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46화 (146/332)

# 146

NT의 모니터링실.

허 주임의 옆에 파트장 주유리가 팔짱을 낀 채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일전에 미리 보고를 안 했다가 피를 본 경험이 있으니, 특이 사항이 생길 때마다 즉각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가끔은 어쭙잖은 일에까지 불러 대는 통에 한숨을 내짓곤 하는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는지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순간 그녀가 고개를 살며시 돌려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허 주임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곤 미간을 살짝 좁히며 말을 꺼냈다.

“몇 번째죠?”

“아, 그 다섯 번째일 겁니다.”

“……일 겁니다?”

“헉! 다, 다섯 번째입니다.”

허 주임은 순간 그녀의 얼음장 같은 눈빛에 바짝 졸아붙으며 대답했다.

그는 그녀가 왜 회사 내에서 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지 알 것 같았다.

주유리가 질문을 던졌다.

“혹시라도 버그는 아니죠?”

“……넵, 꼼꼼히 조사해 봤지만 버그 요소는 전혀 없었습니다.”

허 주임의 대답에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에 잠겼다.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창발적 플레이라 이건가.’

그것을 인지한 순간 그녀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골치를 아프게 하는 정도로 치부했던 이 ‘레온’이라는 유저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요주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앞서 그녀는 두 명의 M의 사도들의 보고서를 읽어 보고 난 후, 차후의 승자를 점쳐 보았을 때 달 마을에 있는 그리아몰 쪽의 손을 들어 주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 비교를 하였을 때, 레온에 비해 그리아몰의 직업이 지닌 물리적인 공격력이 더욱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그러했는데.

‘섣부른 판단이었을 수도 있겠어.’

이 순간, 그녀는 그 결론을 다시금 재고해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현재 레온의 행동은 일반적인 유저는 결코 떠올릴 수 없는 창의적인 발상에 기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껏 수없이 많은 유저들을 지켜본 결과, 그런 발상을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유저들이 최상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었다.

그러던 그때, 주유리가 눈앞에 펼쳐진 커다란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 화면 안에는 또다시 되살아난 바포메트 주니어의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운빨 존망겜, 최고!’를 외치면서 기뻐하고 있는 레온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 * *

……키에.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 다섯 번째를 넘어가자, 바포메트 주니어의 표정은 극도로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새롭게 되살아난다 해도 이전 죽음의 기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듯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레온을 바라보며 이처럼 몸을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고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었다.

“흐흐, 이리 온.”

그리고 그런 녀석에게 레온은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빛을 쏘아 내고 있었다.

본 바포메트 주니어를 핀치에 몰아붙인 그는 군침까지 흘리는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온통 탐욕이 차올라 있었다.

바포메트 주니어는 스켈레톤화가 진행되어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분명 지금 레온을 보고는 단 한 가지 감정을 품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바로 ‘극혐’이리라.

스윽.

본 바포메트 주니어가 바쁘게 주위를 살폈다.

혹시나 도망갈 수 있을까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철컹-.

철컥-.

녀석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자신을 향해 포구를 이동하는 포탑들이었다.

어느새 정말로 보스 룸의 안에는 네 개나 되는 포탑들이 떡하니 설치되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크으, 역시 포탑이 든든해.’

어느새 레온이 보스 룸 내에 포탑들을 설치하는 데 성공을 한 것이었다.

-으아! 안 싸우고 뭐 하낭! 비겁한 주인놈!

물론 설치가 성공하는 데에는 잠시나마 소환수들에게 전투를 모두 위임했던 것이 주효했다.

원래 해체가 실패하여 스켈레톤 형태로 되살아나면, 몬스터는 더욱 강력해진 채 되살아나지만.

이렇듯 몇 번이고 연속해서 같은 종류의 한 마리와 전투를 치르다 보니, 어느새 소환수들도 공격 패턴을 모두 파악하여 레온이 잠시 없어도 어떻게든 반반 싸움을 끌고 갈 수 있었다.

사실 전투 시작 전에 미리 제작해 놓는 방법이 베스트였으나, 조건상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제한 시간이 지나서 시체가 사라지면 큰일 나니까.’

그렇게 미리 만들어 놓자니, 그 전에 바포메트 주니어의 시체가 사라질 것이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큰 게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바포메트 주니어의 모습을 보며 레온이 씨익 하고 웃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

“내가 말했잖아. 나갈 땐 네 맘대로 안 된다니까?”

그러곤 레온이 손가락을 까딱하며, 소환수들과 포탑에게 다시금 바포메트 주니어의 처치 명령을 하달했다.

그와 동시에.

파바밧!

퍼펑!

소환수들이 지축을 흔들며 달려드는 소리와 맹렬한 포격음이 울려 퍼졌다.

끼에에에!

순간 속수무책으로 대미지를 입고 있는 바포메트 주니어의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이 말을 꺼냈다.

“크으, 이대로 또 실패했으면 좋겠다.”

누군가 듣는다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 황당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었다.

과거 레온은 너클즈를 획득할 때에, 처음으로 뼈의 정수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지금과 똑같이 되살아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한 후에야 겨우 뼈의 정수를 획득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을 거치며 레온은 몇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1. 페널티로 되살아난 보스 몬스터는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지 않는다.

2. 되살아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할 시, 본래의 시체 형태로 되돌아가며 또다시 뼈의 정수를 얻기 위한 해체를 시도할 수 있다.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을 수 없다는 건 꽤나 큰 제약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라.

페널티를 통해 되살아나는 건 리스폰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한데 만일 경험치를 주고 아이템을 드롭한다면, 리스폰 시간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결과가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밸런스가 붕괴될 것이 뻔하였다.

아무튼 그래서 그때까지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한데 이번에 터렛 샤먼으로 전직하며 소울코인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한 순간.

레온은 그 와중에 한 가지 추측을 더하게 되었다.

그건 바로.

‘……되살아난 보스 몬스터가 다른 건 몰라도 소울코인은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다.

소울코인은 이름처럼 죽음과 깊게 연관이 있는 물품이지 않은가.

획득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레온의 그런 추측은 첫 번째로 본 바포메트 주니어를 처치하고 난 후.

-5,000 소울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당당히 소울코인을 획득하며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처음에는 획득을 하고도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다.

혹여나 다음번에 떡하니 해체가 성공할까 하는 걱정이 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방법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는 해체가 실패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단번에 뼈의 정수를 획득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테니까.

그러나 알다시피 다행히도 다섯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여 있었다.

그때,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크으, 하지만 우리의 확률 존망겜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셨지.’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았을 때, 해체 페널티를 이용하는 이 방법은 히든피스나 마찬가지인 효과를 보여 주고 있었다.

띠링.

한데 그때.

-본 바포메트 주니어를 처치하였습니다.

효과음과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로써 다섯 번째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녀석의 시체로 성큼성큼 다가가 소울코인을 수거했다.

역시나 이전과 똑같이 5,000의 소울코인이었다.

즉 이로써 30,000의 소울코인을 획득한 것이었다.

맨 처음 일반 상태의 바포메트 주니어를 잡고 얻은 5,000.

그리고 다섯 번의 해체 실패 과정을 거치며 얻은 25,000의 총합이었다.

앞서는 5시간을 투자하여 15,000 소울코인밖에 획득하지 못하였는데, 지금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30,000 소울코인을 획득하여 있었다.

순간 레온은 새로운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10만 코인까지 모아 봐?’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실천에 옮겨질 수 없었다.

순간 마루의 한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흐윽, 흑, 더는 못 한다낭. 차라리 날 죽여라낭.

그러자 레온이 문득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쩝.’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계속하여 누적된 피로에 지쳐, 바닥에 널브러진 뼈다귀 신세가 되어 버린 소환수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자신이 너무 한계까지 몰아붙인 것 같았다.

그래서 레온은 고개를 조그맣게 끄덕인 후, 생각했다.

‘……그럼 일단 잠깐 쉬고 개봉부터 해 볼까.’

소환수들에게는 슬픈 일이었지만, 완벽하게 끝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포메트 주니어를 손에 넣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었으니까 말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영혼 뽑기.”

레온은 영혼 뽑기 스킬을 사용하였다.

일전과 동일한 시스템 창들이 떠올랐다.

레온은 가격표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주먹을 한 번 꽉 움켜쥐고는 중급 캡슐을 선택해 가기 시작했다.

‘크윽.’

힘겹게 얻은 소울코인이 만 단위로 팍팍 깎여 나가자, 레온은 속이 쓰려 왔다.

그러나 곧이어.

또로롱.

자신의 손에 굴러온 캡슐을 보는 순간 그 아픔이 사르르 사라졌다.

‘4성 가즈아!’

레온이 눈을 빛내며 대망의 첫 번째 캡슐을 까 보았다.

띠링.

-영혼 ‘황금망치 런드 골’이 목록에 추가됩니다.

레온이 곧장 상세 정보를 눈앞에 띄웠다.

[황금망치, 런드 골]

등급 : 3성

200년 전, 포를란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던 대장장이 장인.

그는 모든 무기를 황금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본래 황금은 무기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지만 그가 만든 황금 무기들은 전설적인 위력을 보인 것으로 기록된다.

보유 영력 :

1. 골든타임 (포탑 / 유저)

-대장장이 스킬을 사용할 시, 장착한 장비에 한해 파괴되지 않는다.

-비 전투 시, 포탑의 체력이 초당 5,000씩 회복한다.

설명을 읽어 내려가고는 레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크으, 3성이라니.’

한 단계 아래인 3성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마음이 다급해진 레온은 바로 연이어 소울코인을 집어넣고 캡슐을 개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3성.

그리고 또 3성이었다.

‘……아, 이거 왜 이래.’

이제는 중급 캡슐을 딱 두 번 살 소울코인만 남아 있었다.

꿀꺽.

레온은 자연스레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연신 심호흡을 하던 레온은 조심스럽게 새로운 캡슐의 뚜껑을 비틀어 열었다.

그러자.

띠링.

효과음과 함께 예상치 못한 영혼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영혼 ‘흡혈귀 군주, 바하모르’가 목록에 추가됩니다.

‘흡혈귀?’

몬스터인 뱀파이어의 영혼이었다.

레온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는 인간만이 나왔던지라, 자연스레 인간의 영혼만 나오는 것이라 스스로 한계를 짓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몬스터인 흡혈귀의 영혼이 나타나자, 화들짝 놀란 것이었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이러면 나올 수 있는 영혼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겠다는 생각을 하며 상세 정보를 살폈다.

“오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을 토해 냈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4성 떴드아아!”

흡혈귀 군주, 바하모르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4성 영혼’이었던 것이다!

그러곤 이내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용히 기다려 보았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

그러던 그때.

띠링.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효과음이 그의 귓전에 들려왔다.

-조건을 만족하여, S등급 설계도의 해석이 가능케 되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S등급 설계도를 확인해 주십시오.

“예스!”

4성 영혼을 얻자마자, 변화가 시작된 자신의 상황에 레온이 쾌재를 불렀다.

‘바로 확인해 봐야지!’

이내 그는 얼른 인벤토리에서 이름부터 모든 것이 물음표로만 나와 있던 S등급 설계도를 꺼내 들었다.

“오오!”

레온은 변화가 이루어진 설계도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고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포탑의 이름과 더불어 그 성능과 필요한 자재의 정보들까지, 가려져 있던 상세 정보가 모두 풀려 있던 것이었다.

해석이 가능해졌다고 하더니, 이전까지는 조건이 만족되지 않아 물음표로 나와 있었던 것 같았다.

순간 레온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이 재료들이라면!’

4성 등급의 영혼을 획득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S등급 포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재들의 목록이 A등급 포탑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종류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던 탓이었다.

게다가 모두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재료들이었다.

별도로 채광 작업을 하지 않고도 외곽 지대로 복귀하면 바로 만들 수 있으리라.

‘드디어!’

레온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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