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
파바밧!
그렇게 레온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모든 소환수들은 저마다 푸른 안광을 빛내며 통로를 벗어나 뛰쳐나갔다.
투다다다!
개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것은 역시나 마루였다.
-크왕! 죽여 주겠당, 양고기!
본 베넘 펜리르로 진화하며 녀석은 속도에 관한 능력은 다른 소환수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확인한 레온이 바로 스킬을 시전하여 주었다.
“마루, 거대화!”
우우웅!
그러자 바포메트보다 작았던 마루의 덩치가 순식간에 두 배는 더 커다랗게 변화하였다.
-크와앙!
쿠웅!
그리고 그렇게 변신이 끝남과 동시에 마루가 지면을 거세게 박차고 바포메트에게 뛰어들었다.
어찌나 세게 박찼는지, 지면이 움푹 패여 있었다.
키에에!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바포메트가 뒤늦게나마 마루에게 들고 있던 거대한 낫을 휘둘렀지만.
휘익!
가볍게 피해 낸 마루가 도리어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을 바포메트에게 휘둘렀다.
촤아악!
공격이 실패하며 일시적으로 무방비 상태가 되어 있던 바포메트는 방어를 하지 못한 채, 그 공격에 직격 당했다.
키엑!
소름끼치는 비명을 내질렀다.
‘좋았어! 그럼 이제……!
그에 레온은 소환수들에게 다음 계획을 전달하려 했지만, 곧이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팅! 티팅!
따닥!
끼우!
어느새 공격을 마친 마루는 뒤로 쏙 빠져 있었고.
대신하여 앞으로 튀어나온 단단이와 너클즈가 반격을 시작한 바포메트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이 속으로 감탄하였다.
‘호오, 이제 시키지도 않았는데 잘하네?’
딱 자신이 명령하려던 것을 이미 자신들끼리 알아서 행동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어느새 소환수들끼리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레온이 그렇게 흐뭇한 미소를 짓던 그때, 마루가 새롭게 얻은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크와앙!
마루가 다시금 번쩍 도약하더니, 어느샌가 짙은 녹색 빛으로 물들어 있는 앞발을 교차하여 휘둘렀다.
촤아악!
파아앗!
그러자 초승달 형태의 참격이 바포메트에게로 쏟아졌다.
키에에!
단단이와 너클즈에게 가로막힌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건 바로 마루가 진화하며 새롭게 얻은 스킬 중 하나인 베넘 슬래셔였다.
[베넘 슬래셔]
응축된 독기를 발톱에 담아 초승달 형태의 참격을 내뿜습니다.
참격에 적중당한 적들은 대미지를 입고, 중독 상태가 됩니다.
차근차근 대미지가 누적되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레온이 소리쳤다.
“이제 다들 빠져!”
갑작스레 후퇴를 명령하는 레온.
핀치에 잘 몰아붙이고 있는 순간에 무슨 명령인가 싶었지만.
바포메트에 근접해 있던 세 소환수들은 레온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헐레벌떡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슈우우웅!
퍼퍼퍼펑!
쿠콰가가!
그리고 다음 순간.
동시에 그들이 서있던 자리를 허공에 떠오른 돌무더기와 바람으로 된 무형의 칼날들이 헤집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캐스팅이 완료된 땅땅이와 피르호크의 스킬들이 날아든 것이었다.
일전에 사용했던 바위 폭풍과 윈드 커터의 연계기가 바포메트에게 선사되고 있었다.
키에에!
바포메트의 전신에 생채기가 늘어나고 있었다.
한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피융!
피융!
그 혼란한 와중에 레온의 화살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안구! 인중! 명치! 심장! 낭심! 항……!’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온은 보이는 급소마다 화살을 정확히 박아 넣고 있었다.
어느새 숙련도가 경지에 다다른 것이었다.
어찌 보면 그의 뛰어난 동체 시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무기가 활이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때.
레온이 연신 활시위를 당기다가, 갑작스레 허공에다 대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너도 충전됐으면 바로 쏴!”
그러나 그건 혼잣말이 아니었다.
-알았다! 좀만 기다려라, 새 주인!
바로 파크에게 하는 명령이었다.
-충전율 97%!
-충전율 99%!
-충전 완료!
파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의 주위에 떠올라 있는 네 개의 비트 판넬이 새하얀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고.
곧이어.
지이잉!
지융!
피융!
효과음과 함께 비트 판넬에서 한 줄기의 섬광들이 난사되기 시작하였다.
비트 판넬의 스킬 설명에 적혀 있던 것처럼 정말로 요격, 그 자체였다.
광선에 적중당하기 시작한 바포메트가 여태껏 내지른 것 중에 가장 큰 비명을 쏟아 내었다.
키에에에에!
그러자 레온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녀석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체력 바를 훑어보았다.
‘오호!’
그러곤 감탄을 토해 냈다.
상당한 대미지가 들어가 있었던 탓이었다.
그러던 그때,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빛 속성 공격으로 인해 바포메트 JR에게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바포메트 JR가 서리 광선에 적중당했습니다. 바포메트 JR에게 둔화 효과가 적용됩니다.
이렇듯 바포메트가 추가 대미지를 입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포메트와 같은 악마형 몬스터는 빛 속성 공격에 상당한 추가 대미지를 입었는데.
비트 판넬에 아이템 빙의를 시도하여 획득한 추가 효과가 바로 비트 판넬의 공격이 빛 속성 공격으로 치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템 빙의]
토템 터렛 ‘비트 판넬’
-섬광 공격이 빛 속성 대미지로 가해집니다.
바포메트는 스켈레톤이라고 무시하고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다.
레온이 내심 쾌재를 불렀다.
‘좋아!’
바포메트의 전신에 선명하게 늘어나는 상처들.
그리고 과연 0으로 만들 수 있을까 했던 막대한 체력 바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 전투에 돌입할 때만 하더라도, 일반 바포메트와는 다르다고는 하나.
그래도 유저들 사이에 악명이 자자한 이 녀석을 상대가 가능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30분, 50분.
시간이 흘러가며 레온이 이대로 끌어가기만 하면 생각보다 쉽게 풀릴 것 같다고 생각하던 그때.
레온 파티의 파상 공세에 정신을 못 차리던 바포메트가 그러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 일순간 진득한 살기를 내뿜었다.
키에엑!
그러곤 낫을 다시 움켜쥐고 소환수들에게 맹렬한 반격을 쏟아 내기 시작하였다.
크에에에!
쐐애애액!
콰가가가가!
바포메트가 횡으로, 종으로, 사선으로 사람의 몸체만 한 거대한 낫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귀를 괴롭히는 파공음과 함께 그에 비례한 수많은 참격들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우왓! 이 양고기 제법이다낭!
그 절륜한 파괴력에 전면에서 싸우고 있던 세 소환수들은 모두 억 소리를 내며, 하던 공격을 모두 멈추고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거리를 벌린 바포메트는.
쿵!
갑작스레 낫을 머리 위로 치켜들더니, 그대로 지면에 큰 소리를 내며 내리찍었다.
지이잉!
그 순간 효과음과 함께 심상치 않은 이펙트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슈우웅!
슈우웅!
‘소환진?’
지면에 십여 개의 소환진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취이익!
그리고 이내 그 소환진 속에서 바포메트의 흉물스러운 수하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들을 확인한 순간 레온이 얼굴을 구겼다.
‘으웩.’
한데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거대한 곱등이 형체의 몬스터들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이브 크리켓]
마기의 영향을 받아 거대화된 곱등이 몬스터.
대륙의 몬스터 학자들이 꼽은 가장 흉물스러운 몬스터 랭킹 1위로 꼽힌 바가 있다.
공격력과 체력은 수준 미달이지만, 사망 시 대량의 알을 내뿜는 탓에 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던 그때.
염소 특유의 눈동자를 희번덕이던 바포매트 주니어가 연이어 또 다른 스킬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휘이이!
-어, 어랑?
마루가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는 주위를 연신 훑어보기 시작했다.
-얘 어디 갔낭?
갑자기 한순간에 싸우고 있던 몬스터가 눈앞에서 사라져 있었다.
한데 그때.
전혀 다른 곳에서 또 당황에 찬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따닥?
끼루!
그건 바로 멀찍이 떨어진 최후방이었다.
끼에에에!
놀랍게도 땅땅이와 피르호크의 눈앞에 바포메트가 떡하니 나타나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이동 스킬인 블링크를 사용한 것이었다.
블링크는 엄청난 거리를 순식간에 좁힐 수 있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상당한 고위 스킬이었다.
-이, 이잇!
마루는 곧장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아우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깨닫고 달려가려 했지만.
키리릿!
소환된 케이브 크리켓 무리가 재빠르게 그런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그와아앙! 꺼져랑!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뱉으며 전신에서 맹렬한 독기를 방출하기 시작하였다.
일순간 베넘 슬래셔를 사용할 때보다 더욱 짙은 녹색빛의 기운이 전신에서 폭사되었다.
[독기폭발]
체내에 잠들어 있는 독기를 외부로 폭발하듯 방출합니다.
-첫 스킬 시전 시, 반경 2M에 있는 모든 적들에게 독성의 충격파를 방출합니다.
-15분 동안, 독기는 시전자의 신체 주위를 계속 맴돌며 닿는 적에게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입힙니다.
-케이브 크리켓 1을 처치하였습니다.
-케이브 크리켓 2를 처치하였습니다.
-케이브 크리켓 3를 처치하였습니다.
(……중략……)
곧이어 대미지를 이기지 못한 케이브 크리켓들이 한 줌의 독물이 되어 흘러 버렸다.
일거에 잡몹들을 처리한 마루가 다급하게 발걸음을 돌렸지만.
-어랑?
이내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눈앞에 전혀 생각지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던 탓이었다.
키, 키에에, 엑!
무슨 이유에선가 바포메트가 땅땅이와 피르호크에게 낫을 치켜든 그 상태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그러던 그때, 공간에 레온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후, 역시 사용할 수 있었구먼.”
레온은 녀석이 블링크 스킬을 사용할 줄 알고 있었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레온은 이미 바포메트가 지니고 있는 스킬들에 대한 정보는 꿰고 있었다.
다른 길드들의 트라이가 계속 되었던 만큼, 바포메트에 대한 정보들은 상당히 풀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중에 가장 까다로운 스킬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 블링크 스킬이었다.
그래서 레온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이이잉!
그러고 보니 바포메트의 발밑에 일렬로 십여 개의 토템 터렛들이 무형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몬스터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지닌 토템 터렛 ‘그래비티 필드’였다.
[토템 터렛, 그래비티 필드]
적 몬스터가 설치해 놓은 정확한 위치에 도달하였을 때, 1.5초의 속박을 걸리게 한다.
-10개까지 중첩 가능.
-속박이 풀리고 난 후, 같은 몬스터에게 30분간 사용 불가.
[아이템 빙의]
토템 터렛, 그래비티 필드.
-속박 상태에 걸려 있는 동안, 평타 공격을 불가하게 만든다.
바포메트는 레온이 예상한 위치에 딱 맞추어 이동하여 있었다.
궁지에 몰리면 언젠가 후방에 있는 자신과 소환수들을 잡으러 올 것이라 예감했는데, 딱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
시전 시간이 남아 버둥거리는 녀석을 바라보며,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꺼냈다.
“후후,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빠져나갈 때는 아니란다.”
끼, 끼에에!
녀석이 처참한 신음성을 쏟아 내었다.
“조져!”
완전히 움직임이 봉쇄된 녀석에게 레온과 소환수들의 총공세가 퍼부어졌다.
쿠우웅.
그렇게 1시간여의 밀고 당기기 끝에 결국 대미지가 누적된 바포메트의 몸이 허물어져 갔다.
띠링.
띠링.
띠링.
레온의 귓전에 효과음이 울려퍼지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바포메트 JR을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중략……)
그렇게 꽤나 강적이었던 바포메트를 쓰러뜨리고 난 잠시 후.
-하하, 별것도 아닌 녀석이 까분다낭!
마루가 한껏 콧대를 치켜세우며, 소환수들 사이에서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된 듯싶었다.
-으응? 근데 주인 뭐 하낭?
마루가 성공적으로 끝마쳤음에도 평상시와 달리 조용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주인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을 건넸다.
자신의 주인은 쓰러진 바포메트의 시체에 손을 뻗고는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크에에에에!
갑작스레 끔찍한 비명 소리가 전장에 쏟아졌다.
-뭐, 뭐낭?
마루가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분명히 자신들이 쓰러뜨렸던 바포메트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허물을 벗어 던지고 자신들처럼 뼈만이 남은 상태로 말이었다.
순간 레온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보스 몬스터 스켈레톤의 뼈의 정수 채취를 실패하였습니다.
-실패 패널티로 ‘본 바포메트 JR’가 등장합니다.
“하하! 됐다!”
한데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음에도, 레온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이 결과를 원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었다.
파바밧!
크롸아아!
그와 동시에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본 바포메트 JR가 마루와 소환수들을 향해 낫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힘겹게 공격을 피하면서, 마루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야, 이 미친 주인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