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25화 (125/332)

# 125

그렇게 일행이 숨소리도 죽인 채, 조용히 대기하던 찰나.

레온은 능력이 향상된 두 눈으로 암살대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레온은 저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온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인원이 너무 소수였다.

이곳저곳을 샅샅이 살펴보아도 고작 다섯 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곳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암살대의 모든 인원을 이곳에 투입했으리라.

그리고 다음은 그 다섯 명으로 구성된 암살대의 수색하는 모습이 엉성하기 그지없다는 것이었다.

대충 눈대중으로만 살피거나, 발로 건성건성 수풀을 뒤적거리기나 하는 모양새가 지속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마치 상관의 명령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하긴 이런 밤이면 저리할 만도 하지.’

그들의 그런 행동들은 숲에 밤이 왔기 때문이리라.

그의 말처럼 어느덧 해가 지고 한 치 앞도 구별하기 힘든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레온은 파크가 빙의된 물약을 먹으며 비약적으로 시야가 좋아져서, 그들을 단번에 확인한 것이다.

반면 그들의 경우에는 이런 상황에서의 수색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크으, 시력을 높이는 건 탁월한 초이스였다.’

순간 레온은 속으로 자찬했다.

그러나 그것은 길게 지속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얘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최악은 피했다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게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난 후, 이어 레온은 만타와 안나에게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 사실을 전해 주었다.

“적들입니다.”

그러자 안나가 입술을 다문 채,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서 어떤 결의가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옆에 있는 만타를 지키고 말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확실히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달랐다.

순간 안나가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어떻게 할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레온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최선의 방책을 찾아내려는 것이었다.

일행은 적들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대로 다시 후퇴해 다른 길을 찾아가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잠시간 고민을 하던 레온.

‘좋아.’

이내 결정을 내린 레온이 안나와 만타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지금 다른 길을 다시 찾아가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듯합니다. 여기는 다섯에 불과하지만, 다른 곳에는 더 많을 수도 있으니까요.”

두 아이의 눈이 레온에게 향했다.

그러자 레온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이내 맹수 같은 눈빛을 발하며 입을 열었다.

그의 결정은 바로…….

“돌파하죠.”

적들과 싸우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선택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 아까 상대했던 십여 명의 적들보다 숫자가 적기는 하다.

하지만 레온 또한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그는 스킬의 반작용으로 망치를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더 이상 마신의 대장장이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레온의 스텟이 초기화 혜택으로 아무리 높다고 한들, 지금 당장 저들과 싸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그의 소환수들을 사용하는 것일 터인데.

그러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었다.

일단 그의 소환수들로 전투를 치르는 것은 소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레온의 스켈레톤 중에는 암습에 적합한 속성을 지닌 소환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인물들은 다섯에 불과하나, 근처에 지원 병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지 않은가.

만에 하나 동료들이 소집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게다가 최악은 레온의 인장 경험치가 스켈레톤의 전투로 쌓이는 것이다.

힘겹게 파크라는 샤먼으로 갈 단서를 얻어 놓았는데, 지금 스켈레톤으로 경험치를 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레온이 그 사실들을 모를 리 없었다.

다음 순간.

처척.

그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낼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바로…….

‘드디어 써 보는군!’

영웅 등급 활 아이템, 정령왕의 바람살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는 소환수를 소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 놈씩 숨통을 끊어 주지!’

다만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저격을 할 생각만이 있었다.

그렇게 전투준비를 끝낸 레온이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나와 만타는 케로베로의 등에서 내려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레온이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할까요?”

그러자 안나가 대답했다.

“예, 그럼 저희도 시작하겠습니다. 자, 만타 님.”

끄덕.

만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두 사람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주문을 외기 시작하였다.

사제가 경전을 읊는 것 같기도 하고, 무당이 굿을 치를 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동시에 아이들의 몸에서 무언가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났다.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내가 잠시 까먹고 있었네.’

그의 머릿속으로 이동 중에 안나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레온 님, 이후에 전투가 벌어진다면 저희도 돕겠습니다.

-네? 돕는다니, 어떻게?

-사실 이전에 레온 님이 저희를 위해 싸울 때는 도망치는 과정에서 모든 마력이 소모되어 어떤 도움도 드리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어, 저 그럼 어떤 힘을 지니고 있죠?

-저와 만타 님의 힘은…….

처음에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모습부터 보았던 탓일까, 레온은 그들이 샤먼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선조의 지혜.”

“폭풍 인도자의 눈.”

만타와 안나가 스킬을 시전하고 있었다.

[선조의 지혜]

15분간, 지정한 동료의 스킬 피해량을 11% 상승시킵니다.

-아이템에 부여된 스킬의 경우 5%의 스킬 피해량이 추가로 상승됩니다.

[폭풍 인도자의 눈]

30분간, 지정한 동료의 원거리 공격 적중률을 20% 상승시킵니다.

두 사람의 스킬이 시전되자, 레온은 곧바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오! 좋아.’

작은 아이콘으로 버프 효과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음이 나타나 있었다.

그랬다. 안나와 만타는 버프에 특화되어 있는 샤먼이었던 것이었다.

한데 그때.

‘어라?’

레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실시간으로 버프 아이콘이 끝도 없이 계속 추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온이 놀란 얼굴로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정기의 깨달음.”

“해방된 분노.”

“사자의 태세.”

“독수리의 시야.”

그러자 훈장님 앞에서 암기한 글을 외는 청학동 아이처럼 끊이지 않고 스킬을 나열하고 있는 만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나는 두어 개의 스킬을 사용하고는 헉헉거리고 있었지만, 만타는 태양 마을의 예비 제사장이라는 말에 부족하지 않은 엄청난 힘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와, 대박인데?’

자신에게 걸린 버프의 수가 열다섯 개를 넘어가기 시작하자, 레온은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속으로 소유욕을 불태웠다.

‘……샤먼! 얼른 손에 넣어야겠어!’

얼른 전직해 자신뿐만 아니라 소환수들에게 버프 스킬들을 쏟아붓는 모습을 떠올리니, 암살자를 앞에 둔 상황에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한계까지 버프를 두른 레온은 사격을 시작할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아직 물약의 기운이 남아 있는 두 눈으로 먹잇감이 될 적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레온은 그들이 취하는 한 가지 행동을 확인했다.

‘호오?’

그가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를 이루어 모여 수색을 하고 있던 다섯 명의 암살대가 각자 거리를 두고 떨어져 수색 작업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저들 딴에는 샅샅이 살피기 위해 흩어지는 것일 테지만.

‘나에게는 땡큐지.’

레온에게는 오히려 개별적으로 사냥을 할 수 있게 돕는 좋은 기회였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되겠군.’

순간 레온이 눈을 빛내며 힘껏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곤 어떤 움직임도 없이, 최적의 순간을 찾아 눈조차 깜빡이지 않으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스킬을 사용해 소진된 마력을 회복 중이던 안나가 레온의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잖아.’

무시무시할 정도의 집중력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레온이 그렇게 활시위를 당긴 채, 꿋꿋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15초 경과, 비장의 한 발의 추가 대미지가 250%로 상승하였습니다.

-20초 경과, 비장의 한발의 추가 대미지가 280%로 상승하였습니다.

-25초 경과, 비장의 한 발의 추가 대미지가 300%로 상승하였습니다.

‘좋아, 좀만 더 기다리면 350%다!’

바람정령왕의 바람살에 내장된 스킬인 ‘비장의 한 발’의 효과를 최대치로 발휘하기 위함도 있었다.

[비장의 한 발]

시전하기 전,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시간에 비례하여, 최소150% ~ 최대 350%의 추가 대미지가 적용된다.

활을 당기고 있는 시간이 길수록 입히는 대미지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350%를 맞춘 레온은 눈을 빛내며 마지막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파크, 아이템 빙의, ‘바람정령왕의 바람살’.”

역시나 마지막은 파크를 활에 빙의시키는 것이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스윽.

-새 주인, 이제 자주 불러 준다! 좋다!

인장에서 스르륵 나온 파크가 기분 좋게 날아다니며, 활에 깃들었다.

-정령왕의 바람살에 30분간 아이템 빙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간다!’

모든 사전 작업이 끝난 레온은…….

피융!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겨냥하고 있던 한 놈에게 거침없이 쏘아 버렸다.

영웅 등급의 아이템이라서 그런 것일까? 처음 활시위를 놓을 때의 아주 작은 소리를 제외하면, 화살이 날아갈 때 어떠한 소음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푸욱!

날아간 화살이 암살대에게 적중하며 섬뜩한 소리를 만들었다.

띠링. 띠링.

레온의 귓전에 요란한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불시의 일격!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바람정령왕의 바람살의 아이템 효과로 치명타 피해가 70% 추가됩니다.

-비장의 한 발이 최대 시간 비례 대미지로 350%의 추가된 대미지를 입힙니다.

레온의 화살에 적중당한 적은 땅에 무릎을 꿇은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화살 한 발을 맞은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은 피해를 입은 탓이었다.

한데 다음 순간, 그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동료를 부르려는데,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를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바로, 파크의 아이템 빙의의 효과였다.

[아이템 빙의]

활 : 화살에 적중한 적에게 1분간 상태 이상 ‘침묵’을 부여합니다.

-첫 효과 발동 시, 한 대상에게 한 번에 한하여, 목소리를 잃게 합니다.

-한 번 효과가 적용된 상대에게는 10분이 지나야, 동일한 상태 이상을 걸 수 있습니다.

1분간 상태 이상 침묵에 걸리게 함과 동시에 한 번에 한하여 목소리까지 내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가 적용된 것이다.

공격당한 암살자는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며, 어떻게든 주변의 동료들에게 알리려 했지만.

피융! 푸슉!

두 번째로 이어진 섬뜩한 소리와 함께, 영원히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암습자, 쿠룽을 처치하였습니다.

‘크으, 투샷 원킬인가!’

레온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자신은 1레벨에 불과한데도, 단 두 방에 고레벨의 적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영웅급 아이템과 만타의 버프들로 스펙의 한계를 돌파한 순간이었다.

그러던 그때.

‘……이제 네 마리!’

레온이 나머지 네 명을 보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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