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42화 (142/332)

# 142

그러나 잠시 후.

레온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아오, 답답해.’

1성이라는 가장 낮은 수준의 영혼인 탓일까.

-오로지 진리는 마몬뿐.

그의 거듭된 질문에도 영혼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잘 이해시키기 위해 온갖 손짓 발짓을 해 가며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녀석은 레온의 그러한 노력에도.

-그렇다, 찬송에 율동을 곁들이면 무척 기뻐하신다.

라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덧붙일 뿐이었다.

그에 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으로 생각했다.

‘됐다. 그래, 내가 알아서 알아보면 될 것 아냐.’

레온은 녀석의 도움을 받는 것을 포기하였다.

그러곤 한 손으로 턱을 짚은 채, 대책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방법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끄응, 생각나는 건 역시…….’

아무리 머리를 바쁘게 굴려 보아도 떠오르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저, 레온 님.”

‘으응?’

뒤편에서 누군가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레온이 슬며시 고개를 돌리자, 똑같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이른과 요세프가 있었다.

레온과 눈이 마주치자, 하이른이 말을 이었다.

“……아까부터 혼잣말을 뭐 그리 길게 하십니까?”

그의 말에는 걱정스러운 감정도 섞여 있었다.

‘혼잣말?’

그러자 레온은 그의 말에 흥미롭다는 기색을 내비치며 대답했다.

“……너희 얘 안 보여?”

레온이 슬쩍 손가락으로 영혼을 가리키자.

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휴, 레온 님, 역시 너무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 헛것이 보이시나 본데, 숙소에서 좀 쉬고 오시죠.”

‘어라, 이것 봐라?’

녀석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들에게는 제임스의 영혼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레온은 꽤나 기분 좋은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먼 NPC에게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유저들도 영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건 분명 활용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은 언젠가 요긴하게 사용할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처척.

레온이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숙소로 가십니까?”

“아니,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

소울코인을 얻을 방법을 찾으러 떠나려는 것이었다.

레온의 말에 두 사람이 얼굴의 대번에 환하게 변화했다.

그들의 속마음이 훤히 보였다.

‘헤헤, 자유 시간이냐?’

‘하아, 이제야 발 뻗고 쉴 수 있겠다.’

한데 두 사람이 그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레온이 S등급 설계도를 만드느라, 애를 쓰던 시간들이 두 사람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원래 레온의 스케줄은 채광 시간, 포탑 건설 시간, 취침 시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가 설계도에 모든 시간을 올인하게 된 것이었는데, 거기서 발생한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레온이 그들이 포탑을 짓고 있는 공간에서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고통스러워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생각해 보라, 사장이 옆에서 떡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알바생이 있겠는가.

밤새 한자리에 서서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다.

한데 그런 와중에 레온이 잠시 떠난다니, 듣던 중에 반가운 소식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며, 말을 건넸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쉴 때는 쉬어야죠.”

“푸욱 쉬시다 오십시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터턱.

순간 레온이 걸음을 멈추었다.

스윽.

그러더니 그대로 뒤를 돌아보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는 두 사람에게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리며 한마디를 꺼냈다.

“나 지금 포탑 총 몇 개 완성됐는지 다 기억한다? 돌아와서 확인할 거야. 농땡이 피웠으면…… 알지?”

그러면 그렇지, 레온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떠날 리가 없었다.

싱글벙글하던 두 사람의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단숨에 시름에 잠겼다.

* * *

촤아악!

레온의 검이 날카롭게 휘둘러졌다.

취이크!

그러자 소름 돋는 비명과 함께 레온의 검에 직격당한 무언가의 몸체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쿠웅.

그건 바로, 거대 사마귀 몬스터인 킬러 맨티스였다.

[킬러 맨티스]

레벨 : 107

분류 : 곤충형

등급 : 희귀

마기의 영향으로 거대화된 곤충형 몬스터.

변이되며 낫처럼 생긴 앞 다리가 강철도 잘라 버릴 만큼 날카롭게 변화하였다.

이곳은 ‘미궁 던전’ 1층의 초입부였다.

그랬다. 레온은 외곽 지대를 떠나 근방에 있는 사냥터로 향했던 것이었다.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소울코인을 획득할 방법은 몬스터 사냥밖에는 딱히 없었다.

띠링.

띠링.

그때 효과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킬러 맨티스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그 시스템 메시지 중에 소울코인을 얻었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

한데 레온은 조금도 실망한 눈치가 아니었다.

스윽.

그는 자연스레 몸을 숙이더니, 몬스터의 시체로 손을 뻗었다.

그러곤 몬스터의 입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어느새 분홍빛을 발하는 동전 하나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놀랍게도 그건 분명 소울코인이었다.

생각보다 단순하게 몬스터를 잡으면 소울코인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스틱스강을 건널 뱃삯으로 쓸 동전을 시체의 입안에 넣어 주었다던데, 아무래도 거기서 모티브를 따온 모양이었다.

한데 그때,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꺼냈다.

“방법을 알아낸 것까지는 좋은데 말이지…….”

-10 소울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그가 코인을 손에 얻자 새롭게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는 울상을 지으며 이어 말했다.

“……이건 너무 짜잖아.”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드롭되는 소울코인이 너무 적었던 탓이었다.

고작 10 소울코인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이 녀석을 열 마리를 잡아야, 1성을 얻은 최하급 캡슐과 바꿀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해 몬스터를 잡고 난 후.

레온은 소울코인을 어떻게 얻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몬스터의 시체의 입 부분에서 분홍빛이 넘실거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 여태껏 여러 마리의 몬스터들을 처치해 낸 후, 레온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1. 레벨이 더 높고 등급이 더 높은 몬스터일수록 더 높은 소울코인을 드롭한다.

2. 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 양은 무척이나 짜다.

순간 레온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꺼냈다.

“휴, 역시 일반적인 사냥으로는 한참 걸리겠어.”

그의 말처럼 지금처럼 평범하게 사냥을 했다간 샤와푸흐가 예고한 시점을 훌쩍 넘겨 버릴 듯했다.

그러자 순간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위험하더라도 어쩔 수 없겠군. 무리일지라도 생각해 둔 방법을 사용해 보는 수밖에.’

곧이어 맘을 먹은 듯한 레온이 비장한 표정으로 스킬을 시전했다.

“토템 터렛 소환, ‘어그로-23’.”

그때 레온이 새로운 토템 터렛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슈웅!

슈웅!

역시나 한두 마리가 끝이 아니었다.

소환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곧이어 십여 마리가 넘는 토템 터렛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며 레온이 조금은 긴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쩝, 이 정도면 거의 이곳이 꽉 찰 정도로 몬스터들을 끌고 오겠는데?’

[토템 터렛, ‘어그로-23’]

도발형 토템 터렛, 어그로-23을 설치합니다.

설치한 토템 터렛은 빠른 속도로 던전 내부를 주파하며, 발견한 적들을 도발하여 최초 설치 장소로 데리고 옵니다.

그가 소환한 토템 터렛은 일명 몹 몰이를 담당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던전 내부를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며 만나는 몬스터들을 도발하여 그에게 데려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토템 터렛들에게 임무를 하달했다.

“자, 너희들의 임무는 각자 알고 있겠지. 가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드르르!

미궁의 여러 통로들로 토템 터렛들이 바닥에 달린 바퀴를 굴리며 빠른 속도로 진입해 들어갔다.

저 정도의 숫자라면 돌아올 때, 정말 엄청난 양의 몬스터들을 데리고 오리라.

누군가 지금 레온의 행위를 보았다면, 백이면 백 자살행위를 했다고 말했을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몬스터들을 대량으로 도발해 오는 것은 파티 플레이에서나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중급 혹은 고급 캡슐을 얻으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 돼.’

지금 자신은 막대한 소울코인이 급하게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몬스터들이 엄청나게 쏟아질 거야. 최대한 준비를 해 놓자.’

그러나 레온도 이 계획의 위험도는 알고 있었기에, 토템 터렛들이 돌아오려면 꽤 시간이 걸릴 테니 그동안 만반의 준비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레온은 이곳저곳에 버프 토템들을 설치해 놓고, 이어 전투지원 포탑을 하나 건설해 놓을까 하다가.

‘아!’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그래, 이 기회에 그것부터 해야겠다!’

지금 하면 딱 좋을 일을 떠올린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입을 열었다.

“레이즈 스켈레톤, 마루.”

위잉.

우웅!

-그왕! 불렀낭, 주인아.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면에 소환진과 함께 마루가 앙증맞은 모습을 드러냈다.

레온이 녀석을 탐욕이 넘실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진화부터 시켜야겠다!’

그가 떠올린 것은 바로 마루의 진화였다.

몰려들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 앞서 단언컨대 자신의 소환수 중 가장 강력한 이 녀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주인. 눈빛 이상하다.

영문을 모르는 마루는 그런 레온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녀석이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레온이 명령어를 내뱉었다.

“마루, 진화.”

한데 그의 말이 끝나자,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이 놀라웠다.

-소환수 ‘마루’의 진화 가능 종이 다수입니다.

-진화 가능 종을 모두 표시합니다.

‘진화 가능한 종류가 여러 개라고?’

당연히 한 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던 마루의 진화 형태가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1. [베넘 본 펜리르]

-조건 ‘한계 레벨’ 충족

-영웅 등급 / 진화 가능

2. [역병疫病 워울프]

-조건 ‘독기 흡수’ 충족

-영웅 등급 / 진화 불가

3. [아머드 본 울프]

-조건 ‘실전 경험’ 충족

-유일 등급 / 진화 불가

마루의 진화 가능한 종류는 총 세 가지였다.

레온은 번갈아 살펴보았다.

이름밖에는 정보가 딱히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셋 다 완전히 다른 속성을 지녔을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어떤 루트로 진화를 시킬까 잠시 생각하던 레온은 이내 결정을 내렸다.

그러곤 입을 열었다.

“진화, 베넘 본 펜리르.”

레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루가 순백의 빛에 물들었다.

한데 사실 그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다.

유일 등급인 아머드 본 울프는 바로 탈락이었거니와, 두 영웅 등급의 진화종 중 베넘 본 펜리르만이 한 단계 더 진화가 가능하였기 때문이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이어졌다.

-오잉? 마루의 상태가……!

그러자 환한 빛 속에서 마루의 실루엣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과연…….’

레온이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진화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윽고 뿜어지던 빛이 잠잠해지고 있었다.

띠링.

효과음이 들려왔고, 곧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마루는 ‘베넘 본 펜리르’로 진화했습니다.

‘호오.’

이제 완전히 빛이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마루의 모습에 레온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넘쳐흐르는 기운도 그렇고. 상당히 강력해진 것 같은데?’

이제는 거대화를 사용하지 않아도, 상당한 크기로 변화하였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늠름한 모습이었다.

레온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마루, 너 좀 강력해…….”

한데 그때였다.

-그라라!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마루가 레온의 말을 끊으며, 광소를 쏟아 내었다.

그러더니 이어 레온에게 폭언을 내뱉었다.

-멍청한 주인 놈! 나에게 힘을 돌려주다니!

“……멍청?”

-그래! 넌 멍청이다! 주…… 아니 인간 놈아!

그러자 레온이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며 마루에게 말을 건넸다.

“호오, 아주 좀 있으면 앞다리로 칠 기세다?”

-흥! 못 할 것도 없지! 인간 놈!

진득한 살기를 내뿜으며 마루가 대답했다.

‘이 자식은 분기마다 맞을 짓을 골라 하네.’

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마루를 응시하며 입을 달싹였다.

“앉아.”

그러자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철푸덕!

쿠웅!

-크억!

마루의 거체가 땅바닥에 들러붙듯이 나자빠졌다.

중력이 녀석을 거세게 짓누르는 듯한 형상이었다.

-이, 이건?

“……소환수가 주인에게 감히 거역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판테라의 세계에서 현혹이나 매혹과 같은 상태 이상 마법에 걸리지 않는 이상, 소환수가 주인을 공격하거나 거역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치던 마루는 이윽고 자신이 결코 온몸을 짓누르는 이 힘을 이겨 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마루는 이내 간사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으며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헤, 헤헤. 주인아. 자, 장난이었다.

그러자.

“그래? 그럼 나도 네 몸에 장난 좀 칠게?”

뚜둑.

레온이 굳은 얼굴로 마루에게 다가가며 손을 풀자.

-히익!

마루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미궁 속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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