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이른과 요세프 두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포탑을 건설하러 나왔다.
한데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서 보니 이미 그들보다 레온이 먼저 도착하여 있었던 것이었다.
퀭한 얼굴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한숨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어쩐지 밤새 멀리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더라니.
그들은 밤새 포탑이라도 건설한 것인가 싶었지만, 이윽고 주변을 둘러보니 새롭게 건설된 포탑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포탑을 지은 것은 아닌 듯싶었다.
그들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잠시 후.
하이른과 요세프 두 사람은 포탑을 지으면서도 힐끔힐끔 레온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초조한 눈빛을 띠며 서로를 쳐다보고는 입 모양만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 인간 대체 무슨 일이야?’
‘……나도 몰라.’
그런 그들의 표정에 이제는 의아함과 더불어 약간의 불안함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오늘따라 무언가 레온의 상태가 이상했던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들을 보자마자, 악담을 시작하여 작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갈 때에나 끝이 날 터였다.
한데 그랬던 사람이 오늘은 인사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고, 이어 한마디 말도 없으니. 그들로서는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폭풍전야의 고요인가 싶었다.
‘꿀꺽,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포탑을 대충 만들었나?’
‘왜 저러는 거야, 대체.’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괜히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하이른이 조용히 귓속말을 건넸다.
“……우리 뭐 잘못한 것 없지?”
“……지금 이러고 떠들고 있는 게 잘못이야. 얼른 하던 일이나 하자. 꼬투리 잡히면 큰일 난다.”
“그, 그래.”
레온이 분노했을 때 얼마나 지랄 같은지 알고 있는 요세프는 하이른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러곤 두 사람은 포탑 제작에 열과 성을 쏟기 시작했다.
벌로 또 잠도 못 자고 24시간 채광을 하는 것은 극구 사양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과 달리 레온이 말이 없어진 이유는 그들 때문이 아니었다.
‘흐음,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레온은 간밤에 암살대를 쓸어버리고 난 후 획득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차후의 계획을 재정립하고 있었던 것뿐이기 때문이었다.
레온이 고심하며 침음을 흘릴 때마다, 뒤쪽에 두 사람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한데 대체 레온은 열흘 뒤에 있을 사건을 무엇으로 예상하기에, 이렇듯 밤을 지새워 가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일까.
그때 레온이 자신이 내린 결론을 다시 한 번 되짚었다.
‘……후, 아무리 생각해도 열흘 후에 태양 마을에 발생한다는 일이란 아무리 생각해도 샤와푸흐가 내란을 벌일 가능성이 가장 크단 말이지.’
그랬다. 레온은 놀랍게도 열흘 뒤에 샤와푸흐가 마을 내에서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한데 사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태양 마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제사장의 위치에 있는 그가 그런 짓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온이 이런 예측을 한 것은 샤와푸흐가 달 마을의 힘인 빙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획득한 것에서 기인하였다.
샤와푸흐가 빙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레온이 생각하기에 매우 큰 힌트였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빙의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어. 달 마을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으니까 사용이 가능한 거겠지.’
녀석이 자신처럼 창생의 인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태양 샤먼으로 전직한 이가 달 샤먼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샤와푸흐가 과거에 있었다던 샤먼의 조상처럼 태양과 달의 샤먼의 힘을 모두 손에 넣은 존재는 아닐 터.
그렇다는 얘기는 샤와푸흐는 분명 달 마을과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모습을 감춰 온 스파이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
레온은 자신의 생각을 대입해 보았을 때, 열흘 후 태양 마을의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 마을 내부에서 부제사장 정도 되는 거물이 내란을 발생시킨다면.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을 동시에 맞상대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지금 당장 마을로 돌아가 사실을 알리고 막아 보려 하는 것이 제일 좋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내 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나를 믿어 줄 리가 없지.’
과연 누가 자신의 말을 믿어 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자신을 미치광이로 볼 뿐일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만타를 더한 위기에 처하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었다.
결국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향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결국 제대로 부제사장에게 한 방 얻어맞은 후, 깨닫는 수밖에 없으리라.
‘일단 원투펀치를 맞는 건 어쩔 수 없다면. 그 후에 날아올 스트레이트는 확실히 피하게 해야 해.’
그래서 레온은 당한 후에 어떻게 수습을 할 건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 레온이 자리하던 외곽 지대의 전경을 스윽 둘러보았다.
그러자 일전에 고장 났던 포탑들은 거의 다 수리가 완료되어 있었고, 수많은 새로운 포탑들이 추가로 세워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거의 재탄생된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완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요새와 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다 보고 난 후,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할 수도 있겠어.’
라고 말이었다.
그는 정말로 이곳 외곽 지대와 이곳에 짓는 포탑들이 후일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그때, 레온이 척척 계획을 완료하여 갔다.
‘좋아, 다 정했어.’
그 후 레온은 조금 있다가 만타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계획을 알려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곤 새벽부터 지금까지 지속했던 계획 짜기를 드디어 멈추며, 새로운 행동에 돌입하려 했다.
그건 바로.
‘S등급 포탑을 만들어야겠어.’
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포탑을 짓다 보니, 어느새 설계 스킬의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해 있었다.
그러니 분명 종전의 한계였던 A등급에서 한 단계 상승한 S등급의 포탑을 만들 수 있을 터였다.
한데 사실 보상으로 레온의 영지에 샤먼 전직소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포탑 건설 퀘스트를 생각해 보면 S등급 포탑을 만드는 일은 불필요한 일이었다.
퀘스트 조건에는 S등급 포탑의 건설은 들어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열흘 후에 마을에 변란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 퀘스트를 해결하는 것 또한 한참 후로 미루어졌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 마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판국이니까 말이었다.
지금 퀘스트에 맞추느라 낮은 등급의 포탑들을 추가할 때가 아니었다.
이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분명히 A등급보다 강력한 포탑이 있어야 했다.
A급도 물론 뛰어난 것은 맞았지만, 결정적인 화력이 조금은 부족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여태껏 그렇게 많이 시도를 했음에도, S등급의 설계도가 나온 적이 없으니까 말이었다.
너무 강력하게 설정하면 S등급을 초과하는 포탑들의 설계도가 제작되는 듯했고, 조금 낮추어서 설정하면 A등급이 나와 버렸다.
기준을 맞추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이다.
바로 실행에 옮기기에 앞서 레온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친구에게 몹쓸 짓을 한 번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쩝, 일단 브룩에게 돌아가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을 해줘야겠군.’
본래 일정보다 좀 늦게 귀환할 것 같다고 브룩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숲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금방 돌아올 것처럼 얘기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었다.
‘그, 그래도 물주 역할은 계속하고 있으니까 봐주겠지……?’
그는 네기가 올리는 영상을 통해 들어오는 돈을 꾸준히 영지에 투자하고 있었다.
하지만 물론 브룩이 그런 것으로 봐줄 리 없었다.
-야, 이 XX아!
과중된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브룩은 쌍욕을 쏟아부었다.
잠시 욕받이 무녀로 전직을 했던 레온은 그 다음부터 S등급 설계도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S등급을 얻을 때까지, 나에게 잠은 없다.’
라고 말이었다.
다시 한 번 극강의 노가다 정신을 불태우는 그였다.
……한데 그 과정에서 생각지 않게 고통을 받는 다른 이가 생겨나 있었다.
* * *
허 주임은 모니터 속의 한 유저를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저 미친놈은 왜 로그아웃을 안 해?’
허 주임의 머리는 떡이 져 있었고, 눈가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콘텐츠 관리팀이 조사에 들어가자, 곧이어 레온이 히든피스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가 히든피스 덕에 M의 사도가 되었다는 사실에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그의 실수가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된 것까지는 좋았다.
한데 이 매정한 파트장은 그래도 어느 정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해당 유저가 로그아웃을 할 때까지 개인 모니터링을 하고 난 후, 보고서를 작성하고 퇴근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자기도 지은 죄가 있으니, 아무 말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허 주임이었다.
한데 그는 점점 시간이 지나갈수록 파트장이 자신에게 엄벌을 내린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저거 인간 맞아?’
벌써 현실 시간으로 13시간이 넘게 지나고 있었거늘, 당최 그만할 기세가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다.
무슨 공장에 돌아가는 기계처럼 계속 설계 스킬만 사용하며 설계도만 뽑아내고 있었다.
이어 허 주임이 시계를 확인하고는 울상을 지었다.
“흑, 나 언제나 퇴근하는 거냐.”
이미 퇴근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난 시점이었다.
이 넓은 모니터링실에 오로지 자신만이 남아 있었다.
한데 더욱 슬픈 것은 이 유저가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 아냐. 저자도 사람인데, 설마 조금 있으면 피곤해서 쉬러 가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 * *
레온이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 대며,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그리고 연이어 밤을 새운 여파로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고 있었다.
‘진짜 더럽게 안 나오네.’
게임 시간으로 거의 이틀 밤낮을 설계 스킬만 미치도록 한 것 같은데, 아직도 S등급 설계도가 나오지를 않고 있었다.
‘……이대로 안 나오면 어떡하지?’
그러자 불안한 생각이 샘솟았다.
하지만 레온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그럴 리 없어, 포기하지 말자.’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킬을 다시금 사용하였다.
“설계!”
이어 미리 생각해 두었던 설정들을 떠오른 시스템 창에 적어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오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차오른 레온이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설계도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S등급 포탑 ‘? 포탑’의 설계도를 획득하였습니다.
“떴다!”
드디어 원하던 S등급 설계도를 획득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