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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39화 (139/332)

# 139

“크윽.”

잠시 후, 암살대장은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꼴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 아홉 명의 부하들이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레온의 소환수들에게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참패를 당한 상태였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된 거지?’

암살대장은 멍한 얼굴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들이 패배한 원인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언덕 위의 탁 트인 공간에서 결계에 갇혀 버리며, 기습과 속도전에 특화된 암살대가 가지는 장점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던 데다가.

최후통첩 포탑의 특수 효과, ‘결계에 갇힌 적에게 가하는 아군의 기본 공격에 추가 마법 대미지를 입힌다.’가 소환수들에게 모두 적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그릉.

순간 어느새 거대화가 되어 있는 마루가 낮게 울리는 흉포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러곤 암살대장을 향해 쩍하고 입을 벌리며,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히익.”

겁을 잔뜩 집어먹은 암살대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신음성을 흘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마루가.

-캬하하, 완전히 겁먹었다낭.

쾌활한 웃음소리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암살대장은 마루를 보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암살대장은 앞서 레온에게 보여 주었던 기세등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한데 그가 그렇게 행동할 만도 했다.

암살대를 박살 낸 최대의 원흉이 바로 마루였던 탓이었다.

‘괴, 괴물.’

녀석에게 죽어 가던 암살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던 것처럼.

마루는 정말 괴물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보여 주었다.

녀석의 발톱과 이빨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참혹한 결과만이 남았다.

어느새 녀석은 레온의 소환수 중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연신 암살대장을 희롱하는 그런 마루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레온은 이내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을 하였다.

그건 바로.

‘끄응, 저 녀석 진화를 시켜 줘야 하는데 자꾸 늦어지네.’ 라는 것이었다.

그는 일전에 마루가 ‘진화’가 가능해졌다는 메시지를 본바가 있었다.

당시에 들뜬 마음으로 바로 진행을 하려 했었지만.

자꾸만 이런저런 바쁜 일이 연이어 생기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다.

‘쩝, 뭐 얼마나 걸린다고. 최대한 빨리 진화를 시도해 봐야겠다.’

레온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이내 펼쳐진 결계로 성큼성큼 이동해 갔다.

스윽.

코앞까지 다가와 그가 손짓하자, 거짓말처럼 암살대들을 가로막고 있던 포탑의 결계가 스르륵 사라졌다.

위잉.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면에서 솟아올랐던 여섯 개의 포탑들이 다시금 지면 안쪽으로 다시금 들어갔다.

최후통첩 포탑은 특이하게도 함정 형태로 발동되는 포탑이었던 까닭에, 비활성화가 되면 이렇듯 땅속으로 모습이 숨겨졌던 것이었다.

처척-.

이윽고 암살대장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레온이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뭐, 결과는 뻔할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시작해 보자.”

레온은 심문을 시작하였다.

“자, 누가 보냈어.”

“…….”

그러나 놈은 묵묵부답이었다.

그에 레온이 못마땅해하며 말을 꺼냈다.

“쯧, 나 죽인다고 난리칠 때는 언제고 왜 이리 조용하냐.”

레온이 뒤쪽에 슬쩍 눈빛을 주자, 마루가 녀석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마루의 송곳니가 암살대장의 얼굴에 닿았다.

꾸욱.

“히익!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마루가 살짝 힘을 주자, 겁에 질린 녀석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딱 보아도 거짓말이 분명했다.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공포에 질렸을 때, 레온이 다음 질문을 꺼냈다.

“샤와푸흐가 보냈지?”

“아, 아니, 윽, 네…….”

거짓말을 할 때마다 마루의 이빨에 점점 힘이 들어가자, 녀석은 점점 더 솔직해지기 시작하였다.

레온이 슬며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봐, 솔직해지니까 얼마나 서로 편해. 뭐 내가 어려운 거 물어보냐.”

레온의 그 말에 ‘너한테나 쉽지, 인마.’라고 말하고 싶었던 암살대장이었지만, 냉혹한 현실에 그러지 못했다.

다음 순간 레온이 이어 말했다.

“그럼 또 쉬운 것 물어볼게.”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의 암살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온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자, 샤와푸흐가 데리고 있는 전 병력과 샤와푸흐의 능력이 뭔지 말해 봐.”

“…….”

아니, 이거 난도가 너무 올라가는 것 아니오.

갑자기 질문의 수위가 확 올라간 탓에 암살대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내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생각한 그는 이윽고 자신의 입에 걸려 있던 자물쇠를 풀어 버렸다.

변심할 이유는 충분했다.

주변에는 부하의 처참한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던 데다가.

아까부터 자신의 볼을 쿡쿡 찌르고 있는 날카로운 이빨에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

결국 NPC도 제 목숨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아무튼 그 후, 암살대장은 순순히 수많은 정보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폭로가 이어질수록, 오히려 이번에는 레온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놈에게서 생각지 않았던 중요한 정보들까지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놈 그래도 꽤나 샤와푸흐에게 신임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샤와푸흐를 비웃었다.

‘이렇게 입이 싼 녀석을 믿다니. 사람 보는 눈부터가 넌 제사장감이 아니야.’

그리고 녀석이 말한 것들을 정리해 보면 이러했다.

1. 열흘 후, 태양 마을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2. 레온이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날에 맞추어 마을에 돌아오는 길목에 암살대가 진을 치고 있을 것이다.

3. 샤와푸흐는 태양 마을의 샤먼임에도 불구하고, 빙의를 사용할 수 있다.

놈이 쏟아 낸 정보들을 정확히 머릿속에 되새긴 레온은 빠르게 마지막 단계를 속행했다.

“그래, 이게 끝이라 이거지?”

“넵.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렸습니다.”

속이 후련해하는 녀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는 이제 그럼 가도 되겠느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어진 레온의 말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레온은 난데없이 그에게 유언을 남기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에 암살대장이 어리둥절해하며 다급히 말했다.

“마, 마지막 말이라뇨. 물어보는 질문에 다 답했지 않습니까! 살려 주셔야죠!”

그러자 레온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어라? 난 대답하면 살려 준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레온의 말이 끝나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던 암살대장은 노기로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이내 화를 쏟아 내었다.

“이, 이 쓰레기 같……! 크억!”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마루의 마무리 공격에 묻히고 말았다.

사실 레온은 처음부터 녀석을 살려 줄 생각이 없었다.

레온 자체가 후환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애당초 살려 줄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 잠깐은 암살대를 생포한 김에 마을로 데리고 가, 자신에게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말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분명 원흉인 샤와푸흐는 그렇게 한다 한들 모른 채로 일관하며, 달 마을의 소행으로 넘겨 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레온은 한손으로 제 턱을 짚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흐음.’

녀석이 쏟아 낸 정보를 다시금 되새기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열흘 후, 태양 마을에서 큰일이 벌어진다라…….’

열흘 뒤에 발생할 모종의 사건에 대한 일을 미리 알아차린 것이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저 큰일이란 것에 만타가 얽혀 있으리라는 사실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걸까.’

잠시간 생각에 빠져 있던 레온은 이내 그쯤에서 생각을 마무리하였다.

벌써 동이 터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단 외곽 지대로 돌아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외곽 지대가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던 그때.

‘흠, 잠깐.’

갑작스레 눈을 빛낸 레온이 암살대들의 시체를 뒤적이기 시작하였다.

‘혹시 모르니, 일단 챙겨 두자.’

그러곤 잠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언덕을 벗어나고 있었다.

* * *

서울 근교에 자리 잡고 있는 판테라를 만들어 낸 초거대 기업, NT의 본사 빌딩.

그 건물의 지하에는,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거대한 모니터링실이 존재했다.

그곳에는 수백이 넘는 인력들이 각자 자신의 모니터를 지켜보며, 그 속에 비친 판테라의 수없이 많은 사항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으으, 죽을 것 같아.”

“흐흑, 난 눈이 빠질 것 같아.”

“뭔 놈의 게임이 변수가 왜 이리 많은 거야.”

안타깝게도 그 직원들의 대부분은 피곤에 찌든 좀비 몰골을 하고 있었다.

판테라의 세계가 워낙에 방대하고 이용자의 수가 많다 보니.

수백이라는 인력이 많은 것 같지만, 실상은 부족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었다.

한데 그때.

“……저, 파트장님.”

그렇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직원 중 한 명이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모니터링실을 관리하는 파트장을 찾았다.

파트장 주유리는 자신을 찾은 허 주임을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죠, 허 주임?”

그런 그녀의 표정은 살짝 굳어 있었다.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 허 주임이 일을 못 하기로는 회사 내에서 손꼽히는 작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아, 또 뭐냐.’

게다가 이렇게 불쌍해 죽겠는 표정으로 왔을 때는 백이면 백, 대형 사고를 치고 오는 경우였다.

그리고 역시나.

이어진 허 주임의 말은 그녀를 식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저, 큰일 났습니다. 아무래도 M의 사도 두 명이 서로 맞붙을 것 같습니다.”

‘뭐?’

허 주임의 말에 파트장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그녀가 이내 되물었다.

“아니, 그게 말이 돼요? 그들은 각자 직업 퀘스트가 서로 반목하게 만들어져 있지가 않을 텐데?”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 M의 사도가 이곳에 있을 수가 없는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녀는 허 주임의 말에 기가 찰 뿐이었다.

무궁무진한 자유도가 주어지는 판테라라는 게임의 특성상, 유저의 행동에 따라 게임의 판도가 변할 수도 있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그렇기에 모니터링 파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였다.

한데 이 시점에 M의 후예들이 맞붙는 것은 회사가 슈퍼컴퓨터로 돌리는 시나리오에 전혀 예상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이렇게 예측되지 않은 일이 발생할 때는 메인 시나리오의 방향이 변경될 정도로 거대한 파장을 불러오는 일이 되곤 하였다.

순간 그녀가 속으로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콘텐츠 관리팀에 말부터 해 줘야겠어.’

그러곤 허 주임에게 말을 꺼냈다.

“그 새롭게 나타났다는 유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찰 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풀타임으로 모니터링하세요!”

“네엡!”

허 주임이 헐레벌떡 뒤로 돌아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러자 그녀가 그의 뒤통수에 대고 다급하게 질문을 건넸다.

“잠깐만요! 그 새로 등장한 M의 사도 유저의 아이디가 뭐죠?”

“아, 그게…….”

그러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곰곰이 떠올리던 허 주임이 이내 손뼉을 치며 아이디를 말해 주었다.

“……아, 맞다! ‘레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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