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를 한 덕분일까.
아군 병사들의 기쁨에 찬 환호성은 쉽사리 그치지 않았다.
다들 환희에 찬 표정으로 부둥켜안고 난리도 아니었던 것이었다.
레온은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다가.
스윽.
‘……자, 이제 그럼.’
슬며시 다른 행동을 개시했다.
그런 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가 있었다.
‘행복한 수거 시간!’
전투도 끝났겠다. 슬슬 해치운 적들에게서 루팅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외곽 지대와 협곡 전체에 레온이 처치한 수많은 적들이 산재해 있었다.
이렇게 대규모로 아이템을 수거하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레온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포탑으로 처치한 적들도 당연히 레온이 해치운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당연히 아이템의 습득이 가능했다.
‘흐흐, 인벤토리가 아주 터져 나가겠구먼.’
오랜만에 인벤토리뿐만 아니라 그림자 아공간도 꽉 채워 보자고 맘먹으며 레온은 가볍게 손을 풀었다.
그중 첫 번째는 역시나 볼썽사납게 나자빠져 있는 샤와푸흐부터였다.
띠링.
띠링.
띠링.
그가 손을 뻗자 연속해서 효과음이 터져 나오며, 눈앞에 획득한 아이템들의 목록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격앙된 정령의 다리보호구’를 획득하였습니다.
-‘달빛 한기 스태프’를 획득하였습니다.
-‘비밀 지령서’를 획득하였습니다.
[격앙된 정령의 다리보호구]
분류 : 다리보호구
등급 : 영웅
방어력 : 520
내구도 : 12,400/12,400
착용 제한 : 165레벨, 샤먼 직업
전투 시, 이동속도 +210%
원거리 공격 피해 감소 18%
체력 +41,000
착용 시, ‘타이런트 워크’ 스킬 사용 가능
파괴 불가
[달빛 한기 스태프]
분류 : 지팡이
등급 : 유일
공격력 : 120
내구도 : 5,400/5,400
착용 제한 : 135레벨
마력 +31,200
지혜 +120
착용 시, ‘달빛 한기’ 스킬 사용 가능
‘크으.’
레온이 탄성을 내뱉었다.
부제사장은 부제사장이라는 걸까.
직책에 걸맞게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드롭해 있었다.
격앙된 정령의 다리보호구는 지금 당장 장착하고 싶을 정도로 스펙이 좋았다.
방어력이 거의 웬만한 중갑옷에 비견될 정도였던 데다가, 이동속도 증가와 더불어 상당한 비율의 원거리 피해 감소까지 붙어 있었던 것.
아이템의 상세 정보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그동안의 전투로 누적된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콧노래가 자동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마지막인데…….’
한데 그때, 레온이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드롭된 아이템은 총 세 가지로, 다리보호대와 스태프를 제하고 마지막으로 하나가 남아 있었는데.
이 물건이 딱 보아도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았던 것이었다.
‘흠, 이름부터가 비밀 지령서니까.’
그러던 중, 이윽고 레온이 확인해 보려던 찰나.
-쩝쩝.
갑작스레 레온의 귓전에 누군가 맛깔나게 음식을 섭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쩝쩝.
애써 무시하며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려 했지만.
-쩝쩝.
혀와 입천장이 맞닿았다가 떨어지면서 나는 그 소리는 그의 신경을 영 거슬리게 만들었다.
-쩝쩝.
‘아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쩝쩝 빌런의 등장에 레온은 결국 확인을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곤.
‘쩝쩝거리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소음의 근원지를 쫓아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라?’
-쩝쩝, 새 주인아, 이거 맛있당.
변이체가 죽은 후 변해 버린 검은 모래의 흔적들을 들이마시고 있는 파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설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싱글벙글하며 먹고 있는 녀석의 모습을 보자, 당황한 레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그거 먹을 수 있어?”
-으응? 맛있다, 주인아. 좀 먹어 봐라.
파크가 손에 검은 모래를 가득 담아 건네주려 하자,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 아냐. 너 많이 먹어.”
-헤헤, 역시 주인은 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가 보다.
……아니, 그런 걸 먹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는 한때나마 사람이었고, 좀비였던 물건을 입안에 넣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호로록!
이제는 거의 진공청소기처럼 흡입을 하고 있는 파크의 모습을 보며 레온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하아, 너무 배부르다.
그러다가 이윽고 모든 흔적들을 자신의 배 속으로 집어넣은 순간.
우우웅!
‘으응?’
갑작스레 파크가 진동음과 함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을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깊은 밤처럼 짙은 어두운 기운을 발산하는 그 광경은 레온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거 설마?’
갑작스레 파크가 이런 변화를 보일 이유는 한 가지 이유밖에는 예측이 되지 않았기에, 레온이 들뜬 마음으로 다음에 이어질 일을 기다렸다.
띠링.
-하급 영령 파크가 성장을 시작합니다.
“오오.”
곧이어 메시지를 보고 레온은 감탄성을 토해 냈다.
그의 예측대로 파크의 변화는 등급이 상승하는 데서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살며시 고개를 주억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흠, 마몬의 힘을 흡수한다는 건가?’
그는 사실 지금까지 영령의 진화는 어떻게 시켜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던 것이, 여태껏 아무리 전투를 치러도 파크의 경험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단 한 번도 뜨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데 지금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약간의 실마리를 밝혀낸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칠흑 같은 광채가 하나로 뭉쳐지며, 어느새 변화가 모두 끝이 난 파크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하급 영령 파크가 중급 영령으로 진화를 완료하였습니다.
스르륵 눈을 뜬 파크가 이내 허공에 떠올라,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훑어보았다.
그러곤 놀라하며 말을 꺼냈다.
-오오, 주인아. 몸이 커졌다.
그 말대로 정말 파크는 형체가 조금 커져 있었다.
게다가 커진 것은 그뿐이 아닌 듯 보였다.
‘이거 기운이 보통이 아니잖아?’
자연스레 풍겨나는 기운들이 하급 영령이었던 이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건 파크에게 무언가 새로운 능력이 추가되었거나, 힘이 상승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
레온은 부푼 기대감을 품고 곧바로 파크의 정보 창을 눈앞에 띄워 보았다.
[파크]
등급 : 중급 영령 / 성장 가능
(……중략……)
보유 영력 :
1. 아이템 빙의
2. 베르제브의 식탐
역시나 ‘베르제브의 식탐’이라는 새로운 영력이 추가 되어 있었다.
바로 그 힘을 확인해 볼까 하던 그때.
“……신의 기운을 집어삼키는 영령이라니.”
만타가 조용히 다가와 화들짝 놀란 얼굴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신의 기운을 집어삼켜?’
NPC의 저런 혼잣말은 절대 흘려들을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레온은 머릿속에 힌트를 새겨 두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내 정신을 차린 만타가 레온에게 머쓱해하며 말을 꺼냈다.
“아, 제가 실수를 했군요. 레온 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고생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배신자를 처단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자 레온은 또다시 만타에게 감언이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에 간신배가 되었다면 삼대가 잘 살았을 것 같은 레온이었다.
한데 그때.
“한데 그것은 무엇입니까?”
문득 만타가 레온의 손을 바라보더니 말을 꺼냈다.
그 물건은 레온이 손에 들고 있던 비밀 지령서였다.
그러자 레온은 멈칫했다가, 같이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이어 대답했다.
“샤와푸흐가 지니고 있던 물건입니다. 함께 보시겠습니까?”
이어 만타가 고개를 끄덕였고, 레온이 동그랗게 말려 있던 양피지를 풀어 보았다.
거기에 담긴 내용은 이러했다.
[비밀 지령서]
신관님께 드디어 신탁이 내려왔다.
드디어 오랜 세월 동안 웅크리고 벼려 왔던 검을 휘두를 때다.
이틀 후, 자정을 기해 분란을 일으켜라.
그리고 모든 일을 제사장 후보 만타의 광증으로 몰아간 후, 마을을 통제하라.
우리는 같은 시각, 국경 지대에서 총공세를 펼칠 것이다.
신관님께서 사도로서 참전하시기로 하였으니, 전투는 어렵지 않게 끝날 터.
마무리가 된 후, 보랏빛 봉화를 피우겠다.
모든 일에 마몬의 축복이 깃들 기를.
내용을 읽어 내려간 후.
만타와 레온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한데 그런 이유는 서로 각각 달랐다.
만타의 경우는 달 마을의 군세가 국경 지대를 습격하여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었다.
샤와푸흐가 마을에 변란을 일으키는 시점과 동시에 총공세를 펼치겠다는 말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뜻이었다.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더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레온의 경우는 그것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달 마을의 본대가 진격해 오리란 사실은 레온은 어느 정도 쉽게 예측하고 있었다.
배신자가 안쪽에서 이렇듯 분란을 만든다면, 바깥에서도 본대가 함께 공격을 해오는 것이 정석이나 마찬가지인 전술이었으니까 말이었다.
다만 그가 놀란 것은.
‘달의 마을 편에 마몬의 사도가 있다고?’
바로 달 마을의 배후에 있는 최종 상대가 또 다른 마몬의 사도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마몬교가 어떤 역할을 한 줄은 알았지만, 자신과 같은 유저가 있는 줄은 상상을 못 했던 것이었다.
띠링.
띠링.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귓전에 경쾌한 효과음이 들려왔다.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산 넘어 산, 갈수록 태산]
당신은 다행히도 정체를 숨기고 있던 배신자 샤와푸흐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그 와중에 아군의 상당한 인원이 다치고 죽었으며, 마을은 쑥대밭이 된 상태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지금도 달 마을의 본대가 당신을 향하여 진군하고 있다.
당도하기까지, 단 이틀의 시간밖에는 남지 않았다.
가능성이 희박하여 보이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어떻게든 태양 마을을 지켜 내야 한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마몬의 사도 경쟁]
마몬의 사도들은 분명 서로 힘을 합치기도 했지만, 반목과 투쟁을 할 때도 있다.
약육강식을 최고의 지향점으로 삼는 마몬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다른 마몬의 사도가 당신을 노리고 있다.
당신은 필히 상대의 도전을 꺾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에게 고스란히 모든 힘을 빼앗길 테니까 말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순식간에 트리플 S등급의 퀘스트가 두 개나 더 늘어나 있었다.
상대편에 마몬의 사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레온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갔다.
그러다가 이내 한 가지 결론만이 남았다.
그건 바로.
‘빨리 직업을 창조해야겠군!’
이라는 것이었다.
일전에 그가 마신의 대장장이로 전직을 하였을 때.
마신의 대장장이의 랭크는 유니크였다.
그 말인즉, 자신을 노리고 있는 상대편도 유니크 직업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마신의 대장장이의 스킬들이 지니고 있는 위력은 말도 안 되게 강력해. 한낱 대장장이가 이 정도인데 만약에 상대편의 사도가 전투 클래스라면…….’
상대는 짐작하기 어려운 힘을 지니고 있으리라.
결코 쉽지 않은 전투가 펼쳐질 것이 예상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활로는 하나였다.
직업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뭘 사용하는 게 제일 나을까.’
이미 인장의 경험치는 모두 차오른 상태.
그는 머릿속으로 곧장 어떤 인장의 특성을 사용해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