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어느 깊숙한 동굴 내부.
“크흑.”
“흐윽.”
그곳에서 난데없이 을씨년스러운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이 담겨 있는 그 목소리는 얼핏 들으면 유령 형태의 몬스터인 레이스의 절규처럼 들려왔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결코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크흑, 왜 우리가…….’
‘……노예 신세가 된 거야!’
레온의 공식 노예 1호, 2호로 전락해 버린 요세프와 하이른이었다.
그들은 어쩌다 자신들이 이런 꼴이 되었는지, 한탄을 하며 몹시 슬퍼하고 있었다.
포탑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흉물스런 무언가를 만들어 놓고는 넋이 나간 듯하던 레온은 갑자기 그들에게 갈 곳이 있다고 말을 하였다.
그러곤 그들을 데리고 근방에 위치해 있던 이 동굴로 향하였다.
그들은 이곳까지 길잡이로 안내하며 레온을 데려왔지만.
도착하고 난 뒤 든 생각은 그때 길을 잘못 인도해서, 평생 이곳에 도착하지 못하게 하였어야 했다는 후회였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레온은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그들에게 곡괭이 한 자루씩을 스윽 건네주더니.
-캐.
단 한 음절의 말을 내뱉고는 여태껏 그들에게 쉼 없이 채광을 강요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에잇!”
“안 해, 아니 못 해!”
그들은 곡괭이를 내팽개친 후,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런 그들의 온몸이 땀과 먼지로 범벅이었다.
피로가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정말 더 이상은 못 할 것 같았다.
순간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 진짜 도망가고 싶다.’
‘지금이라도 튀면 빠져나갈 수 있으려나…….’
울상을 짓고 있는 두 명은 도주의 의욕을 불태웠지만.
이내 양쪽에서 들려오는 소름 돋는 소리에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따닥.
따닥.
그건 바로 스켈레톤 특유의 턱뼈가 맞부딪치는 소리였다.
그들의 양옆에 각기 두 마리씩, 그들처럼 광석을 캐고 있는 광부 스켈레톤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두 사람이 곡괭이를 내던지자, 하던 일을 멈추고 빤히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꿀꺽.
그 위압감에 두 사람이 침을 삼켰다.
주인의 한마디가 들려오면 그들을 향해 곡괭이를 휘두를 것 같았던 것이다.
뼈다귀들에게 위협을 받으며 광석을 캐야 하다니 하며 다시 한 번 절망을 하려던 그때.
“어라? 어째 들려오는 곡괭이 소리가 멈춘 것 같다?”
저 멀리서 저음으로 나지막이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히익!’
두 사람은 재빨리 집어 던졌던 곡괭이로 손을 뻗었다.
그러곤 쩌렁쩌렁한 큰 소리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 아닙니다!”
“잠깐 물 좀 마셨습니다!”
깡!
까깡!
다시 두 사람의 채광하는 소리가 큰 소리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귓전에 악마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쓰읍, 한 번만 봐준다. 두 번은 없다. 대강대강 하는 놈은 돌아갈 때 발톱석 탑승 확정이니. 그렇게 알도록.”
“헉!”
레온의 말에 두 사람의 등 뒤로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피르호크의 발톱에 붙잡혀 오며 눈물범벅, 소변범벅이 되었던 그들이었다.
그들은 잔뜩 긴장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상태로 마을로 돌아갔다간…….’
‘……장가는 다 간 거야.’
두 사람이 표정을 와락 구긴 채, 다시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하였다.
레온은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그런 녀석들의 상태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속으로 생각했다.
‘쯔쯔, 저 녀석들. 조금만 신경을 다른 데다가 쓰면 바로 딴청을 피운단 말이지.’
한데 그때.
띠링.
띠링.
그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눈앞에 연이어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스켈레톤 광부 1이 채광에 실패하였습니다.
-아무것도 획득하지 못하였습니다.
-스켈레톤 광부 2가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하급 마력석을 획득하였습니다.
-스켈레톤 광부 3이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하급 적토를 획득하였습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의 첫 단락은 총 네 마리를 소환해 놓은 광부 스켈레톤이 그에게 선사해 주는 광석들에 대한 메시지였다.
레온이 자신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역시 추가로 광부 스켈레톤들을 만들어 놓길 잘했어!’
일전에 광부 스켈레톤을 만들고 난 후, 분명 나중에 요긴하게 쓰일 일이 있을 것이라 예감하고는 미리 여러 마리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채광에 성공하였다는 메시지는 스켈레톤뿐만이 아니었다.
-요세프가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하급 흑요석을 획득하였습니다.
-하이른이 채광에 성공하였습니다.
-중급 검은 바위 광석을 획득하였습니다.
무슨 이유에선가 요세프와 하이른이 캐는 광물도 자동으로 레온에게 배속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저들이 광부가 아니더라도 채광 스킬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요세프와 하이른에게 곡괭이를 주고 채광을 시켜 보았는데, 역시나 NPC도 채광이 가능했다.
처음에 레온은 일단 시키기는 했지만, 그들이 캔 광석을 어떻게 강탈을 할까 고민하였다.
한데 그들이 채광을 성공하자, 지금처럼 바로 자신의 호주머니로 들어오자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후후, 마을에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인지 녀석들이 나에게 귀속이 되어서, 자동으로 획득한 광물들이 내게로 오고 있단 말이지.’
그렇게 광부 스켈레톤 네 마리와 노예 NPC 두 명이 합쳐져 총 6인분의 작업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채광의 숙련도가 다들 낮기에 상질의 광석들은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가만히 있어도 포탑의 재료로 쓰일 광물들이 호주머니 속으로 쏙쏙 들어오는 일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레온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말려 올라가 있었다.
한데 그렇게 레온이 한눈을 팔고 있던 그때.
-주인! 약빨이 떨어지고 있다!
-주인아, 얼른 쏴 줘라! 나 날아가고 싶다.
양쪽 귀에 하나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하나는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 목소리는 연신 다급하게 주인을 찾아 댔다.
그러자.
“아아, 미안.”
레온이 노예, 아니 요세프와 하이른에게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그러자 마루와 단단이가 동굴 안에 출몰하는 몬스터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다시 들어왔다.
그랬다. 레온은 어째서인가 채광이 아닌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쩝, 마루랑 파크가 동시에 말을 하니까 시끌시끌하구먼.’
라고 말이었다.
이번에 파크도 얼마든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올 수 있게 상태가 바뀌게 되자, 전투 중에 양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는 일단 버프가 떨어지고 있다고 우는소리를 했던 마루에게 샤먼의 버프 스킬들을 때려 박았다.
“폭풍 인도자의 눈!”
“독수리의 시야!”
“사자의 태세!”
“선조의 지혜!”
레온이 순식간에 네 개의 스킬을 시전하자.
-그오오오!
다시 버프 약빨을 온몸에 부여받은 마루가 미친 듯이 날뛰며,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도마뱀들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파크가 잔뜩 흥분해 레온에게 다시금 말을 건네 왔다.
-나도, 나도!
영령치고는 너무 전투에 목말라 있는 것 아닌가 하고 피식 하고 웃어 보이며.
‘그래, 우리도 질 수 없지.’
레온은 정령왕의 바람살의 활시위를 다시금 당겼다.
피융!
쐐애!
파공성과 함께 파크의 힘을 품은 레온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그러자 케이브 리자드맨들은 침묵 효과로 제대로 된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낙엽이 쓸려 가듯 목숨을 잃고 있었다.
[케이브 리자드맨]
레벨 : 73
분류 : 파충류 전사형
등급 : 희귀
깊고 어두운 동굴에 사는 리자드맨
어둠 속에 오랜 기간 살다 보니 눈이 퇴화되어 시력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만큼 소리에 무척이나 민감하며, 조그마한 소리가 들려오면 동료들과 함께 떼로 공격을 해 온다.
놈들의 레벨은 70대 초중반 정도였다.
레벨 차이가 상당한 만큼 마루에게는 휴지에 코를 푸는 것처럼 손쉬운 상대였다.
그런 만큼 마루는 경험치를 많이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띠링.
띠링.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중략……)
레온의 경우는 달랐다.
그의 레벨은 고작 10레벨에 불과하여 필요 경험치의 양이 매우 적었던 데다가.
초기화를 하며 적용되는 추가 경험치 버프 덕에 레온의 레벨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좋았어!’
그가 쾌재를 불렀다.
레온이 이렇듯 열을 올리며 몬스터 사냥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후후, 이런 기세면 오늘 안에 인장을 사용할 수 있겠는데?’
그건 바로, 샤먼의 한계 레벨까지 도달하여 인장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한데 약간은 의아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샤먼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했거니와, 지금처럼 한시 바삐 포탑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왜 뜬금없이 인장을 사용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사실을 알고 나면 전혀 뜬금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인장을 사용하려는 것은 포탑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의 해결책과 맞닿아 있었던 것이었다.
알다시피 그는 첫 포탑의 건설을 완전히 실패한 상태였다.
자재의 부족함도 부족함이었지만, 그의 건축가 스킬의 숙련도가 많이 부족하였다.
자재는 저기서 돌리고 있는 작업장과 자신의 높은 숙련도를 지닌 채광 스킬로 커버를 칠 수 있지만.
지금 레온은 천천히 숙련도를 올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레온은 대책을 마련했다.
‘지금은 건설가 스킬의 숙련도를 느긋하게 올릴 시간이 없어. ……그러면 직업빨로 조지는 수밖에 !’
직업빨.
그랬다. 그는 건축가의 상위 직을 만들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분명히 본 블랙스미스 때도 일반 대장장이보다 업그레이드 된 스킬들이 떴었어.’
창조, 부여 등등.
처음에 레온은 본 블랙스미스가 되며, 대장장이 스킬에 부가 효과를 얻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후에 그 외에 자신이 몰랐었던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일반 대장장이의 스킬과 그보다 상위 티어인 본 블랙스미스의 대장장이 스킬은 분명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일반 대장장이와 본 블랙스미스는 ‘창조’라는 같은 이름의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같은 스킬이 아니었다.
일반 대장장이의 창조 스킬보다 본 블랙스미스의 창조 스킬 레벨이 낮아도, 그 효과는 더욱 뛰어났던 것이다.
그때 레온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내 예상대로라면, 분명 건축가의 상위 티어 직업이 가진 건설 스킬이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거야!’
이윽고 꽤나 시간이 흐른 후.
“휴우.”
레온이 이마에 흐른 땀 한 방울을 닦아 내고 있었다.
마침내 전투가 모두 마무리가 된 시점이었다.
그가 주변을 스윽 둘러보곤 혀를 내둘렀다.
‘많이도 잡았다, 진짜.’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전부 케이브 리자드맨의 시체가 모두 회색빛으로 물든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몹 몰이를 해 와 동굴 안의 몬스터란 몬스터는 깡그리 씨를 말려 놓았던 것이었다.
단언컨대 동굴 안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죽인 것이리라.
레온이 그 진풍경 속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 드디어.’
그는 어느새 목표로 했던 샤먼의 한계 레벨인 50레벨에 도달하여 있었던 것이다.
하긴 이 정도로 몰이사냥을 했는데, 못 올렸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결과이리라.
아무튼 그 말인즉.
계획대로 직업을 만들 때라는 것이었다.
순간 레온이 눈에 이채를 띠며.
“인장 티어 상승!”
지체 없이 인장을 사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