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38화 (138/332)

# 138

사실 암살대장은 이번 임무를 우습게 생각하며 왔다.

머릿속에는 온통 임무를 완수하면 받는 두둑한 포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뿐일 정도였다.

한데 그도 그럴 것이, 고작 궁수 하나를 처치하는 것이기도 했거니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그렇기에 그는 도저히 눈앞에 펼쳐진 현 상황이 당최 이해가 되지를 않고 있었다.

“크억!”

털썩.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눈앞에서 또 한 명의 부하가 땅바닥에 힘없이 허물어졌다.

그러자 동시에 부하의 방패도 널브러졌다.

방패는 마치 고슴도치의 등짝처럼 흉물스러운 꼴이 되어 있었다.

수없이 많은 화살들이 가시처럼 박혀 있었던 것이었다.

상당히 두꺼운 두께를 지닌 방패였지만, 연이어 쏟아지는 사격에 결국 균열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그 틈으로 화살이 뚫고 들어와 부하의 목숨을 앗아 간 것이었다.

방패병이 이 정도인데 다른 암살자들이 무사할 리 없었다.

팅!

티팅!

언덕 위로 질주해 가던 부하들이 허둥지둥하며 각자의 무기로 날아드는 화살들을 튕겨 내려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끄악!”

“크억!”

결국 쉼 없이 속사포로 쏟아지는 물량 공세에 앞서 쓰러진 부하와 같은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벌써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낙엽처럼 쓸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속으로 답답해하며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쏴 대는 거야 대체?’

단 한 명이 쏘아 내는 화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양이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쏘아 대는데 화살이 동이 나지 않는 것 또한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자신의 오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완성인 줄 알았건만, 그것이 아니었다.

순간 그가 억울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포탑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그랬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저자가 만들어 낸 저 포탑의 힘인 것이다.

그는 전 제사장이 포탑들을 처음으로 외곽 지대에 설치하였을 때, 직접 본 경험이 있었다.

전 제사장은 훗날 이것들이 마을의 주민들을 지켜 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지만, 그는 그것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설치한 포탑들의 위력이 영 조잡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포탑에 대해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늘 산산이 부서졌다.

뿌득.

순간 암살대장이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이를 깨물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악다구니를 질렀다.

“접근만 하면 된다! 근접 전투는 우리가 더 강력해! 어떻게든 가까이 다가가!”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암살대원들은 복면 속으로 불만이 가득하였다.

아니, 자신들이 몰라서 가까이 안 다가가고 있던가.

이 이상을 전진을 못 하겠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상관의 명령에도 그들은 오히려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는 형국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다가갈수록, 화살의 위력이 더욱 강하게 박혀 왔으니까.

그러던 그때.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레온의 표정을 확인한 암살대장이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 망할 놈이!’

눈이 마주친 레온은 그들을 바라보며, 기세등등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암살대장이 자신에게 분노를 쏟아 내거나 말거나.

-암살대원 마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아싸!’

레온은 귓전에 연신 울려 퍼지는 효과음과 눈앞을 채우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암살대 놈들이 경험치를 꽤나 쏠쏠하게 챙겨 주고 있었고, 포탑과 활을 합쳐 기관총처럼 화살을 쏘아 대게 하는 이 놀라운 변신도 그를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오락실에 있는 건슈팅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흐흐, 개틀링 보우 포탑. 이거 꿀잼인데?’

레온이 활을 꽂아서 사용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포탑을 구상한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가 자리를 잡은 이 언덕은 거대한 포탑을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알다시피 포탑은 만들려면 부지를 선정해야 했다.

한데 이 언덕처럼 지대 자체가 견고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크기의 포탑은 지을 수 없는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이 언덕이 적들이 숲에서 진입하는 것을 살피기에, 그리고 활을 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라 포기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레온은 크기는 작지만 실속을 챙길 수 있는 포탑을 생각해 보았고, 마침내 개틀링 보우 포탑을 완성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보다시피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이 포탑의 최대 장점은 사수가 다시금 활시위를 당길 필요가 없다는 것과 그 후에 화살을 채워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철컹-.

철컥.

그 과정을 활과 연결된 포탑이 모두 대신하여 자동으로 해 주었다.

시간을 잡아먹는 두 가지 과정이 생략되니, 미친 듯한 연사가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그저 정확히 적들을 겨냥하기만 하면 되었다.

순간 레온이 난사를 계속하며 소리를 질렀다.

“바베~큐!”

그러자 곧이어 벌집이 된 적이 한 명 더 바닥에 쓰러졌다.

[개틀링 보우 포탑]

LV. 1 / 제작자 : 레온

등급 : B

공격력 : 장착된 장비의 공격력의 150%~230%

방어력 : 1,500

생명력 : 115,000

시야 : 10M

고유 능력

-활 장착 : 포탑에 장착된 활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공격력이 더욱 배가됩니다.

-자동 연발 사격 : 자동으로 활시위를 당겨 줍니다.

-자동 장전 : 자동으로 화살을 채워 줍니다.

-마력시 : 마력을 화살로 변환합니다.

-과열 : 사용할수록 포탑이 열기를 얻고 가열됩니다. 열기가 100%에 달할 시, 과열 상태가 되며 6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합니다.

상세 설명

장전하기 귀찮으셨죠? 꽂기만 하세요. 자동으로 해 드립니다.

궁수가 최대의 효율과 강점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포탑.

홀로 화살비를 전장에 내리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 포탑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바로.

-열기가 89%에 도달하였습니다.

-열기가 91%에 도달하였습니다.

‘이런, 벌써 91퍼센트야?’

무제한으로 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화살을 쏠 때마다 조금씩 포탑에 열기가 쌓였는데, 그것이 100%가 되면 자동으로 과열 상태가 되어 포탑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쩝, 게다가 한 발 한 발마다 마나를 가져가고 있기도 하고 말이지.’

그러고 보니 그의 마나가 폭발적으로 달아 있었다. 5분의 1 정도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마력을 화살로 변환하여 쏘는 탓에 순식간에 마나가 싹 날아가 버렸던 것.

결론은 포탑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스윽.

그러자 레온은 빠르게 적들을 살폈다.

암살대들의 총 인원이 열 명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는 어느새 스무 명이나 처치했던 것이었다.

숲속에서 토템 터렛으로 여덟 명을 잡아내었고.

이번에 개틀링 보우 포탑으로 열두 명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하였다.

남은 인원의 파악을 끝마친 레온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뭐, 그래도 열 명이면 적당하지.’

열 명이라고 해도 상당히 많은 숫자이건만, 그는 여유만만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처척-.

철컹.

그의 활이 포탑에서 장착이 해제되었다.

곧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열기가 100%에 도달하였습니다.

-포탑이 과열 상태가 되었습니다.

-활이 자동으로 장착 해제되었습니다.

-개틀링 보우 포탑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예고했듯이 포탑이 과열이 되며, 사용 불가 상태가 된 것이었다.

그러자.

“어라?”

“……화살이 날아오지 않잖아?”

갑자기 쏟아져 내리던 화살비가 그치자, 암살대원들이 어리둥절하여 서로 말을 꺼냈다.

암살대장이 그런 부하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이때다! 얼른 덮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한 부하들이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고 언덕 위로 쾌속하게 돌파하기 시작했다.

화살 때문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 화살이 없다면 언덕을 오르는 일은 그들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파바밧!

타닷!

여태껏 당한 수모를 갚아 주겠다는 일념으로, 열 명의 인원이 음험한 살기를 내뿜으며 접근했다.

‘이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

그렇게 곧이어 언덕 위로 올라온 그들은, 팔짱을 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레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빠르게 살펴보니, 그가 사용했던 포탑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아지랑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암살대들은 포탑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음을 깨달았다.

순식간에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암살대장이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흐흐, 드디어 잡혔구나. 이 망할 활잡이 놈. 아주 작살을 내 주마.”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홉 명의 암살대원들이 둥글게 레온을 포위하였다.

그러나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을 뿐이었다.

“잡혀? 내가?”

그에 레온이 마지막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암살대장이 얼굴에 비웃음을 잔뜩 띄운 채 말을 이었다.

“끌끌, 그래. 보고도 모르겠냐. 네놈은 이제 독 안에 든 쥐다.”

마지막 말을 들은 레온은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저기, 지금 자기 입장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나 레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죽여!”

암살대장이 모든 암살대원들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파바밧!

암살대장을 포함한 열 명의 무리가 동시에 레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데 그때.

레온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끝말을 이었다.

“……잡힌 건 내가 아니야. 바로 너희들이지.”

그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한 번 더 입을 달싹였다.

“포탑 활성화, 최후통첩 포탑.”

그리고 다음 순간.

콰가가가!

두드드드!

갑작스레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곧이어 지면에서 레온의 허리춤 정도의 높이의 자그마한 돌탑 여섯 개가 치솟았다.

갑작스런 전개에 암살대는 화들짝 놀랐지만, 그럼에도 전개하던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레온을 죽이면 모두 해결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파밧!

타다닷!

그들이 동시에 번쩍 뛰어올라, 레온에게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파지지직!

“크아악!”

“으악!”

그들의 공격은 모두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레온에게 닿으려는 찰나 갑작스런 보호막이 생겨나더니, 그들을 튕겨 낸 것이었다.

게다가 방패처럼 막는 것뿐만이 아닌 그들에게 고압의 전기 충격까지 가하였다.

“끄으으. 이, 이건 대체?”

“윽, 뭐야 이건?”

잠시 후, 그들이 아직도 저릿저릿한 자신들의 몸은 뒷전으로 한 채,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온을 지켜 주었던 보호막이 이제 보니,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까 전 지면에서 솟아났던 여섯 개의 돌탑들이 육각형의 결계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최후통첩 포탑 ]

LV. 1 / 제작자 : 레온

등급 : A

공격력 : 0

방어력 : 1,500

생명력 : 615,000 (각각의 포탑 당 1/6의 체력)

시야 : 10M

고유 능력

봉쇄 결계: 포탑이 파괴되기 전까지, 적들을 탈출할 수 없도록 일정 지역 내에 가둡니다. 근처의 다른 적들은 뒤로 밀려납니다.

-갇힌 적에 대한 아군의 기본 공격은 추가 마법 대미지를 입힙니다.

까앙!

깡!

그 사실을 눈치 챈 그들은 빠져나가기 위해 연신 칼로 두들겨 보았지만, 도무지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 대장님.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부하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이 상태에서 레온이 화살이라도 쏘아 대면 변변한 반항도 못하고 죽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까 레온의 말처럼 정말 잡힌 것은 자신들이었던 것이었다.

이런 끔찍한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망할!’

암살대장이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자, 입술을 깨물었다.

레온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쯔쯔, 내가 너희를 상대하는 것도 좀 그렇다. 급 떨어지잖아.”

그러곤 레온이 말을 이었다.

“자, 그러니까 일단 얘네부터 이기고 와.”

레온은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이 갇혀 있는 결계 안으로 연이어 한 가지 스킬을 시전하였다.

슈웅.

슈웅.

슈웅.

슈웅.

효과음과 함께 그의 소환수들이 결계 안쪽에 소환되기 시작했다.

단단이, 땅땅이, 마루, 너클즈, 피르호크가 소환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 죽인다낭!

따닥, 딱.

끼루!

그러자 놈들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딱 보아도 살벌한 기세를 내뿜는 소환수들이 모습을 나타낼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리라.

무지막지한 활 솜씨에, 정체불명의 포탑들에, 이제는 엄청난 기운을 쏟아 내는 소환수들까지.

‘……도대체 저놈의 정체가 뭐야.’

암살대장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놀라기에는 일렀다.

‘후후, 이제 버프도 걸어 줘 볼까!’

아직 레온이 샤먼의 스킬을 활용해 버프를 걸어 주는 과정이 남아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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