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43화 (143/332)

# 143

* * *

-으우…….

마루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면에 엎어져 연신 꿈틀거리고 있는 거대한 마루의 거체에 군데군데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레온의 폭풍 ‘앉아’와 주먹 찜질이 콜라보를 이루며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 모습을 눈을 가늘게 뜬 채, 지그시 바라보던 레온은 이내 혀를 차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오, 진짜 곧 전투만 안 벌어졌으면 정말 날 잡는 건데.’

아마 마루가 레온이 지금 하는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면, 푸르딩딩한 몸체가 새하얗게 질려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레온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소환수들은 단 한 번도 반항을 한 적이 없건만, 마루 저놈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틈만 나면 기어오르기 일쑤인 것이다.

자꾸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설마 뭐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마루만이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레온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흐흑, 너무 아프다낭. 상처를 치유해 줄 사람이 어디 없낭.

‘저런 녀석이 무슨.’

눈앞에서 덩치에 맞지 않게 훌쩍이는 소리를 내고 있는 마루의 모습을 보니, 그런 의심이 싹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소환수 정보.”

레온은 의심을 던져 버리며, 베넘 본 펜리르로 진화한 녀석의 새로운 스텟 창을 눈앞에 띄워 보았다.

그러자.

‘오오!’

언제 그랬냐는 듯, 레온의 표정이 대번에 환하게 밝아졌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감탄사만 계속 연발했다.

[마루]

레벨 140 / 베넘 본 펜리르 / 진화 가능 / 한계 레벨 240

분류 : 언데드

등급 : 영웅

힘 1,130 민첩 1,070

지혜 420 체력 1,105

생명력 74,400 마력 32,350

(……중략……)

보유 스킬

1. 약자멸시(패시브)

2. 독 내성(패시브)

3. 약육강식(패시브)

4. 풍인조風刃爪

5. 독화조毒華爪

6. 거대화

7. 베넘 슬래셔

8. 독기폭발

9. 광폭화

(……중략……)

‘아니, 이런 미친 스텟을 보았나.’

레온이 놀라고 또 놀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루의 상태 창은 ‘영웅’ 등급의 소환수다운 위엄을 한눈에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근접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혜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하늘을 뚫을 것처럼 높은 수치들.

드디어 레온의 수중에 천 단위에 돌입한 스텟을 지닌 소환수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레온은 잽싸게 계산을 해 보았다.

‘이 정도의 스테이터스라면…….’

마루의 일반 평타 공격력만 해도 웬만한 고위 소환수의 스킬이 가하는 대미지와 비슷할 듯했다.

게다가 그뿐이 아니었다.

레온은 스텟들을 훑어보다가 다음으로 스킬 목록으로 넘어간 후, 이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속으로 작게 신음성을 토해 내며 생각했다.

‘크으, 원래 가지고 있던 스킬들은 모두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새로운 스킬들만 더해졌구나!’

그의 말대로였다.

마루가 원래 지니고 있던 거대화 같은 꿀 스킬들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거기에 새로운 스킬들만 더해져 있었던 것이다.

사실 진화를 하기 전에 조금 우려했던 것이 바로 그 점이었다.

혹여나 진화를 시키면 기존의 스킬이 사라지고 하나도 남김없이 완전히 싹 바뀌어 버리지 않을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루의 진화는 레온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순간 레온의 가슴속에 한 가지 마음이 타올랐다.

그건 바로,

‘얼른 써 보고 싶다!’

마루를 한시라도 빨리 전투에 집어넣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데 그때.

두드드드.

-으, 으응? 주인아.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마루의 말처럼 저 멀리서 심상치 않은 소음이 귓전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듣자, 레온은 마루에게 대답은 않고, 입꼬리만을 슬쩍 말아 올렸다.

그러곤 눈을 빛냈다.

‘온다……!’

그 소리는 미궁 속으로 깊숙이 들여보냈던 토템 터렛들이 바퀴를 굴리며 레온에게로 돌아오고 있는 소리였던 것이다.

신이 그의 바람을 들어주기라도 한 것인지, 정말 시기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순간 레온이 스킬을 시전했다.

“레이즈 스켈레톤!”

슈웅!

슈웅!

전투에 사용할 포탑과 토템 들은 모두 미리 준비를 마쳐 놓았기에, 레온은 전투용 소환수들을 모두 소환했다.

단단이, 땅땅이, 피르호크, 너클즈에 더해 중간중간 만들어 놓았던 고기 방패로 쓸 스켈레톤들까지.

해골 지배 스킬로 동시에 소환 가능한 한계치만큼 모조리 소환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착.”

처척-.

장시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힐러 스켈레톤 슈트를 꺼내어 바로 장착했다.

그러자 곧이어 투구의 눈 틈새로 특유의 선홍빛 안광이 번뜩였다.

‘좋아, 와라!’

드드드드!

쐐애애애!

치르르르!

이제는 소음이 정말 지척까지 가까워졌다.

드디어 레온의 눈에 되돌아온 토템 터렛들의 모습이 확인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와!’

레온이 놀란 반응을 만들었다.

타다다다닷!

치르르르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토템 터렛들의 등 뒤로 몰려오는 군집한 몬스터 무리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많다는 표현도 부족했다.

차라리 새까맣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통로를 수북이 채운 몬스터들이, 토템 터렛들을 뒤를 쫓아 이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몬스터의 종류는 두 가지였다.

아까 보았던 킬러 맨티스와 헌터 플라이였다.

[헌터 플라이]

레벨 : 113

분류 : 곤충형

등급 : 희귀

마기의 영향을 받아 거대화된 곤충형 몬스터.

체내에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어, 날갯짓과 함께 독소를 분출한다.

아까부터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소름끼치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소리의 정체는, 바로 초대형 파리가 만들어 내는 날갯짓 소리였던 것이었다.

순간 레온은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으으, 사마귀랑 파리야? 극혐이다, 정말.’

대형 사마귀와 대형 파리가 미친 듯이 달려드는 모습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그러던 그때.

키에에!

끄르륵!

퀴에!

달려오던 몬스터들이 괴성을 내뱉으며 레온을 인식했다.

이윽고 몬스터들이 토템 터렛들이 아닌 레온의 무리에게로 표적을 바꾸었다.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쏘아 내는 수많은 살기가 하나로 겹쳐졌다.

심약한 자라면 이 흉측하기 짝이 없는 광경과 더불어 압박감에 줄행랑을 치고 말리라.

하지만.

그렇게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몬스터 웨이브를 앞에 두고도, 레온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고 있었다.

겉모습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레온은 전혀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후후.’

오히려 내심 두근거려하고 있었다.

‘다 쏟아 내 주마!’

그도 그럴 것이 거의 처음으로 여태껏 얻은 힘을 전부 사용하게 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눈에 이채를 띤 채, 정령왕의 바람살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이어.

철컥-.

한구석에 만들어 놓은 개틀링 보우 포탑에 바람살을 그대로 꽂아 넣었다.

그가 여러 포탑들 가운데 개틀링 보우 포탑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 미궁 던전은 거대한 포탑을 만들기에 부지가 적합하지 않았던 데다가, 다른 대형 포탑들은 그만큼 시간을 많이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공간에서 개틀링 보우 포탑만큼 대규모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데 최적화된 포탑이 없었다.

철컹-.

철컥-.

일전에 암살자들을 상대했을 때처럼, 포탑과 활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던 그때.

따닥!

-주인! 쟤네 잡고 싶다! 보내 줘낭!

단단이와 마루를 필두로 한 근접 전투를 담당하는 소환수들 또한 한시라도 빨리 내보내 달라고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무슨 이유에선가 공격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인마, 너희 지금 가면 휩쓸려 죽어.’

그가 미리 계획해 둔 무언가가 펼쳐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드드드!

웨에에엥!

여러 통로에서 빠져나온 몬스터 대군이 공간을 잠식하며, 레온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놈들이 레온에게서 2~3M 정도를 사이에 두게 된 그때.

파밧.

파바밧.

갑자기 땅속에서 죽순처럼 수십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지면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바로,

-헤헤, 안녕?

레온이 미리 심어 두었던 토템 터렛이었다.

미리 빙의해 두었던 파크가 천진난만하게 인사를 건넴과 동시에.

꽈앙-!

콰아아앙!

퍼퍼펑!

연쇄적으로 대규모 폭발이 이어졌다.

끄에에!

키이엑!

폭발에 휩쓸린 몬스터 무리들이 비명을 쏟아 냈다.

끝도 없이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나면서, 통로 안에는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고소한 냄새가 퍼져 나갔다.

띠링.

띠링.

-헌터 플라이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킬러 맨티스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중략……)

‘좋았어!’

레온이 내심 쾌재를 불렀다.

일전에 사용했던 유도형 폭탄과 달리, 제자리에서 대형 폭발을 일으키는 스파크-마인은 광역 대미지를 가했다.

[토템 터렛, ‘스파크-마인’]

지뢰형 토템 터렛, 스파크-마인을 설치합니다.

설치한 토템 터렛은 그 즉시 설치 지점의 땅속으로 모습을 감춥니다.

적이 해당 지점을 밟는 즉시, 폭발을 일으켜 대미지를 입힙니다.

한 번의 폭발로는 처치하기에 대미지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그걸 레온이 감안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일부러 다량을 설치해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게끔 해 두어, 해일처럼 폭발이 발생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주인!

그러던 그때, 몸이 달은 마루가 레온을 바라보며 명령을 바랐다.

그러자 레온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바로 진격 명령을 내렸다.

“마루, 거대화! 모두 돌격!”

투다다다!

레온의 말이 끝나자, 레온의 모든 소환수들이 살기를 뿜어내며 엉망진창이 된 적 몬스터들에게로 달려 들어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진화를 끝마친 마루였다.

마루는 거대화한 몸이 이전보다 서너 배는 더 커져 있었다.

끼루!

-다 죽인다낭!

그러자 레온이 슬쩍 큰 소리로 주의점을 내뱉었다.

“토템의 효과 영역에서 벗어나지 말고! 잘 조절해 가면서 싸워!”

그의 말에 모든 소환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의 말을 듣고 나니, 정말 이곳저곳에 말뚝의 형상인 토템들이 박혀 있었다.

[스톤클로 토템]

주변의 모든 아군에게 대미지를 흡수해 주는 보호막을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시어링 토템]

주변의 모든 아군의 공격에 불 속성 대미지를 부여한다.

근접 전투를 하는 소환수들을 위해, 사용한 토템들이 먼저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스톤클로 토템이 제공하는 보호막 덕택에 단단이는 생각보다 훨씬 잘 버텨 내어 주고 있었고.

-그라라! 주거랑!

곤충형 몬스터들에게 추가 대미지를 입히는 불 속성을 얻은 마루가 벌레들을 깡그리 학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좋아, 이제 캐스터 소환수들을 챙길 차례!’

근접 소환수들을 살피고 난 레온이 지체 없이 피르호크와 땅땅이의 스킬 연계를 사용했다.

“바위 폭풍!”

“윈드 커터!”

[윈드 커터]

바람의 칼날을 광범위의 적에게 쏟아 낸다.

육중한 돌 더미가 흩날리는 가운데 바람의 칼날들이 합쳐지자, 적중당한 몬스터들이 짓이겨짐과 동시에 여러 갈래로 토막 나며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두 스킬이 합쳐지며 엄청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세 가지였다.

마지막 토템인 천벌의 토템의 효과가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벌의 토템]

주변의 모든 아군의 주문 공격에 추가 대미지를 부여한다.

순간 레온은 기관총처럼 화살을 쏘아 대고 있었다.

저렙 시절에 광역 공격기가 없다고 슬퍼했던 것이 어제 같은데.

이제는 수없이 많은 광역 공격기들로 몬스터들을 해치우고 있자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으하하하! 다 뒈져라!”

레온은 소울코인을 얻겠다는 목적은 잠시 잊어버린 채, 흰자위를 번뜩이며 몬스터들을 싹쓸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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