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53화 (153/332)

# 153

그리고 잠시 후.

이윽고 레온이 머릿속으로 어떤 특성을 사용할지 결정을 지은 그때.

‘으응?’

그제야 레온은 자신의 눈앞에서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한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만타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레온이 받은 새롭게 받은 퀘스트의 제목처럼 산 넘어 산인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자 순간 레온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쩝, 일단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이 어린 양을 위해 족집게처럼 빠르게 짚어 줘야겠구먼.’

그러곤 이어.

씨익.

레온이 만타의 불안감을 덜어 주기 위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건넸다.

“만타 님, 왜 이리 얼굴이 어두우십니까.”

그러자 만타가 씁쓸해하며 대답했다.

“표시가 나는 모양입니다. 휴우, 숨길 수가 없군요.”

레온이 제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치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만타 님. 사실 제가 이미 다 계획을 세워 놨으니까요.”

“……정말입니까?”

레온의 대답에 만타가 놀란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지그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만타에게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없는 말이 아니었다.

레온은 정말 이후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 놓은 상태였던 것이었다.

곧장 레온이 추후의 계획을 설명해 주기 시작하였다.

“이제 만타 님은 절반의 병력을 대동하여 마을로 돌아갈 채비를 해 주십시오.”

“마을로 말입니까?”

마을로 돌아가라는 말에 만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국경 지대에서 태양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은 이곳 외곽 지대가 유일하였기도 했거니와 마을에는 샤와푸흐의 잔존 세력이 있을 터였기에, 그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에 레온은 정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네. 샤와푸흐가 데려왔던 막대한 부하들의 숫자로 짐작해본다면, 마을에는 정말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기고 모두 데려온 것일 겁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만타를 포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 샤와푸흐는 거의 모든 정예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왔던 것이었다.

물론 전멸을 당하고 말았지만.

“그렇다는 건, 지금 우리의 남은 병력의 절반이라면 어렵지 않게 다시금 마을을 수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상컨대 반나절이면 상황은 모두 정리되리라.

만타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달 마을과 총력전을 하기에는 지금 우리의 병력이 현저히 적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마을을 정상화시키고 살아남은 모든 전사들을 규합하여 이곳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샤와푸흐도 이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이들을 해치우지는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생존자들을 모아 병력으로 삼아야 했다.

그리고 레온은 이곳에 있는 일반 주민들은 만타가 출발하고 나면, 곧이어 뒤따라 보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에 펼쳐질 전투는 이전과 같이 주민들을 보호하며 싸우기에는 절대적으로 무리이기 때문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만타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에서 완벽한 신뢰가 느껴지고 있었다.

“자, 그럼 병력에 바로 현 상황을 직시하도록 정확히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레온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병력을 소집하려 할 때였다.

한데 그때.

만타가 순간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레온에게 말을 꺼냈다.

“레온 님.”

“네?”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리려 합니다.”

이 정도까지 조언을 해 주었으면 충분할 텐데.

레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후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이 이어졌다.

그건 바로.

“이제 치러질 전투의 총군사를 맡아 주십시오.”

전장에서 모든 군사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총군사직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띠링.

띠링.

띠링.

요란한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메시지들이 차올랐다.

-총군사의 직위를 요구받으셨습니다.

-(Y) or (N).

-총군사에 취임 시, 태양 마을의 군사들에게 명령을 하달할 수 있습니다.

-총군사에 취임 시, 명령에 불복종하는 태양 마을의 군사에게 상응하는 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레온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갈 것 같았지만, 최선을 다해 꾹 참았다.

그러곤 당황한 척 연기하며 말을 꺼냈다.

“……이건?”

그러자 만타가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이번 전투를 치르며 깨달았습니다. 레온 님의 능력은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덥석.

이어 레온의 손까지 부여잡으며 말했다.

“염치없는 것 압니다. 하지만 꼭 저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렇게 애걸복걸하며 총군사라는 높은 직위에 유저를 초빙하는 NPC가 있었을까 싶었다.

레온은 일부러 잠시간 생각하는 척하며 뜸을 들이다가, 이내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당연하게도 그 대답의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오!”

만타의 탄성과 함께 새로운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총군사에 임명되었습니다.

-태양 마을 공헌도 10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태양 마을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마을을 지켜 주세요’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만타의 절대적 신뢰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태양 마을의 귀인’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수많은 내용들이 떠올랐지만, 레온은 그중에 두 가지 항목에 주목했다.

‘10만 공헌도와 마을의 일원!’

그건 바로 10만의 공헌도를 획득한 것과 총군사가 됨으로써 태양 마을의 일원이 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기뻐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 두 가지는 ‘샤먼을 널리 이롭게 하라’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숲 바깥으로의 이동을 권하기만 하면 영지에 샤먼 전직소를 얻을 수 있겠어!’

물론 지금은 당장은 전투를 치르고 있는 시점이라 타이밍이 아니었지만, 거의 손안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온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 * *

그리고 잠시 후.

만타가 절반의 병력을 이끌고 태양 마을을 다시 수복하기 위해 떠났다.

그러자 나머지 절반의 병력을 이어받은 레온은 곧장 그들에게 총군사로서 임무를 하달했다.

그건 바로.

까앙!

깡!

……채광 임무였다.

“어허, 그렇게 캐면 안 됩니다!”

“힘으로 하려 하지 말고 기술로 하세요!”

작업반장을 맡은 하이른과 요세프가 병사들에게 잔소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군소리 하나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그 효율도 나쁘지 않았다.

두 눈으로 직접 레온이 만든 포탑의 위력을 목도한 이들은 자신들이 캐고 있는 이 재료들이 저들의 목숨을 구해 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하고도 반나절 정도의 시간밖에는 없었지만,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캔 광물들이 우리를 지켜 줄 포탑이 될 거야!’

‘레온 님은 더욱 힘든 일을 하고 계시겠지.’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달리 레온은 작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같은 시각, 레온의 거처.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레온이 닫혀 있던 입을 열고 있었다.

“인장 티어 상승!”

슈아아아.

그의 말이 끝나자, 레온의 오른팔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용할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그러자 레온은 미리 생각해 둔 결정을 마음으로 되새겼다.

‘결정한 대로 진화로 가자.’

미리 직업 예측으로 보았지만, 합성 결과에 유니크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창조는 도박수의 느낌이 강했다.

일전에 진화를 통해 유니크 직업을 손에 얻은 경험이 있었으니, 지금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자, 그럼!’

“진화.”

레온이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입을 달싹였다.

두우우웅!

파아아아!

온몸을 맹렬히 타고 맴도는 강렬한 인장의 기운에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레온의 몸이 떨려 왔다.

그 순간,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뭔가 이번따라 더 강렬한데?’

라고 말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여태껏 진행해 온 인장의 사용 중에 단연코 기운의 맥동이 뛰어났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예측은…….

-인장 티어가 ‘5’로 상승하였습니다.

-‘유니크’ 클래스를 획득하였습니다.

-인장 티어 상승에 성공하였습니다.

-클래스 진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사실로 드러났다.

“예쓰!”

순간 레온이 큰 소리로 탄성을 내뱉었다.

유니크 직업을 만드는 데 성공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메시지가 계속되었고, 곧이어 대망의 직업의 이름이 나타났다.

-‘터렛 샤먼’이 클래스 트리에 저장됩니다.

-저장된 직업의 스킬은 초기화 전까지 사용가능합니다.

-새로운 직업 ‘소울 갬블러’를 획득하였습니다.

“소울 갬블러?”

그의 새로운 직업의 이름은 바로 그것이었다.

샤먼에서 도박꾼으로 진화하다니.

‘소울코인으로 뽑기를 겁나 해서 그런가?’

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인장.”

인장의 상태 창을 띄워 보았다.

[창생의 인장]

티어 5 / 경험치 0%

개방 특성(4/?)

직업 총람(12/?)

[소울 갬블러]

클래스 랭크 : 유니크 / 진화 불가

클래스 특성 : 최초

-최초 직업의 설명은 이후의 활동 결과로 채워집니다.

클래스 특성을 바라보던 레온은 의아한 나머지 머리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최초? 이건 뭐야.’

단일 혹은 공통만 있는 줄 알았던 클래스 특성이 ‘최초’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상세 설명은 이후의 활동 결과로 채워진다고?’

게다가 직업에 관련한 설명은 딸랑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는 직업 설명을 통해 대략적인 직업의 활용 방안을 유추해 왔기에, 레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때였다.

띠링.

띠링.

효과음과 함께 추가로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의 내용은 레온이 전혀 생각지 못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헉!”

레온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음성을 토해 냈다.

-세상에 없던 직업을 최초로 창조하였습니다.

-최초 직업 습득으로 칭호 ‘한계를 돌파한 자’의 보너스 숙련도를 획득합니다.

-칭호 ‘한계를 돌파한 자’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신규 특성 ‘트리플 타이틀’을 획득하였습니다.

[트리플 타이틀(패시브)]

‘한계를 돌파한 자’ 칭호 장착 시, 동시에 다른 칭호를 두 개까지 추가로 더 장착이 가능합니다.

그제야 레온은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최초라는 새로운 클래스 특성이 떠오른 이유는 간단하였다.

그 자신이 최초로 판테라의 역사에 없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낸 결과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최고의 타이밍이다!’

레온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이어 생각했다.

정말 시기적절할 때에 터진 행운이었다.

최초의 직업을 만들어 낸 결과로 받은 칭호의 보너스 숙련도 덕에, 한참 전에 레벨이 상승한 후 정체 단계였던 한계를 돌파한 자가 단번에 레벨이 상승했으니 말이었다.

게다가 트리플 타이틀이라는 새롭게 얻은 특성으로 인해, 칭호의 동시 장착이 가능 숫자가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나게 되었다.

‘후후, 술술 풀려 가는구나! 이제 한번 제대로 훑어보실까!’

레온이 내심 쾌재를 부르며 바로 소울 갬블러의 스킬 내역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보유 스킬

패시브 스킬

1. 도박꾼의 극의

적을 처치 시, 일정 확률로 해당하는 대상의 영혼을 불러냅니다.

그 후, 영혼이 제시하는 한 종류의 게임으로 서로 승부를 겨룹니다.

승부에서 승리할 시, 대상의 영혼을 습득합니다.

승부에서 패배할 시, 대량의 소울코인을 잃습니다.

액티브 스킬

1. 소울 슬롯

2. 골드 쓰래쉬

3. 소울 몬테

4. 소울 홀덤

5. 소울 룰렛

6. 소울 다이스

7. …….

(……중략……)

보유 스킬들을 주르륵 훑어보고 난 후.

‘이게 뭐야?’

레온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소울 갬블러, 즉 ‘영혼 도박사’라는 직업의 이름처럼, 스킬들의 이름들이 하나같이 도박의 이름들이었던 탓이었다.

어떤 효력을 지녔을지 어느 것 하나도 감이 오지 않고 있었다.

‘유니크 직업 맞겠……지?’

같은 유니크지만 마신의 대장장이에 붙어 있던 스킬들이 더욱 강력해 보였다.

스멀스멀.

아직 자세히 파악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문득 불안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레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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