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
* * *
농땡이를 피우던 하이른과 요세프에게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채광 작업에 등을 떠밀고 난 뒤.
슈우웅.
“수고했다.”
레온은 마루를 역소환하고 있었다.
이제 전투는 필요한 만큼 모두 치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마루는 아직 충분히 만족이 되지 않았는지 그에게 더 싸우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왔지만,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음 기회로 넘겨 버렸다.
‘다음번에 질리도록 싸우게 해 줄게, 인마. 이해해라, 지금은 형이 너무 바쁘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더 싸우고 싶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알다시피 지금은 포탑을 만들 자재의 노가다에 열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속으로.
‘지금 필요한 건 노동력!’
이라고 생각하며 이내 스킬을 다시 시전하였다.
“레이즈 스켈레톤! 광부 스켈레톤 5.”
레온이 광부 스켈레톤들을 추가로 소환하기 시작했다.
한데 그런 중에 놀라운 점 하나가 있었다.
슈웅!
슈웅!
슈웅!
일전에는 단 네 마리로 끝이었지 않은가.
한데 지금은.
넷, 여섯, 여덟, 열.
이미 일을 하고 있는 네 마리를 제하고, 새로이 여섯 마리의 광부 스켈레톤이 추가로 소환이 되었다.
레온이 그 광경을 보고 한껏 뿌듯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흐흐, 진짜 딱 적절한 타이밍에 해골 지배 스킬 레벨이 올랐다니까.’
그랬다.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톤의 수를 늘려 주는 스킬인 해골 지배 스킬이 이전 전투에서 레벨이 올라 열 마리의 스켈레톤을 동시에 소환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백 단위의 물량을 뽑아낸다는 고위 네크로맨서에 비하면 아직도 현저히 적은 숫자이기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온은 현 상황에 충분히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초창기에 한두 마리 가능하던 거랑 비교하면 이게 어디냐.’
한두 마리에 허덕이던 본 네크로맨서 초창기를 떠올려 보면 정말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던 것이다.
곧이어 레온이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자자, 멀뚱멀뚱 서 있지 말고 저기 입 벌리고 있는 두 명 옆으로 가서 너희들도 작업해.”
레온의 시선이 닿은 곳에 늘어난 스켈레톤들의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란 하이른과 요세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따닥.
딱.
스켈레톤들이 동시에 턱뼈 소리를 내고는 바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은 마치 자신이 인부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깡!
까깡!
동굴에 곡괭이가 내는 소음이 연이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숫자가 많아져서일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크으.’
그 열 마리와 두 명이 만들어 내는 곡괭이질 소리는 레온에게 너무나 감미롭게 들리고 있었다.
한데 그가 그렇게 느낄 만도 해 보였다.
그 소음들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반가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스켈레톤 광부 10이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중급 백토를 획득하였습니다.
-스켈레톤 광부 2가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하급 흑요석을 획득하였습니다.
-스켈레톤 광부 7이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하급 적토를 획득하였습니다.
-요세프가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하급 네더 석영을 획득하였습니다.
-하이른이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중급 청금석을 획득하였습니다.
확실히 작업장의 일꾼 수가 늘어나니, 레온의 품으로 들어오는 채광에 성공한 광물들의 숫자도 비례하여 늘어나고 있었다.
레온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말려 올라갔다.
한데 그때.
레온은 속으로.
‘자, 그럼 더 작업 효율을 상승시켜 볼까!’
라고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스윽.
그건 바로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려고 구상해 두었던 포탑의 설계도였다.
다행히 재료가 여태껏 모아 온 것으로 제작할 수 있었던 덕에 바로 만들려 시도하는 것이었다.
레온은 살짝 가슴이 떨려 왔다.
‘터렛 샤먼으로 전직하고 나서 첫 포탑이구나.’
그는 곧장 명령어를 내뱉었다.
“설계도 사용.”
띠링.
그러자 효과음과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활력 강장 포탑’의 설계도를 사용합니다.
-건설될 부지를 지정해 주십시오.
-건설을 담당할 건축가를 지정해 주십시오.
-필요 자재를 선택해 주십시오.
활력 강장 포탑.
그것이 바로 레온이 만들려는 포탑의 이름이었다.
네이밍이 좀 기묘하지만, 또 그가 포탑을 구상하며 떠올린 목적과는 확실히 일치하고 있었다.
‘더 쥐어짜 낼 수, 아니 더 힘내서 일꾼들이 일을 하게 만들 수 있는 포탑.’
레온은 일사천리로 사전 작업을 끝마쳐 갔고.
곧이어 다시 한 번 명령어를 내뱉었다.
“포탑 건설.”
-건설 자재들이 모두 지정이 완료되었습니다.
-포탑의 건설을 시작합니다.
-손재주 스탯의 효과가 발휘되었습니다.
-건설 소요 시간이 15% 줄어들었습니다.
-예상 건설 시간 : 00:10:00
순간 생각지 못한 시스템 메시지를 하나 학인하고는, 레온이 내심 쾌재를 불렀다.
‘갓재주! 경배해!’
그건 바로 포탑 건설 과정에서도, 손재주 스탯의 효과가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설 소요 시간이 15퍼센트나 줄어들어 있었다.
이전에 최약의 포탑을 만들었을 때는 발동되지 않은 걸 보았을 때, 확률적으로 적용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듯했다.
처척-.
척.
손재주 스탯이 효력을 발휘한 것 덕분에 활력 강장 포탑은 생각보다 금방 완성이 되었다.
총 10분 정도밖에 소요가 되지 않았다.
-활력 강장 포탑이 완성되었습니다.
-상세 정보를 확인해 주십시오.
이윽고 레온이 완성된 포탑의 자태를 확인했다.
바깥에 세워진 포탑들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자그마한 크기였다.
청금석을 많이 써서 만들어서 그런지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레온은 바로 상세 정보를 확인하였다.
“포탑 정보, 활력 강장 포탑.”
[활력 강장 포탑]
LV. 1 / 제작자 : 레온
등급 : B
공격력 : 0
방어력 : 1,200
생명력 : 405,000
시야 : 6M
고유 능력
-주위 10M 이내의 모든 아군에게 지속적으로 스태미나 회복 효과 부여.
-생산 작업 시, 피로도 20% 감소
-생산 작업 시, 채광 성공 확률 10% 상승
상세 설명
진짜 피로회복제는 이 포탑입니다.
생산 작업을 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는 포탑.
이 포탑의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지쳤던 몸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는 것 같다.
‘오오, B등급!’
레온이 E등급에서 수직 상승한 자신의 건설 실력에 감탄을 토해 냈다.
공격력은 0으로 전무했지만, 그것은 ‘버프’형 포탑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던 그때.
우우웅!
포탑에서 진동음이 울려 퍼지더니, 갈색의 기운이 수증기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기운은 곧이어 레온과 스켈레톤, 요세프와 하이른 모두에게 스며들어 갔다.
-활력 강장 포탑의 영향권에 진입하여 있습니다.
-활력 강장 포탑의 효과를 부여받습니다.
슈우웅!
후우웅!
‘호오?’
레온은 자신의 스태미나 수치가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빛냈다.
이 정도라면 거의 활력 포션을 계속 마시고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일 것이리라.
영향권 내에 있으면 지속적으로 버프를 준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았다.
게다가 레온 자신의 마력이 소모되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었다.
그때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흐흐, 그 말인즉슨 우리 어여쁜 노동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뜻이군.’
그리고 그 말처럼, 실시간으로 포탑의 버프를 받은 노예(?)들은 눈에 띄게 몸이 가벼워져 보였다.
스켈레톤들은 미친 듯이 일하기 시작했고, 하이른과 요세프는 갑자기 몸에서 없던 힘이 샘솟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연신 곡괭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행동이 반복될수록, 레온의 인벤토리가 터질 듯이 채워져 갔다.
작업 효율과 능률이 훨씬 올라가 있었다.
조금 있으면 그림자 아공간으로 옮겨 담아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흠, 그렇다고 해도 상급은 무리라는 건가.’
아직까지도 녀석들 중 어느 누구도 상급 자재는 한 번도 캔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레온은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그럼 슬슬 나도 시작해 볼까.”
포탑도 다 만들었겠다, 이제 자신도 작업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스윽.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나선 곡괭이를 꺼내들었다.
그러곤 성큼성큼 작업 현장으로 이동해 갔다.
“읏차!”
이윽고 그가 곡괭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채광을 시작했다.
그의 몸동작에서 완전히 요령을 터득한 숙련자의 여유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깡!
까깡!
요세프와 하이른이 지는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하며 그런 그를 쳐다보았다가, 자신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실력에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니, 원래 광부였나?’
‘뭐 저렇게 잘해?’
그런 녀석들을 흘깃 쳐다보며,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사혼의 파편을 캐 댔는지 알긴 아냐?’
그는 여태껏 수없이 많은 사혼의 파편을 캐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수없이 많은 양을 캐다 보니, 레온의 채광 스킬들의 숙련도는 웬만한 상위권의 광부 유저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상승하여 있었다.
띠링.
-중급 조바이트 광석을 획득하였습니다.
‘좋아.’
레온의 얼굴이 환해졌다.
느낌이 좋았다.
첫 곡괭이질에서 중급이 나온 것이다.
……한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패시브 스킬 ‘건축자재 조달’이 발동하였습니다.
-추가 자재를 획득합니다.
-상급 붉은 모래(제한)을 획득하였습니다.
레온은 처음 메시지를 읽고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포탑 재료를 채광할 확률이 상승한다더니! 건축자재 조달 스킬은 이런 식으로 발동되는 거구나!’
[건축자재 조달 / 패시브]
포탑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채광할 확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패시브 스킬이 발동되어 획득한 재료는 판매, 양도가 불가합니다.
상급의 추가 재료를 획득하다니, 순간 레온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그는 곧장 획득한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해보았다.
“아이템 상세 정보.”
[상급 붉은 모래(제한)]
알 수 없는 마력이 담겨 있는 붉은빛의 모래.
-건축자재 조달의 효과로 획득한 재료입니다.
-판매, 양도가 불가합니다.
그 후, 레온은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쩝, 정말로 판매, 양도가 불가능하네.’
스킬의 설명처럼 정말로 포탑의 건설 말고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판매, 양도가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사실 상급의 재료 템들 중 몇몇 개는 상당히 높은 가격대로 형성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제약은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잠시 안타까워하던 레온은 이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까앙!
깡!
다시금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흐흐, 이것만으로도 개꿀이지.’
생각보다 소환수들의 채광 결과물들의 수준이 낮아 걱정이 많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어느새 그런 걱정이 싹 사라져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자재를 모아서 단숨에 포탑 퀘스트 깨러 간다!’
레온의 두 눈이 의지로 타오르고 있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