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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32화 (132/332)

# 132

그렇게 자기 자신을 건축가로 지정한 레온의 행동이 끝나자마자.

띠링.

-‘건축가, 레온’의 지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곧이어 경쾌한 효과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지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랬다. 그는 정말로 어느샌가 보조 직업을 ‘건축가’로 전직해 놓았던 것이었다.

‘됐군.’

순간 제대로 되는 것을 확인한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던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마을에서 떠나기 전, 건축가 길드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좋소,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잠시 뜸을 들였던 레온이 말을 이었다.

‘……나를 당신의 제자로 삼아 달라는 거요.’

‘예? 제자요?’

예상치 못한 레온의 말에 당사자인 길드장을 비롯한 모두는 화들짝 놀라하였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여태껏 자신들에게 분노를 내뿜던 이가 갑작스레 태세를 변환하여 제자로 받아 달라했으니까.

레온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가 일전에 상급 대장장이였던 랄프의 제자가 되면서 엄청난 이득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스승의 제자가 되면, 그 직업의 스킬 숙련도가 빠르게 오르는 효과가 존재했다.

‘건설가 길드에서 길드장을 할 정도면, 업계에서 랄프 정도의 실력은 지니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길드장은 레온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했다.

하지만.

‘자, 얼른 해 주시오.’

‘아, 아니 그렇게 우긴다고 될 일이…….’

‘아까 분명 해 준다고 했잖소!’

‘이런 일인 줄 모르…….’

‘허, 이 정도의 일도 못 해 준다고? 자네, 그렇게나 만타 님을 업신여기고 있는 건가!’

‘그, 그게 어떻게 그리되오.’

그 후 레온은 길드장이 정신을 못 차리게끔 계속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 끈덕진 공격에 얼마 못가 길드장은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길드장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서 레온에게 말했다.

‘알았소. 그만 좀 하시오……. 이제 당신은 내 제자요.’

‘흐흐, 진작 그럴 것이지. 그럼 시간이 없으니 전직 시험도 생략하도록 합시다.’

‘…….’

그렇게 결국 레온은 건축가 직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과거를 회상하던 레온이 현실로 돌아오며 속으로 생각했다.

‘휴, 초기화가 되면서 보조 직업도 함께 초기화가 된 게 신의 한 수군.’

사실 판테라에서 보조 직업은 단 한 개만 지닐 수 있었다.

이건 인장을 지니고 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한데 일전에 대장장이로 전직했던 레온이 이번에 건축가로 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화를 하면서 대장장이 직업 또한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때.

다음 번 시스템 메시지가 이어졌다.

-자재를 지정해 주십시오.

그 메시지는 바로 포탑의 건설에 사용할 재료, 즉 자재를 선택해 달라는 것이었다.

레온의 눈앞에 네모난 인벤토리 창이 떠올랐다.

창 안에는 그가 마을에서 받아온 자재들이 아이콘화가 되어 보이고 있었다.

‘하, 진짜.’

한데 무슨 이유에선가, 자세히 그것들의 면면을 확인한 레온은 얼굴이 구겨졌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하급 철광석, 최하급 검은 바위 광석, 최하급 황철석, 최하급 붉은 모래…….]

부제사장이 그가 받아 가는 자재에까지 손길을 끼쳐, 정말 최하급의 재료들밖에는 주지 않았던 탓이었다.

혹시 몰라 아이콘 위에 손가락을 가져가 자재들의 상세 설명을 읽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 자재들이었다.

부들부들.

레온이 분노로 몸을 떨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망할 너구리 새끼 진짜. 다시마로 개때려 주고 싶네.’

그러나 잠시 후.

레온은 어쩔 수 없이 최하급 재료들을 하나하나 클릭하여 지정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선택이 끝이 나자, 포탑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설 자재들이 모두 지정이 완료되었습니다.

-포탑의 건설을 시작합니다.

-예상 건설 시간 : 00:05:00

한데 메시지들을 쭈욱 훑어본 레온이 이상하게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5분? 뭐 이리 짧아.’

레온은 말도 안 되게 짧은 예상 건설 시간에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미리 알아본 평범한 기초 포탑의 건설 시간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척!

처척!

처처척!

진행도가 10%, 25%, 50% 계속하여 올라갈 때마다, 제대로 된 포탑의 형상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이건……!’

어느새 정신을 차린 두 명의 초짜 건축가들의 눈이 이내 깜짝 놀라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포탑이 완성되었습니다.

-상세 정보를 확인해 주십시오.

레온이 만든 첫 포탑이 완성되자, 하이른과 요세프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그건 바로.

‘……와, 살다 살다 이런 쓰레기 같은 포탑은 처음 보는데?’

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포탑의 모습은 이러했다.

일단 최하급 자재를 사용해서일까.

마른 논바닥처럼 여기저기 금이 가 있는 외부가 돋보였다.

툭 치면 와르르 부서질 것 같았다.

상단의 포탄이 발사되는 포구는 방금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시뻘건 녹이 슬어 있었다.

정비가 필요한 포탑보다도 더 성능이 안 좋아 보였다.

“……상세 정보.”

레온은 굳은 얼굴로 완성된 포탑의 상세 정보를 살펴보았다.

[최약의 포탑]

LV. 1

등급 : E

공격력 : 60

방어력 : 100

생명력 : 2,300

시야 : 1M

고유 능력 : 없음

실력 없는 건축가와 최악의 자재들이 힘을 합치면 만들어지는 최약의 방어 포탑.

처참한 공격력과 더불어 스펀지 같은 방어력을 자랑한다.

누가 그가 만든 포탑이 아니랄까 봐, 이름에 ‘최약’이란 칭호가 달려 있었다.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했다.

‘아니, D급도 아니고 E급이면 얼마나 쓰레기라는 거야?’

그의 퀘스트에 적혀 있지도 않은 등급의 포탑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끄응, 그래도 일단 만들었으니까.’

“포탄 발사.”

버릴 때 버리더라도 한 번 사용해 보기라도 해 보자라고 생각한 레온이 포격을 명령했다.

그러자.

피슈우욱.

어디선가 풍선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피용~.

투웅.

포구에서 주먹만 한 포탄이 하나 힘없이 비실비실 날아가더니 이내 바닥에 떨어졌다.

레온은 자신의 발치에 떨어진 포탄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거의 사거리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그 힘없이 떨어지는 포물선은 마치 세월의 야속함에 약해질 대로 약해진 중년의 오줌발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레온이 침음을 삼키며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역시 어쩔 수 없는 건가.’

사실 그는 시작 전에 어느 정도 이런 결과를 예상했었다.

당연한 일이리라.

왜냐하면 길드장의 제자가 되었기는 하나, 스킬의 숙련도를 쌓을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고.

가장 중요한 자재가 너무 쓰레기였으니까.

‘역시 방법은 하나뿐이겠군.’

그때, 레온이 참담한 결과를 보고 무언가를 결정한 듯 하이른과 요세프를 불렀다.

“야, 너네.”

“……네?”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어벙하게 대답했다.

레온이 그들과 눈을 맞추며 말을 꺼냈다.

“이리 와서 내가 말하는 곳으로 인도 좀 해라, 지금부터 갈 데가 있다.”

그 말을 들은 엄습해 오는 위험한 기운을 느끼고 침을 꿀꺽 삼켰다.

레온의 눈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동자가 거침없이 흔들렸다.

지으라는 타워는 안 짓고 어디를 데려가는 걸까.

순간 두 사람이 서로를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고 있었다.

같은 시각.

태양 마을 부제사장실.

방 안에 들여놓은 여러 난초들 중 하나의 이파리를 조심스런 손길로 만지던 샤와푸흐가 입을 열었다.

“그래, 잘 해결은 한 겐가.”

그러자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몽투투가 대답했다.

“예, 물론입니다. 자재는 창고에서 썩고 있던 최악의 것들로 챙겨 주었고, 건축가 길드에는 으름장을 놓아 이제 갓 건축가가 되었다는 새파란 녀석들 두 명만 함께 보냈습니다. 파락호 같은 녀석들이어서 있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겁니다.”

그의 말은 레온과 관련되어 있었다.

레온의 예상처럼 퀘스트를 해결할 수 없도록 미리 선수를 쳐 놓은 것은 역시나 샤와푸흐였던 것이었다.

몽투투는 침을 삼키며, 조용히 샤와푸흐의 말을 기다렸다.

최측근인 그는 샤와푸흐의 거친 성정을 이미 알고 있었다.

혹여나 자신의 대처가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만약에 맘에 안 들었다면 경을 칠 터인데…….’

꿀꺽.

그가 긴장을 한 나머지 침을 삼켰다.

하지만 곧이어 샤와푸흐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껄껄, 자네도 참. 그렇게 제대로 방해를 해 놓으면 어떻게 하는가. 아주 된통 당하겠구먼.”

정말 어지간히 레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몽투투는 간만에 그가 이렇게 큰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고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자네는 내 맘을 잘 아는구먼.”

“별말씀을. 영광이옵니다.”

한데 몽투투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이제 끝이 났나 하고 생각하던 그때.

“……그런데 말이지.”

‘으응?’

샤와푸흐가 덧붙일 말이 있는 듯했다.

몽투투가 조용히 말을 기다리고 있자.

샤와푸흐가 소름 끼치도록 음험한 눈빛을 띠며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외곽 지역에서 포탑을 건설하다 보면, 달 마을의 병사들에게 눈 먼 화살을 맞을 수도 있지 않던가?”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몽투투는 샤와푸흐가 말한 의도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

확실히 레온의 목숨을 끊으라는 것을 말이었다.

상관의 욕구를 파악한 몽투투가 특유의 간신배와 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말을 건넸다.

“예, 예. 충분히 있을 법할 일이지요. 오늘에라도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암살대를 바로 보내려는 그였지만, 샤와푸흐는 그러기를 원치 않는 듯했다.

“끌끌, 아니네. 달 마을 놈들이 그렇게 빠르게 쥐새끼를 잡을 것 같지는 않군.”

“그렇다면……?”

몽투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곧이어 샤와푸흐가 눈에 살기를 띠며 말했다.

“독 안에 든 쥐새끼가 제풀에 지쳐 쓰러질 때. 바로 그때를 노릴 것 같지 않은가?”

그 말인즉 레온이 쓰레기 같은 자재들로 어떻게든 포탑을 지으려 발버둥을 치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질 때를 노리라는 이야기였다.

몽투투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역시 그렇군요! 샤와푸흐 님의 선견지명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껄껄, 예끼 이 사람아. 자네가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구먼.”

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샤와푸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하지만 몽투투는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그의 모습에 소름이 끼칠 따름이었다.

그러던 그때.

‘……일주일. 그 정도 후에 외곽 지역으로 암살대를 보내면 되겠군.’

몽투투는 레온에게 언제쯤 암살대를 보낼지 기한을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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