었다.

레온이 순간 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을 하였다.

‘그럼 한번 제대로 날뛰게 해 줘 볼까!’

이어 그렇게 생각한 레온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갔다.

스윽.

레온이 아까부터 눈앞에 떠올라 있는 한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궁극기 게이지가 모두 충전되었습니다.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아이비의 덩굴 포탑의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바하모르의 흡혈 포탑에서처럼, 아이비의 덩굴 포탑 또한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레온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스킬을 시전했다.

“아이비의 덩굴 포탑, 궁극기 사용.”

그렇게 레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휘이이-.

갑작스레 전장에 살랑살랑하며 얼굴을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적들의 대부분이 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샤라라.

이어진 또 다른 기현상에는 그리아몰을 포함한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또 이건?”

“벚꽃?”

눈앞에 갑작스레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마존의 정글 같은 느낌을 주고 있던 밀림에 갑자기 눈보라처럼 시야를 덮는 벚꽃 잎들이 흩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점차 모두의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곳의 어디에도 벚꽃 나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건 분명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의 징조임에 틀림없었다.

그리아몰의 표정은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대체 뭐가 또 나오려는 거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한데 그때였다.

파라라라-.

촤라라라-.

효과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흩날리던 꽃잎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허공에서 어느새 하나의 인형(人形)을 갖추기 시작했다.

점차 완연한 곡선이 드러나는 실루엣을 볼 때, 그것은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연한 녹색 빛을 띠고 있는 피부를 덩굴과 풀이 옷처럼 감싸고 있었다.

달 마을의 병사들이 아직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말을 꺼냈다.

“……저 여자는?”

“……새로운 적인가.”

한데 이상했다.

눈을 감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공격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느 누구도 허공의 그녀를 향해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죽여!”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그리아몰이 공격을 명령했다.

쐐애액!

촤아악!

그의 고성에 정신을 차린 몇몇 병사들이 그대로 그녀를 향해 달려들더니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채챙!

챙!

그 공격은 아이비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자네들, 뭣들 하는 짓인가?”

“…….”

아이비의 가까이에 있던 그들의 동료가 검을 막아 낸 것이었다.

그들의 동료들은 하나 같이 눈이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마치 잠에 빠져든 이들처럼 말이었다.

자신을 막아선 것이 동료들이기에, 공격을 했던 이들이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호호, 수고했다. 멍청한 인간들아.

덩굴 여왕, 아이비가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풍기는 눈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덩굴 여왕, 아이비]

등급 : 4성

아이비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분노가 그대로 형상화된 생명체이다.

그녀는 식물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인간에게는 냉혹한 살인마와 다름없다.

그녀는 인간을 자신의 식육식물들에게 바치는 먹잇감 정도로밖에는 생각지 않는다.

보유 영력 :

1. 매혹의 포자

2. 칼날 꽃보라

3. 맹렬한 성장

‘저건 확실히 여왕님인데……?’

레온이 슬쩍 숨어 있는 자신한테까지도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는 아이비를 보며 생각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의 귓전에 ‘띠링’ 하는 효과음이 연이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달 마을 샤먼, ‘랑콤’이 상태 이상, ‘매혹’에 걸렸습니다.

-달 마을 샤먼, ‘토니’가 상태 이상, ‘매혹’에 걸렸습니다.

-달 마을 샤먼, ‘모오리’가 상태 이상, ‘매혹’에 걸렸습니다.

-(……중략……)

레온이 메시지의 내용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동시에 속으로 생각했다.

‘단체 매혹이라고?’

매혹은 상태 이상 중에서도 상위 등급으로 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일단 기본적인 효과는 이름처럼 상대를 자신에게 현혹시키는 것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NPC와 유저에게 적용되는 효과가 각각 달랐다.

유저의 경우는 현혹되어 매혹을 건 상대에게 걸어가는 것으로 멈추지만.

NPC는 매혹에 걸리면 지속 시간 동안, 매혹을 건 상대를 주인으로 따랐던 것이었다.

설명처럼 유저보다 NPC들에게 탁월한 효력을 보이는 스킬이었다.

한데 그런 스킬이 지금 이 순간.

달 마을의 병력에 광역으로 들어갔던 것이었다.

눈빛들이 몽롱해졌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때 아이비가 잔혹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명령을 하달했다.

-자, 날 향해 이빨을 드러낸 네 친구들에게 벌을 내려 주렴.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투다다다!

파바밧!

“그어어어!”

“으어어!”

현혹된 이들과 매혹되지 않은 이들끼리 맹렬히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이, 이 뭐 하는 짓들이냐!”

갑작스레 아군끼리 서로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자, 제사장 요우가 거친 음성을 내뱉었다.

한데 그런 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이게 무슨?’

도저히 사태가 진정이 되지 않자, 요우가 걱정스런 얼굴로 그리아몰을 쳐다보았다.

그 또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잖이 당황하였는지, 심각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채챙!

챙!

아군끼리 검을 맞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여기서 끝내 줄 생각이 없었다.

‘기왕 하는 거 더 난장판으로 만들어 줘야지!’

레온이 개구쟁이의 그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한 번 더 다른 스킬을 시전하였다.

“맹렬한 성장.”

[맹렬한 성장]

스킬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식육식물을 한 단계 진화시킵니다. 진화한 식육식물들은 더욱 강력한 스텟과 새로운 스킬을 지닙니다.

-맹렬한 성장으로 진화한 식육식물은 아이비의 소환 지속 시간이 끝날 때, 동시에 사라집니다.

우우웅!

진동음과 함께 공간에 존재하던 모든 식육식물들이 하얀 광채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레온이 이내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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