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55화 (155/332)

# 155

* * *

영지 메르엠의 경비대가 몬스터를 상대하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의 와중에 저마다 푸념을 내뱉었다.

“으,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몬스터들이 들어오는 빈도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한데.”

당연히 그중에는, 레온이 위임을 부탁한 부영주 브룩도 끼어 있었다.

콰아앙!

“실드 스매시!”

꾸에엑!

브룩은 홍학처럼 생긴 몬스터 한 놈을 방패로 날려 버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도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아오, 뭔 놈의 보호막이 구멍이 이렇게 숭숭 뚫린다냐. 이쯤 되면 보호막이 아니라 스펀지네.’

약화되다 못해 이제는 자그마한 몬스터가 들어올 수 있는 구멍까지 생겨나는 통에 몬스터들을 처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나마 이제 제법 내정은 튼실해졌고, 성장한 NPC들의 무력도 상당히 폼이 올라와 그럭저럭 해결하고 있기는 하였다.

“휴우.”

순간 브룩은 한숨 돌리며 근처의 전황을 살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향한 위치에는.

“함정 카드 발동! 나락의 함정 속으로!”

팔에 끼고 있는 반월형으로 된 특이한 건틀릿에서 카드를 뽑아 든 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킬명을 힘차게 외치고 있는 유우가 있었다.

쿠르릉.

카드가 빛나며, 갑자기 유우의 주변에 변화가 일어났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구덩이가 생겨나며, 앞에 있던 몬스터 몇몇이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꾸에엑? 꾸어어, 어. 쉬이이, 이이!

한없이 깊은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몬스터의 구슬픈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후훗! 안 되지, 안 돼. 진정한 듀얼리스트라면 무턱대고 들이댈 게 아니라, 상대의 카드를 경계해야 하는 법!”

신나서 외치는 유우의 옆에서 브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쟤네는 네 말 못 알아들어, 유우야.’

……라고 말이었다.

어쨌거나 놀라운 일이었다.

유우는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

아무리 히든 클래스의 힘과 타고난 센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손쉽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ㄴ

그리고 그 비결은 바로.

“우왕! 여기 되게 좋다! 마을에만 있어도 몬스터들이 알아서 몰려와!”

“그러게. 정신없다는 것만 빼면 레벨 업엔 최고네.”

그랬다.

주변의 즐비한 몬스터들 덕에 유우를 포함한 모두의 레벨은 정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은, 브룩의 내심과도 일치했다.

‘아니지, 어떻게 보면 사냥터 선점 문제로 다른 유저랑 다툴 일이 없으니까 더 좋지. 이건 영지의 좋은 점이려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잠시 브룩이 한눈을 팔고 있던 그때.

키에에!

몬스터 한 마리가 그 틈을 노리고 브룩을 공격해 왔다.

“함정 카드 발동! 빛의 봉인벽!”

위이잉!

그 순간, 두꺼운 광채의 빛의 벽이 솟아오르며 그런 브룩을 공격으로부터 지켜 주었다.

“오빠, 딴생각 할 때가 아니라구용.”

[빛의 봉인벽]

1000의 배수의 체력을 지불하고, 그에 해당하는 방어막을 소환한다.

퍼억! 쿠에에.

빛의 벽에 가로막혀 허둥지둥하고 있는 적을 날려 버린 브룩은 머쓱해하며 유우에게 대답했다.

“아, 미안, 미안.”

하지만 유우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신의 곁에 떠올라 있는 반투명한 검은 마술사와 함께 다시금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저, 듀얼리스트라는 직업은 언제 봐도 신기하네.’

덱의 메인 카드는 저렇게 수호령처럼 떠올라 다니며 전투를 보조한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카드를 통해 전투를 하는 유우는 마흔 장으로 구성된 덱을 활용하여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순간 그녀가 카드를 한 장 더 뽑아냈다.

“몬스터 카드 발동! 숙련된 흑마술사!”

거대한 카드의 형상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그 속에서 칠흑 같은 로브를 입고 있는 새로운 마술사 나타났다.

“다크니스 애로!”

그러더니, 전방을 향해 음험한 기운의 마력의 화살을 쏘아내었다.

크에에!

거기에 적중당한 오크가 비명을 내질렀다.

즉사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위력이었다.

스킬을 사용하고 난 카드의 존재는 이내 안개처럼 사라졌다.

쿵쾅. 퀴이익!

이미 생명력이 많이 깎여 있던 괴물은, 브룩의 마무리 일격에 그대로 쓰러졌다.

‘유우는 이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레온의 부탁을 처음 받아들였을 때는 약간 걱정이 들었었다.

당연하게도 레벨이 너무 낮고 경험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유우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어느새 길드의 즉시 전력감이 되어 가고 있었다.

‘쩝,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는 건가.’

남매가 하나같이 괴물 같은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브룩이 대단하단 생각을 하였다.

한데 그때였다.

“SALHAE!”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브룩은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또 난리네, 저거.’

안 봐도 뻔했다. 네기가 또다시 날뛰기 시작한 것일 터였다.

모습을 확인한 네기는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딱 보아도 미친 듯이 사냥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적들에게 풀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네기의 삶의 낙이 근래에 사정상 잠시 중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레온의 동영상을 편집하는 일이었다.

‘크흑, 레온 형, 영상 좀 보내 줘요……!’

숲으로 들어간 후, 바쁘기도 하고 마을에 샤먼 전직소가 생기기 전까지 샤먼의 정체를 숨기고 싶었던 레온이 보내 오던 전투 동영상이 뚝 끊었기 때문이었다.

그다음부터 스트레스 때문에 종종 저렇게 몬스터를 향해 분노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문득 패치 숲이 눈에 들어온 브룩이 레온을 떠올렸다.

살짝 걱정이 되려던 찰나.

‘뭐, 어련히 잘하고 있겠지.’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과 녀석의 걱정이라는 것을 이제 깨달은 브룩이 치르던 전투 속으로 다시금 몸을 던졌다.

* * *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

처척. 척.

달 마을의 본대는 국경 지대와 외곽 지대의 경계선에 있는 밀림 지대를 이동해 나가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했고, 사람의 키만 한 풀들이 잔뜩 나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이것들은 대부분 독을 지니고 있었기에 조심해야 했다.

촤아악. 차악.

그래서 그들은 선두에 정찰대를 보내 정찰 겸 길을 트는 역할을 시키고 있었다.

몇 개 조로 나뉘어 칼로 잎들을 베어 나가던 그때.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에잇, 망할 태양 마을 놈들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람.”

“에휴, 그러니까 말이야. 숙취 때문에 머리도 아파 죽겠구먼.”

달 마을의 샤먼, 센부는 진군하는 와중에도 쉬지 않고 투덜거렸다.

그러던 중.

쉬이익.

“어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는 동료가 물어보지만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분명히 어떤 이질감을 느낀 것 같은데, 다시 보아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사방에는 그를 분노하게 만드는 하는 거지같은 녹색의 풀떼기들과 나무들만 가득했다.

그가 앞에 솟아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손으로 짚으며, 잠시 체중을 기대며 말했다.

“아니야. 내 착각인가 봐.”

“실없긴.”

하지만 센부는 그 순간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짚은 나무는 그들이 30분 전에 지나쳐 온 곳에 있던 나무라는 것을 말이었다.

그들이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쉬이익.

나무가 그들을 쫓아 움직이고 있었고, 식물이 바닥에서 뱀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한 건, 이 현상은 결코 그들에게 좋은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스윽.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유령처럼 누군가가 나타났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의 그는 바로 레온이었다.

적 본대의 진군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자, 외곽 지대에서 그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그가 미리 밀림 지대에 진을 치고 은밀히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치고 빠지기.

암습과 기습.

그것들은 분명 레온의 주특기였다.

‘슬슬 시작해 볼까.’

그리고 레온은 덫을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이변이 발생했다.

“앗, 따가워!”

순간 센부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날카로운 통증을 느껴 아래를 보니, 그의 발에 길게 상처가 나 있었다.

그의 발치에 상처 주변엔 웬 풀 줄기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딱 보아도 잎이 상당히 날카로웠다.

아무래도 재수 없게 거기 베인 듯했다.

“뭐야? 왜 그래?”

“아씨, 짜증나네. 풀 줄기에 베였어.”

“클클, 난 또 적이라도 나타난 줄 알았네.”

동료가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고 앞으로 갔다.

그는 열이 받은 나머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풀을 힘껏 발로 밟아 짓이기곤 바로 동료를 뒤따랐다.

아니, 뒤따르려 했다.

힘을 꽉 주어 발로 짓뭉개던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그가 그렇게 놀랄 만도 했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풀이 순식간에 멀쩡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쉬이이익.

그때마다 소름끼치는 소리를 만들면서 말이었다.

‘……뭐야 이거?’

그리고 다음 순간.

취이이익.

옆에 있던 여러 풀들이 소용돌이처럼 그 풀줄기에 휘감아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동료에게 말을 해 주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그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이봐, 이것 좀…….”

한데 그때였다.

그는 말을 마치기 직전, 상당히 불쾌한 촉감을 느꼈다.

그건 바로 무언가가 자신의 둔부를 콕콕 찌르는 것이었다.

‘어라?’

순간 머릿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푸욱.

“……!”

갑자기 창날처럼 모였던 풀줄기가 불쑥 솟구쳤다.

비 온 뒤 죽순처럼 쑥쑥 자라난 풀은, 정확히 그의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끄……!”

분명히 풀일 텐데, 풀이 아닌가 보았다.

너무나 끔찍한 고통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그는 극통의 와중에도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든 이곳에 적이 있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아니면 너만은 살아남으라고, 동료에게 괴이한 풀이 있다고 말을 전해 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정신력으로 극통을 참고, 동료에게 다가간 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너도냐.’

게거품을 물고 선 채로 기절한 자신의 동료 또한 같은 신세라는 것을 말이었다.

털썩.

병사의 몸이 허물어졌다.

그러자 레온이 조용히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크게 만족하며 생각했다.

‘역시 S등급 포탑. 성능 하나는 최고군!’

[ 아이비의 덩굴 포탑 ]

LV 1 / 제작자 : 레온

등급 : S

공격력 : 3250

방어력 : 3620

생명력 : 1535000

시야 : 100M / 밀림에 한정.

고유 능력

1. 식육 식물 개화.

2. 양분 흡수.

3. 포박의 덩굴.

궁극기

궁극기 게이지 : 15%

1. 아이비 소환 / 재사용 대기시간 12시간.

그랬다. 그들을 처치한 것은 이곳 밀림에 뿌리를 내린 식물형 포탑의 힘이었던 것이었다.

밀림의 깊숙한 곳에 숨겨 둔 모체가 되는 포탑이 파괴되기 전까지는, 이처럼 밀림의 넓은 지역에 힘을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스르륵.

거대한 덩굴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병사들의 시체를 순식간에 휘감아 숨겨 버렸다.

그러자 레온이 눈에 이채를 띠며 속으로 생각했다.

‘자, 이제 사냥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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