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
‘어라?’
레온은 인장을 사용하고는 약간 놀랐다.
여태까지와 약간 느낌이 달랐던 것이었다.
오른팔에서 발하는 진동이나 빛의 크기가 확실히 줄어들어있었다.
레온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그 이유를 짐작해 낼 수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파크가 봉인에서 해제되어서 그런 것 같은데?’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기에, 별일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레온은 나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은 진동과 빛이 살짝 부담스러웠는데, 딱 좋은 수준까지 떨어졌군.’
이제는 다른 이들의 눈앞에서 인장을 사용해도 가볍게 넘길 만한 수준까지 가라앉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용할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레온은 메시지를 보자 약간 기분이 묘했다.
한 직업으로 전직을 하였다가, 이렇게나 빨리 전직을 하는 일은 처음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샤먼으로 전직한 지 정말 며칠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이제 점점 이렇게 주기가 빨라지는 일이 자주 생길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다.
아무튼 이제 사용할 인장의 특성을 지정해야 할 때였다.
이전 같았으면 상당히 고심하며 시간을 보냈을 테지만, 레온은 이미 어떤 것을 할지 다 정해 놓고 있었다.
레온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합성.”
일전에는 엄청난 스파크가 튀었지만, 이번에는 정전기가 튀며 보이는 정도의 것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곧이어 메시지가 떠오르자.
-합성을 진행할 두 직업을 지정해 주십시오.
레온은 빠르게 두 직업을 호명했다.
“건축가, 샤먼.”
망설임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합성은 이게 좋단 말이지.’
그는 이미 ‘직업 예측’을 사용해 어떤 직업이 나올지 점검을 마친 상태였던 것이다.
-인장 티어가 4로 상승하였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4티어였다.
마신의 대장장이와 같은 유니크 직업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레어로도 충분히 만족을 할 수 있었다.
분명히 노멀 건축가보다는 상위 티어이었거니와.
‘한 번 올랐던 고지를 두 번 못 오르랴!’
또 금세 유니크 직업을 획득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올라 있었기 때문도 있었다.
“인장.”
레온이 인장의 상태 창을 띄우고는, 새롭게 얻은 직업의 상세 정보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눈이 스킬들 하나하나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창생의 인장]
티어 4 / 경험치 0%
개방 특성(4/?)
직업 총람(11/?)
[터렛 샤먼]
클래스 랭크 : 레어 / 진화 가능
클래스 특성 : 단일
터렛 샤먼은 샤먼계의 역사에서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악동이 창시한 직업입니다.
동시대에 살았던 수많은 샤먼들이 그를 샤먼이라고 칭하면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을 할 정도로 그는 매우 이질적인 샤먼이었습니다.
자연을 숭상하여 기술을 경시하는 다른 샤먼들과 달리, 그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몰랐던 사실은 그는 포탑을 영령과 더욱 가까워지는 수단으로 삼았었다는 것입니다.
보유 스킬
패시브 스킬
1. 건축자재 조달
포탑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채광할 확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패시브 스킬이 발동되어 획득한 재료는 판매, 양도가 불가합니다.
액티브 스킬
<축복>
터렛 샤먼은 포탑에 축복을 내릴 수 있습니다.
-포탑은 버프는 최대 3개까지 중첩됩니다.
1. 가속 톱니바퀴
2. 포병왕의 가호
3. 연발 축포
(……중략……)
<포탑 건설>
1. 포탑 설계
제작할 포탑을 구상합니다.
-제작하고 싶은 포탑의 설정을 구상하여, 제작에 필요한 자재가 적힌 설계 도면을 생성합니다.
2. 건설
-포탑을 건설합니다.
(터렛 샤먼은 오로지 포탑만을 건설이 가능합니다.)
3. 해체
-사용이 불가능한 포탑을 해체하여 약간의 부품을 획득합니다.
4. 수리
-포탑을 수리합니다.
<토템 터렛>
1. 토템 터렛 제작
2. 토템 터렛 소환
숨을 죽이며 ‘터렛 샤먼’이라는 새롭게 얻은 직업의 설명을 쭉 읽어 내려가며, 간단히 정리해 가기 시작했다.
1. 포탑 재료를 획득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이 있다.
2. 포탑에 3개까지, 버프를 걸 수 있다.
3. 자신이 원하는 포탑을 구상하여, 제작할 수 있다.
4. 토템 터렛이라는 소환수를 제작할 수 있다.
정리가 끝나고 나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이거 대박이다!’
레온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외곽 지대 근처의 수풀 속.
그곳에 두 장정이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레온이 포탑을 지었던 근방을 고개를 빼꼼히 들어 확인하던 두 사람은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짜증을 토로했다.
“젠장, 운도 지지리도 없지. 이 먼 곳에 염탐 임무를 받다니.”
“쯧, 그러니까 말이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암살대를 보내기 전 몽투투가 레온의 진행도를 살피기 위해 보낸 염탐꾼들이었다.
샤와푸흐가 관리하는 암살대와 달리 이들은 몽투투의 부하들이어서 그런지 능력이 영 시원찮아 보였다.
아무튼 그런 두 사람은 다시금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둘 다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한 놈도 없잖아?”
“어라? 진짜네.”
레온의 모습뿐만 아니라, 따라갔다는 건축가 두 사람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뭐, 어디 도망가기라도 한 건가?’
라고 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풀에서 몸을 일으켜 타워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그러자 더욱 의아한 마음이 커졌다.
“뭐야, 아무것도 안 만든 거 같은데?”
새롭게 만들어진 포탑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니야, 새로 지은 것 하나 있어. 저거 봐.”
그러던 그때, 한 남자가 손가락으로 한 포탑을 가리켰다.
다른 남자가 황당해하며 말을 꺼냈다.
“뭔 소리야, 딱 보아도 예전부터 고장 나서 있던 것 같구먼.”
“아니라니까, 자세히 봐 봐.”
귀찮게 하기는.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가 가까이 가 보았다.
그건 바로 레온이 만들었던 ‘최약의 포탑’이었다.
최약의 포탑을 이리저리 살피던 그가 이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진짜 새거네? 아니, 근데 지금껏 보았던 포탑 중에 가장 쓰레기 같은데?”
“이런 걸 포탑이라고 부를 수나 있는 건가.”
포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쓰레기 같은 최약의 포탑의 모습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레온까지 얕잡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암살의 위협 속에서 만타를 무사히 데려왔다는 사실에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완전히 깨져 버린 것이었다.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고작 이런 포탑밖에 못 만드는 놈이 무슨.’
‘그냥 길잡이만 잘하는 토인족인가 보네.’
그리고 잠시 후.
남자는 쪽지에 염탐을 끝마친 내용을 적고 있었다.
그러곤 그 쪽지를 비둘기의 발목에 달아 날려 보냈다.
그 쪽지에 적힌 내용은 이러했다.
[보고서]
도착한 지 이틀이 다 되어 가고 있으나 전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포탑 한 개 건설에 그침.
건축가 두 명은 종적을 감춤.
도망을 간 것으로 추정.
염탐 대상자는 그들을 잡으러 간 것으로 보임.
실패 가능성 99%.
“에라, 여기서 있어 무엇 하겠나. 그냥 마을로 빠르게 복귀하도록 하지.”
“가, 같이 가세.”
두 사람은 원래 쪽지를 보내고도 이곳에서 하루를 더 염탐을 하다가, 복귀해야 했다.
하지만 레온을 완전히 얕잡아 본 그들은 시간낭비라 생각하고 바로 발걸음을 돌려 버렸다.
이윽고 두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은 후일 이때 하루를 더 버티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하게 된다.
자신이 염탐당할 뻔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레온은 그저 세차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새롭게 얻은 스킬들을 시험해 보려 하고 있었다.
‘흐흐, 그럼 처음 것부터 천천히 해 볼까.’
“설계.”
레온이 설계 스킬을 실행했다.
‘오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텅 빈 시스템 창 하나가 떠올랐다.
-제작할 포탑의 키워드를 설정해 주십시오.
-간략한 설명을 작성해 주십시오.
메시지를 읽어 내려간 레온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 것인지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키워드라…….’
이 텅 빈 시스템 창에 만들려고 하는 포탑의 키워드와 간략한 설명을 적으라는 것 같았다.
‘이야, 대단하네. 내가 만들고 싶은 타워를 현실적으로 구현화해 주는 건가.’
이어 레온은 곧바로 키워드를 설정하고, 포탑의 설명을 기입하였다.
[불벼락을 내뿜는 / 드래곤도 녹여 버릴 수 있는 / 염화 타워]
‘최대한 강력하게 해 봐야지.’
그는 드래곤조차 없애 버릴 수 있는 최강의 포탑을 설정해 보았다.
포구에서 포탄 대신 지옥의 업화 같은 불길을 내뿜는 염화 포탑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강력한 포탑을 떠올려 본 것이었다.
두근두근.
레온은 결과를 가슴을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하지만.
삐익.
‘어라?’
귓가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효과음에 레온은 당황했다.
그리고 뒤따르는 메시지를 보고는 한 번 더 놀랐다.
-설계도 제작에 실패하였습니다.
-현재 설계 스킬로는 제작할 수 없는 포탑입니다.
‘이런.’
설계 스킬은 만능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스킬 레벨에 따라 만들 수 있는 포탑의 강함도 제약이 있는 모양이었다.
“쩝, 아쉽네.”
레온은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 조금 간단하고, 좀만 약하게 해서…….’
그러곤 그는 자신의 바람을 다운그레이드해서 다시 시도를 해 보았다.
[포탄이 폭발을 일으키는 / 멀리 날아가는 / 견고한]
그러자.
띠링.
-설계도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A등급 포탑 ‘익스플로전 포탑’의 설계도를 획득하였습니다.
“오오!”
레온은 첫 번째로 제대로 된 포탑의 설계도를 손에 넣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빨리 확인해 보자!’
그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상세 정보, 익스플로전 포탑 설계도.”
[익스플로전 포탑 설계도]
포구에서 폭열탄을 쏘아 내는 A등급 포탑.
익스플로전 포탑의 설계도.
-상급 검은 바위 광석 5개 + 중급 철광석 10개 + 하급 흑요석 50개.
설계도의 상세 설명에는 만드는 데에 필요한 재료들의 정보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거구나!’
그런 후, 레온은 여러 포탑들을 떠올리며 연이어 수많은 설계도들을 획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설계도를 만드는 것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라,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최대한 많이 설계도를 만들어 놓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노가다 과정에서 어떤 재료가 많이 채광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척척 진행이 되던 그때.
‘……어라, 잠깐만.’
문득 레온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하던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혹시.’
레온은 눈을 빛내며 그러곤 레온은 문득 머리에 든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설계를 다시 한 번 시도하였다.
“설계.”
-제작할 포탑의 키워드를 설정해 주십시오.
-간략한 설명을 작성해 주십시오.
그러자 동일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는 시스템 창에 키워드를 정성껏 적어 내려갔다.
아까 그가 든 생각은 이러했다.
‘꼭 공격형 타워만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터렛 샤먼의 강점은 전형적이지 않은 포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순간 그는 키워드를 모두 적어 냈다.
[주변 포탑에게 효과 / 완공 속도를 빠르게 하는 / 버프 포탑]
세워 놓으면 마치 새싹들의 성장을 돕는 것처럼 주변 포탑들을 빠르게 완성되게 해 주는 버프를 주는 포탑.
어디에도 이런 포탑은 존재하지 않았다.
‘포탑의 완공 속도를 줄일 수 있는 포탑이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레온은 시스템 창이 사라지자 잔뜩 긴장한 표정을 띄웠다.
그가 이렇게 기대를 걸 만도 했다.
퀘스트의 성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이보다 좋은 효과를 지닌 포탑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손에 땀을 쥐며 기다리던 그때.
띠링.
-설계도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A등급 포탑 ‘성장 촉진 포탑’의 설계도를 획득하였습니다.
“오오! 됐다!”
그의 생각과 같은 성장 버프 포탑의 설계도를 획득하고는 감탄을 토해 냈다.
레온은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렇게 한동안 기쁨을 만끽하던 레온은 천천히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곤 획득한 설계도 다발을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정리하여 놓은 후, 뒤를 돌아보았다.
“헉!”
“히익!”
그러자.
레온이 직업을 창조할 동안, 이때다 하고 푹 쉬고 있던 하이른과 요세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온과 눈이 마주친 그들은 밤에 몰래 컴퓨터를 요긴한 용도로 사용하다가 걸린 고등학생처럼 움찔하며 놀랐다.
레온이 그들에게 슬며시 말을 건넸다.
“많이 쉬었지?”
그러자 두 사람이 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설계도를 손에 넣었으니, 레온에게 이제 남은 일은 두 가지였다.
그건 바로, 노예 굴리기와 노가다였다.
순간 레온이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자, 다시 구르자?”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