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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31화 (131/332)

# 131

바라 마지않던 초점사약결을 획득하고 연신 싱글벙글하던 것도 잠시.

레온은 잔뜩 들떴던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히고 있었다.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거 괜찮은 건가?’

만타에게 초점사약결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보았을 때, 이 물건은 두 마을의 제사장에게 전승되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지 않았던가.

한데 그러한 중대한 것을 이렇게 대뜸 자신에게 주어도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었다.

‘……뭐, 물론 그렇다고 다시 돌려줄 생각은 없지만.’

마음속 한구석이 자꾸만 찔려 왔던 레온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

“저, 그런데 만타 님, 저에게 이 물건을 주셔도 괜찮은 겁니까?”

그러자 만타는 이내 서글픈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에게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인마, 딱 봐도 안 괜찮잖아.’

그 모습을 보며 레온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대답은 괜찮다고 하는데,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회의장에서의 고초를 다 보았던 터라, 만타가 더욱 딱하고 짠한 마음이 드는 레온이었다.

그때 속으로 ‘휴, 그래. 과감하게 서비스 한 번 한다.’라고 생각한 레온이 슬쩍 말을 건네 보았다.

“그럼 부탁하실 거라도 없으신지요? 그냥 이렇게 받기만 하는 건 영 맘이 편치 않아서.”

‘나도 양심은 있다. 그래도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도와주마.’

레온의 말이 끝나자, 잠시간 머뭇거리던 만타가 생각을 정했는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한 가지 부탁을 드려 보아도 되겠습니까.”

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하시지요.”

“부담은 갖지 마시고 편하게 들어 주십시오. 그저 작은 바람일 뿐이니.”

한마디를 덧붙인 만타는 진중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곽 지역에 설치된 포탑들은 태양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신념을 가지고 선대 제사장님. 아니, 저의 아버지께서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불만을 무릅쓰고 설치하신 것들입니다.”

만타는 아버지라는 단어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이어 말했다.

“지금은 전혀 사용이 되고 있지 않은 판국이지만. ……단언컨대 오래지 않아 제 역할을 하게 될 위험한 순간이 닥쳐올 겁니다.”

만타가 너무나 확신을 담아 위험한 순간이 닥쳐올 것이란 말을 이야기하자, 레온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레온은 그가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를 물으려 했지만 그다음 순간.

만타가 덧붙인 마지막 말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만일 이 마을에 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이용해 마을을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

만타의 절절한 진심이 느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잦아들자.

띠링.

띠링.

적막이 감도는 방 안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마을을 지켜 주세요]

제사장 후보 만타는 당신에 대한 믿음으로 제사장에게 대대로 전승되는 초점사약결을 넘겼다.

그리고 그러면서 동시에 한 가지 부탁을 건넸다.

그건 바로, 당신이 이제 보수와 증설을 하는 외곽의 포탑들로, 후에 닥칠 위험에서 태양 마을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만일 그 순간에 만타 자신이 살아 있지 않다 하더라도 말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목표 : 외곽 지역에서 외부 세력 침입 차단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레온은 만타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죽음이 두려울 텐데 의연하게 말하는 모습이 퍽 대견했던 탓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황당한 것도 사실이었다.

‘야, 인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들으라며…….’

그랬다. 만타의 말이 너무나 무겁기 짝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의 말을 정리하자면, 자신이 죽어도 대신 마을을 지켜 달라는 것 아닌가.

이런 분위기에 이런 말을 듣고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면, 레온은 사이코패스이리라.

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위아래로 들썩이고 있었다.

분명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리라.

만타는 생사의 고비를 겪으며 느낀 것이 많은 듯해 보였다.

레온은 나이에 전혀 맞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는 만타에게 애써 웃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

“걱정 마십시오, 태양 마을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하신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절대로 제가 그렇게는 만들지 않을 겁니다.”

레온의 말은 백 퍼센트 진심이었다.

아무리 NPC라고 한들, 이 어린아이를 암살로 죽게 만들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만타가 그제야 자그맣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꾸벅였다.

“감사합니다.”

레온은 이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받았으면 주는 것이 인지상정. 저도 만타 님과 안나 님께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레온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그들에게 레온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곤 그들을 놀라게 만들 만한 선물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만타의 방에서 볼일을 끝마친 레온은 지체 없이 바로 마을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쉬어서 무엇 하냐. 얼른 출발하자.’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자, 포탑이 있는 외곽 지역으로 바로 출발하려는 것이었다.

순간 레온은 안나가 말을 해 주었던, 출발하기 전에 마을에서 받아 가야 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포탑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건축가와 자재죠.

건물을 짓기 위한 자원, 즉 자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판테라의 특이점은 ‘포탑’이라는 방어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가’가 필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력이 좋은 대장장이에게서 좋은 무기가 만들어지듯, 뛰어난 건축가에게서 강력한 포탑이 건설되었다.

그렇기에 레온은.

‘먼저 건설가 길드로 가 보자.’

첫 번째 행선지를 건설가 길드로 잡았다.

얼른 가서 데려갈 건축가들을 인재들로만 쏙쏙 뽑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태양 마을은 이름만 마을 일뿐 도시를 방불케 하는 상당히 큰 규모를 지니고 있어 이동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도 만타의 거처와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이윽고 도착한 건축가 길드에서 레온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식들, 지금 나랑 장난하나?’

라고 말이었다.

그의 눈앞에 노년의 건축가 길드장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레온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말했다.

“후,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거요? 꼴랑 두 명을 배정해 준다고?”

레온의 말에 길드장도 할 말이 없는지, 머쓱하게 대답했다.

“……예.”

그러자 순간 레온이 힐끗 그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눈치만 살피고 있는 수많은 건축가들의 모습이 보였다.

레온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저렇게나 인원이 많은데? 두 명밖에 못 준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그에 연신 머뭇거리다가 길드장이 대답했다.

“저, 그것이, 부제사장님이 남은 모든 건축가들을 따로 쓸 데가 있다고 고용하셔서…….”

레온은 그 얘기를 듣자,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젠장, 망할 너구리 아재가 선수를 쳤군.’

무슨 작당 모의를 하나 싶었는데.

그의 퀘스트를 방해하기 위해서 이런 공작을 벌인 것이었다.

뿌득.

레온이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이를 갈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샤와푸흐, 네놈은 언젠가 내가 제대로 밟아 주마.’

라고 말이었다.

그는 절대 원한은 잊지 않았다.

레온은 길드장에게 화를 낼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는 힘겹게 흥분을 진정시키고 말을 꺼냈다.

“휴, 알았소. 일단 지원해 준다는 두 사람부터 어디 얼굴 좀 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하이른, 요세프. 이리 오너라.”

그의 말이 끝나자, 뒤편에서 느릿느릿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하, 이런 젠장맞을.’

레온이 할 말을 잃은 표정이 되었다.

그럴 만도 했다.

걸어 나온 이들이 둘 다 딱 보아도 어린애들이었기 때문이었다.

17세에서 19세 정도나 되었을까?

‘……이거 개초짜인데.’

한데 레온이 그들을 맘에 들어 하지 않듯이, 녀석들도 레온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듯했다.

그때, 길드장이 멀뚱멀뚱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말을 꺼냈다.

“하이른, 요세프. 레온 님께 인사드려라.”

그러자.

까딱.

둘은 인사말도 없이 고개만 까딱거렸다.

그러면서 그들은 시건방진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딱 보아도 가기 싫은 곳에 억지로 붙잡혀 가는 눈치였던 것이었다.

그에 레온이 눈썹을 찡그렸다.

‘어쭈, 이것들 봐라?’

하이른, 요세프.

이놈들은 따끔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았다.

레온이 자신들을 조져(?) 버리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둘은 레온의 곁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이제 자재를 지원받으러 가려던 찰나.

문득 레온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길드장에게로 다시금 다가가 말을 건넸다.

“당신 입장도 대충 어떤지 알겠으니, 건축가를 더 내어 달라고는 안 하겠소.”

“…….”

“하지만 당신이 만타 님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 가지 부탁만 좀 들어주시오.”

그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건축가 길드장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나마 다행이군.’

“좋소,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리고 이어 레온이 한마디 말을 꺼내자.

길드장을 포함한 장중에 있는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 * *

휘익! 휘익!

그리고 잠시 후, 레온은 피르호크를 타고 공중을 날고 있었다.

외곽으로 가는 이동 수단으로 다 늙어 빠진 망아지 한 마리를 주는 통에, 레온이 그냥 자신의 소환수로 가겠다 선포하고 피르호크를 꺼내 든 것이었다.

‘이게 훨씬 빠르지.’

한데 그때.

“끄아아아!”

“흐어엉!”

피르호크의 밑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러자 레온이 혀를 차며, 말을 꺼냈다.

“야, 적응 될 법도 안 했냐. 시끄럽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피르호크의 두 발톱에 각기 붙잡혀 하늘을 날고 있는 하이른과 요세프가 보이고 있었다.

피르호크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둘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 갔다.

그리고 레온은 그 모습을 보며, 흉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시건방진 놈들의 버릇을 고쳐 주는 데에는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레온이었다.

그러던 그때.

“오, 저긴가!”

저 너머로 희미하지만 포탑의 형상들이 보이고 있었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러자 레온이 피르호크를 재촉했다.

“자, 빠르게 가자!”

휘이이!

피르호크가 속력을 더욱 높였다.

“꺄아아!”

“사, 살려 줘!”

물론 그러자 밑의 두 사람의 비명 소리 또한 데시벨이 높아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안전하게 외곽 지역에 착륙한 레온은.

“수고했어. 들어가 봐, 피르흐크.”

피르호크를 역소환하였다.

슈우웅.

이펙트와 함께 피르호크가 사라지고 나자.

‘그럼 어디 한번 살펴볼까.’

곧장 레온은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그러자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세워진 수많은 포탑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였다.

한데 무슨 이유에선가 점점 레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내 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야, 이건.’

포탑들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했던 것이었다.

피르호크를 타고 멀리서 보았을 때는 멀쩡해 보였지만, 가까이 와서 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얼마나 정비를 제대로 안 했는지, 이곳저곳이 부서지고 녹이 슬어 있었다.

심지어 포구에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기도 했다.

정비조차 불가능하여 그냥 철거를 해야 할 것 같은 포탑들도 수두룩해 보였다.

레온은 얼굴에 시름이 깊어졌다.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된 것이었다.

그는 머리를 바쁘게 굴리며, 무엇부터 진행할지 계획을 짰다.

‘끄응, 정비 작업은 정비할 포탑과 철거할 포탑이 아직 구분이 안 되었으니까 잠시 미루고. 일단 신규 포탑을 하나 건설해 보자.’

신규 포탑을 하나 건설해 보자고 결정한 레온은 우측의 시스템 창에서 ‘포탑 건설 탭’을 클릭했다.

띠링.

띠링.

그러자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포탑 건축을 시작합니다.

-건설될 부지를 지정해 주십시오.

-건설을 담당할 건축가를 지정해 주십시오.

-건설에 사용될 자재를 지정해 주십시오.

레온은 메시지의 순서에 따라 하나하나 지정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부지는 여기를 하면 되고, 건축가는…….’

그러다가 건축가의 지정할 순간이 되자 멈칫하며 동작을 멈추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데리고 온 두 명의 초짜 건축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크헝, 헝.”

“흐윽, 내 신세야.”

한 놈은 아직도 코를 훌쩍이고 있었고, 한 놈은 지려 버려 축축해진 바지를 바람에 말리고 있었다.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말을 이었다.

“쯔쯔, 데리고 온 놈들이 찔찔이에 오줌싸개라니. 에휴, 내 신세야.”

레온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저들의 상태가 조금 진정이 되기 전까지는, 포탑 건설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한데 다음 순간.

혀를 차던 레온이 이내 놀라운 말을 꺼냈다.

그건 바로.

“건축가 지정, 레온.”

포탑을 건설할 건축가로 본인을 지정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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