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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29화 (129/332)

# 129

왜 저자가 왜 자신을 도우려 하는 거지?

레온은 샤와푸흐를 확인하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 그는 회의장에 들어오기 전 안나가 자신에게 했던 조언을 상기하였다.

-부제사장이 모든 일의 배후일 겁니다.

분명히 그렇게 말을 했었다.

그러고 나니, 그는 더욱 이 상황이 이상할 따름이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분명 그는 자신의 적일 터인데, 현재 그는 자신을 도우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어디 한번 들어나 볼까.’

그러곤 저 너구리 아재가 대체 무슨 말을 꺼낼지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샤와푸흐는 그런 레온의 시선을 한결같은 웃음으로 여유롭게 받아 내었다.

그러곤 몽투투를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몽투투, 자네가 너무 심하였네. 아무리 우리의 전통이 그러하여도 만타 님을 안전하게 지켜 주신 분이 아닌가.”

샤와푸흐의 말이 끝나자, 몽투투는 만타에게 취했던 행동과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예,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어우, 꼴 보기 싫은 놈.’

레온은 그런 간신배 같은 몽투투의 행동을 꼴값한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던 그때, 샤와푸흐가 회의장에 모든 사람들을 한 번씩 스윽 살피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여러분, 물론 마을의 규율을 깨는 일은 우리에게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숲지기 일족을 받아들인 것이 아예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닐뿐더러, 만타 님을 구한 분을 이리 매몰차게 내치는 것 또한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순간 레온은 ‘지금껏 네 쪽 놈들이 내치려고 해 놓고 웬 적반하장이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그렇게 말을 한 후, 샤와푸흐가 잠시 동안 말을 아꼈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레온을 비롯한 모두의 눈빛이 그를 향했다.

그때 문득 샤와푸흐가 눈에 이채를 띠며 다음 말을 꺼냈다.

“……그래서 저는 한 번의 기회는 줘 보는 것이 마땅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의 기회를 주자.

그의 말을 들은 알레키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기회라면?”

그러자 샤와푸흐가 툭 내뱉는 말투로 말을 꺼냈다.

“흠, ‘간단’한 시험을 하나 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물론 우리 마을을 돕는 일로 정해야겠지요.”

‘시험?’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난데없는 시험이라는 말에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그러다가 이내 부족장들의 칭송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오오, 역시 부제사장님은 인자하시군요.”

“정말입니다, 허허.”

역시 부제사장은 그릇이 남다르다며, 순식간에 물고 빨고 난리가 났다.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그 칭찬 세례들을 즐기는 샤와푸흐의 모습이 영 꼴사나웠다.

“흐음, 그럼 모두들 받아들이신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좋을지…….”

그러다가 그는 한손으로 제 턱을 받치고는 고민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의 최고 지위자는 분명 만타일 터인데, 그는 자연스럽게 회의를 자신이 이끌고 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탄성을 내뱉으며, 그가 생각한 계략을 실행하였다.

“아! 그것 어떻습니까. 항상 만타 님이 원하시던 포탑의 보수 임무를 맡기는 것 말입니다.”

그런 샤와푸흐의 말이 끝나자,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그럼 설계도를 다시 살펴볼까요?]

태양 마을의 제사장 후보 만타는 여태껏 수차례 전 제사장이 설치한 외곽 지역의 포탑의 재정비와 추가 설치를 주장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제사장 샤와푸흐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쓸데없는 예산 낭비라는 이유와 더불어 포탑은 샤먼에게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물건이라 폄하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항상 미루어지던 일을 당신은 태양 마을의 일원이 되는 시험으로서 떠맡게 되었다.

만일 당신이 이 시험을 통과하게 된다면, 당신은 태양 마을의 확실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조건 :

1. 노후화된 포탑의 정비

-노후화 포탑들을 50개 이상 정비하라.

2. 신규 포탑의 설치

-A등급 포탑 5개 이상 설치하라.

-B등급 포탑 10개 이상 설치하라.

-C등급 포탑 15개 이상 설치하라.

-D등급 이하 포탑 20개 이상 설치하라.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노후화된 포탑의 정비>

-노후화 포탑 정비 : 1개당 / 100공헌도.

<신규 포탑의 설치>

-A등급 포탑 : 1개당 / 3,000공헌도

-B등급 포탑 : 1개당 / 2,000공헌도

-C등급 포탑 : 1개당 / 300공헌도

-D등급 포탑 : 1개당 /100공헌도

포탑의 보수 임무를 맡기자는 샤와푸흐의 말을 들은 몽투투의 표정은 ‘그러면 그렇지’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흐흐, 결론은 알아서 떨어지라는 거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부제사장님!’

라고 말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숲지기 일족의 전사에게 포탑의 정비를 시키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 무례였기 때문이었다.

자연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사는 숲지기 일족이다.

그런 그들에게 자신들이 가장 맹렬히 기피하는 화약과 기계 기술이 뒤섞인 포탑을 정비하고 설치하라고 하는 것은 얼토당토않는 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부제사장의 큰 아량을 베푸는 듯한 행동들은 신경을 써 주는 척하며 실상은 더욱 농락하는 꼴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래도 제사장 후보를 구한 은인을 그대로 내치기에는 마을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니.

이렇게 부족장들에게 인자한 척은 다하면서, 레온이 알아서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술책을 사용한 것이리라.

일석이조의 수법이라 자신하는 몽투투였다.

……그러나.

샤와푸흐는 한 가지 사실 때문에 제 꾀에 자신이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지요.”

그때 레온이 한마디 대답을 하였다.

자신의 계획이 제대로 먹혔으리라 생각하고 대답을 제대로 듣지도 않은 샤와푸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레온에게 대답했다.

“그래요. 숲지기 일족에게 포탑의 정비는 힘든 일이겠지요. 자, 그럼 우리의 성의는 여기까지이니 그만 마을 밖으로 나가 주…….”

그러자 레온이 그의 말을 툭 끊으며 말했다.

“힘든 일 아닌데요? 한다니까요? 포탑 정비.”

‘뭐?’

이어진 레온의 칼대답에 몽투투와 샤와푸흐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레온을 쳐다보았다.

한 가지 사실.

그건 바로 레온이 진짜 ‘숲지기 일족’, ‘토인족’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저 아이템을 사용하여 토인족이 된 것일 뿐이지 않던가.

그들의 예상과 달리 레온은 전혀 자연을 존중하지도 않고, 명예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저 공헌도에 집착하는 한 명의 유저일 뿐이었다.

그는 지금 10만의 공헌도가 필요했다.

공헌도와 더불어 마을의 일원까지 될 수 있는 이런 최고의 퀘스트를 레온이 거절할 리가 없었다.

레온은 각 등급의 포탑들을 요구치만큼 설치하면 얻는 공헌도를 하나하나 더해 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개꿀인데?’

한데 그럴 만도 했다.

5000+15,000+20,000+4,500+2,000.

이 퀘스트를 성공하는 것으로 총 46,500이라는 막대한 공헌도를 쌓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레온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살피는 샤와푸흐는 아직까지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숲지기 일족이 이 일을 받아들인다고……?’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리라.

그러던 그때.

“뭐 지금 바로 가서 시작하면 되나요?”

불쑥 레온의 질문이 들려왔고.

순간 샤와푸흐의 얼굴이 처음으로 와락 구겨지고 말았다.

* * *

같은 시각.

메르엠 영지 근방.

오늘 브룩은 영지의 치안도를 높이기 위해 몬스터 사냥을 나서 있었다.

일전에 브룩과 레온과 함께 그레이트 피죤을 잡았을 때 치안도가 소폭 상승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다른 몬스터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

브룩의 시야 오른편에 간략화된 퀘스트 창이 떠올라 있었다.

[북방 지역의 영주가 되어 영지를 부흥시켜라 / 길드]

3. 영지 근처 필드의 몬스터들을 처치하라.

영지 : 메르엠

1. 그레이트 피죤 100/100

2. 자이언트 골뱃츠 16/100

3. ?

4. ?

5. ?

그레이트 피죤의 할당량을 모두 채우자, 새로운 타깃 몬스터의 이름이 개방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음습한 동굴에 사는 거대한 박쥐형 몬스터인 자이언트 골뱃츠였다.

운집해서 사는 탓에 상당히 잡기에 까다로운 몬스터로 유명하였다.

한데 그때.

띠링.

띠링.

띠링.

브룩의 귓전에 효과음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었다.

-자이언트 골뱃츠를 처치하였습니다.

-자이언트 골뱃츠를 처치하였습니다.

-자이언트 골뱃츠를 처치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실시간으로 몬스터를 처치하였다는 메시지가 연이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브룩은 이 기쁜 상황에도 무슨 이유에선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모습이었다.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브룩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건 바로.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라는 것이었다.

브룩의 경악에 찬 시선이 닿은 곳에.

“하핫! SALHAE! SALHAE!”

광기에 물들어 미친 듯이 거대한 박쥐 몬스터들에게 검을 휘두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말뿐이 아니라, 정말 그 의문의 남자는 전신에서 정말 광인(狂人)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분칠을 한 것처럼 새하얀 얼굴에 먹물로 칠한 듯 검은 선으로 그려 놓아 있었다.

거기에 어깨를 넘어 떨어지는 긴 생머리가 합쳐지자, 전형적인 데스 메탈을 하는 록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촤아악!

서걱!

“너희 박쥐 놈들을 SALHAE한다!”

한데 믿을 수 없게도 그의 검이 몬스터들에게 무자비하게 날아들 때마다.

띠링.

띠링.

또다시 브룩의 귓가에 효과음이 들려왔고, 퀘스트 창에 적힌 내용이 갱신되었다.

한데 이건 정말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가 자이언트 골뱃츠를 사냥한 것으로 브룩의 길드 퀘스트가 갱신되기 위해서는 저자 또한 아슬란 길드에 속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저런 해괴한 행색의 남자는 아슬란 길드에서 본 적이 없지 않던가.

그러던 그때.

어떤 마음을 먹은 듯한 브룩이 슬며시 남자에게 다가서며 말을 건넸다.

“……저, 네기야.”

브룩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광인을 네기라고 호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착함과 순수의 대명사인 네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형상이었다.

획!

그런데 순간 그는 정말로 네기가 맞는지 브룩에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누가 네기냐! 이 망할 수퇘지! 존경하는 크라우저 님이라고 불러라!”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네기, 아니 크라우저는 몬스터들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

브룩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브룩은 저렇게 되기 잠시 전의 과거를 떠올렸다.

모든 일은 네기가 이곳에서 사냥을 하다가 히든피스를 획득하며 시작되었다.

‘브룩 형! 저 히든피스 얻었어요!’

‘오오! 대박인데! 너까지 히든피스를 얻은 거야? 우리 길드 대박인데? 길드원이 네 명 있는데 전부 히든피스 유저야, 미친.’

‘그러니까요. 헤헤, 레온 형이 복덩이인가 봐요!’

‘……그건 모르겠다. 그래, 아무튼 뭘 얻었는데?’

‘저 갑옷요! 무려 영웅 등급이에요!’

‘뭐, 영웅 등급? 미친 거 아니야? 아이템 이름이 뭔데.’

‘크라우저 2세의 버서커 아머요!’

네기가 설명해 준 ‘크라우저 2세의 버서커 아머’ 아이템의 효과는 간단했다.

60분간 동료도 알아볼 수 없는 광기의 화신이 되는 대신에 모든 신체적 능력과 스킬의 위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처음 브룩은 설명을 읽으며 쉽게 생각했다.

설명에 사용하면 광기의 화신이 된다고 적혀 있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게임상에서 유저의 정신줄을 놓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헛된 예측을 한 것이었다.

‘고작해야 하이 텐션 정도로 바꾸어 놓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브룩의 눈빛이 다시 한 번 네기에게로 향했다.

“끄하하하! CHUKSAL한다! SALHAE한다!”

……물론 길드에 히든 직업 유저가 늘어난 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하나 남아 있던 정상인이 사라지는 일은 너무 슬프지 아니한가.

‘레온에게 연락을 해 추가로 길드원을 좀 모집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볼까? 크흑.’

문득 울고 싶어지는 브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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