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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26화 (126/332)

# 126

그 후, 동일한 과정을 거쳐 레온은 차례로 암살대 다섯의 저격을 모두 성공할 수 있었다.

나머지 네 명도 모두 죽음을 맞을 때까지, 동료에게 알리지 못한 채 죽어 갔다.

그렇게 생각보다 훨씬 손쉽게 전투를 마무리한 후, 레온 일행은 곧바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한데 이전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이제부터는 여유 부릴 수가 없습니다. 두 분 다 이 꽉 깨물고, 안 떨어지게 케로베로의 머리를 붙들고 있으세요.

출발 전에 했던 레온의 한마디처럼, 이동 과정에 자비가 없어진 것이다.

파바밧! 타다닷!

레온과 케로베로는 그들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욱.’

‘차, 참으셔야 해요, 만타 님.’

만타와 안나는 케로베로에 매달린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레온이 이렇게 대놓고 미친 듯이 이동속도를 올리게 된 원인은 암살대원들을 처치하고 획득한 지령서에 적혀 있던 내용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암살대 대장이 그들에게 내린 수색 임무에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데 레온은 유심히 그 글을 읽다가, 한 가지 사실을 눈치 챘다.

그건 바로 이들이 가장 외곽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방금 처치한 이놈들이 암살대가 펼쳐 놓은 추적망 중 가장 바깥쪽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는 건, 이제 이전처럼 샅샅이 살피며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렇듯 최대한 빠르게 거리를 벌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레온은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방비책도 빼먹지 않았다.

“신발 좀 벗어 주시죠.”

“네?”

갈림길을 만났을 때, 레온은 만타와 안나에게 신발을 받아 갔다.

안나는 어리둥절할 따름이었지만, 일단 건네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며 감탄을 토해 냈다.

“그래, 단단이와 땅땅이는 저 갈림길로 가는 거야. 응? 신발이 안 맞아? 이리 와 봐. 맞춰 줄게.”

단단이와 땅땅이라는 두 스켈레톤을 소환하더니, 억지로 신발을 신기곤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든 것이다.

추격자들의 혼선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본래 소환수는 소환자와 거리가 멀어지면, 자동으로 소환이 해지된다.

하지만 본 네크로맨서의 경우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초당 소모되는 마력만 감당할 수 있다면 유지가 가능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이동하며 해가 떴고, 또 쉬지 않고 걷다 보니 다시 밤이 찾아왔다.

그들은 어느새 추적대를 완전히 따돌리는 데 성공한 상태였다.

레온이 소환한 피르호크가 하늘에서 열심히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일행은 이동하고 처음으로 휴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만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휴우.”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가 안나는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였던 태양 마을이 나올 터였다.

그녀의 불안한 모습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순간 안나가 잠들어 있는 만타를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그녀가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을에 돌아간다고 해도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 안나가 속으로 이번 일의 시작 지점을 떠올렸다.

제사장 후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외곽 순찰 업무 중, 미리 매복해 있던 암살대들이 습격을 하였다.

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리 매복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순찰 일정은 마을의 내부에서 비밀리에 정해진다.

‘한데 미리 매복을 하고 있었다는 건, 분명 내부의 적이 정보를 빼돌렸다는 거겠지.’

그리고 자신의 감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히 이 암수의 배후는 마을의 ‘그자’이리라.

그녀는 그를 떠올리자,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서 안나는 마을이 가까워 옴과 동시에 걱정도 커져 가는 것이었다.

한데 그러던 그때.

“아직 안 자고 뭐 하십니까?”

레온이 그녀에게 말을 건네 왔다.

안나는 어느새 상당히 따뜻해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같이 있었던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적으로 기대다 보니 경계심이 완전히 풀려 버린 것이다.

그녀가 별일 아닌 척하며 대답하다가.

“별일 아닙니…….”

깜짝 놀랐다.

레온이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는지, 갑작스레 머리를 쓰다듬었던 것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에게 레온이 말을 건넸다.

“자 자,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도착할 테니 얼른 주무십시오.”

그의 생각지 못한 손길에 그녀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지만, 힘겹게 참아 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분이 계속 만타 님을 도와주면 좋을 텐데…….’라고 말이다.

스윽.

순간 레온이 자신의 망토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

평소였다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을 테지만, 그녀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따뜻해.’

레온의 온기가 느껴졌다.

긴장이 풀리자, 눈이 감겨 왔다.

곧이어 안나는 스르륵 잠이 들어 버렸다.

레온은 그렇게 만타와 안나가 새근새근 잠이 든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둘 다 잘 때는 나이에 맞는 아이 같은 얼굴이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이제 레온도 몸을 누이고 잠을 자려나 싶었지만, 도리어 그는 말똥말똥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전혀 잘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애들도 다 재웠고.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렇게 생각한 레온은 곧바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아이들이 자는 것을 고려한 레온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명령어를 내뱉었다.

“인장 티어 상승.”

그의 말이 끝나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용할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레온은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참나, 100퍼센트가 되었는데도 이렇게 한참 있다가 만든 적은 또 처음이네.’

사실 처음 다섯 명의 암살대원들을 처치하였을 때, 인장 경험치가 모두 채워졌었다.

한데 그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느라, 아직 직업을 만들지를 못했던 것이다.

‘뭐, 어떠냐. 아무튼 샤먼들의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만들 시간이 났으니 다행이지.’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창조.”

그가 선택한 것은 창조였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인장이 있는 오른팔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아이들의 잠을 방해할까 봐 미리 레온이 보호대로 가려 놓아 빛은 아주 미세한 정도만 보였다.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몸속의 기운의 흐름을 느끼며 레온이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간절히 소망했다.

‘샤먼 갑시다, 샤먼!’

49퍼센트.

다른 때보다 경험치의 양을 채운 것이 부족하여, 살짝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막연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샤먼들은 영령을 기운의 전달자 정도로 사용한다는데, 자신은 영령, 파크를 아이템에 빙의시켜 가며 함께 전투를 치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띠링. 띠링.

그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오며,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장 티어가 3으로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좋아, 일단 노멀이고.’

레온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말려 올라갔다.

일단 정크나 러스티가 뜨는 재수 없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이다.

두근두근.

그의 가슴이 세차게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후우, 이제 확인해 볼까!’

“인장.”

레온이 획득한 직업을 확인하기 위해, 인장 상태 창을 눈앞에 띄웠다.

그리고 곧이어 그 결과를 확인한 순간.

‘좋았어!’

레온이 제 주먹을 움켜쥐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창생의 인장]

티어 3 / 경험치 0%

개방 특성(4/?)

직업 총람(8/?)

5. [샤먼(태양)]

클래스 랭크 : 노멀 / 진화 불가

클래스 특성 : 공통

샤먼은 패치 숲에 은거하며 지내는 미지의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정령계의 또 다른 주민인 영령을 신앙의 존재로 믿고 따르고 있으며, 영령에게 힘을 빌려 와 사용합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으나, 어떤 사건으로 인해 두 마을로 나뉘었습니다.

그러면서 본래 하나였던 샤먼의 힘도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보유 스킬

1. 축복

-샤먼은 영령의 힘을 빌려 와 자신 혹은 동료, 아니면 지정한 지역에 축복을 내릴 수 있습니다.

1) 선조의 지혜

2) 정기의 깨달음

3) 독수리의 시야

4) 폭풍 인도자의 눈

5) 사자의 태세

……중략……

2. 빙의(봉인)

-빙의는 샤먼(달)만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3. 토템

4. 토템 제작

그가 기뻐할 만도 했다.

‘드디어 샤먼이 됐다!’

그렇게도 되고 싶어 하던 샤먼이 되는 데 성공을 한 것이었다.

레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하아, 이제 맘대로 소환수들을 불러내서 싸울 수 있겠구나.”

레온은 그동안 스켈레톤들을 전투에 쓰지 못해 너무나 답답했었는데, 이렇게 해결이 되고 나니 너무나 행복할 따름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전직한 샤먼의 종류도 마음에 들었다.

직업 설명을 읽고 그는 샤먼이 태양과 달, 두 종류의 샤먼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데 그중 태양 샤먼은 안나와 만타가 하였던 것처럼 축복, 즉 버프가 중점이 되는 직업이었던 것이다.

‘흐흐, 스켈레톤들에다가 버프들을 때려 박으면……!’

자신의 버프를 받고 더욱더 강력해질 소환수들의 모습이 기대가 되었다.

한데 그렇게 싱글벙글한 얼굴로 어디 빠뜨린 것이 없나 구석구석 자세히 살피던 그는.

‘……어라? 잠깐만?’

한 항목에서 지나쳤던 특이점을 발견하고는 혹시나 자신이 잘못 보았나 하고, 재확인을 몇 번이나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눈을 커다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발견한 항목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헉! 클래스 특성이 공통이잖아!’

그가 최초로 발견하여 다른 유저들에게 전파했던 암살자 때처럼…….

샤먼의 클래스 특성이 공통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띠링. 띠링.

기다렸다는 듯, 그의 귓전에 효과음이 들려왔다.

그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칭호, 최초의 샤먼을 획득하였습니다.

‘최초의 암살자’ 칭호 때처럼 ‘최초의 샤먼’ 칭호를 획득한 것이다.

[최초의 샤먼]

모험가 최초로 샤먼의 직업을 획득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

-모든 샤먼 스킬의 효과 상승

-직업 경험치, 모든 샤먼 스킬 숙련도 추가 획득

레온은 뛸 듯이 기뻐했다.

‘좋았어! 내가 첫 번째 맞구나!’

이로써 그가 일전에 찾아냈었던 직업을 전파하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었다.

-자신이 유저들 중 ‘최초’로 얻어야 한다.

-최소 ‘노멀’ 랭크 이상이어야 한다.

-클래스 특성이 ‘단일’이 아닌 ‘공통’이어야 한다.

이 생각지도 않은 행운에 레온의 입꼬리가 자동으로 말려 올라갔다.

이미 그의 머릿속은 온통 이걸 이용해 또 어떻게 이득을 뽑아낼지에 관련한 생각뿐이었다.

한데 다음 순간, 레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근데 이제 슬슬 긴급 공지가 뜰 때가 됐는데?’

일전에 암살자를 얻었을 때는 얻자마자 운영자의 긴급 공지가 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소식이 없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

띠링.

‘오호!’

또다시 그의 귓가에 효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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